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 미루어졌던 태안 학암포 캠핑장
아홉번째 캠핑은 학암포 오토 캠핑장으로 정했습니다.
사실 일곱번째 캠핑장소로 정했다가 예약했던 것이 풀려버리면서 원하는 장소를 놓쳐버린 아픈 경험이 있던 캠핑장이었는데요, 바닷가와 인접한 경치 좋은 캠핑장이라고 평판이 자자했기에 결국 또 다시 예약을 하고 다녀오게 되었습니다.
예전 직장이 학암포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어 가는 길은 그리 낯설지 않았지만, 출퇴근만 했지 주변에 경치 좋은 곳은 둘러보지 못한터라 학암포를 직접 와본 것은 처음이네요.
학암포오토캠핑장은 넓직한 주차장을 끼고 있습니다.
아마도 여름에 피서객들이 많이 찾는터라 이런 시설을 마련해 놓은 것 같네요.
워낙 유명한 오토캠핑장이라 그런지 먼저 온 캠핑족들이 꽤 많습니다.
마눌님께서 심혈을 기울여 선택한 자리는 D-17번이었는데요, 5X6m 크기의 사이트는 살짝 좁은 감이 있지만 사이트 뒤쪽에 여유공간이 있어 넉넉하게 쓸 수 있습니다.
학암포오토캠핑장의 전체 배치도입니다.
이곳에서는 D라인이 대체로 인기가 좋은 듯 싶었고 저희가 자리잡은 D-17도 바닷가와 개수대가 가까운 좋은 자리였습니다.
하지만 2박3일을 지내보니 개인적으로는 D-6, D-7번을 학암포 오토캠핑장의 명당자리로 꼽고 싶습니다.
학암포오토캠핑장의 예약 및 결제, 살짝 아쉬워
이곳 학암포오토캠핑장의 예약은 역시나 국립공원관리공단의 야영장예약 사이트에서 할 수 있습니다(전화번호 : 041-674-3224).
워낙 인기가 좋은 오토캠핑장이라 자리다툼이 무척 치열하고 예약을 먼저 하더라도 바로 결제를 하지 않고 살짝 시간을 끌면 자동 취소가 되어버리기도 합니다.
그런데 예약을 하면서 살짝 마음이 상했던 것은 결제를 하면서 였는데요, 성수기 11000원의 이용료에 하루 전기 사용료가 2000원이라고 명시되어 있었지만 실제로는 전기사용료가 4000원으로 결제되더군요.
현장에 가서 물어볼 심산으로 따로 문의하지 않고 출발했고 고속도로를 한참 달리고 있을때 학암포오토캠핑장에서 전화가 왔습니다.
결제 시스템의 오류로 인해 하루 2000원, 총 4000원이 추가 결제되었으니 도착해서 현금 결제를 하면 기존 카드 결제분은 취소해 준다는군요.
알고보니 7월부터 전기료를 1박에 4000원으로 받는데, 그게 결제 시스템에 미리 적용되었고 결제 시스템을 수정하기가 어려우니 양해해 달란 얘기였습니다.
뭐, 사람이 하는 일이니 그럴수도 있고 현장에서 카드 결제 안되는 것도 그러려니 했는데, 그 얘기를 당일 오후에 전화하니 좀 난감합니다.
마침 현금을 들고 있지 않은터라 스마트폰 뱅킹으로 계좌이체를 하겠다고 해도, 따로 통장이 마련되어 있지 않으니 근처(...라고 해도 12km가량 떨어진) ATM기에서 현금을 찾아 결제해달라네요.
카드 결제에 문제가 있다면서 계좌이체를 할 수 있게 손을 써놓지도 않고 일방적으로 사정이 그러하니 이해해달란 말에 좀 욱했지만, 좋은 기분으로 놀러와서 따지기도 그렇고, 결국 다음날 왕복 24km를 차로 달려 ATM기에서 타행 수수료 물어가며 현금을 뽑아 결제하고 기존 카드 결제를 취소했습니다.
