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벚꽃 구경, 갑자기 바꾼 캠핑장
4월 날씨치고는 꽤 쌀쌀했던 탓인지 봄이 온줄도, 벚꽃이 만개한 줄도 모르고 지내다가 부랴부랴 벚꽃 구경 겸 캠핑을 떠나게 되었습니다.
4월의 두 번째 캠핑은 충북 단양의 소선암 오토캠핑장으로 다녀왔습니다.
원래는 충북 제천의 모 캠핑장으로 다녀올 계획이었으나 막상 현장에 도착해보니 사진으로 보던 것과는 너무나 다른 황량한 풍경이었습니다.
공교롭게도 봄비까지 부슬부슬 내리는 상황이 지난 해 3월 중순에 다녀온 양평의 캠핑장 분위기와 흡사하더군요.
뭔가 꺼림직한 상황이라면 아예 접는게 낫다는, 그간 몇 번의 캠핑장에서 느꼈던 공통된 직감에 따라 급히 다른 캠핑장을 알아본 끝에 단양의 소선암 오토캠핑장으로 목적지를 옮기게 되었습니다.
제천부터 단양까지, 예정에 없던 50여 km를 더 달리게 되었지만 충주호를 따라 가는 길에 핀 벚꽃을 실컷 구경할 수 있어 기분 좋은 드라이브였습니다.
이렇게 소선암 오토캠핑장은 마눌님의 검색 신공을 통해 급히 찾게 되었습니다.
여차저차 소선암 오토캠핑장 관리사무소에 전화(043-423-0599)하여 당일 이용 가능 여부를 물었는데 관리소 직원분이 친절하게 안내를 해주어 편한 마음으로 들어설 수 있었습니다.
원래 단양 소선암 오토캠핑장은 인터넷 예약을 통해 이용 가능한 곳이지만, 역시 저희는 평일 캠핑을 다니는 덕분에 당일 현장에서 결제를 했습니다.
소선암 오토캠핑장의 이용요금은 성수기(7~8월)와 비수기 주말/공휴일 3만원, 비수기 평일 2만원이며 전기사용요금이 포함된 금액입니다.
카드 결제도 가능한데, 쓰레기 봉투 값 1000원은 현금으로 지불했습니다.
봄비가 오는 평일의 캠핑, 역시 캠핑장은 저희만 전세 캠핑을 하게 되었습니다.
덕분에 어떤 자리로 할 것인지도 캠핑장 전체를 둘러본 뒤 결정할 수 있었습니다.
마눌님과 함께 돌아보고 결정한 자리는 C8번 자리로, 소선암 오토캠핑장의 중간쯤 되는 자리입니다.
소선암 오토캠핑장은 나무 데크와 굵은 파쇄석이 깔린 사이트로 나뉘는데 당일 비가오는 상황에서는 파쇄석 자리가 더 나을 듯 싶더군요.
도로에서 다리를 건너자마자(아래쪽 화살표) 관리소 뒷편으로 D 구역이 있는데, 이 곳은 샤워시설과 강가로 내려가기 가까운 장소지만 저희는 도로와 멀리있고 뒤쪽에 산이 있는 C라인이 특히 마음에 들었습니다.
봄비를 바라보며 감자전과 대나무 닭다리 구이
흩뿌리는 봄비속에서 뚝딱뚝딱 돔스크린을 쳤습니다.
꽤 굵은 파쇄석 바닥이라 팩 고정이 만만치 않겠다 싶었는데, 30cm 짜리 팩으로 무난하게 팩다운하여 스크린을 고정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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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정보다 길었던 여정에 벚꽃까지 구경하느라 시간이 많이 늦었고 출출하더군요.
마눌님은 즉석에서 감자를 갈아서 감자전을 해주었습니다.
적당한 크기로 한 숟가락씩 떠서 부친 감자전, 집에서도 간간히 해먹는 감자전이지만 바삭하면서 촉촉한 것이 그야말로 게눈 감추듯 흡입하게 되더군요 ㅎㅎ
소선암 오토캠핑장에서의 하이라이트라면 무엇보다 '닭다리를 품은 대나무' 구이였습니다.
