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골탈퇴한 구식 턴테이블 DUAL 1019, 만만치 않았던 복원기

턴테이블에 쌓인 수십년의 때와 먼지를 벗겨내는 작업, 만만치 않았다

지난 포스팅에서 살짝 언급했던 것 처럼, 본가에서 가져온 DUAL 1019 턴테이블의 외관에는 세월의 흔적이 잔뜩 쌓여 있었습니다.

 

사실 때가 잔뜩 낀 겉모습만 봐서는, 이게 제대로 돌아갈까 싶은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2012/12/11 - 먼지 낀 구식 기계, 턴테이블의 유혹 - DUAL 1019를 발견하다

LP 턴테이블 DUAL 1019

 

어쨌든 저는 이 오래된 기계를 제대로 사용해보고 싶었고, 이를 위해서는 청소가 급선무였습니다.

일단, 턴테이블에서 가장 육중한 무게를 자랑하는 플래터(원판)을 분리했습니다.

LP 턴테이블 DUAL 1019

 

나무 받침대에서 턴테이블을 꺼내 뒤집어보니, 내부에 낀 먼지 역시 엄청났습니다.

특히 기계 부품의 원활한 작동을 위해 뿌려져 있던 윤활유와 구리스에 먼지가 들러붙어 찐득찐득한 상태!

LP 턴테이블 DUAL 1019

 

레코드 회전 수를 설정하는 핵심 부품에는 이와 같이 녹까지 살짝 슬어 있네요.

LP 턴테이블 DUAL 1019

 

일단 눈에 띄는 적들을 최대한 깨끗이 처리했습니다.

LP 턴테이블 DUAL 1019

 

처음 마음 먹기로는 기계 전체를 분해해서 깨끗이 세척하고자 했는데, 복잡한 시계 부품과 같이 얼기설기 얽혀 있는 구동 장치들을 분해하는게 보통일이 아니란 것을, 작업하다보니 깨닫게 되었습니다.

분해하는 것도 일이지만, 원상 복구 시키는 것도 만만치 않은 일이더군요.

결국, 심하게 오염된 부분 부분만 분해, 청소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습니다.

 

여기까지가 작업 첫째날입니다.

LP 턴테이블 DUAL 1019

Dual 1019 복원 둘째날 - 아이들러 휠과의 싸움

둘째날, 뜻밖의 복병이 등장했습니다.

바로 구동부에 심각한 문제가 있음을 발견했습니다.

 

사진에서 하얀 탑처럼 생긴 것이 모터와 모터 축, 그 옆에 고무 바퀴처럼 생긴 것이 아이들러 휠입니다. 턴테이블의 모터가 돌기 시작하면 이 아이들러 휠이 돌아가고, 아이들러 휠과 접촉하고 있는 플래터(금속 원판)이 돌아가는 식입니다.

즉, 모터의 회전으로부터 턴테이블의 각종 동작이 시작되는 것인데요, 고무 재질의 아이들러 휠이 마모되어 모터 축과 제대로 접촉되지 않습니다.

LP 턴테이블 DUAL 1019

 

다행히 아이들러 휠의 육각 볼트를 이용하여 접점을 조절할 수 있도록 되어, 아주 조금씩 돌려가며 모터축과 가장 잘 붙는 포인트를 찾기 시작했는데, 이게 또 하루저녁을 잡아먹을 만큼 고된 작업이었습니다.

게다가, 애초부터 아이들러 휠이 마모되어 시작된 증상인 탓에, 아무리 조절을 해도 딱 원하는 지점에 고정되지는 않더군요.

어쨌든, 사투끝에 적절한 지점을 찾는데 성공했습니다.

LP 턴테이블 DUAL 1019

이 부품을 따로 구할 수 있나 검색을 해봤더니 턴테이블 제작사에서는 지원을 이미 중단했고, 부품을 판매한다는 작은 업체에서는 90달러를 매겨놨더군요. 가격도 부담스럽지만 과연 제대로 보내줄까 싶은 생각이 먼저 들었습니다.

