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이 넘은 로트링 제도펜과 제도기 세트
오랫동안 묻혀있던 물건을 우연찮게 발견했을 때, 특히 그 물건이 여전히 쓸모 있는 물건일 때 '득템'했다고 하죠.
지난 주 다녀온 처가집에서 우연찮게 득템을 했습니다.
바로 이 물건들인데요, 독일산 제도기 세트와 로트링 래피도그래프 제도펜 세트입니다.
박스에는 College Set라고 써 있네요.
마눌님께서 전해준 얘기로는 20년도 훌쩍 넘은 옛날 옛적, 형님께서 대학 입학과 함께 구입했던 물건이라고 합니다ㅎㅎ
첫번째 득템 품목, 제도기 세트입니다.
중학교 기술 시간에 잠깐 스쳐가듯 배웠던 터라 학교에서도 필수 준비물이 아니었지만 제도기 세트를 가진 친구들을 참 부러워 했던 기억이 나네요.
사실 지금은 그닥 쓸모있는 물건이 아니지만 그래도 꽤 탄탄한 독일산 제도기입니다.
딱 보자마자 득템이다 싶었던 물건, 로트링 래피도그래프(rapidograph) 펜 세트입니다.
0.2, 0.3, 0.5mm의 로트링 래피도그래프 펜 세자루와 잉크 카트리지 닙(펜촉)으로 이루어진 세트입니다.
빈자리는 샤프와 샤프심, 지우개가 있던 자리입니다.
이 로트링 래피도그래프가 더 신기했던 것은, 20년이 훨씬 넘은 지금도 이 세트가 그대로 판매되는 제품이란 것인데요, 심지어 패키지 형태도 지금 판매되고 있는 것과 같습니다.
6개월, 1년만 지나도 구형 모델이라 단종시켜버리는 세상에 20년전 구성 그대로 판매되는 물건이라니, 묘한 느낌입니다.
별도의 통에 들어 있는 닙은 로트링 래피도그래프 가격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주요 부품으로, 잉크 카트리지를 끼운 흔적이 전혀 없는 완전 신품 상태입니다(형님께서 공부와 거리를 두신듯...;;;;).
또 한가지 재미있는 것은, 현재 국내 판매되고 있는 로트링 래피도그래프 세트에는 이 부품이 빠져 있습니다. 패키지에 빈자리로 판매가 되고 있는 이 부품의 정체는 무엇일까요?
바로 로트링 래피도그래프를 컴파스에 연결해 쓸 수 있도록 하는 젠더입니다.
닙(펜촉) 가격만 3만원에 육박하는 귀하신 몸을 컴파스에 연결해 함부로 쓸 수는 없지만서도, 어쨌든 이렇게 연결해서 쓸 수 있습니다.
로트링 래피도그래프에 잉크 카트리지 끼우기
득템한 로트링 래피도그래프 펜은 사용하지 않은 신품 그대로의 상태지만 함께 포함되어 있던 잉크 카트리지는 말라있었습니다.
플라스틱으로 단단하게 밀봉된 잉크카트리지라도 20년을 넘는 세월은 이길 수 없었던 것 같네요.
근처 문구점으로 달려가 로트링 래피도그래프의 잉크 카트리지, 검정색 3개 한 세트를 4000원에 사왔습니다.
이제 로트링 래피도 그래프의 잉크 카트리지를 끼워야 할 차례인데요, 저도 처음 해보는데다 닙의 가격이 꽤 비싼 제품이라 인터넷으로 방법을 찾아봤습니다.
일단 원래 끼워져 있던 잉크 카트리지를 펜대에서 빼내고
닙을 펜대 반대쪽에 돌려 끼웁니다. 나사 홈이 척척 맞는군요.
새 잉크 카트리지를 딸깍~ 소리가 날때까지, 끝까지 밀어넣어 끼웁니다.
잉크 카트리지를 끼웠으면 닙을 돌려 분리합니다.
이런 잉크 카트리지 교체 방법이 조금 번거로울 수 있지만, 자칫 잉크 카트리지를 바꾸다가 비싼 닙을 망가뜨릴 수 있는 위험을 막기위한 제조사의 배려인 듯 싶습니다.
끼워져 있는 잉크 카트리지를 분리할 때도 닙을 펜대 반대쪽에다 끼우고 잉크 카트리지를 잡아 당기면 쉽습니다.
이제 잉크 카트리지를 펜대에 돌려 끼우고
바깥쪽 플라스틱 커버를 끼우면 작업이 완료됩니다.
로트링 래피도 그래프로 건담 먹선 넣기
저는 손글씨보다는 키보드가 더 익숙한 터라, 손으로 글씨 쓰는 것을 되도록 피하는 편입니다.
