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나무 꺾꽂이 번식에 도전하다. 페트병으로 삽목 화분 만드는 방법

커피나무 성장세, 부익부 빈익빈

그동안 제 블로그를 통해 베란다 커피나무의 성장 일지를 간간히 전해 왔습니다.

 

6알의 커피콩에서 발아가 된 여섯 그루의 커피나무 중 네 그루는 천장 높이, 베란다 넓이를 걱정해야 할 정도로 쑥쑥 잘 자라고 있습니다.

 

하지만 나머지 두 커피나무는 상태가 좋지 않습니다.

 

커피콩이 싹 튼지 1~2년 동안 가장 두드러진 성장세를 보이며 쑥쑥 자란 덕에 커피나무 1호, 2호라는 이름을 붙였 건만, 지난 해 여름을 지나면서 눈에 띄게 쇠약해졌습니다.

 

사실 커피나무 1, 2호의 상태가 약해진다는 느낌은 꽤 오래전 부터 있었고, 약해진 커피나무 1, 2호의 상태를 호전시키기 위해 무던히 관심을 기울였지만 바램과 달리 상태가 점점 나빠지더군요.

커피나무 coffee tree

식물의 분갈이는 식물이 건강할 때 해야한다는 원칙을 깨지 않기 위해 무던히 오랜 시간을 미루다가 지난 겨울 커피나무의 분갈이를 단행했습니다.

2014/11/19 - 약해진 커피나무의 분갈이. 화분 위쪽 상태와 화분 속 잔뿌리의 인과관계?

 

하지만 역시나 결과는 참담하더군요.

특히 분갈이 과정에서 잔뿌리를 많이 다친 커피나무 1호는 분갈이 이후 아래쪽 부터 잎이 말라 떨어져가며 결국 말라죽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커피나무 2호 역시 무성했던 아래쪽 잎들이 말라 떨어졌는데, 그나마 가지 위쪽의 잎들은 근근히 버텨주었고, 최근에는 가지 끝에서 새 잎이 올라오는 중입니다.

베란다 커피나무 coffee tree오른쪽의 건강한 커피나무에 비해 잎의 색깔부터 확연한 차이

하지만 새로 나온 커피나무 잎 역시 모양이 제대로 잡히지 않고, 잎의 위치 역시 불규칙하게 촘촘히 나며, 커피나무 잎의 색깔 역시 연녹색과 연노랑에 가까운 색상인 걸 보면 역시 '근근히' 버텨주고 있는 것일 뿐입니다.

 

특히 커피나무 아래쪽 가지의 잎이 떨어진 곳에서는 새 잎이 거의 올라오질 않아 앙상한 커피나무 가지들만 남아 있는 상태입니다.

페트병을 이용한 커피나무 꺾꽂이, 삽목에 도전

약한 모습으로 버티고 있는 커피나무를 방치하느니, 꺾꽂이를 통해 번식시켜 보기로 했습니다.

꺾꽂이는 삽목이라고 불리기도 하는데, 생장점을 포함한 가지를 잘라 흙에 꽂아 새로운 뿌리를 내리게 하는 과정입니다.

꺾꽂이는 무성하게 자란 식물의 가지치기를 한 뒤, 잘라낸 가지들을 버리지 않고 각각의 개체로 키우는데 흔히 쓰이는 방법입니다.

 

저는 수형이 엉망이 된 커피나무의 가지들을 하나하나 잘라 심고, 가지에서 새로운 뿌리를 내서 각각 새로운 커피나무로 만들어 보려고 합니다.

커피나무 꺾꽂이 삽목 coffee tree

사실 이번 커피나무 꺾꽂이는 거대하게 자란 다른 커피나무에도 시도해야 하는 만큼, (안타깝지만) 연습삼아 시도하는 의미도 있습니다.

예전 파키라 나무는 잘라낸 가지를 물에 꽂아 뿌리를 내는 일명 '물꽂이'를 시도해 성공했던 경험은 있는데, 흙에다 꽂는 꺾꽂이는 처음 시도해 봅니다.

