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리파리 방제와 과산화수소수
저희 집 거실의 커피나무 화분에 뿌리파리가 생긴 것을 인지한 것은 벌써 수 년 전이지만, 느리게 날아다니는 뿌리 파리는 눈에 좀 거슬릴 뿐, 일반 파리처럼 혐오스럽지 않았기에 크게 신경쓰지 않고 눈에 띄는 것을 잡기만 했습니다.
사실 날아다니는 뿌리파리의 성충은 식물에 별다른 해를 끼치지 않지만 흙 속의 뿌리파리 유충은 식물의 뿌리를 갉아먹으면서 해를 입힌다고 합니다.
다만 제 커피나무는 뿌리파리 성충이 심심찮게 보였지만, 약을 써서 방제할 만큼 피해 상황이 심각해 보이지는 않아 오랫동안 상황을 방관(?)하고 있었습니다.
사실 뿌리파리보다는 일조량 부족이 훨씬 큰 문제였는데 지난 여름에 식물 LED를 설치하면서 건강을 회복하게 되었고, 이를 계기로 뿌리파리도 잡아야겠다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두 달 전 실행했던 버그올킬을 이용한 방제는 흙 속 유충 박멸에는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했지만, 거실에 놓은 화분에 랩을 씌워 방제하는 나름의 요령을 파악할 수 있었던 기회였습니다.
2020/02/14 - 거실 화분의 작은뿌리파리 방제 과정. 거실에 약이 퍼지지 않게 방제하는 방법
그리고 뿌리파리 방제를 위한 두 번째 방법으로, 과산화수소수를 이용해보기로 했습니다.
'뿌리파리 방제'라는 키워드를 검색하면 빅카드라는 농약과 함께 가장 많이 언급되는게 과산화수소수입니다.
약국에서 파는 과산화수소수 250ml, 한 병에 1000원에 사왔습니다.
몇 년 전 사서 청소용으로 구입했던 250ml 과산화수소수 병뚜껑에는 500원이라는 가격표가 붙어 있는데, 몇 년새 가격이 올랐네요.
약국에서 파는 과산화수소수의 농도는 3%입니다.
성분표의 표기사항을 보면 100ml 중 35% 과산화수소수가 9ml 포함되어 있다고 적혀 있는데, 이를 계산하면 3%(35%*9%=3.15%)가 됩니다
간혹 성분표의 35%라는 표기를 보고 농도가 35%라고 착각하는 경우가 있는데 약국에서 파는 과산화수소수는 대부분 3% 제품입니다.
저는 평소 2리터 페트병 6~7개에 수돗물을 담아두고 3~5일 정도 두었다가 화분에 뿌릴 물로 사용하곤 합니다.
이렇게 물을 받아 며칠 두면 수돗물의 염소 성분을 날려버릴 수 있다는 얘기에 1년 전부터 실행하고 있는 방법입니다.
사실 수돗물의 염소 성분이 식물에 영향을 끼치는지 여부는 알 수 없지만, 어쨌든 나쁠 것은 없다는 생각에 꾸준히 실천하고 있습니다.
받아두었던 2리터 페트병마다 과산화수소수를 5~6 뚜껑(50~55ml) 남짓 부었습니다.
사실 검색해 본 과산화수소수 레시피(?) 중에는 물 500ml에 과산화수소 50~80ml를 섞으라는 얘기도 있었는데, 섞는 비율에 특별한 근거가 있다기 보다는 단지 개개인의 경험에 따른 비율로 보입니다.
사실 커피나무가 건강을 회복한 지 얼마되지 않은 상황이다보니, 일단 저는 좀 더 묽게 희석해 사용하기로 했고 2리터 페트병 6~7개에 250ml의 과산화수소수 한 병을 희석해 사용해 보기로 했습니다.
물 2리터에 과산화수소수 50~60ml를 섞은 뒤 뚜껑을 닫고 잘 섞어주었고
물뿌리개용 페트병 뚜껑을 끼웠습니다.
페트병 뚜껑에 드릴을 이용해 구멍을 몇 개 뚫어 놓은 것에 불과하지만, 대형 화분에 물뿌리는 용도로 매우 만족하며 사용 중입니다.
2015/12/05 - 페트병으로 만들어 본 화분 물뿌리개. 화분 흙이 튀지 않아 편리한 물뿌리개 DIY
페트병에 물뿌리개 뚜껑을 끼우고 과산화수소수 희석액을 뿌립니다.
