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뚜기 입양 3주차
7월말의 땡볕에 버려진 아기고양이를 구조한지 3주 남짓 지났습니다.
그동안 이 아기고양이에게는 '뚜기'라는 이름이 붙었고, 가족이 되었습니다.
처음 구조했을 때는 눈꼽이 많이 끼어 꾀죄죄한데다 몸무게가 540g에 불과했는데, 3주 지난 현재 얼굴이 반지르르해졌고 몸무게가 980g이 되었습니다.
오뎅꼬치에 마구 달려들고 페트병 뚜껑 축구를 여전히 즐기는 등 이런저런 장난감을 잘 가지고 노는데, 요즘에는 특히 비닐봉지에 환장하고 달려드는군요.
뚜기를 입양하기로 한 다음 날, 재활용 쓰레기를 버리러 나갔다가 캣타워를 발견했습니다.
사실 목공 DIY를 즐기던터라, 뚜기에게 근사한 원목 캣타워를 만들어줘야겠다고 생각 중이었는데 이게 또 무슨 인연인지 멀쩡하게 생긴 캣타워가 버려져 있더군요.
뜨거운 햇볕을 한껏 받으며 입에 단내가 날 정도로 낑낑대고 캣타워를 들고왔습니다.
다만 멀쩡해 보이는 캣타워지만 소독과 청소를 한 뒤에 사용해야겠다 싶어 일단 제 방 화장실에 집어 넣었습니다.
주워 온 캣타워 리폼 - 분해 청소
캣타워를 주워 온지 시간이 좀 지났지만, 여러모로 바빠 손을 대지 못하다가 어제부터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일단 소독을 해야하는데, 집에 있던 알콜(무수에탄올 99.9%)를 분무기로 뿜었습니다.
화장실 환풍기를 켠 상태에서 스프레이를 뿌렸는데도, 에탄올을 분무기로 뿌리니 알콜 냄새에 숨이 턱턱 막히더군요.
알콜을 뿌린 뒤 화장실 문을 닫고 환풍기를 틀어 두어시간 알콜을 날렸습니다.
캣타워를 집에 가져 오던 날, 방석 중 분리가 되는 것들을 떼어내 세탁기에 돌려 햇볕에 깨끗이 말려둔 상태였습니다.
그리고 캣타워의 분해를 시작했습니다.
캣타워는 육각볼트가 끼워져 있었는데, 이 육각볼트에 맞는 육각렌치가 없어서 일자 드라이버를 이용해 풀었습니다.
삼줄이 감겨 있던 기둥들도 모두 떼어냈고
이렇게 캣타워를 모두 분해한 뒤, 바구니 안팎을 솔과 진공청소기를 이용해 다시 한 번 청소했습니다.
캣타워 리폼 - 삼줄 대신 면줄 감기
주워 온 캣타워의 기둥에는 삼줄이 감겨져 있었습니다.
삼줄이 많이 헤져 있고, 여기저기 끊긴 곳도 있는 걸 보면 캣타워의 전 주인은 스크래처를 꽤 열심히 사용한 듯 합니다.
삼줄을 만질 때마다 가루가 떨어지기도 했는데, 이웃 집사님의 조언에 따라 면줄을 감기로 했습니다.
삼줄의 시작과 끝부분 여러 곳에 타카로 고정되어 있어 타카를 일일이 빼내고
기둥을 돌려가며 삼줄을 풀어냈습니다.
삼줄을 감기 전 기둥에 접착제를 칠했는지, 두꺼운 지관(종이 기둥)에는 접착제가 스며든 흔적이 있습니다.
얼마 전 거실 테이블 다리에 면줄을 감아 스크래처를 만들어 보니, 제 고양이는 아직 스크래처를 이용하기 보다는 삐져나온 면줄 조각을 가지고 노는 것을 즐기더군요.
2017/08/03 - 거실 탁자 기둥을 이용한 고양이 스크래처. 나무 기둥에 면줄 감아 만든 스크래처
덕분에 이번 스크레처는 주렁주렁 면줄 조각을 빼놓기로 하고 시작 지점에 따로 잘라낸 면줄을 끼운 상태로 줄을 감았습니다.
이렇게 면줄을 끼워 밖으로 뺀 상태로 줄을 감아 면줄 조각을 밖으로 빼 두었고, 기둥에 면줄을 감다보니 나름 요령이 생겨 다양한 방법으로 면줄 조각을 빼 놓았습니다.
굴곡 없는 일자 원기둥에 면줄을 감는 것은 무척 쉬운 일인데, 몇 개 만들면서 터득한 요령은 별도의 포스팅에서 살펴볼까 합니다.
캣타워 리폼 - 접착제로 붙여진 섬유 제거
캣타워의 쿠션 중 분리가 되는 것은 세탁기에 돌렸지만, 일부 쿠션은 아예 나무 판자에 접착된 상태였습니다.
당연히 이 쿠션은 세탁을 할 수 없는 상태이다보니, 쿰쿰한 냄새가 나기도 하고 좀 찝찝해서 완전히 벗겨내고 새 쿠션을 씌우기로 했습니다.
