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만의 커피나무 분갈이, 준비물
2012년 6월에 커피 씨앗 6알을 심어 싹을 틔운 뒤 커피나무로 키웠으니 벌써 10년을 훌쩍 넘어 11년차로 접어들고 있습니다.
6알의 커피 씨앗은 폭풍성장을 거듭하면서 6그루의 거대한 커피나무가 되었고, 한 때 작은 집안의 베란다와 거실을 가득 채울 정도로 자리를 차지하던 때가 있었는데, 10여년 동안 두 번의 이사를 하는 등 오랜 시간이 지나면서 현재는 두 그루만 남았습니다.
그나마 한 그루의 커피나무는 잎이 노랗게 변하면서 말라 떨어지는 증상을 다시 겪는 중인데, 예전과 달리 식물에 할애하는 시간이 줄어들면서 딱히 손을 쓰지 못하고 지켜보기만 하고 있었습니다.
근근히 겨울을 넘기고 열 한번째 봄을 맞았고, 3년 만에 커피나무 분갈이를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분갈이를 편하게 할만한 넓직한 마당이 있으면 좋겠지만, 아파트에 살고 있는터라 거실에서 분갈이를 진행해야 합니다.
화분의 흙으로 부터 거실을 사수하기 위해 캠핑용으로 사용하던 코스트코 방수포를 오랫만에 펼쳤습니다.
코스트코에서 50리터 상토 두 봉을 구입했습니다.
코스트코에서는 봄마다 분갈이 흙이나 화분을 비롯한 정원 용품을 판매하는데, 이번 봄에는 40리터 상토 대신 50리터 상토가 들어와 있었고 한 봉당 11990원에 구입했습니다.
분갈이를 위해 상토를 구입할 때마다 어느 정도가 적정량인지 가늠하는 게 꽤 큰 일인데, 예전 분갈이 포스팅을 보니 대형 화분 2개와 중형 화분 1개에 40리터 상토 3봉지로 잘 마무리했던 기록이 있었고, 이번에는 대형 화분 2개 분량으로 100리터면 충분하겠다 싶어 50리터 상토 두 봉지만 구입했습니다.
분갈이 흙에 섞을 밑거름으로 하이포넥스 사프리 비료를 준비했습니다.
역시 코스트코에서, 꽤 오래 전에 구입했던 알갱이형 비료인데 3Kg의 대용량 포장이다보니 아직도 제법 많이 남아 있네요.
이제는 단종되었는지 온라인에서도 해당 제품 정보를 찾아볼 수 없지만, 제품 봉투에 상토 1리터당 2~3g을 사용하면 된다고 적혀 있어 50리터 상토 한 봉당 150g을 준비했습니다.
상토 50리터 한 봉지를 넓게 펼친 뒤 150g의 비료를 뿌리고 골고루 잘 섞어 두는 것으로, 한 그루 분량의 상토 준비를 완료했습니다.
대형 화분에서 커피나무 분리
대형 화분 분갈이에서 중요한 과정 첫 단계는, 기존 화분에서 식물을 뽑아내는 것입니다.
제가 사용 중인 화분은 역시 코스트코에서 구입한, 내경 51cm의 대형 화분으로 플라스틱 재질이라 크기에 비해 분갈이도 '비교적' 쉬운 편입니다.
2017.05.09 - 코스트코 대형화분 사용 후기. 품질, 디자인, 가격이 만족스러운 대형 플라스틱 화분
일단 화분 위쪽의 흙을 잔뿌리가 손에 닿을 때까지 가능한 많이 퍼냅니다.
위쪽 흙을 가능한 많이 퍼낸 뒤, 화분 옆면을 돌아가면서 퉁퉁 두드려 주었습니다.
플라스틱 화분은 이렇게 옆면을 두드려 비교적 쉽게 흙과 화분을 분리할 수 있고 분갈이가 훨씬 쉬운터라, 개인적으로 도자기 화분보다 플라스틱 화분을 선호합니다.
단단한 도자기 화분은 이렇게 옆을 두드리는 것만으로는 흙이 잘 분리되지 않는터라, 옷걸이 철사를 길게 펴서 화분 벽면을 훓어내는 식으로 흙을 분리하곤 합니다.
2014.02.03 - 킹벤자민 화분 분갈이 하는 방법. 큰 식물의 분갈이, 요령만 알면 간단!
어느정도 흙이 분리되었다 싶어 화분을 옆으로 기울이면서 커피나무 밑둥을 붙잡고 뽑아 보았는데, 3년동안 화분에 단단히 자리잡은 터라 생각처럼 잘 뽑히지 않았습니다.
