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란다에 설치한 이동식 에어컨의 소음
얼마전 구입한 포시엠 CM-700DF 이동식 에어컨은 제 방과 붙어 있는 베란다에 설치했고, 온풍 배기관을 베란다 바깥창에다 연결해 두었습니다.
이동식 에어컨의 가장 기본적인 설치 방법이기도 하고, 베란다 구석에는 배수구도 있어 에어컨의 배수 호스를 빼두기도 좋은 장소였습니다.
다만 이렇게 설치해두니 이동식 에어컨의 웅장한 작동 소음을 바로 옆에서 맞게 되었는데, 아무리 시원함을 얻고 조용함을 포기하기로 마음 먹었지만, 오랜 시간 듣고 있기 힘든 소음이었습니다.
게다가 사진 오른쪽은 창고로 사용 중인 공간으로, 베란다에 창고까지 에어컨으로 식혀야 하니 여러모로 비효율적으로 느껴졌습니다.
이동식 에어컨, 베란다에 격리시켜 소음 줄이기
포시엠 CM-700DF 이동식 에어컨은 온풍/냉풍 배출구 판넬 부품을 서로 바꿔 끼울 수 있습니다.
이렇게 앞뒤 판넬 부품을 바꿔 끼우면, 이동식 에어컨 본체는 베란다에 넣어두고 냉풍 배출구만 샷시 사이로 빼낼 수 있습니다.
지난 포스팅에도 잠시 언급했지만, 코스트코에서 쿠오레 CPA-1218S 이동식 에어컨과 긱에어리 YPS-12H 이동식 에어컨의 실물을 먼저 확인했고, 보다 깔끔한 디자인, 12000BTU의 냉방 능력 등 포시엠 이동식 에어컨보다 여러모로 끌리는 점이 많았음에도 포시엠 CM-700DF를 선택한 가장 큰 이유는 온풍/냉풍 배출구 부품을 바꿔 끼울 수 있는 점 때문이었습니다.
이동식 에어컨의 작동 소음이 일반 가정에서 쓰기에 부담스럽지만, 이동식 에어컨 본체를 베란다에 격리시켜 두면 작동 소음이 상당부분 줄어들꺼라 기대했습니다.
위의 그림과 같이 이동식 에어컨 본체를 베란다에 두고 베란다 문틈으로 냉풍 주름관을 통과시키면 베란다 샷시를 닫은 상태로 가동시킬 수 있는 것이죠.
물론 이렇게 할 경우 이동식 에어컨의 제습 기능은 포기해야 하지만, 제습 기능은 원래 염두에 두지 않았던터라 별 문제 될 것이 없었습니다.
포시엠 CM-700DF 이동식 에어컨 앞뒤 배출구 바꾸기
한창 무더운 날 에어컨을 받았고, 좁은 베란다에서 다시 작업하는게 좀 망설여지긴 했지만 맘먹은 김에 바로 실행에 옮기기로 했습니다.
일단 바깥 창으로 연결했던 온풍 배출구 부품을 떼어내고
전면 냉풍 배출구 부품도 떼어냈습니다.
그리고 바깥쪽 베란다 창에 달았던 칸막이 플라스틱도 높이를 다시 잡기 위해 떼어냈습니다.
창문과 베란다 샷시 칸막이 부품 설치
일단 중간 칸막이 플라스틱을 창틀에 끼워 넣은 뒤
위쪽 칸막이 플라스틱을 끼우고 나사로 조여 고정했습니다.
그리고 주름관을 연결했던 칸막이 부품은 제 방으로 들어오는 샷시 하단에 나사로 고정했습니다.
제 방에서 베란다로 통하는 샷시의 높이는 약 220cm가 넘고, 하단 칸막이 부품의 높이는 50cm 정도, 남은 170cm는 집에 있던 스티로폼 박스를 잘라 막기로 했습니다.
흔히 이동식 에어컨의 창문틈을 막기 위해 포맥스 등을 이용하는데, 두툼한 스티로폼 상자를 길게 잘라 샷시 틈에 끼워 넣어도 별 문제 없겠다 싶었습니다.
포맥스보다 두꺼워 고정과 단열에 유리
얼기설기 샷시 한 쪽에 끼워 넣은 스티로폼 박스 탑입니다.
12~13cm 너비로 쌓여 올라간 스티로폼 박스가 그대로 노출되니 보기 좋은 모습은 아닙니다.
다이소에서 나무무늬 시트지를 사다가 눈에 보이는 면만 발라주었습니다.
스티로폼 박스를 이어붙인 울퉁불퉁한 틈은 그대로 보이지만, 그래도 나무무늬 시트지를 발라놓으니 훨씬 깔끔합니다.
냉풍/온풍 배출구 부품 바꾸기
이제 열기를 뿜어낼 후면 배출구에 뭔가를 씌워 배출 파이프 역할을 하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뭘 쓰면 좋을까 생각하다가 집에서 굴러다니는 마트 장바구니를 가져와 바닥을 잘라냈고
냉풍 배출구 역할을 하던 부품에 박스 테이프로 꼼꼼히 발랐습니다.
