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식과 맥주를 10년 이상 즐긴 결과
평소 맥주를 매우 즐겨 마시다 보니, 저녁마다 맥주 2~4 캔을 거의 매일같이 마시곤 했습니다.
물론 깡맥주만 먹을 수는 없으니, 과자나 마른 안주, 혹은 만두와 같은 안주도 꾸준히 즐겨왔습니다.
이렇게 맥주와 야식을 즐기는 날은 1주일에 약 6~7일 정도, 마시지 않는 날이 뭔가 특별한(!) 날이다 싶을 정도 였습니다.
게다가 업무 시간은 대부분 책상 앞에 앉아 컴퓨터 모니터를 보는 작업이 대부분이었고 걷기는 생활을 위한 최소 수준, 아울러 지역 특성상 대중교통 대신 자차로 이동하니 운동은 그야말로 숨쉬기가 전부였습니다.
언젠가 부터 맥주를 잔뜩 마신 뒤 화장실 거울 앞에 서면 올챙이 배를 보는 게 일상이 되었는데, 어느 순간 정말 몸매가 심각하구나 싶은 생각이 들어 운동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내맘대로 정한 유산소 운동
운동은 아파트 커뮤니티 센터에 마련된 헬스장을 이용하기로 했습니다.
원래부터 이용자가 그리 많지 않아 매우 한산했다고 하는데, 코로나19로 인해 몇 달간 문을 닫았다가 5월 재개장 한 뒤 더욱 한산한 모습입니다.
일단 저는 10년동안 쌓인 올챙이배를 정상 수준으로 돌리는 것과, 하루하루 느껴지는 저질 체력을 정상 수준으로 되돌리는 것을 목표로 했습니다.
때문에 웨이트 운동은 조금 뒤에 시작하기로 하고, 러닝머신과 일립티컬, 자전거 등 유산소 운동 위주로 체력과 심폐지구력을키우기로 했습니다.
각 운동기구는 20분씩 중간에 3~4분 남짓 휴식 시간을 갖고 뛰었는데, 3~4일 뛰어보니 어느정도 적응이 되어 나름의 운동 루틴을 정했습니다.
운동 시작 후 약 2주 동안, 러닝머신을 경사 11도로 설정하고 시속 3km -> 4km -> 5km를 2분 단위로 변경하며 달렸습니다.
사실 러닝머신 3~5km 속도는 천천히 걷는 정도에 불과하지만, 경사를 11도로 설정한 상태로 달리다보니 5km 구간에서는 맥박수가 150~160까지 올라갈 정도로 힘이 들었습니다.
그래도 횟수가 반복될 수록 점차 적응이 되는 느낌이라 2주차 부터는 3 -> 5 -> 6km를 1분 단위로 바꿔 속도는 더 높이고 20분 동안 더 많은 인터벌을 반복하며 운동했습니다.
경사 11도에서 러닝을 하고 나면 종아리와 허벅지가 꽤 묵직해지는 느낌이었는데, 케이던스(1분 당 바닥을 차는 횟수)는 110~120 정도였습니다.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러닝 케이던스가 180일 때 가장 효과적이라는 얘기에 솔깃해 4주차부터 경사를 4도로 낮추고, 대신 3 -> 6 -> 9km를 1분씩 뛰는 식으로 달리기 방법을 바꿨습니다.
역시 처음에는 빨라진 속도에 맞춰 달리는 게 힘이 들었고 호흡이 가빴지만, 역시 반복할 수록 적응이 되어 이제는 어지간히 즐기며 달리고 있습니다.
3 -> 6 -> 9km 인터벌로 20분 달리자 케이던스가 150 정도로 올라갔는데, 조만간 최고 속도를 좀 더 높여 180에 맞춰 보려고 합니다.
러닝머신을 20분 달린 뒤에는 일립티컬을 20분 뜁니다.
이 기구를 이용하게 된 것은 일단 팔과 다리를 동시에 휘저으며 운동을 할 수 있다는 점과 함께, 1대 밖에 없지만 아무도 사용하지 않아 매우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는 점 때문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일립티컬 역시 강도를 높여 운동했는데 무릎에 걸리는 부하가 예상보다 강했고, 이후에는 내맘대로 정해 놓은 속도 밑으로 떨어지지 않도록, 일정한 속도를 유지하는데 좀 더 신경을 쓰고 있습니다.
두 달 정도 지나고 보니 평균 속도 20km를 유지하면서 달리고 있으며, 러닝머신 컨디션이 좋다 싶은 날은 최대 강도를 2~4단계 높이고 평균 속도 20km로 달리곤 합니다.
