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갈이 시기를 놓친 후, 눈에 띄게 쇠약해진 커피나무
저희 집 커피나무는 거실에 2그루와 제 방에 1그루, 총 3그루가 있습니다.
세 그루 모두 천장을 넘어서는 키와 덩치 때문에 위쪽 가지는 계속 잘라내고 있는데, 생각같아서는 세 그루 모두 거실에 놔두고 싶지만 거실 밖 시야를 가려 불편하다는 마눌님의 의견에 한 그루만 방으로 밀어 둔 상태입니다.
그런데 거실의 두 그루 커피나무의 상태는 확연히 비교가 될 정도로 차이가 납니다.
올해 초부터 왼쪽 커피나무 잎의 녹색이 옅어지고 노랗게 변하면서 잎이 많이 떨어진 상태인데요, 약 1년 전 분갈이를 한 오른쪽 커피나무에 비해 2년6개월 이상 흙을 갈아주지 못하여 영양 결핍에 의한 증상으로 짐작하고 있습니다.
이런 증상을 인지한 것은 올해 1월부터인데, 생각같아서는 당장 분갈이를 하고 싶었지만 추운 날씨에 커피열매가 여럿 열려 있고 커피꽃이 연속적으로 피어나는 상황이라 커피열매 수확 후 분갈이를 해주려다보니 벌써 5월을 훌쩍 넘기게 되었습니다.
커피나무 잎의 녹색이 빠지고 노란색으로 변하는 가지도 있지만 새로 올라오는 잎은 여전히 진한 녹색입니다.
하나를 자르면 둘로 자라는 커피나무 가지
코스트코에서 구입한 대형 플라스틱 화분
커피나무 분갈이 흙은 지난 해부터 계속 사용하고 있는 한아름 원예용 상토를 온라인 주문했습니다.
그리고 얼마 전 코스트코에서 대형 플라스틱 화분을 사왔습니다.
내부 지름이 51cm, 높이 44cm 남짓한, 가정용으로는 정말 초대형 화분인데 플라스틱이라 덩치에 비해 정말 가벼운 화분입니다.
화분 안쪽에는 골판지 지지대가 붙어 있고, 아이가 들어가지 않도록 하라는 주의 스티커가 붙어 있습니다.
이 화분은 작년부터 코스트코에 갔을 때 눈여겨 봤던 제품인데, 큼직하기도 하지만 탄력있는 플라스틱인데다 무척 튼튼한 느낌이라 마음에 듭니다.
다만 코스트코 화분은 물구멍이 없습니다.
예전에 이케아에서 본 화분들도 물구멍이 없었고, 이케아에서는 물구멍없는 화분을 '북유럽 스타일'이라고 홍보하고 있더군요.
물구멍이 없으면 실내에서 물이 바닥으로 흘러내릴 염려가 없어 좋지만 아무래도 화분 하부의 물관리가 쉽지 않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특히 이런 대형 화분에 물구멍이 없을 경우 아래쪽 흙이 썩을 수 있습니다.
코스트코 화분에 붙은 스티커에서 얻은 정보로 제조사 홈페이지에 접속해보니, 필요시 물구멍을 직접 뚫어 사용하라는 짤막한 얘기만 있었습니다.
화분 전체가 두 겹의 플라스틱으로 된 것 같아 함부로 구멍을 뚫었다가 내구성에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 싶었는데, 필요시 물구멍을 뚫으라는 것을 보니 그런 걱정은 할 필요가 없을 듯 싶습니다.
저는 큰 화분에 물구멍을 뚫기 위해 전동드릴에 32mm 홀소를 끼웠습니다.
이 홀소는 몇 년전 현관문에 보조키를 직접 달 때 구입했던 것이고 그동안 통 사용할 일이 없었는데 오랫만에 사용해 보게 되었네요.
철문도 쉽게 뚫었던 홀소이다보니 플라스틱을 뚫는 것은 그야말로 식은죽 먹기입니다.
그렇게 화분 바닥에 32mm 구멍을 4개 뚫고 난 뒤에야 바닥 한 가운데 필요시 타공해 쓰라는 가이드 표시가 보이더군요.
이 부분에 제품 스티커가 떡하니 붙어 있어서 미처 확인하지 못했고 구멍을 네 개 뚫고 난 뒤에야 봤습니다ㅎㅎ
작업을 시작하기 전, 거실 바닥에 방수포를 깔았고 50리터 상토 1봉지를 펼친 뒤 밑거름으로 흙살이 유기농퇴비 1봉지 반을 섞어주었습니다.
