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운없는 4살 킹벤자민의 분갈이, 열어봤더니 역시나..

시름시름 앓는 듯한 기운 빠진 킹벤자민, 뭐가 문제?

4년째 집에서 동거동락하던 킹벤자민이 기력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결혼할 무렵 둘째 누님께서 선물해 준 킹벤자민 화분은 그동안 크게 신경쓰지 않아도 싱싱하게 자라주었고 봄이면 파릇파릇 올라오는 연녹색의 어린 잎을 보는 재미가 쏠쏠했는데, 올해 봄은 뭔가 심상치 않습니다.

 

얼마전 흙관리 잘못으로 인해 거대 파키라 나무 두 그루 중 한그루의 밑둥이 썩는 참사를 겪은 뒤, 식물에 의기 소침해 있었는데 킹벤자민마저 시들시들하니 무척이나 신경이 쓰입니다.

킹벤자민 분갈이 식물 화분 Ficus benjamina L.

이렇게 중간중간 잎이 노랗게 변하면서 말라 떨어지는 증상인데요, 전체적으로 그런 것은 아니지만 연쇄반응을 일으키듯 하나둘씩 차례로 탈색과 떨어짐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어제는 녹색이던 잎이 하룻밤새 색이 조금 빠지더니 다음날이 되면 아예 노랗게 말라갑니다.

 

처음에는 겨우내 실내에 두었던 탓에 계절이 바뀌며 몸살을 겪는 것인가, 어느정도 그러다 말겠지 싶었는데 하루하루 노랗게 변하면서 떨어지는 연쇄반응이 끊이질 않습니다.

킹벤자민 분갈이 식물 화분 Ficus benjamina L.

킹벤자민 분갈이 결정

무엇이 문제일까, 지난 몇 년동안 별 탈 없이 녹색잎을 뽐내던 킹벤자민인데 그동안 무엇이 달라진 것일까?

곰곰히 생각해보니 파키라와 마찬가지로 그동안 떨어진 잎과 열매를 흙에 파묻어 주었던 것이 맘에 걸립니다. 딴에는 양분이 되란 뜻으로 묻어준건데, 파키라와 마찬가지로 흙속에서 썩으며 개스를 발생시키는 등 킹벤자민을 괴롭힌게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듭니다.

킹벤자민 분갈이 식물 화분 Ficus benjamina L.2013년 5월 킹벤자민 분갈이 식물 화분 Ficus benjamina L.2012년 6월

게다가 킹벤자민 화분이 집에 들어온지 4년째인데 그간 액체 비료만 간간히 뿌려주었을 뿐, 분갈이를 한번도 뭇해준게 신경쓰입니다.

꽤 큰 나무라 분갈이는 엄무를 내지 못했는데, 지금은 분갈이를 해야할 때란 생각이 들었고, 인터넷으로 분갈이에 필요한 재료들을 주문했습니다.

 

이번에는 분갈이용 흙 10리터 2봉지를 시켰습니다.

올해초 커피나무 분갈이를 위해 주문한 바이오 상토 50리터 중 15리터 정도가 남아 있어 섞어쓸 요량으로 20리터만 주문했습니다.

킹벤자민 분갈이 식물 화분 Ficus benjamina L.

 

바크(나무조각)도 주문했습니다.

화분 아래쪽에 깔아 킹벤자민 화분의 무게를 줄이고 물빠짐을 돕는 역할을 할 것입니다.

바크는 30리터짜리를 주문했는데, 양이 꽤 되니 두고두고 쓸 수 있을 듯 합니다.

킹벤자민 분갈이 식물 화분 Ficus benjamina L. 바크

 

분변토(지렁이똥)입니다. 분갈이 할 때 흙에 섞어주거나 흙 위에 뿌리면 좋다고 하네요.

열이나 가스를 발생시키지 않는 안전한 거름이라고 하여 주문했습니다.

250g짜리 다섯봉지에 5000원으로 꽤 비싼 편입니다.

본격적으로 텃밭을 가꾸는 분들은 집에서 지렁이를 키워 분변토를 직접 만들기도 한다는군요.

킹벤자민 분갈이 식물 화분 Ficus benjamina L. 분변토

 

분갈이 흙과 바크, 분변토까지 주문했는데, 정작 킹벤자민이 살아갈 집, 화분은 준비하지 못했습니다.

