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고양이 구조 후 1년. 고양이와 함께 보낸 1년간의 사진 기록

17년 7월 26일, 날씨 : 아침부터 불볕

제 블로그에서 고양이 뚜기를 처음 만난 날 아침 풍경은 이미 설명한 바 있지만, 지금 생각해도 묘한 인연인 듯 싶습니다.


거리로 따지면 50m 쯤은 족히 될 것 같은 아파트 재활용장 뒤쪽 펜스에서 450g이 채 안되는 쬐그만 고양이의 울음소리가 아파트 8층까지 들렸던 것이 첫번째 입니다.


점심시간 쯤 되어 나가봤을 때는 고양이가 보이질 않았고, 설령 보였다 하더라도 근처에 어미가 있을지 모른다 싶어 일단 자리를 피했는데, 오후 늦게까지 가늘고 여운이 긴 고양이의 울음소리가 들렸던 것이 두 번째입니다.


펜스 뒤편은 발 디딜 곳이 적은, 돌로 쌓은 난간이라 저 녀석을 어떻게 구조해야 싶었는데 다행히 반대쪽 밭으로 지나가던 주민분께 부탁해 휙 넘겨 받았습니다.

길고양이 구조2017년7월26일, 고양이 구조


집으로 데려온 날 저녁, 급히 사료와 습식캔, 모래를 사왔고 배고프고 목말랐던 녀석은 밥과 물을 참 야무지게 먹었습니다.

하루종일 굶다가 배가 부르니 좀 졸린 듯 싶었지만, 여전히 뭔가 불안하고 경계가 풀리지 않는지 졸다깨다를 반복했습니다.

2017/07/27 - 땡볕에 오도가도 못하는 아기 고양이 구출, 긴박했지만 나름 고심했던, 고양이 구출기

고양이 구조 첫 날2017년7월27일, 새벽


새벽에 또 울음소리가 들려 습식캔을 좀 더 까줬는데, 막상 아침에 일어나니 녀석이 어디론가 사라지고 없더군요.

소파 밑, 스피커 뒤쪽, 화장실 등등 갈만한 곳을 샅샅이 뒤진 끝에, 부엌의 쌀독 뚜껑에서 자고 있는 녀석을 발견했습니다.

고양이 첫 날 은신처2017년7월27일, 아침

450g짜리 털뭉치 녀석

밥그릇 할만한 것도 준비되어 있지 않은터라, 요플레 그릇에 건사료와 물을 담아주고 페트병을 잘라 습식 사료를 담아주었습니다.

아기고양이 밥그릇 물그릇2017년7월27일

요플레 그릇만한 털뭉치 녀석은 물도 밥도 야무지게 먹었습니다.


고양이 뚜기는 화장실 사용법을 배우지 못한 상태였고, 처음 며칠 동안은 여기저기 구석에 실례를 했습니다.

실례한 장소를 화장실로 인식하지 않도록 깨끗이, 박박 닦아주라는 이웃 집사님의 조언에 따라 걸레와 물티슈, 탈취제를 손에 들고 다니던 때이기도 했습니다.

아기 고양이 화장실2017년7월30일

그렇게 3~4일 쯤 따라 다니며 화장실 훈련을 시킨(?) 끝에 드디어 녀석은 화장실 사용법을 익혔습니다.

가족이 된 고양이 뚜기

며칠을 고민한 끝에, 아기고양이는 가족이 되었고 '뚜기'라는 이름을 얻었습니다.

2017/07/31 - 땡볕에 버려진 아기고양이 구조 후, 허둥지둥 돌보며 고민 끝에 초보 집사가 되다


그리고 원래부터 집의 일원이었던 것 처럼, 커피나무의 그늘 밑을 열심히 돌아다녔습니다.

아기 고양이 실내 화분2017년8월1일


고양이가 배를 보이고 자는 것은, 몸과 마음이 편안하고 집사를 신뢰할 때라고 하던데 아마도 저희 집에 온 이틑날 저녁부터 이렇게 배를 발라당하고 잠에 빠졌던 것 같습니다.

아기 고양이 잠자는 모습2017년8월15일


뚜기를 가족으로 맞아들이기로 결심했던 다음날엔가, 재활용장에 쓸만한 캣타워가 버려져 있더군요.


뚜기를 입양하기로 한 딱 다음날, 그것도 저희 동의 재활용장도 아닌곳이라 생전 갈 일도 없었는데, 멀쩡한 캣타워를 그 곳에서 주워온 것도 대단히 묘한 인연인 듯 싶습니다.

2017/08/17 - 주워 온 캣타워 리폼 과정. 캣타워의 청소, 소독과 삼줄 스크래처 및 쿠션 교체

캣타워 리폼2017년8월19일

깔끔하게 리폼해 놓은 캣타워가 꽤 맘에 들었는지, 키보다 훨씬 높은 층까지 오르락 내리락합니다.


구조한 지 한 달쯤 지나, 처음의 꼬질꼬질했던 모습을 벗고 매끈한 아기 고양이가 되었습니다.

고양이 햇볕 광합성2017년8월25일


건사료와 습식사료를 자율배식한지 오래되다 보니 요즘은 캔을 따줘도 심드렁하고 맘내킬때 가서 먹곤 하는데, 밥을 준비할 때부터 목을 빼고 기다리던 시절도 있었네요.

아기 고양이 사료 급식2017년9월7일


땡볕이 내리쬐던 여름에 구조한 뒤로, 어느새 11월 말, 첫 눈이 내렸고 뚜기는 따뜻한 집안에서 눈내리는 풍경을 한참동안 구경했습니다.