보다시피 개발새발인데요, 그래도 0.2, 0.3, 0.5mm의 글씨를 확인해봐야겠죠? 0.2, 0.3은 닙이 망가질까 조심조심 쓰게 되는데, 사각사각한 느낌이 펜글씨를 쓰는 듯, 제법 재미있습니다. 0.5mm는 잉크가 번져서 그런지 생각보다 글씨가 좀 굵은 편입니다.
사실 처가집에서 로트링 래피도그래프 세트를 보고 득템이라고 생각했던 것은, 집에 있는 RG 제타 건담이 생각나서입니다.
예전에는 에어브러시를 이용한 도색 작업을 무척 즐겼지만 요즘은 이래저래 도색작업이 쉽지 않은 상황, 귀차니즘까지 겹친데다 건담은 사출 색상도 꽤 예쁜 편이라 아예 도색을 할 생각조차 않고 있습니다.
하지만 로트링 래피도그래프가 있으면 건담 도색의 걸음마, 먹선 넣기를 간편하게 즐길 수 있습니다.
건담의 몸통에 새겨진 패널 라인에 색을 입히는 것을 먹선 넣기라고 하는데요, 건담 마커펜을 이용하거나 희석한 에나멜 도료를 패널라인에 흘려주고 면봉 등을 이용해 닦아내는 방법을 씁니다.
그런데, 0.2mm 로트링 래피도그래프를 이용하면 펜으로 그려넣듯 먹선을 넣을 수 있습니다.
0.2mm 펜촉은 패널라인에 딱 맞아 그려넣기 쉬운데다 수성 잉크지만 검은색이 꽤 진합니다.
건담 프라모델 매니아들 사이에서 로트링 래피도그래프 펜이 꽤 인기라던데, 직접 써보니 그 이유를 알겠네요ㅎㅎ
뭐 워낙 미세한 패널라인이라 가끔 삐져나갈때도 있는데, 수성잉크라 면봉으로 문질러주면 그만입니다.
조금 밋밋하던 제트 건담에 먹선을 넣어주니 입체감과 만화적인 느낌이 한껏 살아나는 느낌입니다!
그나저나 손글씨를 무척이나 싫어하는 제가 0.2, 0.3mm 펜의 사각거리는 느낌은 꽤 즐기게 되는군요. 가장 귀하신 0.2mm는 건담 프라모델의 먹선 넣기 용으로 고이 모셔두고 0.3, 0.5mm은 당분간 가지고 다니며 사용하려고 합니다.
처가집에서 득템한 로트링 래피도그래프를 종이에, 건담에 열심히 시전하고 있는 저를 보던 마눌님, '친정 오빠가 20년도 훌쩍 넘은 옛날, 저 펜을 사서 쓰지도 않고 넣어뒀던 것은, 이미 20년전부터 당신과 내가 이어질 운명을 위해서 였던거야'라고 말하는군요. 정말 그런걸까요?ㅎㅎㅎ
- 2012/12/18 - 환골탈퇴한 구식 턴테이블 DUAL 1019, 만만치 않았던 복원기
- 2012/12/11 - 먼지 낀 구식 기계, 턴테이블의 유혹 - DUAL 1019를 발견하다
- 2012/10/29 - 컷스로트 아일랜드, 한국 최초 발매 DVD에 얽힌 추억들
- 2012/08/17 - 15년 전 작성했던 디지털 카메라 벤치마크 기사를 보니
- 2012/07/12 - 20년 전 비디오CD, 컴퓨터에서 재생해보니
- 2012/05/09 - 추억의 쓰레기들을 정리하다
- 2011/02/21 - 컴퓨터로 알아보는 연령 측정
- 2010/09/14 - 손으로 쓴 15년 전 컴퓨터 원고를 꺼내보다
- 2009/11/09 - 때 아닌 윈도우 3.1 개봉, 설치기
'생활의 지혜 > 일상다반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깨진 유리를 쉽게 버릴 수 있게 한 아파트 관리소의 굿 아이디어! (17) | 2013.06.12 |
---|---|
아내 말을 들었더니 떡이 생겼다! 대형 마트에서 생긴 일 (39) | 2013.05.29 |
장인 어른을 위한 저렴한 MP3 플레이어를 빛나게 만든 것은? (27) | 2013.02.08 |
다들 투표하셨죠? (18) | 2012.12.19 |
한글날이 공휴일이 된다는 뉴스에 떠오른 추억의 그림 한 장 (24) | 2012.11.08 |
- 생활의 지혜/일상다반사
- 2013. 5. 21. 11:39
이 글을 공유하기
댓글 :: 질문 댓글은 공개글로 달아주세요. 특별한 이유없는 비밀 댓글에는 답변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