현재의 킹벤자민 화분 안쪽 지름이 27cm짜리니까 최소한 그보다 커야할텐데 인터넷으로 알아봐도 딱 마음에 드는 크기의 화분을 찾기가 어려웠고 찾았다 하더라도 무척이나 비싼데다(5~6만원 이상) 덩치 때문인지 배송 조건도 까다롭더군요.

킹벤자민 분갈이 식물 화분 Ficus benjamina L.

하는 수 없이 그냥 저렴한 검정 플라스틱(고무) 화분을 사야겠다 싶어 집근처 화원을 찾았는데, 거기서 중고 도자기 화분을 단돈 만원에 득템했습니다!

기존의 킹벤자민 화분의 27cm 내경에 비해 무척 크죠? 영입한 화분은 40cm입니다.

이 화분을 본 마눌님은 50평짜리 집에 어울릴법한 화분이라면서도 마음에 들어하는 눈치입니다ㅎㅎ

킹벤자민의 새 보금자리 준비

밤 열시가 다되어 분갈이가 시작되었습니다. 가장 먼저 킹벤자민 화분 바닥의 구멍을 플라스틱 망으로 막고 바크를 깔기 시작했습니다.

킹벤자민 분갈이 식물 화분 Ficus benjamina L.

 

바크는 화분 바닥의 1/4정도를 깔았는데, 킹벤자민 화분이 크다보니 바크도 엄청나게 많이(10리터 이상) 들어갑니다.

킹벤자민 분갈이 식물 화분 Ficus benjamina L.

 

킹벤자민의 새 화분의 덩치를 보면 분갈이 흙 20리터는 분명 부족합니다.

커피콩 분갈이를 위해 샀던 바이오 상토 15리터 정도가 남아 있는게 큰 다행이라 생각하며 새로 산 흙과 바이오 상토를 섞었습니다. 흙 봉투의 뒷면에는 다른 흙과 섞어쓰지 말 것을 권유하는 문구(개스 발생 등의 위험)가 적혀 있었지만, 알고보니 두 흙의 제조사가 같은 곳이라 별탈 없을 것이라 생각하고 섞어주었습니다.

킹벤자민 분갈이 식물 화분 Ficus benjamina L.

 

분변토도 함께 섞었습니다. 전체 35리터의 흙에 250g짜리 세 봉지를 넣었네요.

킹벤자민 분갈이 식물 화분 Ficus benjamina L.

 

바크를 넣은 화분에 흙을 절반 정도 채웠습니다. 화분이 크다보니 흙을 채우는 것도 꽤 큰일입니다ㅎㅎ

킹벤자민 분갈이 식물 화분 Ficus benjamina L.

본격적인 킹벤자민 분갈이 시작, 킹벤자민을 화분에서 뽑아내다

이제 킹벤자민을 화분에서 뽑아낼 차례입니다.

사실 내경 27cm짜리 화분도 꽤 큰 편인데다 4년동안 화분에 단단히 자리잡고 있는 킹벤자민을 뽑아내는게 쉬운일이 아닙니다.

언젠가 SBS 생활의 달인에서 키보다 더 큰 나무도 화분에서 흙덩이를 쑥 뽑아내는 분갈이의 달인을 본 기억이 나는데, 저는 그런 재주가 없기에 흙을 긁어내기 시작했습니다.

뿌리가 다칠까봐 모종삽으로 퍼내지 못하고 손으로 긁어 덜어냅니다.

킹벤자민 분갈이 식물 화분 Ficus benjamina L.

 

흙을 긁어내자 킹벤자민의 뿌리가 드러나기 시작합니다.

꽤 굵은 뿌리가 이미 화분 둘레를 둥글게 돌아가며 원형으로 뻗어있는, 포화상태입니다.

킹벤자민 분갈이 식물 화분 Ficus benjamina L.

 

사실 뿌리 중심부의 흙을 걷어낼게 아니라 화분 벽쪽으로 손을 집어넣어 화분과 흙덩어리를 분리시켜야 하는 것인데, 올해 초 커피 묘목의 분갈이를 하면서 위쪽 흙만 살짝 교체, 보충해준 상태라 쉽게 걷어내지는 상태입니다.

거칠거칠한 아래쪽 흙이 드러난 뒤로는 화분 벽쪽으로 손을 밀어넣어 화분과 흙덩어리를 분리하는 중입니다.

킹벤자민 분갈이 식물 화분 Ficus benjamina L.