대나무 스피커를 만들고 남은, 불쏘시개용 대나무를 이용해 만든 닭다리 구이는 닭다리를 4개밖에 준비해오지 않은게 안타까웠을 정도로 별미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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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처럼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건강한(?) 캠핑 습관 덕에 첫 날 일찍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저녁때 거의 잦아들었던 비는 새벽이 되면서 다시 내리기 시작했고 이른 아침이 되자 꽤 많은 양의 비가 내렸습니다.
다행히 굵은 파쇄석은 물빠짐이 엄청나게 좋아 투닥투닥 텐트에 떨어지는 빗소리를 감상하며 아침을 맞이할 수 있었습니다.
깨끗하게 관리되고 있는 편의 시설들
아침에는 빗줄기가 꽤 굵어져 하루 종일 비가 내리는게 아닌가 싶었는데, 다행히 아침 9시쯤 되니 빗줄기가 가늘어지더군요.
어묵탕과 즉석밥, 간단한 밑반찬으로 아침 식사를 마치고 난 뒤 소선암 오토캠핑장을 좀 더 둘러봤습니다.
일단 나무 데크와 파쇄석, 두 바닥은 각각의 장단점이 있는데, 비오는 날이라면 파쇄석 바닥이 훨씬 쾌적합니다.
소선암 오토캠핑장은 최근 새단장을 한 덕분인지 깨끗하고 편의 시설 배치가 곳곳에 잘 되어 있습니다.
캠핑장 중앙에 자리잡은 식수대, 마침 둘째날 아침 수질 검사 차량이 와서 검사를 하더군요 ㅎㅎ
소선암 오토캠핑장에 총 3곳이 마련되어 있는 화장실은 화장실 냄새 대신 방향제 냄새가 더 강할 정도로 번쩍번쩍 깨끗하게 관리되고 있습니다.
개수대 역시 4개가 배치되어 있어 멀리 걷지 않아도 됩니다.
분리수거 시설 역시 곳곳에 잘 되어 있었는데, 화로재를 버리는 시설이 마련되어 있지 않습니다.
관리소측에 물어봤더니 잠시 생각하다가 습한 흙이 있는 장소에 버리고 흙을 덮어주라고 하더군요.
캠핑장 시설이 깨끗하게 잘 관리되고 있는 소선암 오토캠핑장인데, 왜 그럴까? 잘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었습니다.
소선암 오토캠핑장, 나름대로 꼽아본 명당
사실 소선암 오토캠핑장은 당일치기로 검색하여 찾아온 터라 주변 환경이나 시설에 큰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물놀이가 가능하다는 점 역시 여름에는 상당한 매력 포인트가 될 것 같습니다.
소선암 오토캠핑장 관리소 주변, D 구역 건너편에서 바라본 방향 역시 물놀이 하기에 최적의 장소로 보였습니다.
저는 소선암 오토캠핑장을 처음 둘러볼 때부터 안 쪽 높은 자리에 자리잡고 있는 '산' 구역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데크까지 짐을 들고 날라야한다는 점 때문에 선택하지 않았지만, 다른 사이트들을 내려다보는 전망이 좋은 사이트입니다.
그리고 소선암 오토캠핑장에서 빼먹으면 섭섭한 곳, 짧은 등산로입니다.
등산로라고 표시된 입구를 따라 들어서자마자 푹신한 솔잎이 잔뜩 깔린 길이 시작됩니다.
뭐랄까 마냥 걷기 편하게 잘 닦아 놓은 등산로는 아니지만 그렇게 힘든 코스도 아닌, 산 길입니다.
소나무 아래쪽에는 가지치기한 나무 가지들이 여기저기 떨어져 있는, 분명히 손을 댄 흔적이 많은 숲입니다.
