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생두를 핑계삼아 다니는 여행
지난 6월에 샀던 생두 1.5kg이 똑 떨어졌습니다.
3달이 채 못되어 다 먹은걸 보니 어지간히 빨리 먹었네요.
떨어진 생두도 살 겸, 여름내내 떠나지 못했던 휴가도 떠날 겸, 안목항 산토리니를 다시 다녀왔습니다(사실 2주전에 다녀온 곳인데 뒤늦게 올리는 포스팅입니다).
우리가 갔던 8월 중순의 안목항은 해수욕하기 무척 좋은 날이었습니다.
물에 몸을 담그는걸 그다지 좋아하는 편이 아니라(전생에 고양이였나?) 바다 구경만 했지만, 그래도 피서 기분을 내기엔 충분했습니다.
해수욕장에서 200m쯤 떨어진 곳에 산책로가 보이는군요. 비상시 해일 대피소라는데, 소나무가 우거진 길이 괜찮아 보여 올라가 봅니다.
그리 높지 않은 돌 계단을 올라가보면
이렇게 소나무가 무성한 데크가 나타납니다. 소나무의 도시 강릉이란 이름에 걸맞게 소나무가 참 많습니다.
전망대에서 내려다보는 안목항의 풍경도 괜찮습니다.
파란 지붕의 커피 전문점, 산토리니
지금은 강릉항이라 이름을 바꾼 안목항 커피 거리에는 수많은 커피전문점이 있습니다.
프렌차이즈 커피전문점부터 자체 브랜드로 운영되는 커피전문점까지, 그야말로 다양합니다.
안목항 입구에 자리잡은 산토리니 건물은 포카리스웨트 CF에서 보던 것 같은, 지중해풍의 색상이 단연 눈길을 끕니다.
옆으로 돌아가는 길은 이렇습니다.
1층으로 들어가면 펼쳐지는 풍경, 역시나 지중해풍의 바다색과 커피 원두색, 깨끗한 흰색이 시원한 느낌을 줍니다.
지난 번 생두를 사러왔을 때, 사장님은 여기서 핸드드립에 열중이었는데, 이번에도 역시나 여러 잔의 커피를 내리고 있었습니다.
한 번 생두를 사간 곳이긴 하지만, 생두 판매를 전문으로 하는 곳이 아닌데다, 가뜩이나 드립 커피에 바쁜데 귀찮은 내색이면 어쩌나 싶었지만 옆의 마눌님만 믿고 꿋꿋이 생두사러 왔다고 하자, 여전히 반갑게 맞아주시는군요.
생두 보관실은 3층에 있습니다. 2층을 지나서...
생두 보관실에 도착했고 그야말로 다양한 생두가 쌓여 있습니다.
로스팅 초보인지라 생두 추천해달라는 요청에 생두 종류별로 맛과 특징에 대해 설명이 시작됩니다.
생두를 열어 보여주며 특징을 설명하는데, 반은 알아듣고 반은 못 알아듣는 얘기지만, 놓치지 않으려고 열심히 귀를 기울이고 있습니다.
나중에 알고보니, 왼쪽 로스터가 꽤 유명한 제품이라는..*,.*;;
이번에는 콜럼비아 수프리모 Garzon 스페셜티 1kg, 예가체프 G1 Kokerre 500g, 브라질 Dried on tree 스페셜티 500g, 총 2kg의 생두를 사왔습니다.
지퍼팩에 담아온 상태 그대로 찍느라 사진이 별로네요.
사진보다는 생두의 신선함을 유지하는게 먼저라^^;;
새로 사온 생두!
그런데 사장님과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다 생두 사러 200km 좀 넘게 달려왔다는 얘기를 하자 샘플로 보관중인 생두들을 계속 챙겨줍니다.
사실 구매한 생두 가격도 무척 저렴한 터라 한 봉지 정도만 덤으로 받아도 좋았을 텐데, 2kg은 족히 될 법한 생두를 덤으로 챙겨주시네요.
생두만 살 목적으로만 안목항에 달려 온 것은 아니었지만, 목적지를 안목항으로 정하는데 생두의 역할이 컸던 것은 사실이기에 훈훈한 마음으로 받아들고 나왔습니다!
덤으로 받은 생두들 *,.*;;
덧 : 굳이 생두를 로스팅하여 내려먹는 이유
커피를 집에서 로스팅 해서 먹는다고 하면 사람들의 반응은 두가지 입니다.
'멋있다' VS '뭘 그렇게 번거롭게'
저도 친구가 생두 로스팅하는 모습을 보고 '멋있다'고 느꼈고, 그래서 따라하기 시작했는데요, 이렇게 로스팅을 시작한지 일 년 남짓 되고 재미를 붙이다보니 신선한 커피를, 내 방식대로, 무척 저렴하게 마실 수 있다는 부수적인 장점들이 보입니다.
- 시중에서 판매되는 분쇄된 원두 커피는 로스팅하고 분쇄한지 1주~몇 달까지, 오래된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로스팅한 원두가 가장 맛있고 영양이 좋을 때가 3~7일 정도라고 하고 그 이상되면 공기와 습기를 만나 산폐한다고 하죠.
때문에 원두커피는 조금씩 사서 빨리 먹어야 한다고 하는데, 생두는 필요한 양만큼 로스팅하여 그때그때 먹을 수 있어 무척 신선합니다. - 생두 선택도 마음대로, 로스팅할 때도 볶는 정도를 마음대로 조절하여 맛을 비교하는 즐거움도 쏠쏠합니다.
물론 커피 한모금 맛보고 아! 이 커피는 콜롬비아의 신선한 아침 이슬을 머금은 맑은 맛이군! 이란 평가를 내릴 정도는 아니지만, 로스팅 정도와 생두의 종류에 따른 차이를 알아가는 즐거움도 쏠쏠합니다. - 그리고, 저렴합니다. 커피숍에서 커피 한잔 마시는 것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 마트에서 갈아놓은 원두나 갈지 않은 홀빈을 구매하는 것보다도 훨씬 저렴합니다.
- 마지막으로 재미있습니다. 로스팅하고, 원두를 드륵드륵 갈고, 커피빵을 만들며 드립하는게 꽤 쏠쏠한 재미가 있습니다. 커피와 관련된 책도 읽어가며 새로운 분야를 알아가는 것도 재미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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