 

꿈쩍하지 않을 것 같은 킹벤자민, 꽤 오랫동안 흙을 파내는 수고 끝에 들어올려질 기미가 보입니다.

킹벤자민 분갈이 식물 화분 Ficus benjamina L.

 

조심 조심, 그렇지만 한 번에 가자는 생각으로 뿌리 아래쪽에 손을 집어 넣고 들어올렸습니다.

킹벤자민 분갈이 식물 화분 Ficus benjamina L.

분갈이는 흙이 마른 상태에서 하는게 좋습니다. 물을 준 직후에는 흙이 무거울 뿐더러 젖은 흙 덩어리가 떨어지면서 뿌리까지 함께 잘려나갈 위험이 높습니다.

분갈이 위해 뽑아낸 킹벤자민, 역시나 엄청난 스티로폼이

화분에서 뽑아낸 킹벤자민의 뿌리 덩어리 아래쪽에는 역시 허연 스티로폼이 가득 들어 있고, 뿌리는 그 스티로폼을 단단히 감싸며 화분을 꽉 채운 상태입니다.

얼마전 파키라 화분의 흙을 바꿔주면서 엄청난 양의 스티로폼이 쏟아져 나온터라, 그리 놀라지는 않았지만, 흙과 스티로폼의 비율은 화가 날 정도입니다. 얼핏 봐도 흙보다 스티로폼을 더 많이 채워진 상태입니다.

관련글 - 2013/04/09 - 거대 파키라 나무의 긴급 수술. 화분 속을 열어보고 경악한 이유 

킹벤자민 분갈이 식물 화분 Ficus benjamina L.

 

켜켜이 쌓인 스티로폼 사이로 흙이 얼기설기 들어가 있고 화분이 좁았던 킹벤자민은 화분 안쪽면과 바닥면을 따라 잔뿌리들을 원통형으로 뻗은 상태입니다. 

킹벤자민 분갈이 식물 화분 Ficus benjamina L.

 

역시 스티로폼 사이로 뿌리가 파고 들어가 있습니다. 스티로폼을 당기면 뿌리가 끊어질듯 싶어 뿌리가 뚫고 들어간 스티로폼을 뚝뚝 잘라내면서 하나씩 제거했는데, 이게 보통일이 아니네요. 시간을 너무 끌면 안되겠다 싶어 마음은 급합니다.

킹벤자민 분갈이 식물 화분 Ficus benjamina L.

 

20분 가량의 작업 끝에 뿌리 안쪽에 있던 스티로폼 덩어리들을 모두 빼냈습니다.

분갈이를 할 때 뿌리에 얽혀있는 원래 흙을 되도록 그대로 옮겨주는 것이 좋다고 들었지만, 스티로폼을 그대로 둘 수 없어 제거했더니 휑하니 중간이 비어있는 모습입니다.

킹벤자민 분갈이 식물 화분 Ficus benjamina L.

 

킹벤자민의 새 집이 될 화분에 중심과 깊이를 맞춰봤습니다. 내경 27cm 화분을 꽉 채웠던 뿌리를 보니 너무 큰게 아닌가 싶은 화분으로 선택한 것이 무척 잘 한 것 같습니다.

재빨리 새 흙을 채워주었는데, 원통형으로 자란 뿌리 속까지 흙을 채워넣는게 꽤 수고스러웠습니다. 흙을 한 삽 뿌린 후 젓가락으로 뿌리 사이사이를 찔러 흙이 채워지도록 했는데, 의도한대로 흙이 잘 채워졌기를 기대합니다.

킹벤자민 분갈이 식물 화분 Ficus benjamina L.

 

새로 주문한 분갈이 흙 20리터와 원래 있던 바이오 상토 15리터가 정말 거짓말처럼 딱 맞아 떨어졌습니다.

킹벤자민 분갈이 식물 화분 Ficus benjamina L.

화분 속 스티로폼 채우기는 필요한 과정?

이렇게 분갈이는 30~40분 정도 걸려 끝이 났습니다.

킹벤자민과 같이 환경 변화에 민감한 나무들은 장소만 바뀌어도 몸살을 앓는다는데, 분갈이를 했으니 한동안 몸살을 앓겠죠.

몸살은 조금만 앓고 다시 푸르고 싱싱한 킹벤자민으로 돌아갔으면 하는 바램으로 잎도 하나하나 닦아주고 잎과 화분에 물도 흠뻑 주었습니다.

