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전 비디오CD, 컴퓨터에서 재생해보니

문득 틀어본 20년 전 비디오 CD

TV를 틀어도 풀HD 영상을 바로 볼 수 있고 DVD도 이젠 한물갔다고 하는, 요즘같은 최첨단 세상에 갑자기 왠 비디오 CD냐고 하면 특별히 이유는 없습니다.

 

그저 CD장에 십 수년째 꽂혀있기만 했던 비디오 CD들을 보는 순간, 예전에 저 영화들 참 재미있게 봤었는데...한 번 틀어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을 뿐입니다.

VideoCD 비디오 CD CD장 한 켠을 차지하고 있는 비디오 CD들

 

그래서 꺼내든 것이 마이클 잭슨의 문워커 비디오 CD입니다.

10대, 질풍노도의 시기에 헤비메탈에 광적으로 빠져들었던 터라 잭슨 형님의 말랑말랑한(?) 음악은 거의 듣질 않았는데, 코엑스 전시장서 데모용으로 틀어놓은 문워커 영상, 마이클 잭슨이 로봇으로 변신하는 씬을 보고는 폭 빠져들었고, 종로로 냅다 달려가 비디오 CD를 사들고 왔던 기억이 나는군요.

videocd moonwalker michael jackson 마이클 잭슨 문워커 비디오CD언제 샀더라???

20년 전, 대한민국을 휩쓴 멀티미디어 바람

잠깐, 비디오CD가 뭔지 모르는 분들을 위해 잠깐 살펴볼까요? (사실 알아도 별 도움 안되는 내용입니다)

 

요즘은 유튜브다 뭐다해서 클릭 몇 번이면 쉽게 고화질의 동영상을 볼 수 있지만, 90년대 초만 해도 TV나 비디오 테잎이 고작이었고, 극소수의 매니아들은 LD(Laser Disc)를 즐기던 시절, 3~4년 정도 짧게 등장했다 사라진 비디오 CD라는게 있었습니다.

 

비디오 CD는 MPEG이란 동영상 압축 기술을 활용하여, 영화 한 편을 2~3장의 CD에 나눠 담은 미디어입니다.

Wiki 백과를 찾아보니 93년도에 소니, 필립스, 마쯔시다(파나소닉), JVC의 네 업체가 공동으로 발표한 기술이라는데, 업계에서는 아나로그 비디오 테잎을 대체할 차세대 디지털 비디오 매체니 뭐니 잔뜩 떠들어댔습니다.

현대전자의 CD 비전이라는 전용 플레이어는 TV 광고까지 했던 기억이 나네요.

 

하지만 비디오 CD는 여러번 봐도 화질의 열화가 없다는 정도의 장점 뿐, 화질/음질면에서 TV나 비디오 테잎에 비해 별반 차이가 없었던 탓에 3년 뒤 DVD가 등장하자 정말 순식간에 사라집니다.

videocd apache 아파치 니콜라스 케이지 비디오CD화면에 새겨진 자막, 화질은 비디오 테잎과 별반 차이가 없다

 

90년대 초/중반, 컴퓨터에 멀티미디어 바람이 불면서 컴퓨터 시장에는 20~30만원을 호가하는 CD롬 드라이브가 출시되기 시작했습니다.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 컴퓨터 업체들은 CD롬 드라이브만 달아놓으면 컴퓨터에서 백과사전도 돌리고, 대화형 멀티미디어 소프트웨어를 통해('인터렉티브'라는 용어는 당시 컴퓨터 광고에서 빠지지는 단골 손님이었습니다) 방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초강력 울트라 인공지능 슈퍼 컴퓨터가 될 것 같이 떠들었습니다.

Hello PC 1993TV, 비디오, 음악감상은 물론 음향 및 영상편집까지! 한 대면 모든 걸 다할 수 있다! - 1993년 8월 Hello PC

 

더불어 '멀티미디어' 정신을 실천하고자 다양한 주변기기를 컴퓨터에 집중시키는게 유행이었죠.

컴퓨터에 사운드 카드를 달아 게임에서 짱짱한 음악도 즐기고, 마이크를 연결해 노래방도 꽝꽝거리고[각주:1], 비디오 오버레이 보드를 달면 영상 편집 작업까지 할 수 있는 데다[각주:2], MPEG 보드[각주:3]라는 것을 달면 비디오 CD로 고화질의 영화관이 된다는 식의 미끼로 컴퓨터 사용자들의 지갑을 털어 갔습니다.

옥소리 OKSORI 사운드카드 Soundcard옥소리 WS32, 이 포스팅 얘기보다 한참 뒤 출시된 사운드 카드

얘기가 딴데로 샜는데, 비디오 CD의 화질이 그저그랬음에도 삼성이나 LG 등의 메이저 업체들이 참여하여 타이틀을 출시했던 것은 업체들의 멀티미디어 마케팅이 효과를 보면서 PC와 주변기기 시장에 탄력이 붙었던, 서로 윈윈하는 상황 덕분으로 기억됩니다.