2년전에 구입한 흙살이 유기농퇴비는 이로서 5봉지 모두 소진했습니다.
2015/02/10 - 흙살이 유기농 퇴비 사용 후기. 베란다 텃밭, 실내 화분에 적당한 소포장 유기농 퇴비
도자기 화분에서 대형 커피나무 꺼내기
플라스틱 화분 바닥에 물구멍을 뚫고, 상토에 밑거름을 섞어 모든 준비를 마친 뒤 분갈이할 커피나무를 방수포 위로 끌고 왔습니다.
그간 대형 화분의 분갈이를 여러 번 해봤지만, 이 커피나무는 분갈이한지 2년6개월을 훌쩍 넘겼고 분명 잔뿌리와 흙이 단단하게 엉겨 있을듯 싶습니다.
이 대형 도자기 화분에서 커피나무를 어떻게 꺼내야 잘 꺼냈다고 소문이 날지, 잠시 들여다봅니다.
도자기 화분에 심었던 커피나무는 시간이 지나면서 뿌리가 흙 위쪽으로도 보이곤 했고, 그럴 때마다 흙을 위에 보충해주다보니 이제는 화분 높이를 꽉 채운 상태입니다.
아, 흙이 축축한 상태에서는 흙덩이의 무게가 더 나가서 분갈이 과정에서 뿌리가 뚝 떨어져 버릴 수 있으니 분갈이 하기 며칠 전부터 물을 주지말고 흙이 건조한 상태에서 분갈이를 해야 합니다.
커피나무 화분을 잠시 들여다보다가 위쪽에 보충했던 흙을 손으로 걷어내기 시작했습니다.
대형 화분 분갈이의 성패를 가름하는 것은 빨갛게 색칠한 부분의 흙을 걷어내 뿌리채 화분에서 쏙 뽑아낼 수 있어야 하는 것인데 문제는 화분속에 오래 자라다보면 저 부분까지 잔뿌리가 꽉 차있게 됩니다.
아니나 다를까, 화분 위쪽 흙을 조금 걷어내다보니 바로 커피나무의 잔뿌리가 드러나기 시작합니다.
잔뿌리를 아예 다치치 않고 뽑아낼 수 있으면 좋겠지만, 이 도자기 화분은 입구에 턱이 있는 제품이라 화분 둘레의 흙을 손으로 파내는 과정에서 약간의 잔뿌리가 뜯겨나가는 것은 어쩔 수 없습니다.
예전에 긴 도자기 화분을 분갈이할 때는 결국 도자기 화분을 망치로 깬 뒤 커피나무를 뽑아냈는데, 이 도자기 화분은 그 보다 큰 제품이다보니 차마 망치로 깨지는 못하고 화분입구의 흙과 잔뿌리를 지속적으로 뽑아냈습니다.
어느정도 위쪽 흙을 걷어낸 뒤 도자기 화분을 옆으로 눕히고 커피나무 밑둥을 꽉 잡고 잔뿌리와 흙을 걷어냈습니다.
2~3분 남짓 커피나무와 화분과 씨름한 끝에 커피나무를 뿌리째 뽑아낼 수 있었습니다.
짐작했던대로 커피나무의 잔뿌리는 화분에 꽉 차 있었고, 특히 바닥쪽의 잔뿌리는 촘촘한 그물처럼 엉켜 있었습니다.
몇 장의 사진으로 간단하게 설명했지만, 워낙 큰 나무이다보니 도자기 화분에서 쏙 뽑아내게 쉬운 일은 아닙니다.
도자기 화분의 입구에 걸린 흙과 잔뿌리를 위쪽으로 들어올리면서 화분을 흔들며 흙을 털어내며 나무를 계속 들어올려 뽑아냈습니다.
새 화분 흙준비와 잔뿌리 속 흙정리
예전 분갈이 관련 포스팅에서 이미 언급한 바 있지만, 입구에 턱이 있는 도자기 화분은 분명 다음 분갈이 때 애를 먹게 됩니다.
이번에 구입한 코스트코 화분은 크고 가벼운데다 입구에 턱이 없고 위쪽으로 갈수록 넓어지는 형태라 다음 분갈이때 휘파람을 불면서 할 수 있을 듯 싶습니다.
일단 새 화분에 흙을 1/3 정도 채웠습니다.
