커피 향기 솔솔~ 집에서 하는 커피 로스팅

로스팅하지 않은 커피 생두, 초록콩의 신비한 색상!

저희 집은 3주에 한 번 정도, 로스팅을 합니다.

 

로스팅할 때마다 대략 1시간~1시간 30분 정도 하게 되어 휴일 아침에 할 때가 많습니다.

 

로스팅(Roasting), 굽는다는 말은 요리에서 널리 쓰이는 말인데, 그냥 커피콩은 볶는다 정도로 생각하면 되겠습니다.

 

TV의 커피 CF에서 흔히 보는 원두 때문인지, 커피 원두하면 윤기나는 검은 색을 떠올리지만, 볶기 전의 커피콩은 연한 풀빛을 띠는, 딱딱한 콩알의 느낌 뿐입니다.

커피 커피콩 원두 생두 로스팅 Coffee bean roasting로스팅 전의 생두

 

풀 빛의 커피콩이 윤기나는 커피 원두가 되어가는 커피 로스팅 과정을 간단히 살펴보겠습니다.

 

커피 로스팅 전, 볶을 커피의 양을 저울로 측정합니다.

제가 사용중인 로스터의 1회 적정 용량이 50~60g에 불과한터라 커피콩의 양도 꽤 적어보입니다.

 

처음에는 욕심을 부려 70~80g씩 로스팅한 적도 있었는데, 골고루 볶이지 않을 뿐더러 로스팅 막바지에 커피콩이 부풀어 올라 로스터 밖으로 넘치는 경우도 많아 이제는 적정량을 꼭 지킵니다.

커피 커피콩 원두 생두 로스팅 Coffee bean roasting

 

커피 로스팅 작업 전 꼭 준비하는 또 하나는 스탑 워치입니다.

커피 로스팅은 시간과 열의 조절이 중요한데, 로스팅을 시작한지 1년이 채 되지 않는, 초보 로스터로서는 시계를 들여다보며 로스팅의 진행 정도를 확인하곤 합니다.

커피 커피콩 원두 생두 로스팅 Coffee bean roasting

 

커피 로스팅에 빠질 수 없는 도구, 커피 로스터입니다.

대개 커피 로스팅은 손잡이 달린 뜰채 형태의 스테인레스 망을 이용하는 수망 로스팅으로 시작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수망에다가 적당량의 생두를 넣고 가스불 위에서 흔들어가며 로스팅하는 방법입니다.

저도 처음에는 수망 로스팅에 도전해 보았으나 불조절이 힘들고, 손목이 아프고, 커피콩 한알한알 고르게 로스팅하는게 쉽지 않아 포기했습니다.

 

커피 커피콩 원두 생두 로스팅 Coffee bean roasting로스팅 전용 수망. 생각보다 값이 꽤 비싸다.

 

이제는 로스팅을 좀 더 편하게 할 요량으로 직접 만든 전동식 로스터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나무로 된 몸체에 멋진 황동 손잡이까지 달린 전동 로스터의 이름은 '킴스 로스터 2호' 입니다. ㅡㅡㅋ

첫 작품인 1호는 몸체를 원목이 아닌 MDF 재질을 썼다가 여러모로 맘에 들지 않아 폐기처분하고, 원목을 잘라다가 두 번째로 만든 것이 2호입니다.

커피 커피콩 원두 생두 로스팅 Coffee bean roasting늠름한 킴스 로스터 2호!

로스터 끝에 달린, 대포같이 생긴 금속 망의 모양이 좀 익숙하다고 느끼셨는지요? 원래 저 망은 시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찜기입니다. 찜기를 긴 금속 막대에 달고, 나무 통안에서 모터를 돌려 일정하게 회전시키는 원리입니다.[각주:1]

전기와 모터를 이용, 일정한 속도로 커피콩에 열을 가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수망 로스팅에 비해 힘이 거의 들지 않는 것이 장점입니다.

 

자작 커피로스터에 커피 원두를 넣었습니다. 로스팅을 시작하기 전 커피콩의 색깔은 풀색에 가깝고, 작고 단단한 느낌입니다.

커피 커피콩 원두 생두 로스팅 Coffee bean roasting로스팅 시작 전

 

가스불을 올리고 로스팅을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 풀색이던 커피콩의 색상이 노르스름한 갈색으로 변하기 시작합니다.

커피 커피콩 원두 생두 로스팅 Coffee bean roasting로스팅 2~3분 경과

 

조금 더 로스팅을 진행하면 커피콩은 짙은 갈색으로 변하며 조금 더 단단하게 쪼그라든(?) 느낌이 되며 열을 받습니다.

커피 커피콩 원두 생두 로스팅 Coffee bean roasting로스팅 5분 경과

 

시간이 더 흐르면, 커피콩이 온도를 이기지 못하고 내부가 갈라지는 크랙이 시작되는데, 이때 딱총을 쏘듯 탁! 탁! 터지는 소리때문에 "파핑"이라고 합니다. 