DUAL 1019 복원 셋째 날 - 세월의 흔적 지우기

65년부터 71년 사이에 제조된 턴테이블, 최소 40살 이상의 나이를 먹은 셈인데요, 그 나이만큼이나 겉에 낀 손때도 엄청났습니다.

LP 턴테이블 DUAL 1019

 

커버를 벗겨내자 틈새로 들어가 있던 기름때가 낀 먼지도 드러납니다.

LP 턴테이블 DUAL 1019

 

워낙 찐득한 먼지라 닦아내는데도 시간과 공이 꽤 들어가네요.

LP 턴테이블 DUAL 1019

 

플래터 사이사이에도 묵은 때가 잔뜩 끼어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면봉에 세정액을 뭍혀 사이사이 닦아내다가 안되겠다 싶어 플래터에서 고무판을 분리, 물에 풍덤 담갔습니다.

LP 턴테이블 DUAL 1019

 

청소 도중 제품 라벨과 제조번호가 뚝 떨어져나갔습니다. 접착 테이프로 붙여졌지만 오랜 세월과 함께 접착 테이프가 딱딱하게 굳어 있네요. 원래 테이프를 깨끗이 제거하고 다시 붙여주었습니다.

LP 턴테이블 DUAL 1019

 

이렇게 큰 작업을 모두 마치고 환골탈태한 턴테이블입니다!

나름 공들여 닦아주었더니 나무 받침대에서는 반들반들 광이 나기도 합니다!

LP 턴테이블 DUAL 1019

DUAL 1019에서 들어본 산울림 2집과 이문세 5집!

턴테이블에 레코드를 한장 올리고, 돌려봤더니, 치직치직 거리는 레코드 특유의 소리와 함께 음악이 흘러나옵니다!

LP 턴테이블 DUAL 1019

 

이미 밤늦은 시간이었기에 앰프의 볼륨을 살짝 올리고 조용한 가요 레코드를 얹었는데요, CD와 MP3에 익숙한 귀에 레코드로 듣는 깊은 밤을 날아서는 느낌이 참 새롭고 따뜻합니다.

CD나 MP3를 들을 때는 조금 듣다가 다음곡으로 휙휙 넘기는 경우가 많았지만, 턴테이블 위에서 돌아가고 있는 레코드는 별 다른 생각없이 조용히 듣고 있는 것 역시 참 신기합니다.

LP 턴테이블 DUAL 1019

 

어디서 흘러들어온 것인지 정체를 알 수 없다고 했던 산울림 2집 레코드, 70년대 레코드라 그런지 라벨 디자인도 참 신선(!)합니다.

'나 어떡해' 전주에 흘러나오는 키보드 소리에서는 정말 70년대 그룹사운드 분위기를 그대로 느낄 수 있습니다.

LP 턴테이블 DUAL 1019

DUAL 1019 복원, 아직 끝나지 않은 작업

여기까지 작업하는데 약 4일이 걸렸습니다.

처음부터 만만하게 봤던 작업은 아니었지만, 복잡하게 얽혀 있는 기계를 제대로 분해, 조립한다는 건 매뉴얼을 들여다보면서도 결코 쉬운일이 아니더군요.

각 부분 부분의 사진을 찍어놓지 않았더라면, 재조립이 불가능할 정도로 만만치 않은 기계였습니다.

LP 턴테이블 DUAL 1019매뉴얼과 사진 촬영한 노트북을 들여다보며 난장판 속에서 혈투 중

이제 청소를 위해 분해하면서 기계적으로 설정되어 있던 미세한 값들이 틀어져서 이 값을 원상 복귀 시키는 큰 작업이 남아 있습니다.

아울러, 오디오와 연결하는 RCA 커넥터가 아직 도착하지 않아 전선 교체 작업도 남아 있는데요, 일련의 작업들은 무척 고되고 시간이 많이 걸렸지만, 턴테이블에서 흘러나오는 소리를 들어보니 이러한 수고를 충분히 보상받는 기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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