마트 장바구니 길이 정도면 딱 적당할 것 같았는데, 실제 설치해보니 길이가 짧아 주름관을 25cm 정도 잘라 글루건으로 꼼꼼히 붙였습니다.
냉풍 배출구 부품의 모양은 이렇게 바뀌어 온풍 배출구 역할을 하게 됩니다.
이제 냉풍 배출구에 주름관을, 온풍 배출구에 장바구니를 씌워 만든 배출구 부품을 끼웠습니다.
좁은 베란다에 이런저런 잡동사니들을 쌓아두다 보니 영 지저분하지만, 베란다에 이동식 에어컨을 둔 상태로 방의 샷시 문을 닫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베란다 문을 닫고 이동식 에어컨을 가동해 보니, 시끄러운 소음이 상당 부분 차단되었습니다.
포시엠 이동식 에어컨의 소음은 냉풍/온풍 배출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바람소리와 컴프레셔가 작동하면서 나는 소음+진동소음으로 나뉘는데, 온풍 배출구와 컴프레셔의 소음이 차단되고 냉풍 배출구에서 나는 소음만 들리게 되었습니다.
베란다에 격리시키기 전/후의 영상입니다.
스마트폰 소음측정기 어플이 등장하지만 어차피 정확한 측정 결과가 아닌 만큼, 소리를 듣고 비교해 보세요.
작업 전에는 냉풍 배출구에서 풍절음(자동차가 달릴 때 들리는 높은 주파수의 바람 소리) 스타일의 소리가 주를 이루는 반면 작업 후에는 주름관을 통과하면서 동굴 속에서 들리는 듯한 형태로 소음이 줄어들었습니다.
물론 냉풍 배출구에서 들리는 소음도 아예 무시할 수준은 아니며, 자동차 송풍팬을 중간으로 틀었을 때 정도는 되는데, 이 정도만 되어도 이동식 에어컨을 켜고 충분히 즐겁게(!) 지낼 수 있을 정도가 되어 무척 만족스럽습니다.
냉풍 배출구의 틈과 주름관 단열 작업
소음이 확 줄어든 포시엠 이동식 에어컨의 마지막 작업은, 간단한 단열 작업입니다.
포시엠 에어컨의 주름관은 얇은 플라스틱이라 손을 대보면 온도를 바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현재 상태에서는 에어컨에서 만들어진 찬 공기가 주름관을 지나면서 상당부분 베란다로 흩어지는 상황입니다.
이 주름관에 단열이 될 만한 것을 감아주면 좋을 것 같아 뽁뽁이 비닐을 두세겹 감고 박스 테이프로 단단히 잡아주었습니다.
그리고 주름관과 부품이 연결되는 부위의 틈새에서도 냉기가 흘러나오는데, 이 틈새 안팎으로 박스테이프를 감았습니다.
얇은 주름관의 단열처리는 그렇다 치고, 주름관과 연결되는 부위는 업체에서 좀 더 신경썼어야 하는 부분이라 직접 작업을 하면서도 좀 아쉬움이 남는게 사실입니다.
그리고 방에서 베란다로 통하는 샷시의 스티로폼 틈새에는 지난 겨울에 사용하고 남은 실리콘 문풍지를 발라주었습니다.
2017/11/19 - 투명 문풍지로 문틈 냉기 차단하는 방법. 간단한 설치, 뛰어난 효과
이제 베란다에 설치된 이동식 에어컨을 켜면 제 방의 책상 아래쪽으로 찬 공기가 들어옵니다.
저는 캠핑용으로 쓰던 PSG-612 써큘레이터를 앞에 두고 사용 중인데, 써큘레이터를 켰을 때와 켜지 않았을 때의 체감 온도는 상당한 차이가 있었습니다.
이렇게 웅장한 소음을 자랑하던 포시엠 CM-700DF 이동식 에어컨을 베란다에 격리시켜 '무난하게 쓸만한 수준의 소음'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사실 처음에는 포시엠에서 판매하는 주름관과 뒷판넬을 추가 구입해 좀 더 편하게 작업할까 했는데, 부품 가격이 생각보다 너무 비싸서(주름관 16000원, 뒷판넬 14000원) 그냥 앞 판넬에 가내 수공업 작업으로 마무리했습니다.
타사 제품에는 없는 꽤 유용한 기능인만큼 교체 부속 역시 실비 수준으로 저렴하면 좋으련만, 플라스틱 판넬 한 개 가격으로는 너무 비싼게 아쉽습니다.
어쨌든 소음을 줄이기 위해 약간의 수고를 했지만 결과물은 만족스러웠고, 올 여름은 시원하게 지낼 수 있게 되었습니다.
다음 포스팅에서는 이동식 에어컨의 전력소비량에 대한 간단한 측정 결과 등을 올려볼까 하는데, 비교 대상인 저희 집 벽걸이 에어컨이 10년 넘은 정속형 에어컨이라 좀 싱거운(?) 포스팅이 될 것 같습니다.
본 리뷰는 아내의 지원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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