로스팅이 어느정도 진행되는지는 커피콩의 색상과 파핑을 통해 판단하게 됩니다.

로스팅에서 파핑은 두 차례에 걸쳐 일어나는데요, 1차 파핑은 짧고 강한 소리가, 2차 파핑은 토톡~ 토톡~ 하는 작은 소리가 연속적으로, 그야말로 콩볶는 소리가 납니다.

커피 커피콩 원두 생두 로스팅 Coffee bean roasting로스팅 7분 경과

 

2차 파핑이 시작은 로스팅의 막바지로 접어들었다는 신호로, 불을 약하게 줄입니다.

이때부터는 타이밍을 놓치면 순식간에 커피콩이 타게 되어 좀 더 신경쓰고 지켜봐야 합니다.

 

로스팅하면서 듣는 파핑 소리는 기분이 참 좋습니다. 2차 파핑을 동영상으로 찍어봤는데요, 똑딱이 디카로 찍은 동영상이라 소리가 좀 뭉게진 것 같아 안타깝네요.

 

로스팅이 끝나면 뜨겁게 달궈진 커피콩을 망에 옮겨 담고 재빨리 식혀야 합니다.

식히는데는 퇴역한 헤어 드라이어가 수고해주고 있습니다. 이때, 타나 남은 커피 껍데기(채프)가 바닥 곳곳에 흩어집니다.

커피 커피콩 원두 생두 로스팅 Coffee bean roasting

 

자작 로스터로 3회 로스팅한 커피입니다. 로스팅 전 생두의 무게는 약 180g인데, 로스팅 과정에서 수분이 사라지고 채프도 빠지게 되어 무게는 살짝 줄어듭니다.

하지만, 커피콩이 볼륨감있게 부풀어오르면서 수북히 쌓이는데, 부자가 된 것 처럼 흐뭇해집니다 ㅎㅎ

커피 커피콩 원두 생두 로스팅 Coffee bean roasting

 

볶아낸 커피콩은 병에 담아 밀봉합니다. 저는 대형 마트의 수입 맥주 코너에서 글로쉬 500ml를 사서 남은 병을 이용합니다.

'스윙탑' 형태의 글로쉬 병은 밀봉도 잘 되고, 쉽게 열고 닫을 수 있어 아주 실용적입니다.

 

다만, 갓 볶은 커피콩을 넣고 밀봉해두면 커피콩에서 가스가 나와 병 내부에 차게 되며, 하루에 한 번 정도는 이 가스를 빼주는 것이 좋습니다.

며칠동안 그대로 밀봉해두면 뚜껑을 여는 순간 뻥~ 하는 소리와 함께 커피콩 몇 알이 튀어나올 정도로 가스 압력이 세집니다.

커피 커피콩 원두 생두 로스팅 Coffee bean roasting

 

저는 조금 커피콩을 조금 진하게 볶는 편입니다. 볶아낸 커피콩을 병에 담아두고 하루 이틀이 지나면, 커피콩에서 고소한 향과 함께 기름이 올라와 반질반질해지는데, 그라인더에 갈기 전 잘 볶아진 원두 향을 맡는 것도 큰 즐거움입니다.

 

보통 볶아낸 커피는 3~5일 정도면 가장 맛이 좋고 10일안에 모두 먹는게 좋다고 하는데, 자주 볶는 것은 살짝 귀찮기도 해서 글로쉬 2병 정도의 분량(생두 기준 350g)을 대략 3주에 한 번씩 볶아대곤 합니다.

커피 커피콩 원두 생두 로스팅 Coffee bean roasting

로스팅 후, 꿩먹고 알먹기

로스팅 과정에서 연기도 발생하므로 환기를 잘해야 합니다.

커피콩을 볶은 후 가스렌지 주변에는 커피 껍데기(채프)가, 커피콩을 식히는 과정에서 바닥에 채프가 풀풀 날립니다.

로스팅 후에는 가정의 평화를 위해 채프를 깨끗이 청소해야 합니다.

커피 커피콩 원두 생두 로스팅 Coffee bean roasting가스렌지 주변의 채프 커피 커피콩 원두 생두 로스팅 Coffee bean roasting바닥의 채프

 

이번 로스팅에서는 가스렌지 앞에서 사진을 계속 찍어대니 마눌님께서 상태 좋지 않은 가스렌지 앞에서 왜 자꾸 사진을 찍냐고 눈치를 줍니다.

일단 시작한거 계속 사진을 찍었는데, 로스팅이 끝난 후, 마눌님은 가스렌지 상판 청소에 돌입, 간만에 반들반들한 상판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야말로 일석이조, 꿩먹고 알먹고 ㅡㅡV

 

  1. 제 아이디어는 아니고, 인터넷에서 본 자작 로스터를 그대로 따라 만든 것입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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