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제품 전문 블로그???
윈도우 7이 한창 탄력을 받고 나가는 요즘에 뜬금없는 윈도우 3.1 개봉기냐고 하실 분도 계시겠지만, 앞서 올렸던 16년전의 200MB짜리 하드디스크와 함께 본가에서 잠자고 있던 윈도우 3.1 박스를 가지고 왔기에, 간만에 햇빛도 쐬어 줄 겸해서 박스를 열었다가 설치까지 시도를 해보게 되었습니다^^;;
200MB짜리 하드디스크와 윈도우 3.1 정품 박스외에도 몇가지 게임 패키지와 몇 가지 운영체제가 더 있는데, 이런 것들 다 올리다가, 추억의 옛날 물건 전문 블로그가 되버리는건 아닌지 모르겠네요^^;
손때가 묻은 윈도우 3.1 박스 패키지
컴퓨터 잡지의 런칭행사에 당첨!
요즘에야 인터넷을 통해 베타 버전을 배포하고 윈도우 7 블로거 파티와 같은 성대한 런칭 행사를 진행하지만, 한글 윈도우 3.1이 출시되던 1993년도에는 인터넷(웹서비스)이라는 서비스는 일반에게 거의 알려지지 않았을 때였고, 런칭 행사 같은 것도 없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나마 컴퓨터 업계에서 큰 힘을 발휘하던 컴퓨터 관련 잡지들을 통해 추첨을 통한 배포가 고작이었는데요, 컴터맨 역시 당시 즐겨보던 헬로우 PC 잡지에서 진행했던 한글 윈도우 3.1 타기 크로스워드 퍼즐 행사에 응모하여 당당히 당첨이 되어 타게 된 정품 한글 윈도우 3.1입니다.
당시 총 응모인원 3268명, 정답자 2853명중 10인에 당첨되었으니 무려 285:1의 높은 경쟁률을 뚫고 당첨이 되어버렸군요ㅎㅎㅎ
치열한 경쟁률을 뚫고 당첨!
사실, 이때 당첨된 것은 운보다는 헬로우 PC라는 잡지와의 끈끈한 교감(?) 덕분이라 생각합니다.
당시는 컴퓨터에 관한 정보의 대부분을 컴퓨터 잡지를 통해 얻을 때였고, 헬로우 PC는 매달 서점에 나올기가 무섭게 달려가 사들여 한페이지도 빼지않고 꼼꼼히 읽어댔던 기억이 나는군요.
읽고난 후에는 매달 잡지에 대한 신랄한 비판과 격려를 엽서에 꼼꼼히 적어 보냈고, 당시, 외국 잡지에서는 진행되고 있었지만 국내에는 전무후무하던 컴퓨터 부품들의 벤치마킹 기사를 줄기차게 주장하여, 실제 몇 달 뒤에는 헬로우 PC의 국내 최초의 벤치마킹 기사가 실리게 되며, 불과 몇년 뒤에는 '벤치마킹'이란 용어가 전혀 낯설지 않게 되었죠(믿거나 말거나 국내 최초의 벤치마킹이 시작된데는 컴터맨의 끈질긴 요구가 큰 원동력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ㅡㅡㅋ)
어쨌거나, 이렇게 잡지사에 열혈 독자로 눈도장을 찍어놓았으니, 생각치 않았던 경품 행사에 자주 뽑히기도 했었는데요, 285:1의 경쟁률을 뚫을 수 있었던 원동력 역시 이런 내막이 있지 않았을까...짐작해봅니다.
여담이지만, 이때만해도 개인정보에 대한 개념이 전무하던때라, 당첨자 발표란에는 실명과 주소가 고스란히 실려있습니다. 특히나 컴퓨터 물물교환란에는 이름과 주소, 전화번호 등이 모두 공개가 되어 있는 것을 보면, 정말 격세지감이 느껴집니다. 요즘 같았으면 난리가 났을텐데 말이죠ㅎㅎ
윈도우 3.1 패키지 속에는 무엇이?
박스 뒷면에는 윈도우 3.1의 막강한 기능들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잘라내고 붙여넣기(Cut & Paste) 트루타입 글꼴을 통한, 눈에 보이는 대로 출력물을 얻을 수 있는 기능(WYSIWYG), 마우스가 적극적으로 쓰이고, 파일 관리자를 통한 편리한 파일 관리, 그래픽 인터페이스, 자습서를 통한 쉬운 사용 방법, '늘어진 메뉴'라고 불린, 드롭 다운 메뉴의 편리함 등, 요즘에는 너무나 당연한 기능이라 전혀 얘기거리가 되지 못하지만, 도스 환경이 일반적이던 당시로서는 매우 획기적인 기능으로 주목받았습니다.