일단 쿠션 바닥의 나사를 모두 풀고
커터칼을 이용해 뒷면 모서리부터 쿠션을 뜯어냈습니다.
쿠션 전체에 접착제를 발라 붙여진 상태였고, 시간이 오래되어 떼어내기가 쉽지 않더군요.
가로세로 60cm 남짓한 MDF 바닥판의 쿠션은 그나마 떼어내기가 쉬웠습니다.
접착제로 붙였던 쿠션을 떼어냈지만, 판자에 달라붙은 섬유조각들을 완전히 떼어내는 것은 불가능했습니다.
섬유조각들을 그대로 둔 상태로 다른 쿠션을 덮기보다는 뭔가 한 번 가려주는게 좋을 것 같아 골판지를 잘라 글루건으로 붙였습니다.
이름하여 골판지 쿠션
이 중으로 된 두꺼운 골판지를 글루건으로 붙여 놓으니 꽤 두툼해졌네요.
지저분한 섬유 조각도 가려주고 쿠션의 역할까지 합니다.
이렇게 쿠션을 벗겨낸 판자에 글루건으로 골판지를 모두 붙였습니다.
캣타워 리폼 - 수면바지 쿠션 씌우기
이제 떼어낸 쿠션을 대신 할 뭔가를 바를 차례입니다.
보들보들한 극세사류의 천을 발랐으면 좋겠다 싶었는데, 마침 오래된 수면바지(폴리에스테르)가 눈에 띄었습니다.
바지 통을 잘라내 펼쳐보니 마침 쿠션으로 씌우기에 적당한 사이즈였습니다.
판자 모양에 대충 맞춰 천을 잘라낸 뒤 뒷면 모서리 부분을 글루건으로 붙였습니다.
나무 판자인데다 섬유조각이 지저분하게 붙어 있어 양면 테이프같은 것은 전혀 붙어있질 않지만, 글루건은 이렇게 거친 표면에 단단히 잘 붙습니다.
모서리에 꼼꼼히 글루건을 쏘고 쿠션을 붙였습니다.
그리고 칼로 잘라내느라 지저분한 모서리 부분은 라이터를 이용해 살짝 그을려 주었습니다.
바닥판도 수면바지로 감았으면 좋겠다 싶었지만, 사이즈가 맞지 않더군요.
결국 몇 년간의 캠핑에 따라다니며 너덜너덜해진 누빔패드를 잘라 같은 방법으로 붙였습니다.
캣타워 리폼 - 캣타워 재조립
캣타워 기둥에 묶여 있던 삼줄 풀기, 면줄 감기 작업이나 접착제로 붙어 있던 쿠션을 벗겨내는 일련의 작업은 먼지가 많이 발생하는 작업입니다.
나는 마스크를 쓰고 작업하니 별 상관없지만, 문을 열어 놓으니 자꾸 고양이 뚜기가 들어와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통에 아예 문을 꼭 닫고 작업해야 했습니다.
어쨌든 먼지나는 작업은 다 끝났고, 준비된 재료를 거실로 빼 놓으니 뚜기가 이리저리 관심을 보입니다.
누빔패드는 캠핑에 따라 다녀서인지 숯불 냄새가 배어 세탁을 했습니다.
고양이 뚜기는 섬유유연제 류의 냄새에 꽤 민감한 터라 세탁한 누빔 패드를 피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의외로 위에 올라가 열심히 긁어대더군요.
준비된 바닥판에 1층 기둥을 세우고 육각 나사를 조이는 것으로 캣타워 조립을 시작합니다.
한 층씩 쌓아 올리며 바구니도 고정했고
수면바지를 덧 씌운 바닥판도 원래대로 고정했습니다.
틀은 멀쩡했지만, 때 타고 지저분했던 캣타워는 이렇게 면줄과 수면 바지로 리폼을 완료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조립을 끝내고 보니, 1층과 2층 높이가 너무 차이나는 상황, 아직 아깽이인 뚜기가 이용하기에는 적당하지 않은 듯 싶었습니다.
잠시 생각한 끝에 조립이 끝난 캣타워를 다시 풀고 기둥 조립 순서와 방향을 바꿔 높이 변동을 최대한 완만하게 바꿨습니다.
가족이 입던 수면 바지로 쿠션을 만든게 마음에 들었던지 뚜기는 캣타워 1층과 2층을 오르락 내리락하면서 탐색전을 벌입니다.
스크래처 밖으로 빼놓은 면줄을 길게 잡아 빼서 가지고 노는 것을 보니, 여러가지로 생각해가며 면줄을 감아준 보람이 있네요ㅎㅎ
많은 고양이들이 캣타워를 만들어줘도 박스에만 들어가 있는다던데, 제 고양이 뚜기는 낯선 캣타워에 거부감 없이 잘 적응하는 듯 합니다.
아직 높은 층을 오르내리기에는 몸집이 너무 작지만, 곧 덩치가 크면 위쪽 동네도 잘 이용할 듯 싶습니다.
원래 계획했던 원목 캣타워는 아니지만, 면줄 구입 비용만 들여 나름 근사한 캣타워를 뚜기에게 선물할 수 있어 기분이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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