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두 로스팅 온도 측정을 위해 적외선 온도계 영입하다

로스팅을 감으로 하기엔 내공이 한참 부족하다

컴퓨터를 꽤 오랜 시간 만지다보니 '감'이란게 생겼습니다.

 

컴퓨터를 처음 켰을 때의 화면과 소리, 냉각팬이나 하드디스크 돌아가는 소리, 화면이 껌뻑거리는 모습, 마우스 커서가 반응하는 모습 등을 보면 '어디를 살펴봐야겠구나' 하는 초기 진단을 내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가끔 컴퓨터에 이상이 있는데 어디가 문제냐고 묻는 전화를 받을 때가 있습니다.

 

이럴 때 증상을 파악하고 해결책을 내놓는 경우는 절반정도밖에 되지 않습니다.

나머지 절반은 직접 봐야한다고 알 수 있겠다고 말하는데요, 전화로 듣는 설명으로는 증상에 대해 '감잡을 수 없기'때문입니다.

 

커피에 취미를 갖게 되면서, 생두를 굽는 로스팅을 즐긴지 2년쯤 되어가고 있는데요, 처음에는 불조절, 시간 조절을 제대로 하지 못해 아까운 생두를 버릴 때도 많았지만, 이제는 경쾌한 파핑 소리와 구워지는 색깔을 보면서 불조절, 시간 조절을 할 수 있는, 초보 로스터 단계는 지나고 있다고 생각해왔습니다.

커피 생두 로스팅 온도 적외선 온도계오늘도 열심히 생두를 굽고 있는 킴스로스터 2호

그런데, 최근 제가 해왔던 로스팅이 상당히 센 불에 속성으로 해왔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가스레인지의 불을 강-중간 모드만 이용하여 8분 정도에 로스팅을 마무리해 왔는데, 대개 13분에서 그 이상으로 '천천히' 굽는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죠.

그래서, 평소의 2/3 정도의 불 세기(중강-중)로 로스팅을 해 봤더니, 커피의 맛이 또 다르다는 것을 알았고, 커피 관련 책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온도를 직접 확인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인터넷에서 주문한 적외선 온도계입니다.

'적외선 온도계'라면 뭔가 대단한 물건처럼 들릴 수 있지만, 제가 산 적외선 온도계는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살 수 있는 흔한 제품입니다.

비접촉식 온도계로 온도를 측정하고자 하는 곳에 조준을 하고 방아쇠를 당겨 온도를 측정하는 방식입니다.

커피 생두 로스팅 온도 적외선 온도계신문의 좋은 사용예.jpg

 

'디지털 온도계'로 검색하면 다양한 가격대, 다양한 방식의 디지털 온도계 들이 검색되는데, 만원대에 판매되는 접촉식 제품의 경우 측정한 온도가 2~3초쯤 후에 표시된다는 제품들이 대부분입니다. 하지만 이 제품은 0.5초 이내, 거의 실시간으로 온도가 표시된다고 하는군요.

목욕탕의 저울은 발을 올리는 순간부터 무게가 표시되는 반면, 가정용 저울은 2~3초쯤 지나 표시되는 것과 비슷한 차이입니다.

커피 생두 로스팅 온도 적외선 온도계

 

9볼트 배터리를 사용하는데, 친절하게도 제품에 포함되어 있습니다.

커피 생두 로스팅 온도 적외선 온도계어릴적 혀에 갖다대며 짜릿함을 느꼈던 추억의 9볼트 배터리

 

3만원대 중반의 적외선 온도계는 역시 Made in China입니다.

하지만 우려했던 것과 달리 무광 플라스틱 재질의 마무리는 꽤 좋은 편으로, 싸구려 느낌이 나지 않습니다. 배터리는 손잡이 부분에 들어가며, 배터리 덕분에 꽤 묵직해집니다.

커피 생두 로스팅 온도 적외선 온도계

 

총구(?) 부분에는 레이저 포인터와 온도 센서가 보입니다. 레이저 포인터로 위치를 잡아 쏘면 되는 것이죠.

커피 생두 로스팅 온도 적외선 온도계

 

적외선 온도계를 검색하다가 알게된 사실 중 하나는, 거리에 따라 온도 측정 범위가 넓어진다는 것입니다.

30cm거리에서 38mm 범위를 측정하는 반면, 1.5m거리에서는 132mm 범위를 측정, 평균값을 보여준다는 것이죠.

먼 거리에서도 좁은 범위를 측정하는 디지털 온도계일 수록 가격이 비싸진다고 합니다.

커피 생두 로스팅 온도 적외선 온도계

감으로 해왔던 로스팅시 불조절, 직접 온도 측정해보니

대개의 로스팅 지침서를 보면 생두를 투입하기 전, 180~200도로 로스터를 예열하며 생두를 투입하는 순간 생두의 온도로 인해 예열되었던 온도가 확 떨어진다고 합니다.

저도 로스터의 온도를 200도까지 예열한 후 생두를 투입해봤는데요, 80~90도까지 떨어졌다가 서서히 올라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커피 생두 로스팅 온도 적외선 온도계

 

그동안에는 1차 파핑 전까지는 불을 강으로 두었다가 1차 파핑이 시작되면 중간정도로 낮췄는데, 온도를 재가며 확인을 해보니 역시나 센 불이었네요. 온도계로 재보니 1차 파핑때까지는 2/3 정도의 화력으로, 1차 파핑 후에는 1/2이하의 화력으로 불을 낮춰야 로스팅 지침서들의 온도를 맞출 수 있었습니다.

커피 생두 로스팅 온도 적외선 온도계

 

화력을 낮추고 온도계로 측정을 하며, 13분 정도에 맞춰 로스팅한 케냐 AA입니다.

커피 생두 로스팅 온도 적외선 온도계

 

평상시에는 하루 정도 두었다가 먹는 편인데, 달라진 화력이 어떤 차이가 있는지 확인하고 싶어 바로 원두를 갈았습니다.

커피 생두 로스팅 온도 적외선 온도계

 

요즘 한창 물조절 연습을 하고 있지만, 안목항 산토리니에서 봤던 능숙함에 도달하려면 더 많은 연습이 필요할 듯 싶습니다.

커피 생두 로스팅 온도 적외선 온도계

 

그간 해왔던 로스팅의 불세기와 다른 방법으로 로스팅 한 덕분일까요? 그간 마시던 케냐 AA보다 훨씬 순한 향이 느껴집니다.

커피 생두 로스팅 온도 적외선 온도계

 

물론, 디지털 온도계를 한 손에 들고 온도를 측정하는 모습이 조금은 어설프긴하지만, 이 디지털 온도계를 통해 이 정도의 화력이면 이 정도의 온도가 되는구나, 하는 과정을 익히는데 꽤 쓸만한 도구인 듯 합니다.

 

사실 컴퓨터 관련 일을 하면서 직접 온도를 측정할 수 있는 디지털 온도계의 필요성을 꽤 여러번 느껴왔지만, 메인보드 온도 센서에만 의존해왔는데, 뜻밖에 커피 로스팅 덕분에 구입하게 되었군요. 여러모로 활약이 기대되는 적외선 온도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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