일립티컬 20분을 완료한 뒤에는 자전거를 20분 달립니다.
역시 실내 자전거는 처음이라 안장 높이를 제대로 맞추지 못해 속도도 내지 못하고 엉덩이도 배겼는데, 단지 20분을 달리다 보면 비오듯 흐르는 땀을 즐기기만 했습니다.
그리고 두 달이 다 되가는 요즘은 속도와 강도를 적절히 조절해 달리곤 합니다.
운동을 막 시작할 당시에는 평균 17~18km를 유지하는 것도 힘들었는데, 요즘은 평균 24~26km를 꾸준히 유지하며 달리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20분을 25km로 달려도 체력에 조금 여유가 생긴 듯 싶어 최대 강도를 한 단계씩 높이면서 속도를 유지하는 식으로 부하를 높이고 있습니다.
다만 컨디션이 괜찮다고 좀 무리하면 20대 초반 자전거 전국 일주에서 입었던 무릎 부상 부위가 살짝 시큰거려 매우 천천히 높이는 중입니다.
가볍게 끼워 넣은 상체 운동
러닝머신, 일립티컬, 자전거의 세 가지 유산소 운동을 각 20분 씩, 한 달 남짓 꾸준히 진행했습니다.
아파트 헬스장이 월요일 휴관이라, 1주일에 하루 쉬면서 운동을 반복했는데 뜻밖에 묘한 중독성이 있는지 쉬는 날은 몸이 근질근질하여 집에서 트위스트런을 한 시간씩 뛰면서 땀을 흘리곤 했습니다.
2019/01/04 - 트위스트런 고무부품 교체 방법. 오래된 운동기구의 갈라진 고무부품 교체 DIY
덕분에 구입한 지 족히 7~8년은 된, 식탁 아래 발밭침대였던 이 운동기구는 최근 가장 격하게 운동기구로서의 역할을 하는 중입니다.
그리고 헬스장을 다닌지 한 달 남짓 되는 시기부터, 상체 운동도 시작했습니다.
역시 저는 아직 유산소 운동이 먼저라는 생각이 들어, 러닝머신, 일립티컬, 자전거의 각 20분 단계 중간에 3가지 상체 운동을 임의로 정한 횟수만큼 진행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역시 운동과는 담을 쌓고 살았던 터라 20~30kg 무게로 횟수를 반복하면 매우 힘들고 고통스러웠는데, 하루이틀 반복하면서 조금씩 익숙해지는 느낌이 들고, 그에 따라 횟수를 좀 더 늘리고 상체운동 중 쉬는 시간을 줄이는 식으로 강도를 조금씩 높이는 중입니다.
꾸준한 운동의 결정적 동기, 스마트워치와 인바디
꾸준한 운동이라고는 전혀 해 본 적이 없었는데, 두 달 남짓 자발적인 의지(!)로 즐겁게 운동을 하고 있는 결정적인 동기라면 바로 어메이즈핏 GTR 워치라고 할 수 있습니다.
걸음 수와 운동의 소비 열량, 심박수, 각 운동별 기록을 남겨주니 운동을 다녀와서 스마트폰의 어메이즈핏 앱으로 동기화 시킨 뒤 심박수 등의 기록을 살펴보는 게,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입니다.
물론 스마트워치로 측정하는 값이 얼마나 정확한지 여부는 알 수 없으며 특히 운동으로 소비한 열량 등은 그야말로 참고사항일 뿐이지만, 꾸준히 쌓여 가는 운동 기록을 살피고 바꾼 운동 패턴이 심박수에 어떤 변화를 주는지 확인하는 재미도 나름 쏠쏠합니다.
그리고 일주일에 한 번은 헬스장에 설치되어 있는 인바디 측정 기기를 이용해 신체 변화를 확인합니다.
물론 인바디 측정값 역시 운동 및 식사 전/후와 같은 신체 상태에 따라 값이 요동친다고 하는데, 저는 매번 운동이 끝난 뒤에 측정하는 것으로 조건을 맞추고 있습니다.
참고로 저희 집에 있는 인바디 체중계도 매일 같이 이용하곤 하는데, 가정용 인바디와 헬스장의 인바디는 값의 차이가 제법 큽니다.
어쨌든 일주일 동안 흘린 땀을 인바디로 측정하고, 그 변화를 살펴보는 것도 나름 강력한 동기가 되고 있습니다.
6월7일 첫 날 운동을 마친 뒤, 측정한 인바디 값입니다.
체지방 19.1kg, 체지방률 26.8%로 비만, 복부지방률 0.89, 내장지방 7입니다.