빼곡한 박스 뒷면
패키지 포장을 열면, 가장 먼저, 묵직한 사용설명서와, 조금은 얄팍한 입문편 매뉴얼 두 권이 나타납니다.
특히, 무척 묵직한 두께와 무게를 자랑하는 사용 설명서는 이래서 정품을 사는구나! 라는 기쁨을 느낄 수 있을 만큼 듬직합니다.
하지만, 사실 담겨 있는 내용은, 정말 '매뉴얼스럽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메뉴를 하나씩 풀어놓은 수준에 그쳐, 그리 도움은 되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베개로 써도 될듯
이외에 설치 디스크가 담긴 봉투는 사용자 계약서의 역할을 대신하며 이 봉투를 개봉하는 것은 사용자 계약서에 동의하는 것을 뜻한다는 봉인의 역할을 대신하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계약이 맘에 안들면 뜯지말고 반품해라! 이말이죠 ㅡㅡㅋ
한 번도 받아본 적이 없는 기술지원 요청서에는, 사용자의 신상정보와 시스템 정보 등을 적도록 되어 있습니다.
QNIX, KSSM, KS 등의 한글 코드와 허큘리스, CGA, EGA, VGA 등의 비디오 모드들이 정겹네요.
하지만 궁금한 것은, 이 기술 지원 요청서를 우편으로 보내라는 것인지, 팩스로 보내라는 것인지, 아니면 상담전화 걸기전에 미리 작성해두어 상담을 편리하게 받으라는 것인지, 정체를 알 길이 없네요^^;;
사용자 계약서와 기술 요청 지원서
드디어 모습을 드러낸 윈도우 3.1 설치디스크입니다.
5.25인치 플로피 디스크 13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요, 컴터맨 역시 이제는 5.25인치 플로피 드라이브가 없어서, 저 디스크가 살았는지 죽었는지 확인할 길이 없습니다ㅠㅠ
3.5인치 FDD까지는 어떻게 해보겠는데 5.25인치인 너는 정녕ㅠㅠ
윈도우 3.1, 함 설치해볼까?
지금 컴터에 설치를 해보겠다는 생각을 한 것은, 단지, 설치가 될까? 안될까? 하는 아주 단순한 궁금증에서 부터 시작이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컴터맨의 컴터에는 Microsoft Virtual PC가 깔려 있으니 아주 간편하게 설치할 수 있을꺼라 생각하였으나, 여러가지 번거로운 작업들이 반복되면서, 놀고 있는 512MB CF 메모리에 도스를 설치하고, 윈도우 3.1의 설치 파일들을 복사한 후 설치를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CF 메모리에 도스를 설치하고, config.sys에 himem.sys를 띄우기 위해 'copy con config.sys'를 입력합니다. copy con config.sys는 'config.sys 파일을 con(console:키보드)를 이용하여 copy(작성)하겠다'는 뜻인데요, 간단한 텍스트 파일을 별도의 에디터를 실행하지 않고 바로 작성할 수 있어 자주 써먹었던 명령입니다.
하도 자주 입력했던 명령이라 그런지, 십몇년이 지났어도 잊어버리지 않았네요ㅡㅡㅋ
copy con config.sys
그래픽 카드를 비롯, 요즘 컴퓨터 부품들이 윈도우 3.1을 전혀 지원하지 않기 때문인데요, 네이버 까페를 찾아보시면 옛날 운영체제를 Virtual PC에 설치 완료해 놓은 파일들을 쉽게 구하실 수 있으니, 그러한 파일들을 찾아 사용하세요.
512MB CF 메모리에 윈도우 설치 파일을 HANWIN 폴더에 복사한 후, USB 리더기에 연결하여 도스로 부팅했습니다.
윈도우 3.1의 설치 파일은 setup.exe를 입력하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기억에 Setup /is라고 입력하면, 하드웨어 검색 작업을 패스하고 설치를 시작하여 좀 더 빨랐다고 기억되는데, 기억이 정확한지는 모르겠네요.
윈도우 3.1 설치를 위해 setup을 입력
파란바탕에 하얀 글씨로 진행되는 설치화면은 요즘도 왠지 익숙하다.
자동 설치와 사용자 설치에서는 늘 C를 눌러 사용자 설치를 선택했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예나 지금이나 설치 프로그램이 맘대로 진행하는 것은 눈뜨고 못봐주는 성격이었던듯 싶습니다ㅡㅡㅋ
자동설치와 사용자 설치 설정
한글 도스를 쓰지 않는 상황에서는 늘 저러한 경고 메시지가 나왔던 것으로 기억됩니다만, 도스에서 한글은 거의 쓰임새가 없었던 듯 싶네요. 무시하고 패스했었습니다.