저는 1주일에서 10일 간격으로, 화분의 흙이 흠뻑 젖어 화분 받침의 물받이로 물이 떨어질 정도로 물을 주곤 합니다.
제가 사용 중인 코스트코 대형 화분의 경우 흙이 70리터 가량 들어가는 그야말로 대형 화분이다보니 물을 6~7리터 정도 주어야 물받이로 물이 똑똑 떨어집니다.
다만 이런 대형 화분에 물을 줄 때 주의해야 할 점은, 6~7리터의 물을 짧은 시간에 연속으로 쏟아부을 경우 화분 물구멍으로 감당하지 못할 수준의 물이 흘러내릴 수 있습니다.
따라서 저는 물을 4리터 정도 주고 30분 정도 지나 물받이 상태를 확인하고 추가로 물을 줄지 여부를 결정하곤 합니다.
바닥에 물이 넘쳐도 되는 베란다라면 이런 요령은 필요없을텐데, 베란다 없는 거실에서 식물을 기르다보니 신경써야 할 것이 더 많습니다.
이렇게 3개의 대형 화분에 과산화수소수 250ml와 물 14리터를 희석해 골고루 뿌렸습니다.
과연 이 과산화수소수가 흙 속의 뿌리파리 유충을 잡을지 여부는 좀 더 지켜봐야할 텐데, 인터넷 레시피보다 묽게 희석한데다 애시당초 과산화수소수가 뿌리파리 유충을 완전박멸시키지는 못한다는 얘기들도 많이 보여 일단 실행해 본다는데 의미를 두려고 합니다.
사실 과산화수소수 살포 후에도 뿌리파리 유충이 박멸되지 않는다면, 이미 구입해 둔 빅카드(농약)을 사용해 보려고 합니다.
뿌리파리 성충용 끈끈이 설치
화분의 뿌리파리 박멸은 흙 속 유충과 흙 바깥의 성충을 동시에 잡아야 합니다.
뿌리파리 성충이 축축한 흙에 또 다시 알을 낳아 유충이 발생하는 악순환이 지속되기 때문인데, 예전부터 뿌리파리 성충을 잡기 위해 사용했던 끈끈이를 꺼냈습니다.
이 끈끈이는 후리다운(Fly Down)이라는 제품으로 사진처럼 끈끈이 틀에 끈끈이를 끼워 둥그렇게 올려두는 방식입니다.
다만 이렇게 큼직한 끈끈이를 통으로 사용하려니, 화분 흙 위에 바로 놓이는게 불편하기도 하고, 물을 줄 때 젖으며 접착력이 떨어지는 등 불편합니다.
때문에 저는 끈끈이 틀을 사용하지 않고 끈끈이를 6조각으로 잘라낸 뒤
빨대를 적당한 길이로 자르고 종이를 끼울 수 있도록 홈을 낸 뒤
잘라낸 끈끈이 조각을 빨대에 끼워 팻말 처럼 만들고
화분 흙에 꽂아 사용하는데, 최대한 흙에 가깝게 푹 꽂아 두곤 합니다.
하루 밤 정도 꽂아둔 끈끈이에는 뿌리파리가 한 두마리씩 붙어 있네요.
이 끈끈이는 뿌리파리 성충을 잡는 효과가 좋아서, 1~2주 정도 걸어 놓으면 까만 뿌리파리가 빽빽하게 붙게 됩니다.
뿌리파리의 길이는 1.5~2mm 남짓한 크기로 맨 눈으로 보면 딱히 징그럽지 않은데, 끈끈이에 붙잡힌 뿌리파리를 가까이서 찍어보니 모기처럼 날카로운 느낌이군요.
아무튼, 과거 끈끈이를 이용해 흙 바깥의 성충만 잡던 것에서 과산화수소수로 흙 속의 유충까지 동시에 잡아내는 게 어느 정도 효과를 발휘할지 궁금합니다.
이번에 뿌린 과산화수소수에 대한 뿌리파리의 효과 여부 및 커피나무의 피해 유무를 1주일 남짓 확인한 뒤, 커피나무에 특별한 이상이 없다면 과산화수소수의 농도를 높여 한 번 더 살포해 보려고 합니다.
과산화수소수의 효과가 없다면 아무래도 다음 카드는 농약인 빅카드 살포가 될텐데, 아무쪼록 빅카드까지는 사용하지 않고 뿌리파리 방제가 원만히 해결되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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