화분에서 커피나무를 뽑을 때 밑둥만 잡고 힘으로 들어올려 제거하려다보면 커피나무의 잔뿌리가 뜯겨나가는 대참사가 발생할 수 있어 다시 화분을 세우고 화분 주변의 흙을 손으로 파내면서 공간을 확보했습니다.
그렇게 화분에 단단히 고정된 커피나무 뿌리 주변 흙을 상당량 퍼낸 뒤 다시 커피나무 밑둥을 잡아 빼는 식으로, 대형 화분과 커피나무를 분리할 수 있었습니다.
지금 뽑은 커피나무는 잎의 상당수가 말라 떨어진, 건강 상태가 그리 좋지 않은 녀석이라 잔뿌리의 양이 매우 적은 편입니다.
건강한 커피나무라면 잔뿌리가 화분의 형태대로 둥글게 뭉쳐있는 반면, 이 녀석은 잔뿌리가 적었고, 그보다 굵은 뿌리들이 많았습니다.
아울러 화분 바닥의 물구멍 위에 얹어둔 플라스틱 망을 제법 굵은 뿌리가 얽혀 있던터라, 플라스틱 망에서 뿌리를 빼내는 것도 꽤 큰 일이었습니다.
잔뿌리가 잡고 있는 기존의 흙을 손으로 털어내면서 뿌리 속을 들여다보니, 몇 번의 분갈이 과정에서 흙에 묻어둔 밑둥에서 다시 뿌리가 나 있었네요.
이렇게 화분에서 분리한 커피나무는 잠시 세워 둔 상태로, 화분에 새 흙을 절반 가량 채웠습니다.
사진에서는 잘 구분되지 않지만 화분 중심은 흙을 얕게, 화분 주변은 상대적으로 흙을 높게 채워 화분 중심이 움푹 파인 형태로 흙을 채웠습니다.
그렇게 적당량의 흙을 채운 화분에 다시 커피나무를 올려 두고
화분 주변쪽에 새 흙을 채워 넣었습니다.
이렇게 화분 주변에 채워 넣는 흙의 양이 생각보다 많은데, 분갈이 과정에서 흙이 털어져 빈 상태로 있는 잔뿌리에 새 흙이 채워지도록 화분 주변을 손바닥으로 툭툭 쳐주었습니다.
새 흙을 잔뿌리 사이에 채워주는 작업은 분갈이 과정에서 매우 중요한터라, 화분 주변을 계속 쳐주면서 새 흙이 잔뿌리 사이로 들어가도록 신경썼습니다.
그렇게 커피나무 한 그루의 분갈이가 완료되었고, 나머지 한 그루의 커피나무도 같은 방식으로 기존 화분에서 뽑아냈습니다.
이 커피나무는 앞선 녀석보다 상대적으로 매우 건강한 상태라 잔뿌리의 양도 월등히 많습니다.
역시 손으로 잔뿌리 사이의 흙을 슬슬 털어내면서 기존 흙을 비워 낸 뒤
역시 절반 정도 새 흙을 채운 화분에 커피나무를 통째로 들어올려 놓은 뒤
같은 요령으로 새 흙을 화분 주변에 쏟아 붓고 화분 주변을 손바닥으로 두드려 새 흙이 잔뿌리의 빈 공간에 채워지도록 했습니다.
이렇게 두 번째 커피나무의 분갈이도 무사히 완료되었습니다.
이렇게 두 그루의 커피나무 분갈이를 완료했습니다.
원래 계획은 분갈이 완료 후 베란다로 옮길 예정이었으나, 분갈이 후 몸살을 줄이려는 의도로 1주일 남짓 거실에 더 두기로 했습니다.
이미 언급한 대로, 플라스틱 화분은 도자기 화분에 비해 분갈이 작업의 난이도가 매우 쉬운 편이며 특히 덩치가 큰 식물이라면 추후 관리를 위해 플라스틱 화분을 사용할 것을 권합니다.
사실 요즘 식물에 관심을 쏟을 여력이 예전만 못한터라 잎이 말라 떨어지는 커피나무는 아예 포기할까 생각하기도 했지만, 잎의 상당수가 우수수 말라 떨어지는 와중에도 꽃을 피우고 커피 열매를 맺고 있었네요.
커피 열매의 양이 건강하던 때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그래도 열매를 맺으며 살아보려 애쓰던 녀석에게 좀 더 신경쓰지 못한 게 새삼 미안한 마음이 들었고, 3년만에 바꾼 새 흙에서 다시 건강하게 자라길 기원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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