학암포오토캠핑장, 편의시설은 괜찮은편
2009년에 만들어진 캠핑장 답게 학암포 오토캠핑장의 시설은 괜찮은 편입니다.
취사장이나 화장실은 깨끗하게 관리되고 있었고, 취사장 한켠의 화로불 재를 모으는 통은 뚜껑이 달려 있어 재를 날리지 않게 배려해두었습니다.
갓 만들어진 캠핑장은 나무가 덜자라 그늘이 부족한 느낌이지만 4년차인 이곳 학암포오토캠핑장은 사이트마다 나무도 적당히 있습니다.
작지만 냉장고도 준비되어 있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데요, 도난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경고 문구도 보이고, 각자 신경써서 이용해야 합니다.
엎어지면 코닿을 거리에서 학암포의 석양을 만끽하다
저는 타프와 텐트를 치고 마눌님은 살림살이들을 배치했습니다.
이젠 익숙한 일이라 마눌님께서 타프칠 위치와 방향을 정해주면 툭탁툭탁 타프와 텐트 치는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습니다.
살림살이 배치가 끝난 후 걸어서 10여분 거리인 학암포 해변으로 구경을 나갔습니다.
마침 해가 떨어질 시간이라 해변은 황금빛 노을이 작렬하고 있습니다.
해변 모래밭이 무척 넓습니다.
해변이 넓기로 유명한 신두리 해변과 비교해도 크게 꿀리지 않을 정도로 넓은 모래밭은 여름에 해수욕을 즐기기에 안성마춤일듯 싶네요.
해가 점점 떨어지면서 바다도 점점 더 황금빛으로 물들어갑니다.
이런 날은 눈으로 보는 빛은 참 좋은데 사진으로 담아내기는 좀 까다롭네요.
그래도 막샷을 누르다보면 나름 느낌이 좋은 사진을 건질 수 있습니다.
학암포오토캠핑장에서 받은 생일상
짧은 산책도 산책이라고, 출출하네요.
텐트로 돌아와 저녁을 먹습니다.
오늘 메뉴는 집에서 준비해온 닭가슴살 튀김입니다.
집에서도 자주 먹는 맥주 안주인데, 이렇게 밖에서 먹으니 더 맛나네요 ㅎㅎ
닭가슴살 튀김, 새우구이, 집에서 만들어온 무우 초절임에 와인과 맥주를 곁들인 맛난 저녁을 먹었습니다.
무우 초절임 일병은 결국 살아남아 캠핑장까지 따라왔네요(뭔 소린지 궁금한 분은 2013/06/05 - 초간단 야채 초절임 레시피, 새콤달콤 아삭한 무우, 오이, 양배추의 매력!을 읽어보세요)
다음 날 타프에 비가 떨어지는 소리에 아침 일찍 눈을 떴습니다.
역시나 준비해온 모카포트에 에스프레소를 내려 진하게 마시며 내리는 비를 구경하고 있었고
저보다 늦게 일어난 마눌님은 아침상에 미역국을 끓여 올렸네요.
알고보니 제 생일이었습니다.
캠핑을 자주 다니다보니 캠핑장에서 생일을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ㅎㅎ
학암포오토캠핑장의 백미는 숲길 산책하기
사실 저는 올레길이나 등산을 그리 좋아하지 않습니다.
캠핑을 다니는걸 좋아하지만 캠핑장 주변을 떠나는 것도 그리 즐기는 편은 아닌데, 마눌님은 주변을 돌아보자고 자꾸만 눈치를 줍니다.
투덜대며 따라나선 산책길, 학암포오토캠핑장 입구를 나서자마자 마주치게 되는 산책길 입구입니다.
그런데, 이 산책길 분위기가 일품입니다.
나무와 풀이 빽빽한 숲속 사이로 부드러운 모래길이 만들어져 있습니다.
폭신폭신한 모래를 밟으며 오솔길을 걷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모래길 곳곳에는 토끼풀을 비롯한 여러 식물이 자라고 있습니다.
