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격히 쇠약해진 커피나무 1호와 2호의 분갈이
커피나무 여섯 그루를 애지중지 키우다보니 커피 파치먼트(씨앗)에서 1미터가 넘는 꽤 덩치 큰 커피나무들의 녹색 잎을 바라보는 것은 큰 즐거움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여섯 그루의 커피나무 중 두 그루의 상태가 영 좋지 않습니다.
가장 큰 화분에 옮겨 심었던 커피나무 1호와 2호의 상태가 정말 눈에 띄게 쇠약해졌습니다.
분갈이를 할 당시 가장 건강하게 쑥쑥 자라던 건강한 녀석들이었기에 둘레 40cm 남짓한 대형 화분에 옮겨 심었던 것인데, 이후 상태가 들쭉날쭉 하더니 이제는 새 잎이 제대로 자라지 못하고 기존의 잎이 말라 떨어지기까지 합니다.
2013/07/26 - 도자기 화분에 심은 커피나무 분갈이, 쉽게 하는 방법!
커피나무 1, 2호 보다 작은 화분에 심었던 나머지 커피나무, 3호~6호는 여전히 짙은 녹색에 쑥쑥 잘 자라고 있고 이미 1, 2호의 키와 덩치를 뛰어넘은지 오래입니다.
기존의 커피나무 잎들이 마르면서 죽고 새로 나는 커피나무 잎들은 돌돌 말려 들면서 제대로 자라지 못하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커피나무 1호~6호는 모두 같은 날 분갈이를 했었는데, 이렇게 생육에 차이가 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곰곰히 생각해보니 작은 화분은 상대적으로 물을 좀 더 자주 주었지만 대형 화분은 과습의 우려로 인해 물 주는 횟수가 적었습니다.
평소 화분에 물을 줄 때 하이포넥스를 희석하여 주곤 했으니, 하이포넥스의 시비 횟수에도 월등한 차이가 있었던 것이 원인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그렇다고 대형 화분에 물을 자주 주기에는 과습 문제가 발생할 수 있겠다 싶어 흙에 꽂아주는 하이포넥스를 구입해 긴급 투입했지만 별 효과를 보지 못하고, 커피나무 1, 2호의 화분 주변에는 누렇게 말라 떨어지는 커피나무 잎들이 쌓이고 있습니다.
리비히의 최소량의 법칙
커피나무 1,2 호가 시름시름한 것에 대한 원인을 나름대로 공부하다보니 '리비히의 최소량의 법칙'이 눈에 띄더군요.
식물이 자라는데 여러가지 미량 원소가 필요한데, 미량 원소 중 한 가지라도 부족할 경우 다른 원소가 아무리 풍부해도 부족한 원소에 의해 식물의 생장이 영향을 받는다는 원칙입니다.
마치 나무통의 한 조각이 떨어져 나가면 물이 그 쪽으로 다 새버리는 것과 같은 것이죠.
어쨌든 가장 성장세가 빨랐던 커피나무 1, 2호가 더 잘 자라라는 의도로 마련해 주었던 대형 화분이 오히려 성장에 방해가 되어버리고, 훨씬 작은 화분에 분갈이했던 커피나무 3, 4호가 무성하게 자라버려 화분이 비좁아진 상황.
분갈이를 할 때 식물의 덩치에 맞는 화분에 단계적으로 옮겨심어야 한다는 얘기를 다시 한 번 상기하면서, 커피나무 1, 2호와 4, 5호의 화분을 서로 바꾸기로 했습니다.
이를테면 '화분 돌려막기'라고 할까요?
분갈이에 유리한 플라스틱 화분
이미 제 블로그를 통해 식물의 분갈이 방법에 대해서는 여러 번 포스팅한 바 있어 또 다시 분갈이 과정을 일일이 포스팅하는 것이 큰 의미가 없겠다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그래도 커피나무 분갈이 포스팅을 처음 보는 분들을 위해 간단하게 과정을 살펴봅니다.
일단 분갈이를 위해 빈 화분을 하나 준비했습니다.
기존 커피나무 3호의 발육 상태를 보면 커피나무는 좁고 긴 형태의 화분이 더 유리한 듯 보이는데, 마침 본가에 있던 빈 화분이 그런 형태라 이용하기로 했습니다.
