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양도, 커피 추출 속도도 다른 드리퍼를 보며 든 생각?

똑같은 도자기 드리퍼인 줄 알았는데, 다르다!

얼마전 구입했던 드립 포트와 도자기 드리퍼, 원두를 드립할 때마다 깔끔하고 기분 좋은 느낌입니다.

 

특히 드립포트는 막주전자(?)를 사용할 때 보다 훨씬 깔끔하게 드립할 수 있게 되어 마치 드립 실력이 좋아진 것 같은 착각마저 느끼게 합니다.

 

그런데, 도자기 드리퍼는 사용 횟수가 늘어갈 수록 살짝 불만이 생깁니다.

 

기존에 사용하던 플라스틱 재질의 드리퍼보다 드립 속도가 확연히 느리기 때문인데요, 상표가 없는 저렴한 가격의 드리퍼라 그런게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얼마전 안목항 산토리니에 들렀을 때, 원두커피를 내려주시던 사장님께 칼리타 플라스틱 드리퍼에 비해 물빠짐 속도가 눈에 띄게 느린 문제를 질문했습니다. 사장님은, 칼리타가 아니라 칼리타'형' 제품이기 때문일 것이라 대답해주셨는데요,

 

역시나 저가형 듣보잡 제품이라 그런가 싶은 의심을 하던  어느날, 저희 집에 도모(domo) 라는 상표가 새겨진 도자기 드리퍼가 하나 들어왔습니다. 

비교적 이름은 알려진 편이지만 역시나 저렴한 축에 속하는 제품인데요, 겉 모양은 비슷해 보입니다.

 

그런데, 드리퍼 안쪽의 모양은 사뭇 차이가 있습니다. 사용중이던 도자기 드리퍼(왼쪽)의 리브(RIB:홈)는 굵고 완만하게 새겨져 있는 반면, 도모 드리퍼의 리브는 보다 또렷하고 각지게 새겨져 있습니다.

 

국산 드리퍼의 리브입니다.

 

도모 드리퍼의 리브입니다. 확대를 해놓으니 꽤 차이가 있죠?

 

두 제품 모두 3구 드리퍼인데요, 구멍의 크기나 간격 역시 차이가 있습니다. 도모 드리퍼쪽이 좀 더 작고 넓게 펼쳐져 있네요.

플라스틱 3구 드리퍼를 쓸 때는 물줄기가 3가닥으로 확실하게 분리되어 떨어졌지만 도자기 드리퍼는 그렇지 못해 역시나 눈여겨 보게되는 부분입니다.

 

불만이던 드립 속도는 어떨까 궁금해졌는데요, 도모 드리퍼의 드립 속도는 원래 사용하던 것보다 확연히 빨랐습니다. 물빠짐이 빨라져서일까요, 한줄기로 합쳐져 떨어지던 물줄기도 그럭저럭 분리되는 모습도 보이는군요.

 

드립하는 시간이 짧아진 덕분인지 커피 맛도 좀 더 깔끔해진 느낌입니다.

원래 사용중이던 도자기 드리퍼의 드립 속도가 너무 느려 커피 분쇄 정도를 조절해보기도 하고 여과지 접는 법을 바꿔보기도 하고 커피의 양을 조절해보는 등 여러가지로 시도를 해봤는데, 드리퍼가 바뀐 만큼의 효과를 볼 수는 없었습니다.

 

드리퍼의 리브 형태와 3구의 간격에 따른 물빠짐의 차이는 확실하게 확인했습니다.

이렇게 확인했으니 이제 '진짜 칼리타' 3구 도자기 드리퍼를 주문해 볼까 싶어 인터넷 쇼핑몰을 뒤적이다 확인한, 칼리타 드리퍼의 제품 사진은 도모 드리퍼와는 확연히 달랐고 오히려 듣보잡 도자기 드리퍼와 흡사한 형태였습니다.

'진짜 칼리타' 드리퍼

그리고 문득, 내가 생두를 사서 로스팅하고 드립하며 커피 자체를 즐기는 것인지, 커피 관련 기구들을 지르면서 즐거움을 얻는 것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되더군요.

예전에는 마트에서 이미 분쇄된 원두를 사다가 아무것도 모른채 촥촥 물을 부어 내려마실 때도 즐거움을 느꼈는데, 요즘에는 커피 자체보다는 커피 내리는 기구에 더 신경을 쓰게 된 것 같은 느낌이랄까요?

집요하게 파고드는 직업병(?)이 또 도진 듯 싶은데, 잠시 커피 기구에 대한 욕심은 내려놓고 커피 자체를 즐겨야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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