2013/06/06 - 꺽꽂이로 뿌리가 난 파키라 줄기, 화분에 옮겨 심다

 

일단 커피나무의 새로운 화분 역할을 할, 페트병들을 준비했습니다.

큼직한 2리터 생수병 위주로 하고, 500ml 작은 페트병도 몇 개 준비했습니다.

페트병 화분 만들기

 

일단 페트병의 위쪽 부분을 칼로 잘라냅니다.

예전에 만들었던 커피나무의 페트병 화분보다 무척 높게 잘라내고 있는데요, 그 이유는 뒤에서 살펴보겠습니다.

2013/06/17 - 커피나무 두번째 분갈이! 페트병 화분 덕에 분갈이가 제일 쉬웠어요

페트병 화분 만들기

 

페트병 바닥에 물빠짐을 위한 구멍을 몇 개 뚫어줍니다.

저는 공구함에 있던 미니 손드릴로 뚫고 있는데, 이런 손드릴이 없으면 젓가락을 불에 달궈 뚫어줍니다.

페트병 화분 만들기

 

사실 페트병 바닥의 모서리 부분이 얇긴 하지만 손드릴로 뚫으려면 나름 힘이 들어갑니다.

만들어야할 페트병 화분이 여러 개, 결국 드레멜을 꺼내 들고 슝슝~ 초스피드로 뚫었습니다.

페트병 화분 만들기

 

물구멍을 낸 페트병 화분에 배양토를 절반 조금 안되게 담았습니다.

꺾꽂이 화분에 사용할 흙은 배수가 잘되는 흙, 고운 마사토가 좋다고 하는데 펄라이트나 피트모스가 포함된 배양토도 좋은 재료라고 하더군요.

저는 분갈이를 하고 남겨 두었던 배양토를 이용했습니다.

배양토 꺾꽂이 삽목

 

이제 커피나무 가지에 달려 있는 잎을 잘라줄 차례입니다.

잎을 그대로 놔두면 증산 작용에 의해 식물이 쉽게 말라버리게 된다고 하는군요.

이번 커피나무는 가지 끝부분에 잎이 비정상적으로 촘촘하게 난 상태라 좀 과감하게 자르기로 했습니다.

커피나무 꺾꽂이 삽목 coffee tree

 

특히 노란 빛을 돌면서 약해진 잎들도 과감하게 잘라냈습니다.

커피나무 꺾꽂이 삽목 coffee tree

 

커피나무 잎을 잘라낸 뒤 가지를 잘라줍니다.

꺾꽂이용 가지는 대략 10~15cm 남짓한 길이로 잘라냈으며, 가지의 단면적을 확보하기위해 가위를 45도 정도 기울여 잘랐습니다.

커피나무 꺾꽂이 삽목 coffee tree

 

가지를 잘라 낸 뒤, 커피나무 잎을 좀 더 쳐냈습니다.

그리고 꺾꽂이를 할 때 가지 단면은 가급적 매끈하게 잘라내는게 좋다고 하여, 커터칼을 이용해 단칼에(!) 가지 끝부분을 잘라냈습니다.

커피나무 꺾꽂이 삽목 coffee tree

식물의 꺾꽂이를 할 때 가지의 잘라낸 단면에 발근 촉진제(식물 호르몬) 처리를 해주면 새로운 뿌리가 더 쉽게 나온다는 얘기가 있더군요.

저도 처음에는 발근 촉진제를 사서 발라 볼까 생각했는데, 온라인으로 판매되지 않고(농약으로 분류되어 인터넷으로는 구매할 수 없다고), 발근 촉진제의 실제 효과에 의문이 많다고 하여 발근 촉진제는 패스했습니다.

 

아울러 가지를 흙에 꽂을 때, 그냥 가지를 찔러넣으면 가지의 단면이 다치기 쉽습니다.