화분의 물구멍을 격자형태의 망으로 막은 뒤 바닥에 물빠짐을 위한 바크를 1/5 정도 깔아주었습니다.
꼬꼬마 커피나무를 옮겨 심을 때는 상대적으로 바크를 더 많이 깔았지만 커피나무 4호는 이미 키가 1m가 훌쩍 넘는 덩치 큰 나무가 된터라 바크의 양을 줄였습니다.
기존 커피나무 4호의 화분에 설치해두었던 지지대를 풀었습니다.
그동안 몇 번의 분갈이를 해보니 플라스틱 화분은 도자기 화분에 비해 분갈이 하기가 정말 쉽습니다.
플라스틱 화분의 몸통을 퉁퉁 두드리면 화분과 흙을 비교적 쉽게 분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평상시 대형 화분의 분갈이를 할 때는 옷걸이 철사를 펴서 흙과 화분벽 사이에 밀어넣어 분리하곤 했지만 플라스틱 화분은 돌려가며 퉁퉁 두드리면 화분벽에 붙어 있던 흙이 분리됩니다.
어느정도 분리가 되었다 싶을 때 식물의 줄기를 잡고 들어올리거나 화분 자체를 기울이면 이렇게 화분에서 식물과 흙을 뽑아올릴 수 있습니다.
단, 흙이 젖은 상태에서는 흙의 무게가 많이 나가 잔 뿌리가 뜯길 수 있으므로 분갈이를 하기 전 며칠 동안은 물을 주지말고 건조한 상태를 유지하는게 좋습니다.
이렇게 커피나무를 화분에서 쏙 뽑아냈습니다.
플라스틱 화분이라 비교적 쉽게 뽑아냈다고는 했지만, 키가 1m가 넘고 옆으로 뻗은 가지들도 70~80cm에 달하는 거대한 녀석이다보니 꽤 조심스럽게 작업을 했습니다.
플라스틱 화분에서 뽑아낸 커피나무 4호의 잔뿌리는 작은 화분을 따라 무성하게 엉켜있습니다.
바닥에 깔아두었던 바크 조각을 꽉 잡고 있을 정도로 바닥까지 무성하게 자란 잔뿌리를 보니 비록 겨울이 다되어가는 시기지만 분갈이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잔뿌리가 무성한 커피나무 4호
길고 좁은 형태의 도자기 화분이라지만 그래도 플라스틱 화분에 비해 덩치가 꽤 커보였는데, 도자기 화분 자체의 두께 때문인지 생각보다 여유가 적은 편이네요.
그래도 커피나무 3호의 전례를 생각할 때 이 화분에서 잘 자랄 것으로 기대하고 기존의 흙을 거의 털지 않은채 그대로 새 화분에 올렸습니다.
그리고 준비한 새 흙은 화분과 흙덩이의 틈새로 밀어넣어 채웠습니다.
이런 식으로 새 흙을 화분 틈새로 밀어넣은 뒤 화분의 몸통을 퉁퉁 쳐서 흙이 잘 채워지도록 했습니다.
커피나무 4호의 분갈이는 이렇게 완료되었습니다.
기존 화분에서 잔뿌리째 쏙 뽑아올린터라 잔뿌리 손상도 거의 없었고 좀 더 길고 넓어진 화분에서 쑥쑥 자라주길 기대합니다.
큰 도자기 화분이라 더욱 어려운 커피나무 1호의 분갈이
커피나무 1, 2호를 분갈이 하겠다 맘먹긴 했지만 쉽지 않은 일이 될 것이라 짐작했습니다.
40cm 남짓한 도자기 화분에 흙이 가득찬 상태, 게다가 커피나무 줄기가 그리 굵지 않은 상태라 앞서 했던 것과 같이 커피나무와 뿌리를 쏙 뽑아내는 것은 불가능해 보였습니다.
결국 화분 주변의 흙을 손으로 파내기 시작했습니다.
잔뿌리가 그물같이 엉켜있던 커피나무 4호와 달리 커피나무 1호는 화분 벽에 손을 집어넣고 파내는데도 손에 걸리는 잔뿌리가 잘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역시 허약한 것에는 이유가 있었던 것일까요?
건조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푸석푸석한 흙을 쓱쓱 걷어내는 중입니다.