기존에는 화분의 무게를 줄이기 위해 바닥에 바크를 채우곤 했는데, 무게가 가벼운 상토인데다 플라스틱 화분의 무게가 가볍다보니 전체를 흙으로 채우기로 했습니다.
식물을 처음 기를 때는 분갈이 할 때 화분 바닥쪽에 마사토 등을 채워 물빠짐과 무게를 줄여야 한다는 얘기를 공식처럼 따랐는데, 커피나무 분갈이를 몇 번 반복하다보니 바닥쪽에 두껍게 엉켜있는 뿌리를 보게 되었고 이제는 전체를 상토로 채우기로 했습니다.
화분에 흙을 채우기 위해 2리터 페트병을 비스듬하게 잘라 삽 대신 사용했는데, 무척 편하게 사용할 수 있었습니다.
그간 제 분갈이 원칙(?)은 잔뿌리와 엉켜있는 흙을 그대로 두고 더 큰 화분 주변에 새 흙을 채우는 것이었습니다.
갑자기 흙의 환경이 바뀌지 않는게 좋다는 생각에서 그렇게 해왔고 덕분에 분갈이 후에도 특별한 몸살 증상없이 안정적으로 정착하는 모습을 봐왔습니다.
하지만 이번 커피나무 분갈이는 2년6개월만에 하는 것이라 흙에 영양성분이 거의 남아 있지 않을 것 같았고, 손가락으로 잔뿌리 주변을 돌아가며 툭툭 쳤더니 안쪽에 들어 있던 푸석한 흙이 술술 흘러 나왔습니다.
커피나무 잔뿌리 바닥쪽은 도자기 화분의 바닥 모양대로 뿌리가 두껍게 뭉쳐있었고, 가운데는 화분 물구멍을 막으려 놓아둔 플라스틱 망이 있었습니다.
화분 바닥쪽 잔뿌리 안쪽에는 예전에 넣었던 바크들이 많이 엉겨붙어 있어 손을 넣어 바크를 많이 털어냈습니다.
평소 분갈이 할 때 잔뿌리를 다치지 않도록 하자는게 지론이었지만, 이번에는 푸석해진 흙을 상당량 털어냈습니다.
새 화분에 옮기고 흙 채우기
그렇게 준비 완료한 커피나무를 들어 흙을 1/3정도 채워 놓은 화분에 넣었습니다.
예전 분갈이 때 나무의 수직 수평을 제대로 신경쓰지 않았더니 나무가 삐딱한 상태로 흙을 채우기도 했습니다.
이제는 그런 실수를 않기 위해 나무를 세워두고 멀리서 화분을 살펴 나무가 한 쪽으로 치우치지 않았는지, 삐딱하게 서 있는 것은 아닌지 확인했습니다.
그리고 화분 주변의 빈 공간에 흙을 채워 넣었습니다.
화분 안쪽 지름이 51cm나 되다보니 50리터 상토 한 봉지가 부족하더군요.
사용 후 보관했던 상토까지 더했는데, 얼추 70리터 가까이 사용한 듯 싶습니다.
분갈이 할 때, 잔뿌리 사이사이에 흙을 채워야 합니다.
이를 위해 흙을 채운 상태로 화분 주변을 돌아가며 퉁퉁 두드려 주었는데, 두드릴 때마다 흙이 쑥쑥 꺼지며 채워지더군요.
화분 둘레를 돌아가며 퉁퉁 친 뒤, 푹 꺼진만큼 흙을 다시 채우는 과정을 3~4번 반복하는 것으로 커피나무 화분의 분갈이가 완료됐습니다.
코스트코 화분이 너무 커서 커피나무가 더 높아지는게 아닌가 싶었는데, 심는 깊이를 적당히 조절하여 원래 높이와 비슷하게 맞출 수 있었습니다.
이제 실내에서 사용하는 화분 크기를 더 키울 수는 없을 테니 앞으로의 분갈이는 이 화분에서 반복하게 될 듯 싶습니다.
앞서 언급한 대로 플라스틱 화분이라 가벼운데다 화분 끝부분에 턱이 없으니 다음 분갈이는 무척 쉽게 할 수 있을 듯 싶습니다.
50리터 상토가 모자랄 것이란 생각을 미처 못해 나머지 커피나무 한 그루의 분갈이는 또 미뤄지게 되었지만 일단 급한 불은 껐다는 생각에 만족합니다.
푸석해진 흙에서 커피 열매를 맺느라 눈에 띄게 허약해진 커피나무가 기력을 회복하고 튼튼해졌으면 하는 바램입니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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