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딱한 도자기 화분, 분갈이 난관에 봉착하다
지난해 6월에 커피콩에서 싹이 난 후, 약 6개월 동안은 성장세가 상당히 둔했습니다.
제 블로그에서 커피콩이 자라는 과정을 꾸준히 보셨던 분이라면 기억하시겠지만, 처음 커피콩을 심었던 500ml 페트 병에 너무 오랫동안 머무르면서 흙의 상태가 그다지 좋지 않았고 성장도 느렸던 것이죠.
그러다가 올해초, 1.6리터 페트병으로 분갈이를 한 후, 그간 보여주지 않았던 폭풍 성장이 시작되었고, 급기야 1.6리터 페트병도 비좁아보여 좀 더 큰 화분으로 옮긴 것이 불과 한달 전이었습니다.
1.6리터 페트병에서 좀 더 큰 화분으로 옮긴 후, 역시 커피 나무 잎은 더 크고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페트병에서 자랄 때는 잎이 파란색 화살표 정도의 사이즈였지만 화분을 옮긴 후로 더 넓고 큼직한 잎(노란색 화살표)이 쑥쑥 올라오는군요.
마우스를 바꿨더니 컴퓨터가 빨라졌어요(X) 화분을 바꿨더니 식물이 더 잘 자라요(O)
커피 나무 줄기 역시 목질화 되었다가 갈라져 떨어지고 다시 목질화 되면서 조금씩 굵어지는 중입니다.
처음 목질화 되었던 부분이 갈라진 것을 발견했을때는 뭔가 탈이 난게 아닌가 싶었는데, 줄기가 옆으로 굵어지는 자연스러운 과정이라고 하더군요.
커피나무 잎은 빛을 꽤 좋아합니다. 아파트 베란다에서 키우느라 해가 드는 시간이 아침부터 오후 2시 정도까지인데, 하루나 이틀 정도 두면 이렇게 줄기와 잎이 해를 향해 기울어집니다.
커피나무도 대단한 햇볕 바라기
해를 좋아한다는 생각이 들어 좀 더 센 빛으로 일광욕을 시켜주면 어떨까?
며칠 동안 베란다 창문까지 열어버리고 생 햇볕을 쬐어줬더니 볕에 잎이 타들어가는 탈이 생기기도 했습니다.
지나친 직사광선은 커피나무에 좋지 않다ㅠㅠ
커피 나무를 대량으로 키우는 커피 재배지에서는 직접 햇볕을 쬐지 않도록 커피 나무를 재배하는 곳에 키 큰 나무를 심어 그늘을 만들어준다는 얘기를 익히 알고 있었으면서도, 거기는 적도 근처고 여기는 베란다니까 좀 더 볕을 쬐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실험해봤는데, 역시 '적당한 그늘이 좋다'는 결론을 얻었습니다.
도자기 화분이 비좁아 보이는 커피 나무, 분갈이 할까 말까?
처음 커피콩 여섯알을 심을 때, 인터넷에 올라와 있는 잘못된 정보 덕분에 커피콩의 딱딱한 껍질(파치먼트)를 죄다 벗겨내고 커피콩 알맹이를 물에 불린 후 심었습니다.
파치먼트를 깨뜨리지 말고 그대로 심는게 정석이라는 걸 나중에야 알았고 남아 있던 두 알의 커피콩만 파치먼트째 심었습니다.
2012/06/14 - 콩 심은데 콩 날까? 커피 콩 심다!
다행히 여덟알의 커피콩 중 여섯알이 싹을 틔웠고, 파치먼트 째 심은 두 녀석이 제일 튼튼하고 키도 크게 자랐습니다.
현재 첫 번째 분갈이 당시 제일 컸던 도자기 화분에 심은 녀석들입니다.
이미 커피나무의 키나 너비는 도자기 화분을 훌쩍 넘어버린지 오래입니다.
어설프게 분갈이 하다가 몸살을 앓게 하느니 좀 더 여기서 키울까 생각도 해봤지만, 하루하루 잎이 자라고 키가 크는데 더 이상 놔두면 안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요, 나 얻어온 화분 맞아요ㅠㅠ
그러다가 커피나무 화분을 들어 배수 구멍을 보니 잔뿌리가 삐져나와 있었습니다.