71.4kg의 체중에서 지방이 19.1kg이라는게 제법 충격이었습니다.
운동 2주차, 체지방은 17.9kg, 체지방률 25%, 복부지방률 0.86, 내장지방 6으로 살짝 줄었지만, 체지방률은 여전히 비만입니다.
운동 4주차, 체지방 16.6kg, 체지방률 23.1%로 '경도비만' 단계로 낮아졌습니다.
4주 전에 비해 체지방은 2.5kg이 줄었지만, 다른 체성분은 늘어나면서 몸무계는 오히려 살짝 늘었습니다.
운동 6주차, 체지방 15.3kg, 체지방률 21.6%, 복부지방률과 체중이 살짝 줄었습니다.
그런데 인바디가 제시하는 적정 체중은, 체성분 비율이 변화함에 따라 조금씩 늘고 있습니다.
운동 7주차, 체지방 14.2kg, 체지방률 19.9%로 드디어 '표준'단계로 접어들었고, 내장 지방이 5로 줄어들었습니다.
역시 전체 체중은 큰 변화없이 70kg대 초반을 오르락 내리락하고 있는데, 그나마 지방이 줄고 다른 체성분이 늘고 있어 위안을 삼아봅니다.
운동을 시작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갈수록 볼록하게 나오는 배, 그에 비해 가늘어지는 팔다리가 대조적인, 이른 바 마른 비만 체형때문이었는데, 인바디 측정은 제 느낌과 좀 달랐네요.
운동 첫 날 측정한 인바디 결과는, 양팔, 허리(배), 양쪽 다리 모두 체지방이 표준이상이었습니다.
그리고 운동 7주차가 되면서 배를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표준을 가리키고 있습니다.
운동과 함께 달라진 것들
사실 처음 운동을 시작할 때는, 그나마 운동이라도 하면서 야식과 맥주를 먹자는 생각었습니다.
즉 뭐라도 하면서 먹는다면, 아무것도 안하고 먹는 것 보다는 낫겠지 싶었고, 실제 운동 시작 후 1주일 가량은 한 캔 먹던 맥주를 두세 캔 씩 더 먹었습니다.
하지만 운동 기간이 일주일, 열흘을 넘어가면서 맥주와 야식을 끊고, 맥주는 1주일에 한 번만 먹는, 스스로의 실천을 하게 되었습니다.
대신 우유와 삶은 달걀을 즐겨 먹고, 저녁은 볶은 귀리와 블루베리를 우유와 함께 먹고 있습니다.
거창하게 식이요법이라 할 만한 것은 아니고, 그냥 냉장고에 묵혀 두었던 것이 눈에 띄어 먹기 시작했는데 맛이나 식감이 생각보다 나쁘지 않네요.
다만 극단적인 식이요법을 할 생각은 애초부터 없었고, 먹고 싶은 것을 참아가며 스트레스를 받을 생각도 없기에 가끔 기름진 음식이 땡기면 냉동실에서 냉동 만두를 비롯한 기름진 음식도 몇 개쯤 먹습니다.
어차피 두 달 전 생활습관에 비하면 엄청나게(!) 건전해진 터라 이 정도 기름진 음식은 문제가 아니라 생각하고, 또 먹은 만큼 운동을 하면 된다는 생각이라 먹는 것에 크게 유난을 떨지는 않고 있습니다.
그리고 7월 초에 주문한 AB 슬라이드 기구로 아침 저녁 100개 씩 복근 운동도 겸하고 있습니다.
AB 슬라이드 동작 역시 처음에는 어색하고 힘이들어 몇몇 유튜브 영상을 통해 동작을 배웠는데, 날마다 반복되는 동작이다보니 요즘은 스스로 자세를 잡아가면서 복근에 힘이 좀 더 들어가는 자세를 익히며 하는 중입니다.
아직은 팔이나 코어의 힘이 약해 무릎을 댄 상태로 하고 있는데, 역시 꾸준히 하다 보면 발을 디딘 상태에서 AB 슬라이드를 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를 해봅니다.
겨우 두 달 밖에 되지 않았지만, 비오 듯 땀을 흘리고 샤워 후 마시는 우유 한 잔의 즐거움을 매일 만끽하고 있습니다.
아직 빨래판 복근과는 거리가 멀고, 배에서 힘을 빼면 여전히 아랫배가 불룩 튀어나오지만, 두 달 전보다는 제법 보기 좋아진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내일 운동이 기대되고 기다려지는 기분은 처음 경험하는 신선한 느낌으로, 이런 기분을 계속 즐기며 무리하지 않고 꾸준히 운동 하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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