 

어쨌거나 저도 이런 바람에 홀딱 넘어가 용산에서 20만원을 훨씬 넘는 가격에 1배속 CD롬 드라이브 CR-523을 샀고, CD롬 타이틀과 비디오 CD들도 꽤 사 모았는데요, 화질이야 어쨌든 '정품 타이틀'이기에 몇 번의 대청소에서도 꿋꿋이 CD장 한켠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CD-ROM PANASONIC CR-523 CR-533시대를 풍미했던 2배속 CD롬 CR-563(왼쪽), 1배속 모델 CR-523 출처 : funkygoods.com

어라? 비디오 CD 재생이 왜 안되지??

저희 집 영화 생활의 중심은 결혼할 때 장만한 40인치 LCD TV와 5.1채널 스피커, 야마하 RX-V663 리시버와 노트북입니다.

DVD는 노트북에서 바로 재생할 수 있으니 별도의 DVD 플레이어를 갖고 있진 않았고, 의례 그랬듯 컴퓨터의 DVD롬 드라이브에 비디오 CD를 넣고 다음 팟플레이어를 실행했는데,

잠시 기다리라는 메시지는 한참을 기다려도 사라지지 않습니다. 어? 뭐지??

다음 팟플레이어 Daum player언제까지 기다리면 되겠니?

 

비디오 CD가 잘 안열릴 때는 \MPEGAV\ 폴더의 MUSIC01.DAT 파일을 동영상 플레이어로 직접 열어도 재생이 가능하며 이 방법을 즐겨 사용했는데, 이 비디오 CD는 계속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메시지 끝에 알 수 없는 에러 메시지만 띄우고 맙니다.

다음 팟플레이어 Daum player뭐라는거야ㅡㅡ?

 

MUSIC01.DAT 파일을 하드디스크로 복사해 재생해 보려고 탐색기로 파일을 복사하려고 하자 "잘못된 MS-DOS 함수입니다"라는 듣도보도 못한 에러 메시지를 띄웁니다. 아놔!

잘못된 MS-DOS 함수입니다잘못된 MS-DOS 함수입니다?????

비디오 CD 재생불가, 원인은? 디스크 복사 방지 장치

마이클 잭슨의 문워커, 터미네이터2(삼성 Nices 판)가 안되더니 아파치, 패왕별희(LG 미디어 판)도 모두 같은 증상입니다.

이쯤되니 공장에서 찍어낸 프레스 CD임에도 세월이 지남에 따라 열화가 되어 문제가 생긴건 아닌지 염려 되었습니다.

 

2012/05/22 - 100년 간다던 CD-R? 10년도 위태위태! 포스팅에서 CD-R의 내구성이 엄청나게 약하다는 얘기를 한 적이 있는데, 정말 안전하다던 프레스 CD도 비슷한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가 의심이 들기도 했습니다.

 

이후 미디어 플레이어 몇 가지 플레이어로 재생을 시도하는 등 삽질 실험 끝에 알아낸 원인은 '정품' 비디오 CD에 걸려 있는 복사 방지 장치때문이었습니다.

 

CD-R에 구운 비디오 CD는 MUSIC01.DAT 파일을 탐색기에서 직접 열거나 하드디스크로 복사해 재생하면 되지만,

정품 비디오 CD는 복사 자체가 진행이 안되는 게 원인이었던 것이죠.

 

해결 방법이 몇 가지 있는데,

  1. 전용 DVD 플레이어로 재생하는 방법
    - 전용 DVD 플레이어는 전혀 문제없이 재생됩니다.
  2. Cyberlink PowerDVD로 재생하는 방법
    - 시험판 PowerDVD를 다운로드하여 설치한 후 재생하자 언제 그랬냐는 듯, 말짱하게 화면이 나옵니다.
    다음 팟플레이어는 정품 DVD도 문제없이 재생하지만 그보다 전 세대의 정품 비디오CD는 읽어내지 못하는 것과 대조적입니다. 하지만 사용자가 거의 없는 비디오 CD 재생 기능을 넣어달라기도 좀 애매합니다.
    PowerDVD VideoCD Michael Jackson MoonWalker 파워DVD 비디오CD 마이클잭슨 문워커아아~ 잭슨 형님 ㅠㅠ
  3. IsoBuster로 동영상 파일을 하드디스크로 복사하여 사용하는 방법
다음 팟플레이어의 기능와 UI에 만족하고 있는데다 십 몇년만에 처음 틀어 본 비디오 CD때문에 파워 DVD 정품[각주:4]을 구매해야겠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습니다.