이걸 보고나니 더 이상 안되겠다 싶네요. 분갈이를 하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삐져나온 잔뿌리는 얼마 못가 말라버린다
커피나무를 옮겨심을 대형 화분과 흙을 준비
얼마전 킹벤자민을 옮겨심을 대형 화분을 인터넷으로 알아보다가 배송료가 더 나오는 상황에 당황했던 적이 있는데요, 다행히 집 근처 화원에서 40cm짜리 도자기 화분을 만원에 득템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2013/05/13 - 기운없는 4살 킹벤자민의 분갈이, 열어봤더니 역시나..
근처에 중고 화분을 저렴하게 판매하는 화원이 있는게 천만 다행
이번에도 같은 화원으로 가서 중고 화분 하나와 새 화분, 그리고 바퀴달린 화분 받침대를 사왔습니다.
바퀴달린 화분 받침대의 가격이 중고 화분 가격보다 더 비쌌지만 큰 화분에는 반드시 있어야할 필수품입니다.
흙을 담고 식물을 심으면 화분이 엄청나게 무거워져 움직이기 힘들어지기 때문이죠.
분갈이 흙과 화분 바닥에 깔 바크(건조된 나무조각)는 인터넷으로 주문했습니다.
화분이 큰 만큼 35리터짜리 혼합토 두 봉지를 주문했습니다.
도자기 화분 커피나무 분갈이, 잔뿌리의 손상을 줄이는게 관건
분갈이를 몇 번 해보니 혼자서 하기는 여러모로 손이 모자라더군요.
특히 블로그에 올릴 사진까지 찍어야 하는 상황이다 보니 마눌님과 둘이 작업을 할 수 있는 날이 되기까지, 그리고 커피나무가 심겨진 흙의 물이 마르기까지 며칠을 기다려야 했습니다.
일단 화분의 배수 구멍을 망으로 막아줍니다.
바크를 화분 깊이의 1/4을 조금 넘고 1/3은 못되게 채웠습니다.
바크는 물빠짐을 좋게하고 화분의 무게를 줄일 목적으로 애용하고 있는데, 일반 화원에서는 대부분 여기를 스티로폼으로 잔뜩 채우곤 하더군요.
바크 위에 흙을 적당히 채웁니다.
이 단계에서는 원래 화분을 들어다 새 화분에 넣어보고 높이가 딱 맞을 정도의 높이만 흙으로 채우면 됩니다.
자, 이제 가장 큰 난관에 봉착했습니다.
도자기 화분에 단단하게 자리잡고 있는 커피나무를 흙덩이째 빼내야 하는데, 이게 생각처럼 만만한 일이 아닙니다.
지난번 1.6리터 페트병에 심었던 커피콩들은 페트병을 칼로 잘라내서 흙덩이만 쏙 뽑아낼 수 있었지만, 도자기 화분은 깨뜨리지 않는 이상 이렇게 빼낼 방법이 없습니다.
2013/06/17 - 커피나무 두번째 분갈이! 페트병 화분 덕에 분갈이가 제일 쉬웠어요
페트병 화분은 칼로 쓱쓱 오려버리면 그만인데...!
어떻게 할까...잠시 고민하다가, 언젠가 SBS 생활의 달인에서 봤던 분갈이의 달인이 떠올랐습니다.
분갈이의 달인은 2m에 육박하는 거대한 나무가 심겨진 화분에 쇠자 같은걸 넣어 테두리를 쓱~ 훓어냈고, 화분을 툭툭 치자 거대한 흙덩이가 쑥 뽑혔던 기억이 나는데요, 그걸 따라하기로 했습니다.
일단 철사로 된 옷걸이를 가져와 일자로 펴고
머리속에 전구가 반짝반짝 *,.*
커피나무 화분 벽면에 딱 붙여 철사를 찔렀습니다.
그리고 분갈이의 달인처럼 철사를 벽면을 따라 쭉~ 돌리려고 했는데, 옷걸이 철사는 생각처럼 힘이 세지 않더군요.