커피나무 화분의 벽을 따라 어느정도 흙을 파내고 나서야 잔뿌리들이 드러나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역시 커피나무 4호의 잔뿌리에 비교할 바가 아닙니다.
커피나무 1호의 빈약한 잔뿌리
분갈이는 되도록 빠른 시간안에 마치는게 좋다는 생각으로, 화분 벽 주변의 흙을 좀 더 과감하게 파내기 시작했고 그나마 화분 바닥쪽으로 손이 내려가니 조금씩 잔뿌리가 더 걸리는 느낌이 납니다.
약 10여분간 화분에 손을 넣어 흙을 파낸 끝에 커피나무 1호를 뽑아낼 수 있었습니다.
건강한 커피나무 4호에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잔뿌리의 상태가 소박(?)합니다.
커피나무 1호와 2호의 흙은 유난히 다른 커피나무 화분에 비해 윤기가 없고 푸석거리는 느낌입니다.
분명 같은 날, 같은 흙으로 분갈이를 했는데, 느낌만 그렇다기에는 흙 상태의 차이가 완연합니다.
평소 분갈이를 할 때는 되도록 기존의 흙을 새 화분에 그대로 옮기고 주변에만 새 흙을 채우곤 하지만 이번에는 붙어 있던 흙을 최대한 털어냈습니다.
이렇게 기존의 흙을 많이 털어낸 경우에는 잔뿌리 사이사이로 새 흙이 골고루 채워지도록 해야 합니다.
화분에 새 흙을 넣은 뒤 나무 젓가락 등의 막대를 이용해 잔뿌리 사이사이를 찔러 흙을 채우기도 하는데, 이번에는 역시 플라스틱 화분을 퉁퉁 두드려 흙을 채웠습니다.
그리고 옆으로 퍼진 커피나무 가지에 비해 잔뿌리가 적은 상태다보니 커피나무가 제자리를 잡고 서 있도록 끈을 묶어주기로 했습니다.
지난 번 파키라의 분갈이를 할 때는 화분에 줄을 걸만한 돌기가 있었지만 이번 화분에는 그런 돌기가 없었기에 손드릴을 이용해 화분 주변에 구멍을 뚫었습니다.
그리고 마끈을 이용해 커피나무가 기울어지는 반대방향으로 끈을 묶어주었습니다.
커피나무 1호를 걷어낸 대형 화분 바닥을 보니 바닥에 깔았던 바크 사이사이로 잔뿌리가 꽤 많이 파고들어간 상태였습니다.
분명 화분벽 사이로 손을 넣어 화분 중간의 흙을 걷어낼 때는 잔뿌리가 훨씬 적은 상태였는데 좀 뜻밖이었습니다.
화분 바닥을 보고 미루어 짐작해보면, 화분 중간의 잔뿌리가 옆으로 퍼지는 대신, 화분 바닥의 바크쪽으로 잔뜩 파고 들어갔고, 이로 인해 커피나무 잔뿌리가 양분을 흡수하기 분리한 환경이 되지 않았니 생각됩니다.
이제 비어 있는 대형 화분에 새 흙을 채우고 작은 플라스틱 화분에 담겨 있던 커피나무 5호를 다시 옮겨심었습니다.
건강하게 자라주던 커피나무 5호 역시 잔뿌리가 촘촘하게 덩어리져 있는 상태로, 커피나무 1호의 잔뿌리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습니다.
키가 큰 커피나무 4호, 대형화분에 심어져 있던 커피나무 1호, 그리고 커피나무 5호까지 세 개의 커피나무 화분을 분갈이 하는데 꽤 시간이 걸렸습니다.
사실 커피나무 2호의 상태도 무척 좋지 않아 하루에 모두 분갈이를 하려고 했지만, 준비했던 흙도 부족한 상태라 새 흙이 도착할 며칠 뒤에 다시 분갈이를 하기로 했습니다.
분갈이는 봄철에 하는게 좋다고들 하는데, 저는 어쩌다보니 매번 겨울이 시작되는 시기에 분갈이를 하게 되는군요.
그동안 분갈이를 하면서 잔뿌리를 이렇게 많이 걷어낸 적은 처음이라, 과연 커피나무 1호가 건강을 회복할 수 있을지, 살짝 걱정이 되긴 하지만 언제 그랬냐는 듯,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녹색 잎을 피워올리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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