각종 하드웨어 설정을 정하는 화면에서 3벌식 키보드 설정과 SHIFT+SPACE로 한영전환을 하기 위해 101키 호환 키보드(종류 3)을 선택했습니다.
파일 복사가 어느정도 진행되고 나면 그래픽 화면으로 바뀌면서 설치 마무리가 진행됩니다. 이런 방식은 요즘도 쓰이고 있습니다.
설치가 거의 막바지로 접어들고
당시 프린터는, 일반 가정에서는 거의 쓸 일이 없는, 고가의 제품이었습니다. 늘 목록만 바라보며 입맛을 다셨던 기억이 나네요ㅡㅡㅋ
컴퓨터 사용자의 로망, 프린터ㅠㅠ
설치가 끝나고 윈도우 3.1 로고가 표시됩니다.
당시 컴퓨터에서는 그래도 잠시 기다렸어야 했는데, 이제는 정말 눈깜짝할 새 로고가 지나가는군요 ㅋ
윈도우 3.1 로고
바탕화면이 꽤 넓어 보이지만, 모든 프로그램은 '프로그램 관리자' 영역 안에서만 실행될 수 있습니다.
프로그램 관리자
앞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요즘 컴퓨터에 도스+윈도우 3.1을 직접 설치해봐야 드라이버 지원이 되지 않아 화면은 640*480, 16컬러 모드로 설정되며 마우스와 키보드외에는 아무것도 이용할 수 없는 상태입니다. (심지어 사운드카드 드라이버도 설치할 수 없어 추억의 "빠밤~"소리도 나지 않습니다ㅠㅠ)
CD롬 드라이브 역시 S-ATA방식이라면 도스에서 인식되지 않아 작동하지 않으므로 CD에 담긴 프로그램도 설치할 수 없는 상태입니다.
때문에 따로 해볼만한 작업은 없으며, 그냥 옛날 화면을 슬쩍 둘러보는 정도로 마무리 해야할 듯 싶네요^^;;
마우스 설정 화면
멀티미디어 관련 설정. 애드립, 사운드 블래스터, MPU-401, LAPC 등 그리운 이름들이 보인다
굴림체, 궁서체, 돋움체, 바탕체의 트루타입 글꼴을 지원
탐색기의 전신, 파일 관리자
그림판의 전신, 페인트
심심풀이로 즐겼던 솔리테어 게임, 어느순간부터 보이지 않게 되었다
글에서 잠시 언급했던, Virtual PC에 설치된 윈도우 3.1을 받아보았는데, 트럼펫 윈속과 인터넷 익스플로러 3.02a 버전이 설치되어 있어, 띄워보았습니다.
인터넷 익스플로러 3.02
짐작했던 대로, 플래시를 처리하지 못하는데다, 한글 코드까지 달라져 제대로 뜨는 웹사이트가 없네요^^
컴터맨의 블로그 역시 엉망으로 뜨다 멈춰버립니다.
십수년 전의 익스플로러는 대부분의 페이지를 제대로 표시하지 못한다
강해서 살아남은 것이 아니라, 살아남았기에 강한 것이다
예나 지금이나 마이크로 소프트의 제품들은 비아냥의 대상이 되기 일쑤입니다.
특히 안정적이지 못한 운영체제라는 놀림감이 되기 일쑤였죠.
윈도우 3.1은 31번, 윈도우 95는 95번 쯤 설치를 해야 제대로 쓸 수 있다는 비아냥에서 부터, 윈도우 모바일 운영체제가 들어간 스마트폰들이 속속 출시되자, 이제 휴대폰에서도 블루스크린을 봐야하는가? 라는 얘기 등...찾아보면 끝이 없는게 마이크로 소프트에 대한 비아냥입니다.
윈도우 3.1 역시 도스쉘에 불과하다는 얘기, 도스 기반에서 뜨는데 무슨 운영체제냐는 얘기 등등, 논란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허접(?)한 윈도우 3.1이 십수년의 세월을 거쳐 윈도우 NT, 95, 98, 2000, 윈도우 XP와 윈도우 비스타, 윈도우 7이 될때까지 살아남은 것을 보면, '살아남은 것이 강한 것이다'는 얘기가 틀린 것이 아님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되는군요.
컴터맨이 한때 미쳐있던 OS/2 운영체제는, 우수한 성능에도 불구하고 이제 그 흔적을 찾기 힘든 상황이 되고 보니, 왠지 씁쓸한 느낌은 지울 수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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