결국 철사로 커피나무 화분 테두리를 따라 꾹꾹 찔렀다 뺐다를 반복했습니다.
뭐, 화분 벽에 딱 붙어 있던 잔뿌리가 좀 상하겠지만서도 이것 외에는 다른 방법이 생각나질 않더군요.
도자기 화분 벽을 따라 철사로 찌른다
커피나무 화분 둘레를 전부 찌르자 흙덩이가 약간은 헐렁해진 느낌이 들었습니다. 어디서 본 건 있어서 화분 옆면을 손바닥으로 툭툭 쳤더니 더 헐거워진 느낌이 납니다.
손바닥으로 흙 위쪽과 커피나무 가지를 잡고 과감하게 도자기 화분을 뒤집었습니다!
처음에는 잘 안빠질 것 같던 흙덩이가 다시 화분 옆면을 툭툭 치자 흙덩이째 빠져나오기 시작합니다! 앗싸!
과연 할 수 있을까? 하면서도 신경이 많이 쓰였는데, 다행히 별 탈 없이 도자기 화분에서 커피나무를 쑥 뽑아 올리는데 성공했습니다!
커피나무 뽑아내기 성공!!
뽑아내고 보니, 생각보다 잔뿌리가 훨씬 무성하게 자랐습니다.
둥근 화분 바닥을 따라 둥글게 말려들어간 잔뿌리를 보니 좀 이르지 않나 싶었던 분갈이 타이밍은 무척 적절했던 것 같습니다.
잔뿌리가 거의 포화상태
커피나무 뿌리를 감싸고 있는 흙덩이가 깨지지 않도록, 그대로 화분에 넣고 있습니다.
얼마나 조심조심하고 있는지, 제 팔뚝에 힘이 잔뜩 들어간거 보이이시는지요 ㅎㅎ
이렇게 커피나무는 새 화분 중앙에 무사히 안착했고
안도의 한숨
주변의 빈자리를 새 흙으로 채워줍니다.
화분이 커서 그런지 35리터의 흙 중 거의 30리터 이상이 들어갔습니다.
혼합토는 그냥 뿌리기만 하면 빈 공간이 너무 많더군요.
약간의 힘을 주어 흙을 다지자 쑥쑥 내려갑니다.
너무 세게 다지는 것도 좋지 않지만 적당히 다져줄 필요가 있습니다.
첫 번째 커피나무의 분갈이가 멋지게 성공한 후, 두 번째 분갈이는 일사천리입니다.
역시 옷걸이 철사로 도자기 화분 주변을 찌르고 쑥 뽑아냈습니다.
바크와 흙을 채운 새 화분에 옮겨 넣고 빈 공간에 새 흙을 채워 뚝딱 분갈이를 끝냈습니다!
밤 11시가 다되어 시작한 커피나무 분갈이 작업, 뒷정리까지 마무리하고 나니 밤 12시를 훌쩍 넘겼더군요.
생각보다 순조롭게 작업을 마친 것 같은데도 도자기 화분과 흙과 씨름하느라 온몸이 땀범벅입니다 ㅎㅎ
커피나무 분갈이 작업 완료!
이제 커피콩 아니, 커피나무 6형제의 분갈이가 모두 완료되었습니다.
이번 분갈이는 그래도 꽤 넉넉한 화분으로 옮겨주었으니 적어도 2~3년 정도는 손을 대지 않을 생각입니다.
아, 이미 베란다에 대형 파키라와 킹벤자민 화분에 커피나무 화분 여섯개, 꺽꽂이한 파키라 화분, 스티로폼 화분에 심은 부추가 꽉 들어차 있네요.
이제 더 넓은 집으로 이사하지 않는한 더 이상 큰 화분을 들이진 못할 것 같습니다 ㅎㅎ
처음에 커피콩을 심을 때만해도, 과연 싹이 날까, 반신반의했는데 요즘 커피나무가 폭풍성장을 하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어쩌면 베란다에서 정말로 커피 열매를 딸 수도 있지 않을까, 즐거운 상상을 해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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