땡볕에 버려진 아기고양이, 그 후
며칠 전 아파트 화단 펜스 바깥에 박스채 버려진, 높이 차이로 인해 꼼짝달싹할 수 없는 난간석에서 아침부터 저녁까지 울고 있던 아기 고양이를 구출했습니다.
고양이를 좋아하고, 캠핑을 나가면 캠핑장 길고양이에게 먹이를 주곤 했지만 실제 길러 본 적은 없었기에 구조 당일에 마트로 가서 캔과 사료, 모래만 급히 사서 보호 중이었습니다.
처음 구출해 온 날, 이웃 블로거께 카톡으로 일일이 조언을 받아가며 물과 캔을 먹이고 잠을 재웠습니다.
물도 음식도 전혀 없는 땡볕 아래서 하루종일 울던 녀석이기에 탈진을 염려했는데, 원래 건강한 녀석이었는지 물과 음식을 잘 먹었고 다음날 부터는 저만 졸졸 따라다니더군요.
의자위에 앉아 있으니 의자 밑으로 와서 웅크리고 자는 통에 의자도 마음대로 움직이지 못했지만, 그래도 시간이 지날수록 안정을 찾는 것 같아 다행이었습니다.
아기 고양이들은 대부분 사람들을 잘 따른다고 하지만 이 녀석은 유독 사람 옆을 파고드는 개냥이더군요.
소파에 누워 TV를 볼라치면 발 끝으로 와서 자리를 잡곤 했는데, 잠잘때도 베게 옆이나 옆구리로 파고 들어 잠들곤 합니다.
아기 고양이들은 먹고 싸고 자고 뽈뽈거리며 뛰어다니는 것을 반복한다더니 이 녀석도 그랬습니다.
첫 날에는 엄두를 내지 못하던 스툴로 점프해서 매달려 올라가더니 그 위에 올려진 좌식의자를 차지하고 앉았습니다.
천 재질로 된 좌식의자가 무척 마음에 들었던지 바닥에 내려 놓건 스툴위에 올려 놓건 아기 고양이가 즐겨 찾는 자리가 되었습니다.
아기 고양이를 데려 온 이튿날 까지 똥오줌을 가리지 못해서 걱정이 컸습니다.
이웃 블로거께서는 저 녀석이 모래를 처음 써보는 것 같다고, 곧 모래 화장실 쓰는 법을 익힐 것 같다면서도 아무데나 싸는 횟수가 한 두번 늘 때마다 같이 걱정을 해주었습니다.
냄새 나는 줄도 모르고 바라보던 모래 화장실
향이 있는 고양이 모래때문에 모래 화장실을 쓰지 않는 것 같다는 조언에 따라, 마트에 가서 무향 고양이 모래를 사서 새 박스에 넣어 주었더니 거짓말처럼 모래 화장실을 애용하더군요.
딱 사흘이지만 안보이는 구석에 싸 놓은게 아닌가 싶어 외출하고 돌아와 구석구석 살피곤 했는데, 모래 화장실 사용을 익힌 것 만으로도 한결 마음이 가벼워졌습니다.
먹고 싸고 뛰고 자는 것 모두 문제 없었지만 구조 당시 부터 한 쪽 눈이 살짝 붓고 눈꼽이 계속 나더군요.
이튿 날 저녁, 동물 병원에 데려가 검진을 받아보니 다행히 심한 눈병은 아니었고 간단한 안약 처방만 받아왔습니다.
태어난 지 50일쯤 되었으며, 뼈가 만져질 정도로 마른 상태니 잘 먹이라는 조언을 듣고 귀청소와 구충제를 복용시켰습니다.
그나저나 실내에서 안정을 취하던 이 녀석, 동물병원에 데려가려고 박스에 담는 순간부터 기를 쓰고 울어대더군요.
박스에 담겨 버려진 트라우마가 있나 싶을 정도로 심하게 울던 녀석인데 집에 돌아와 바닥에 내려 놓는 순간 언제 그랬냐는 듯 조용해졌습니다.
3일간 고민 후, 입양 결정
커피나무 잎 아래서 노는 것을 좋아하는 이 녀석을 보면서 고민이었습니다.
고양이를 워낙 좋아하지만 내가 끝까지 책임 질 수 있을까 하는 생각, 구조 당일 저녁 같은 동의 고양이 집사님이 입양 하겠다는 소식이 다행이다 싶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아쉬운 마음이었습니다.
여느 고양이처럼 비닐봉지와 종이봉지를 좋아하고 우다다다 뛰어다니는 모습도 귀엽고
뒤집어진채 잠에 빠진 모습은 더 귀여운 아기고양이지만, 과연 이 녀석을 끝까지 함께할 수 있을지, 책임질 수 없다면 얼른 입양 보내야하는게 아닌가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그렇게 고민하던 제게 마눌님께서는 저렇게 귀여운 아기 고양이를 어디 보내냐며, 우리가 키우자고 합니다.
사실 이 녀석을 처음 구조할 때도 마눌님께서 한치의 망설임 없이, 살겠다고 울어대는 녀석 구해오라고 한 덕분이었는데, 마눌님께서 적극적으로 입양 의사를 밝힌 덕에 저도 용기를 얻었습니다.
이 아기 고양이의 이름을 뭘로 정할까, 머리를 맞댄 끝에 '뚜기'로 정했습니다.
폴짝폴짝 뛰는게 (메)뚜기 같고, 제가 (오)뚜기 라면을 좋아하고, (캣)뚜기 등등 여러 별명을 만들어 붙여도 어색하지 않은 이름입니다ㅎㅎ
입양을 결정한 날, 마트로 다시 나가 고양이 용품들을 살펴보고
캔 몇 개와 고양이 장난감을 사왔는데, 이 똥고발랄한 캣유딩 녀석은 장난감에 환장하고 노는군요ㅎㅎ
입양을 결정한 만큼, 인터넷 쇼핑몰에서 필요한 용품들도 질렀고
자꾸 가죽소파를 긁어대는 통에 다이소에서 급히 박스 스크래처를 사다주었는데, 스크래처가 아닌 침대로 쓰는 것은 함정입니다.
그렇게 뚜기라는 이름의 작은 고양이는 저희 가족이 되었습니다.
내 인생에 훅 들어온 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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