킹벤자민 분갈이 식물 화분 Ficus benjamina L.큰 화분, 깨끗한 흙으로 분갈이를 마친 킹벤자민. 부디 건강을 회복하길...

 

이번 킹벤자민 분갈이에서 나온 스티로폼 조각들 사이에서는 천조각(화분에 이름을 적는 리본 조각인듯)이나 비닐 조각도 함께 나왔습니다.

이 화분은 둘째 누님이 알고 지내던 화원에서 구입한 것인데, 당시 화분에 스티로폼을 넣는 관행을 고발한 TV 프로가 방영된 직후라 화분에 스티로폼을 넣지 말 것을 특별히 부탁했지만, 결국은 이렇게 화분의 절반 이상을 채워 보내왔군요.

이럴 줄 알았으면 분갈이를 좀 더 빨리 할 것을 하는 후회가 밀려옵니다.

킹벤자민 분갈이 식물 화분 Ficus benjamina L.스티로폼에 비닐조각에 천조각까지...;;;

 

얼마전 파키라 화분의 흙을 갈다가 확인한 스티로폼 덩어리입니다.

이번 킹벤자민 화분 속의 스티로폼은 파키라 화분보다 양은 적지만, 흙과 스티로폼의 비율을 따지면 압도적입니다.

킹벤자민 분갈이 식물 화분 Ficus benjamina L.

 

그런데 왜 하필 스티로폼일까요? 좀 더 자세한 내막을 알고 싶어 화분속 스티로폼이란 키워드로 인터넷을 좀 더 뒤져봤습니다.

검색 결과는 분갈이를 위해 화분을 열었다가 스티로폼에 경악한 사람들의 글이 대부분이지만, 가끔 '화분속 스티로폼은 단지 흙을 아끼고 화분을 가볍게 하는 업자들의 농간으로만 볼게 아니다. 원활한 물빠짐을 위해 채워넣는다'는 얘기도 보입니다.

 

얘기인 즉, 소비자들이 지나치게 크고 긴 화분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어, 긴 화분 전체에 흙을 채울 경우 화분 아래쪽 흙은 잘 마르질 않아 물이 고이게 되고 뿌리를 썩게할 수 있다고도 합니다. 그래서 작은 화분을 뒤집어 넣어 화분 아래쪽에 빈 공간을 만들거나 스티로폼을 넣어 배수를 돕는 것이라고 하네요. 

또 스티로폼은 식물에 해를 주지 않고, 그냥 버리면 환경을 오염시키는 스티로폼을 화분 넣으니 환경보호 측면에서도 좋은 일이므로 무조건 삐딱한 시선으로만 볼 일은 아니란 것이 스티로폼을 옹호(?)하는 글의 주된 내용이었습니다.

화분 속 스티로폼, 순기능도 있다지만 정도껏 넣어야

스티로폼의 새로운 역할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스티로폼을 넣는 이유가 흙값을 아끼고, 무게를 줄여 배송을 쉽게하고, (그럴리 없겠지만) 식물을 빨리 죽여 새 식물을 더 많이 팔려는 의도가 아닌가 정도로 생각했는데 순기능도 있다는군요.

 

하지만 아무리 물빠짐에 도움을 준다 하더라도 정도껏이지, 이번 킹벤자민 화분이나 지난 파키라 화분같이 절반 이상을 스티로폼으로 채워 넣는 것은 흙에 뿌리를 내리고 흙에서 양분을 얻어야 할 식물을 괴롭히는 일밖에 되지 않아 보입니다.

킹벤자민 분갈이 식물 화분 Ficus benjamina L.이건 흙인지 스티로폼인지...;;;

물빠짐을 위한 재료라면 마사토나 바크, 피트모스 등을 써도 되는데, 사람이 만든 폐기물인 스티로폼을 화분에 채워넣고선 환경 보호 운운하는 것은  뻔뻔한 핑계로만 들립니다.

스티로폼 쓰레기 대신 피트모스로 채운다는, 화원도 검색되는 걸 보면 모든 화원이 그런 것은 아닌듯 싶은데, 어쨌거나 앞으로 화원에서 화분을 들이게 된다면 최대한 빨리 분갈이를 해야겠습니다. 몇 년 동안 화분 절반 이상을 채우고 있는 스티로폼 속에서 힘들었을 킹벤자민에게 미안할 따름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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