 

때문에 IsoBuster로 비디오 CD의 동영상을 추출해 봤는데, 다음과 같은 방법으로 문제 없이 성공할 수 있었습니다.

 

IsoBuster 제작사 웹사이트에서 IsoBuster 시험판[각주:5]을 받아 설치합니다.

 

IsoBuster를 실행하고

  1. 비디오 CD가 들어 있는 드라이브를 선택한 뒤
  2. 상위 항목을 클릭합니다.
  3. 오른쪽 창에서 마우스 오른쪽 버튼을 클릭하고 [Extract ***** <Content>]-[Treat as Video Only...] 항목을 선택합니다.

 

파일을 저장할 경로를 정하면 비디오 CD에서 동영상 파일의 저장이 시작됩니다.

저장이 끝난 후 정해준 드라이브의 \Session1\ 폴더[각주:6]를 열어보면 MPG 형식의 동영상이 저장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 파일은 팟 플레이어를 비롯, 모든 동영상 플레이어에서 재생할 수 있습니다.

IsoBuster VideoCD 비디오CDIsoBuster로 추출 중IsoBuster VideoCD 비디오CDMPG 형식의 동영상으로 저장 완료!

모르면서 아는 척 말자

본문 시작하면서도 밝혔듯, 풀 HD 영상에 익숙해진 눈이라 조악한 비디오 CD 화면을 길게 볼 사람은 흔치 않습니다.

저도 추억에 잠겨 비디오 CD와 씨름하게 됐지만, 막상 변환이 끝난 MPG 파일을 열어보니, 눈뜨고 못볼 정도[각주:7]의 열악한 화질이네요.

 

사실 이렇게 긴 포스팅을 작성할 생각도 없었지만, 결과물은 또 장문의 포스팅이 되고 말았는데요,

그 이유는 바로 구글링으로 검색되는 엉터리 답변들 때문입니다.

 

[잘못된 MS-DOS 함수입니다] 키워드로 검색하면 'CD 표면이 더럽거나 잘못되서, 파일이 깨진 것입니다'라는 답변이 대부분입니다.

심지어 플레이어에서는 정상 재생 되는데, 컴퓨터로 복사하려면 안되다는 얘기에 'CD가 잘못됐습니다' 라거나 '컴퓨터를 포맷하세요' 라는 답변까지 보입니다.

 

제 경우는 정품 비디오 CD에 걸려 있는 복사방지장치가 원인이었고,

Microsoft 고객지원센터를 검색해보면, NTFS 시스템에서 FAT 볼륨에 파일을 복사하려할 경우에도 이런 에러가 발생한다고 나와 있습니다.

 

실제 파일이 깨진 경우에도 [잘못된 MS-DOS 함수입니다] 에러 메시지가 뜰 수 있는지 모르겠지만,

'전용 플레이어에서는 정상 작동되는데'라는 조건을 달았음에도 "CD가 잘못됐네요"라는 답변을 보니 가만있으면 중간이나 가지...는 말이 자꾸 생각납니다. 20년이 다된 비디오 CD가 교훈을 남겨주는군요.

 

하지만 진짜 결론은...20년 전 비디오 CD에서 화질같은거 기대말자. 추억은 추억일 뿐...

 

  1. 1990년대 컴퓨터 유물 중 가정용 노래방만큼은 지금 생각해도 참 괜찮은 아이템으로 기억됩니다. 요즘은 저작권부터 시작해서 법적으로 따져야할 문제들이 많지만 당시는 사운드카드 제조사들이 경쟁적으로 노래방 데이터들을 PC통신에 뿌리곤 했죠. [본문으로]
  2. 도대체 일반인들 상대로 비디오 오버레이보드 마케팅이 먹혀들어 인기 품목이었던 상황은 지금 생각하면 코미디같습니다 [본문으로]
  3. 당시 CPU의 속도는 비디오 CD를 재생하기 어려웠고, 그래픽 카드와는 별개로 비디오 CD 재생 전용 MPEG 보드가 한동안 유행했습니다. [본문으로]
  4. PowerDVD 시험판은 30일간 사용 가능합니다. [본문으로]
  5. 여기서 하려는 작업은 IsoBuster 시험판으로 충분합니다. [본문으로]
  6. 폴더 이름은 IsoBuster에서 표시된 이름에 따라 바뀝니다. [본문으로]
  7. 포털의 낚시 뉴스 제목으로 흔히 쓰일 법한 표현인데, 여기선 정말 화질이 엉망이라 쓴 표현입니다. [본문으로]

이 글을 공유하기

댓글 :: 질문 댓글은 공개글로 달아주세요. 특별한 이유없는 비밀 댓글에는 답변하지 않습니다

Designed by JB FAC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