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커피나무를 기르고 싶다!
생두를 로스팅하고 갈아서 커피를 내려먹는데 취미를 붙이다보니, 문득 커피 나무를 길러보면 좋겠다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기르기 까다롭다는 말부터 들은데다, 커피 콩을 시중에서 구하기도 쉽지 않았는데, 우연한 기회에 파치먼트 몇 알을 구하게 되어 커피 콩을 심어보았습니다.
커피콩 심기 1) 커피 껍질 벗기고 불리기
얻어온 커피 콩(파치먼트)입니다
좀 딱딱한 껍질 속에 들어가 있네요.
처음에는 이게 껍질인줄 모르고 있다가 쿡 눌려 껍질이 깨진 것 보고 깜짝 놀라기도 했습니다.
파치먼트
구글링을 해보니 파치먼트를 심기 전에 딱딱한 껍질을 까라고 되어 있더군요.
딱딱한 껍질을 까면 나오는 얇은 껍질(실버 스킨)도 벗기라고 되어 있어 손톱으로 슬슬 벗겼습니다.
딱딱한 껍질을 벗긴 파치먼트
물에 하루이틀 불리는게 좋다고 하여, 물에다 풍덩 담궜습니다.
벗기다 만 실버스킨에 공기가 차 있어서 물에 동동 뜨는 넘도 있었습니다.
하루이틀 물에 불린다
하루 반정도 불리고 나니, 하얗게 불어난게 보이더군요.
물에 불린 파치먼트
남아 있던 실버 스킨을 마저 벗겨냈습니다.
실버스킨을 완전히 제거
커피콩 심기 2) 페트병 화분에 심기
커피 콩 여섯알을 심을만한 화분이 마땅치 않아 아파트 재활용에서 500ml 페트병을 몇 개 주워왔습니다.
먼저 페트병 중간을 칼로 자르고, 바닥은 물이 빠질 수 있도록 손드릴로 구멍을 숭숭 뚫어주었습니다.
페트병에 구멍을 뚫는게, 게다가 여러 개 만들어야하는게 생각처럼 쉽지 않더군요.
페트병에 구멍 뚫기
흙을 담고 물을 축축하게 적신 후, 커피 콩을 얹었습니다.
윗 흙은 살짝만 덮으라해서 조심조심 살살 덮어주었네요.
페트병에 뚫은 구멍이 너무 작아 물이 잘 안빠지면 어쩌나 싶었는데, 생각보다 물빠짐이 훨씬 좋았습니다.
커피 콩을 올리고 흙을 살짝
마지막 커피 콩은 하얀 미니 화분에다가 심었습니다.
커피 콩을 올리고 흙을 살짝
이렇게 커피 콩 여섯 개를 다 심었고
여섯 개의 커피 콩 심기 완료
페트병 화분 다섯 개는 베란다를 딩굴고 있던 화분에 넣어주니 보기가 좋네요 ㅎㅎ
화분에 가지런히
커피콩 심기 3) 기다리자
커피는 15~25도, 직사광선을 피하고, 통풍이 잘되는, 춥지도 덥지도 않은데서 잘 자란다고 합니다. 흙이 마르지 않도록 2~3일에 한 번씩 물을 주라고도 되어 있네요.
커피 콩은 싹이 나는데만 1~2달이 걸린다고 합니다.
물에 잘 불렸고, 커피 콩 안쪽으로 희끄무리한게 보이는 걸 보니 금방이라도 싹이 날 것 같은데, 생각보다 꽤 오래 걸립니다.
이제 기다리는 것만 남았습니다. 그래도 맘 속의 커피나무는 벌써 이만큼 컸습니다 ㅎㅎ
마음은 벌써 커피밭
커피콩 심기 4) 아이고, 저런...어떡 하나요...
커피 콩을 다 심고 나서, 포스팅을 작성이 끝나갈 무렵, 커피 커퍼의 웹사이트에서 뜻 밖의 문장을 보았습니다.
A: 아이고, 저런... 어떡 하나요...
아이고, 저런...어떡 하나요...아이고, 저런...어떡 하나요...아이고, 저런...어떡 하나요...
껍질을 벗기기 전 구글링 했을 때는 분명 파치먼트의 딱딱한 껍질은 벗겨줘야하며, 그 속의 실버 스킨까지 깨끗이 벗겨야 한다는 몇몇 포스팅을 똑똑히 읽고 시작했는데ㅠㅠ
이제 여기저기 찾아봐도 그냥 딱딱한 껍질째 물에 불린 후 심어야 한다는 얘기가 대세입니다.
더구나 커피 나무를 전문으로 재배하는 곳에서 저렇게 얘기하는 걸 보면, 껍질을 까서 심은 것은 치명적인 실수인 듯 합니다ㅠㅠ
그러나! 소신에게는 아직 12척의 배가 있습니다 아직 2알의 파치먼트가 남아 있습니다. 다시 마음을 비우고 이 넘들을 잘 불려서 심어봐야겠네요.
물론, 껍질을 벗기고 심은 놈들도 잘 지켜보려고 합니다. 만에 하나, 싹을 잘 틔울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가지고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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