고양이 창밖 구경2017년11월24일


11월 말, 심사숙고한 끝에 중성화수술을 마쳤습니다.

수술은 잘 끝났지만 넥카라에 대한 거부감이 발작을 할 정도로 강해, 결국 넥카라대신 환묘복을 만들어 입혔습니다.

2017/11/29 - 레깅스로 고양이 환묘복 만드는 방법. 넥카라 거부하는 고양이에게 급히 만든 환묘복

고양이 넥카라2017년11월27일


처음에는 다이소 네트망을 현관 중문 대용으로 설치했고, 효과가 나름 좋았지만 뚜기의 키와 덩치가 커지면서 네트망을 오르내리는 묘기를 선보이기도 했습니다.

2017/10/30 - 다이소 네트망으로 저렴한 방묘문 만들기. 네트망을 튼튼하게 연결하는 요령

고양이 다이소 네트망


고양이 집사라면 캣그라스 키우는 일을 한 번쯤은 해볼텐데요, 처음에는 캣그라스를 잘게 잘라 습식사료에 섞어 주었지만, 나중에는 캣그라스 화분에서 직접 뜯어 먹기도 했습니다.

2018/02/01 - 고양이에게 캣그라스 화분 선물하고 먹이기. 간단히 만들어 본 캣그라스 화분

고양이 캣그라스2018년1월31일


제 고양이는 아깽이때부터 왕복 600km에 가까운 주문진 본가와 방학동 처가 등 장거리 여행을 참 많이 했습니다.

희안하게 이동가방에 넣고 차를 타면 15분 이내에 잠에 빠져들어 목적지에 도착할 때까지 깨지 않고 단잠을 자더군요.

2018/02/12 - 부안 헤이데이 펜션에서 2박3일 스파여행. 창너머 바다 구경하며 스파만 즐긴 여행

고양이 장거리 여행2018년2월9일

오히려 훌쩍 커버린 요즘에는 장거리 여행이 스트레스가 될 것 같아 집에 두고 있는데, 뚜기는 잘 견디지만 집사의 마음이 심약한 듯 싶습니다.


따뜻한 곳을 좋아하는 것인지, 집사가 아침마다 건드리는 물건에 흥미가 있는 것인지, 모닝 커피를 내릴 때마다 커피머신 위에 자리를 잡고 앉아 있습니다.

고양이 따뜻한 장소2018년2월20일


다른 고양이들이 다 한다는 화장실 스토킹을 마다하지 않는 뚜기입니다.

고양이 집사 화장실

고양이와 함께 맞는 아침

아깽이 때부터 캣타워가 아닌 침대위로 올라와 잠들곤 했던 녀석은, 특이하게도 사람 발밑, 혹은 다리 사이에 자리를 잡고 잠을 잡니다.


덕분에 이불을 맘대로 들썩이지 못하고 다리를 O자로 펼친 상태로 있다보니 아침이면 다리가 저리긴 하지만 아침마다 사진을 찍을 수 있다는 것은 또 다른 재미입니다.

고양이 침대 잠자기


소파 양 옆에 세워두었던 홈시어터 스피커는 뚜기가 들어오면서 일찌감치 스피커로서의 역할을 상실했습니다.

고양이 캣타워 스피커2018년7월27일

훌쩍 점프해서 스피커 위쪽으로 올라가다보니, 세워 두었던 스피커를 눕히고 스피커망이 보이지 않도록 벽을 향해 두고 있는데, 요즘은 저 스피커가 캣타워 이상의 휴식 장소가 되고 있습니다.


뚜기 입양 직후 급히 주문했던 스크래처는 1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매트겸 스크래처의 역할을 하는 중입니다.

가끔 새 스크래처를 사줄까 싶기도 하지만, 먼지만 털어주면 깨끗한 상태라 스크래처 구입은 좀 더 미뤄질 듯 싶습니다.

고양이 스크래처 수명2018년7월28일


올해는 백몇십년만의 무더위라고 하는데, 덕분에 제 방에도 이동식 에어컨을 설치했습니다.

고양이 이동식 에어컨 무더위2018년7월30일

원래 위험한 물건(?)이 많은 제 방에 고양이가 들어오지 못하도록 셀프감금 생활을 하느라 이동식 에어컨을 설치했던 것인데 어쩌다보니 제 방문을 열고 에어컨 바람을 공유하는 중입니다.


이동식 에어컨을 설치해야 했던 원래의 목적은 잊은 채, 고양이를 제 방에 들여 놓고 제 일을 하는데, 갑자기 조용하다 싶어 뒤를 돌아보니 타일로 리폼한 테이블 위에 몸을 쭉~ 펴고 있네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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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테이블 타일2018년7월30일

타일을 노출한 테이블은 예쁘지만, 물기 있는 것을 올려 놓기가 조심스러워 에폭시를 씌워 다시 리폼하려고 했는데 고양이 뚜기가 시원한 타일을 즐기는 듯 싶어 에폭시 씌우는 작업은 이미 물건너 간 듯 싶습니다.


그렇게 어느새 고양이 뚜기를 식구로 맞이한 지 1년이 훌쩍 넘었고, 주먹만한 솜뭉치는 길쭉하고 날씬한 어른 고양이가 되었습니다.

고양이 뚜기와 함께 한 1년동안 이런저런 우여곡절들이 있었지만, 이 녀석이 우리에게 온 첫 날 부터 묘~한 인연의 연속이자, 행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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