사람이 무작정 만들어 놓은 길이 아니라 자연이 순환하며 만들어진 느낌입니다.
비가 오락가락한 좀 흐린 오후인데, 자동차가 다니는 길과 그리 멀지 않아 마냥 적막하지 않으면서도 나무들이 참 많습니다.
해변에서 불어오는 모래바람을 막는 소나무와 풀들이 둔덕을 이루고 있습니다.
걷다보면 사구습지가 나타납니다.
웅덩이에 녹색 풀이 잔뜩 있어 한창 말많은 녹차라떼가 이곳에도 생겼나 했는데, 풀과 수초가 어우러진 깨끗한 물이었습니다.
사진을 찍기위해 웅덩이 근처로 발을 옮기는데 뭔가 풀쩍 물속으로 뛰어듭니다.
청개구리 참 오랫만에 봅니다ㅎㅎ
습지의 키큰 풀과 소나무 숲길은 한참이나 계속되었고
길을 따라가다보니 학암포 해변이 나옵니다.
좀더 걷고 싶어하는 마눌님을 비가 오고 어두워진다며 어르고 달래어 다시 캠핑장으로 돌아왔습니다.
학암포오토캠핑장에서 만난 고양이 손님들
일기예보에서 비가 온다는 얘기를 이미 들었지만 둘째날 저녁이 되자 정말 비가 본격적으로 오기 시작했습니다.
첫 우중 캠핑이 시작되었습니다.
점심을 든든히 먹었기에 저녁은 햄과 주먹밥을 구워 간단히 먹기로 했습니다.
이날 저녁은 우즈베키스탄과의 축구경기가 있던 날입니다.
타프에 투둑~ 떨어지는 빗소리를 배경음악삼아 축구를 보면서 또 맥주 한잔을 합니다.
밤이되자 비가 꽤 많이 내리네요.
덩달아 어제 밤에는 눈에 띄지않던 고양이 손님들 여럿이 등장합니다.
일부는 비를 피하기도 하고 일부는 바삐 돌아다니기도 하네요.
캠핑장을 다니다보니 고양이 손님들을 자주 만나는데, 차에 사료라도 좀 준비해 다녀야겠습니다.
평소 캠핑장에서 고양이들을 만나면 사진을 좀 제대로 찍어보고 싶은데 그게 말처럼 쉽지 않더군요.
하지만 이날은 워낙 여러마리가 등장해주셔서 한두 장 건질 수 있었습니다.
저희 차밑에서 비를 피하던 이 분은 텐트 뒤쪽으로 돌아와 저와 1m남짓한 거리에서 자리를 잡으셨습니다.
타프 아래에서 같이 비 좀 피하자는 심산인듯 싶어 한동안 얼음자세로 있었습니다.
축구 응원하며 한참이나 맥주를 먹은터라 화장실을 가야하는데, 움직이면 화들짝 놀랄까 싶어 스스로 가실때까지 참느라 살짝 애먹었네요 ㅎㅎ
캠핑의 색다른 묘미, 우중 캠핑
비는 다음날 오전 늦게까지 내렸고, 물이 텐트쪽으로 몰려오지 않도록 열심히 물길을 냈습니다.
처음 캠핑 장비를 마련하면서 함께산 6000원짜리 야전삽을 이렇게 빨리 쓰게 될 줄은 몰랐는데요, 직접 겪고보니 하나쯤 꼭 가지고 있어야할 필수 장비였습니다.
다행히 일기예보에서 말한대로 점심시간이 되면서 비가 그치고 쨍쨍한 해가 다시 고개를 내밀었고, 타프와 텐트를 말리는 동안 점심으로 칼국수를 맛나게 먹었습니다.
저희의 아홉번째 캠핑, 학암포오토캠핑장에서의 2박3일은 이렇게 마무리되었습니다.
2013년 6월10일~12일, 학암포오토캠핑장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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