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전 작성했던 디지털 카메라 벤치마크 기사를 보니

97년, 100만원대 30만 화소의 디지털 카메라 벤치마크

본가에 다녀오면서 책장에 꽂힌 옛날 컴퓨터 잡지 몇 권을 꺼내보다가 재미있는 기사를 발견했습니다.

 

1997년 말, PC 플러스라는 컴퓨터 잡지의 디지털 카메라 벤치마크를 진행했을 당시 기사입니다.

 

15년 전 30만 화소의 디지털 카메라 벤치마크, 휴대폰 카메라도 800만, 1000만 화소가 넘는 세상에 30만 화소라니 저런걸 누가 사나 싶겠지만 당시 80~125만원대의 만만치 않은 가격의, 최신 디지털 기기였습니다.

1998년 1월, 신년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표지

 

컬러 페이지에 자리잡고 있는 필자 이름에는 제 이름 대신 '본지 벤치마크 그룹'이라 적혀 있습니다.

이름이 이렇게 나간데는 당시 벤치마크 기사의 결과가 좋지 않은 업체들의 시비를 피하기 위한 방책이었죠.

모 잡지사에는 업체 사장이 찾아와 담당 기자를 폭행하는 사건까지 있었다 하고, 저 역시 모 잡지사의 그래픽 카드 벤치마크를 진행하면서 점수가 낮게 나온 업체가 다음달 광고를 끊어버리는 것을 지켜보기도 했습니다ㅎㅎ

내 이름은 '본지 벤치마크 그룹'이 아니라고!!!

 

벤치마크 참가 제품은 총 4가지입니다.

일반적인 이용자가 쓰기 적당한 50~100만원에 구할 수 있는 '저가형' 디지털 가메라라는 문구가 참 어색하게 느껴지네요.

 

요즘 디지털 카메라의 벤치마크 기사와 달리, 당시 디지털 카메라는 화질의 우열을 가릴만한 품질도 아니었고, 화질을 가릴만한 객과적인 평가 방법도 없던 상황이었습니다.

때문에 화질 평가는 순전히 저의 주관적인 평가로 진행되었고, 추후 편집과정에서 담당 기자가 업체와의 이해관계를 고려 적절히(?) 수정하는 식이었습니다.

나중에 기사 방향때문에 담당 기자와 심한 언쟁을 벌였던 기억이 나네요.

 

그나마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었던 것은 숫자로 측정되는 부분이었습니다.

디지털 카메라의 해상도와 내장 메모리에 저장할 수 있는 양인데요, 사진 숫자를 보면 참 격세지감이 느껴집니다.

 

중요한 것은, 당시 디지털 카메라는 요즘 제품과 같이 메모리를 갈아끼우는 방식이 아니라, 2~4MB의 내장 메모리만 사용할 수 있었습니다.

때문에 이 항목은 매우 중요한 항목이었죠.

결국 이 테스트는 흔하디흔한 3.5인치 플로피 디스크를 저장매체로 쓰는 소니 마비카 MVC FD7의 압승이었습니다.

 

제목은 '연속 촬영할 때 대기시간'이지만 요즘의, 초당 몇 장씩 찍는 디지털 카메라를 생각하면 안됩니다.

테스트 내용은 한 장 찍고 다시 찍을 수 있을 때까지의 대기시간입니다.

 

이외의 몇 가지 테스트 과정을 거쳐 정리한 표입니다. 해상도와 제품 가격이 가장 눈에 들어오네요.

 

벤치마크 마지막에 각 제품별 간단 리뷰입니다.

당시 소니, 샤프 등의 일본 제품들은 얼핏봐도 '뭔가 있어보이는' 디자인이 무기였습니다.

 

아그파 제품은 투박하지만, 저렴하고 실용성에 초점을 맞춘 특색이 있었습니다.

 

당시에는 필립스 디지털 카메라도 꽤 강세였는데요, 눕혀쓰는 방식에 플립형 LCD와 뛰어난 접사 능력이 특징이었습니다.

 

당시 가장 눈에 들어왔던 소니 마비카 FD7입니다.

캠코더 잘 만드는 회사 제품답게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광학 10배 줌, 소니 캠코더 배터리 사용, 플로피 디스크에 저장하는 방식이 적용되었습니다.

당시 한참 잘나가던 소니의 기술력이 듬뿍 담긴 제품이었습니다.

1997년 산 디지털 카메라, 소니 MVC-FD7으로 찍은 사진 1장

포스팅을 작성하면서 당시 찍은 사진들이 어디 남아 있을텐데, 아무리 뒤져봐도 찾을 수가 없네요.

지워버리진 않았을텐데, 나중에 찾아봐야겠다...포기할 무렵, 한 장 겨우 찾아낼 수 있었습니다.

 

마비카 MVC-FD7으로 찍은 사진입니다.

사진찍은 날짜를 보니 1997년 12월 18일이군요.

장소는 본가 가까이 있는 4.19 공원인데, 흐린 겨울, 구름이 잔쯕 낀 날이었습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화질이 참 매롱이죠? 그래도 무려 125만원 씩이나 하던 디지털 카메라인데 말이죠.

1997년 12월 18일, 4.19 공원

 

며칠 전 같은 장소에서 똑딱이 카메라로 찍어본 사진입니다.

계절의 차이는 물론 감안해야겠지만, 이렇게 찍어보니 정말 격세지감이 느껴지네요.

2012년 8월 7일, 4.19 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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