하지만 곳곳에 널려 있는 나뭇가지나 바위에 짙은 이끼들이 끼어 있는 것을 보면, 오랫동안 손을 타지 않은 듯한 신기한 숲이기도 합니다.
분홍색 진달래가 여기저기 피어 있고 바닥의 바위와 나뭇가지들은 온통 초록색 이끼를 뒤집어 쓴, 정말 오래된 느낌의 숲도 만나게 됩니다.
숲 속의 분위기만 보면 첩첩산중인 듯 싶지만 실제는 이 정도, 혹은 조금 더 올라가면 볼 수 있는 광경이라 더 신기하고 즐겁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분위기 좋은 숲에서 캠핑장의 전경을 내려다보고 있노라니, 앞서 제 나름대로 '명당'이라 생각했던 '산'구역의 데크들 뒤쪽으로 숲을 찾는 사람들의 발길이 잦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마눌님께서 꼽은 소선암 오토캠핑장의 명당자리들은 물가로 내려가는 통로가 가까운 곳으로 일단 A17번이 눈에 들어옵니다.
사실 A라인은 건너편 국도의 차 다니는 소리가 좀 큰 편이었는데, 어차피 사람이 바글바글한 캠핑장이라면 건너편 차소리쯤 크게 문제가 되지 않겠단 생각도 듭니다.
그리고 소선암 오토캠핑장의 가장 구석자리, A31번부터 A27번 자리 역시 물가로 내려가는 길이 가깝고, 다른 사람들의 왕래가 적은 조용한 명당으로 꼽았습니다.
A31의 경우 다른 사이트에 비해 좁은 편이고, 화장실이나 개수대와 거리가 살짝 있는게 단점이지만, 사람 많고 더운 여름철에는 최고의 자리가 될 것 같습니다.
사진 곳곳에 등장하는 둥근 테이블들은 모든 사이트에 있는 것이 아니므로 필요하다면 예약전 미리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아울러 주차는 대부분의 사이트에서 바로 옆의 주차 공간을 이용할 수 있지만 몇몇 사이트는 지정된 주차장소를 이용해야하는 경우도 있으므로 역시 확인이 필요합니다.
참고로, 저희가 머물렀던 C8번 자리 역시 사이트와 떨어진 곳에 주차해야 하는 자리인데, 다행히 전세 캠핑이라 옆 사이트의 주차공간을 이용했습니다.
그리고 캠핑장 사이트 중간중간에 나무들이 꽤 있는 편이지만 짙은 나무 그늘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듯 싶더군요.
더운 여름에 그늘을 막아줄 타프를 꼭 준비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모든 캠핑 요리가 성공작은 아니다
비가 그친 소선암 오토캠핑장에서 아침을 먹은 뒤, 점심은 화로 피자에 도전해봤습니다.
삼시세끼의 차줌마가 만들던 화덕 피자에 꽂혀, 뚜껑있는 화로에 피자를 구워 본 것이었는데요, 비주얼은 그럴듯 했지만 화로 크기에 비해 너무 욕심을 부린 탓에 기대에 미치지 못한 실패작이었습니다.
마눌님께서는 만들어진 도우를 이용하자고 하지만 저는 한 번의 실패를 통해 화로 피자의 요령은 파악했으니, 다음에는 멋진 화로 피자를 만들어 내야겠다고 생각해 봅니다.
오후가 되면서 비가 그치고 반짝 햇볕도 나는 덕분에 비에 젖은 돔스크린도 어느정도 말리면서 여유를 부리다가 오후 늦게 짐을 걷고 아쉬운 작별을 했습니다.
2015년 4월13일~14일, 소선암 오토캠핑장에서
원래 목적했던 캠핑장은 아니었지만 뜻밖에 마음에 드는 캠핑장을 발견했다며, 마눌님은 여름 휴가때 다시 한 번 오고 싶다고 말합니다.
저 역시 벚꽃이 만개한 봄날과는 사못 다른 모습일테지만, 여름에 다시 한 번 찾고 싶을만큼 꽤 멋진 캠핑장이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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