때문에 볼펜 등을 이용해 흙을 미리 찔러 구멍을 낸 뒤 가지를 조심스럽게 밀어 넣었습니다.

페트병 화분 배양토

 

페트병 화분에 커피나무 가지를 밀어넣은 뒤, 페트병 아랫 부분을 툭툭 두드려 커피나무 가지 주변에 흙이 채워지도록 했습니다.

커피나무 꺾꽂이 삽목 coffee tree

 

이런 과정을 반복해 커피나무 가지 9개의 꺾꽂이를 완료했습니다.

커피나무 꺾꽂이 삽목 coffee tree

꺾꽂이 화분의 습도 유지용, 뚜껑 만들기

이렇게 페트병을 활용한 커피나무 꺾꽂이 작업이 얼추 완료된 듯 싶지만 아직 한 가지 작업이 남아 있습니다.

습도 유지를 위한 뚜껑 만들기 작업입니다.

 

꺾꽂이 한 식물의 경우 뿌리가 없어 물을 제대로 빨아들이지 못하며 쉽게 마르게 됩니다.

때문에 뿌리가 날 때까지 공기 중 습도를 70~100%까지 유지해야 하는데, 흔히 쓰는 꺾꽂이 화분에 비닐을 씌우는 등의 방법 대신 잘라낸 페트병 목부분을 이용하기로 했습니다.

 

앞서 잘라둔 페트병 위쪽의 모서리 부분을 가위로 3~4번 잘라줍니다.

페트병 화분 꺾꽂이 삽목

 

이렇게 모서리를 자른 페트병 목부분을 페트병 화분에 끼우면

페트병 화분 꺾꽂이 삽목

 

차지하는 공간이 적으면서도 습도 유지에도 적합한 뚜껑이 완성됩니다.

페트병 화분 꺾꽂이 삽목

 

페트병 목과 화분을 깔끔하고 쉽게 끼우려면 페트병의 모서리 부분을 여러번 잘라주면 됩니다.

아울러 페트병 목부분 끝이 좁아지는 부분을 잘라 끝부분이 최대한 넓게 만들어줍니다.

페트병 화분 꺾꽂이 삽목

 

페트병 꺾꽂이 화분에 뚜껑을 씌운 뒤, 뚜껑 부분을 통해 스프레이로 물을 뿌려주니 뭔가 그럴듯 하더군요 ㅎㅎ

페트병 벽에 물이 살짝 맺혀 있을 정도로 뿌려 주었고, 이렇게 뿌려둔 물은 대략 10~12시간 정도는 맺혀 있는걸 보면 수분 증발을 막는 효과는 충분해 보입니다.

페트병 화분 꺾꽂이 삽목

 

이렇게 완성한 커피나무 꺾꽂이 화분은 직사광선을 피해 실내로 피신시켰습니다.

물론 마눌님의 허락을 받은 뒤 실내로 들여 놓았고, 꺾꽂이한 커피나무 가지들의 뿌리가 잘 나오면 다른 화분에 옮겨 심어 가족들이게 나눠주기로 했습니다.

커피나무 꺾꽂이 삽목 coffee tree

 

가끔 저희 집의 거대 커피나무를 본 부모님이나 친척 분들이 은근히 커피나무를 탐내곤 했는데, 이 녀석들이 뿌리 내림이 성공하면 집마다 한 두 그루씩, 좋은 선물이 될 듯 싶습니다.

커피나무 꺾꽂이 삽목 coffee tree

 

꺾꽂이 후 원래의 커피나무는 이렇게 끝 부분의 잎과 가지들만 남았습니다.

끝 부분의 가지와 잎을 남겨 둔 것은, 꺾꽂이와는 또 다른 번식 방법인 '취목'을 시도하기 위함입니다.

커피나무 꺾꽂이 삽목 coffee tree

이미 커피나무의 취목 실습(?)도 마친 상태인데, 그 과정은 다른 포스팅을 통해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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