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속, 창고에 잠자던 에어컨 긴급 설치 요청하니

에어컨 긴급 설치 요청!

토요일 오전, 누님에게서 연락이 왔습니다.

 

아버지께서 찜통 더위를 견디지 못하고 누님 댁으로 피난을 와 계시다는군요.

 

'피난'이란 말에 유머가 느껴져 가볍게 시작된 통화였지만 얘기를 듣다보니 웃어넘길 상황이 아니었습니다.

 

주말이라 새벽까지 마음놓고 올림픽 중계를 보느라 살짝 피곤했지만 일단 저희 집에 있던 에어컨을 싣고 누님이 계신 구리로 향했습니다.

 

몇 년전 작은 쇼핑몰 사무실에서 쓰기 위해 샀던 6평 짜리 소형 에어컨은 쇼핑몰을 접으면서 집으로 옮겨 놓은 상태였습니다.

현재 살고 있는 집은 앞뒤 창문을 열면 바람이 쉭쉭 통하는 고층 아파트라 굳이 에어컨을 달지 않아도 지낼만 했기에 설치하지 않고 창고에 넣어 두었습니다.

 

본가는 바람이 잘 통하지 않아 여름이면 찜통인데, 에어컨 설치를 여러차례 권유했지만 전기료 때문에 매번 거부(?)당한 상황입니다.

하지만 당장 비상 사태라 창고의 에어컨을 앞뒤 가리지 않고 차에 실었습니다. 소형 에어컨이라 실내기, 실외기가 승용차 트렁크에 실리는게 그나마 다행이었습니다.

 

누님 댁에 도착해서 본 아버지의 상태는 생각보다 심각했습니다. 나이도 나이인데다 십여 년 전 심장 수술을 받아 지금도 주기적으로 병원을 다니는 분이다보니 젊은 사람들도 힘든 이번 폭염은 노약자에게 자칫 치명적일 뻔 했다 싶네요.

상황이 이리될 줄 알았다면 에어컨 설치를 권유하다 말게 아니라 억지로라도 달아둘 껄 하는 생각도 들더군요.

에어컨 설치 스케줄 폭주, 긴급 요청

문제는 에어컨 설치였습니다.

여름 성수기에 에어컨 설치한다는게 어려울 것이라 짐작은 했지만, 1주일, 열흘은 기다려야 한다는군요.

다행히 노인 환자가 있다는 사정을 얘기하고 스케줄 조정을 부탁하니 긴급 설치건으로 잡아주었고 토요일 오전에 요청, 일요일 오전에 에어컨 설치 기사 두 분이 방문했습니다.

 

에어컨 설치 위치를 정하고 실내기를 설치 후, 배관 구멍을 타공하는 중입니다.

 

실외기용 앵글을 설치하는 중입니다.

 

설치한 앵글에 실외기를 싣고 있습니다.

두 사람이 협동 작업을 할 것이라 생각했는데, 소형 실외기라 그런지 어깨에 싣고 사다리를 올라가는군요 @,.@;;

 

실외기를 앵글에 얹고 동관과 전선을 만들어 실외기에 설치하고 있습니다.

이후 배관을 연결하고 냉매를 충전하는 것으로 에어컨 설치 작업은 끝났습니다.

 

배관을 연결하고 가스 충전을 하고 에어컨을 가동시키자 시원한 바람이 나옵니다.

비록 6평 짜리 작은 에어컨이지만 방 하나의 온도를 식히는데는 충분했습니다.

이정도면 남은 더위도 힘들지 않게 견딜 수 있을 것 같네요.

찜통 더위에도 달려온 에어컨 설치 기사님께 감사를

달랑 사진 몇 장으로 에어컨 설치 과정을 얘기했지만 실내기 설치, 실외기 앵글 설치, 실외기 배관 등의 작업에는 한 시간이 넘게 걸렸습니다. 옆에서 쳐다보고만 있어도 땀이 주륵주륵 흘러내리는데 집 안팎을 왔다갔다, 사다리를 오르내렸던 기사님은 말할 것 없었겠죠.

 

설치 과정에서 기사님과 얘기를 나눠보니 에어컨 성수기인 여름인데다 폭염까지 겹쳐 70건 이상의 설치가 밀려있고 보통 1주일 정도 기다려야 한다고 합니다. 설치가 밀렸을 것이라 짐작은 했지만, 2인 1조 팀에 70건이 밀려있다니, 참 대단한 여름이다 싶네요.

 

사실 에어컨 구입이나 이전 설치는 비수기인 봄/가을이 유리한 게 상식입니다. 저 역시 매년 봄에 작은 에어컨을 설치할 것을 권하곤 했었으니까요. 하지만 다급한 상황, 밑져야 본전이지 싶은 생각에 앞뒤 사정을 얘기하니 빠른 시간에 서비스를 받는 것도 불가능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설치 작업이 밀려있었지만 노약자가 있는 집이란 얘기에 스케줄을 조정해준 위니아 만도 콜센터와 일요일, 더위를 아랑곳 않고 에어컨을 설치해 준 기사님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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