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라짜 엔코 콘 버와 기어 교체 방법. 9년 차 커피 그라인더 부품 교체 수리

9년차 바라짜 엔코, 링버 홀더 파손

제 블로그의 커피 관련 포스팅에서 몇 번쯤 언급한 듯 싶지만, 바라짜 엔코 커피 그라인더는 제가 구입한 커피 관련 용품 중 가장 만족스럽고 활용도 높은 제품입니다.

 

핸드드립, 더치커피, 모카포트에 에스프레소 머신 등등 꽤 다양한 커피 제조(?) 기구들의 옆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보조 기구지만 2013년 구입 후 거의 매일 꾸준히 사용하는, 활용 빈도는 압도적인 커피 용품입니다.

 

사실 바라짜 엔코 그라인더를 구입할 당시, 굳이 20만원에 육박하는 커피 그라인더를 살 필요가 있나 싶었는데, 이렇게 오래 꾸준히 사용할 기구인 것을 알았다면 좀 더 상위 기종으로 구입할 껄 그랬단 생각도 듭니다.

2013/02/07 - 전동 커피 그라인더, 바라짜 엔코(Baratza Encore)를 영입하다!

가찌아 클래식 바라짜 엔코

그렇게 바라짜 엔코 그라인더를 사용하는 동안 몇 번의 분해 청소를 했고, 또 언젠가는 내부 전기 기판의 부품이 타버려 개별 부품을 직접 구해 수리를 한 뒤, 또 몇 년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2017/08/04 - 바라짜 엔코 커피 그라인더 파워 보드 자가 수리 후기. 가까스로 구한 수리용 부품들

 

그리고 얼마 전, 바라짜 엔코 그라인더 내부의 커피 찌꺼기들을 청소하기 위해 호퍼(커피콩을 담는 통)를 빼보니, 링 버(위쪽 칼날)을 잡아주는 플라스틱 홀더가 깨져 있었습니다.

바라짜 엔코 링 버 파손

이 링버 홀더 부품은 아래 위 칼날의 간격을 잡아주는 매우 중요한 부품입니다.

그나마 주변 플라스틱 하우징이 잡아주어 깨진 상태에서도 분리되지 않고 원두 분쇄도 그럭저럭 문제없었지만 활용도 높은 커피 그라인더의 파손된 부품은 교체해 주기로 했습니다.

바라짜 엔코 부품 직구

그렇게 가끔 접속해 보던, 바라짜 그라인더 미국 쇼핑몰에서 엔코용 부품 몇 가지를 직구했습니다.

처음에는 파손된, 4달러 짜리 버홀더(Burr Holder) 부품만 구입할까 하다가, 링버(Ring Burr : 윗 칼날)와 버홀더 세트가 14달러, 콘 버(Cone Burr : 아래 칼날)가 15달러, 메인 드라이브 기어(내부 기어)가 5달러 등으로 부담없는 가격이라 함께 구입해 교체하기로 했습니다.

바라짜 엔코 부품 해외 직구

참고로 저는 국내 정식 수입된 바라짜 엔코를 구입했는데, 국내 홈페이지의 링버&홀더 세트 가격은 55000원이었습니다.

바라짜 엔코 국내 정품 등록자는 30% 할인받아 38500원에 구입할 수 있다지만, 14달러와는 가격차가 큰데다 메인 드라이브 기어 등의 세부 부품은 판매하지 않는 듯 싶어 해외에서 구입했습니다.

 

참고로 미국의 바라짜 쇼핑몰에서는 바라짜 그라인더의 거의 모든 부품들을 구매할 수 있는데 코로나19 이후 해외배송을 하지 않아 배대지를 이용해야 합니다.

 

저는 바라짜 쇼핑몰에서 배대지까지 배송비 8.55달러, 배대지에서 한국으로 배송 비용 1만원을 지불해 총 2만원 남짓한 배송비를 지불했습니다.

2021/02/21 - 해외직구 배송대행 뉴욕걸즈 이용법. 바라짜 엔코 부품 직구와 배송대행 과정

바라짜 엔코, 완전 분해 순서

제가 구입한 바라짜 엔코의 칼날과 메인 기어를 교환하려면 바라짜 엔코 그라인더를 거의 완전 분해해야 합니다.

 

몇 년전 분해 청소를 하면서 엔코 그라인더의 꽤 깊숙한 단계까지 분해한 적이 있습니다.

2017/03/22 - 바라짜 엔코 그라인더 기어박스 분해 청소. 고치기 쉬운 간단한 구조의 커피 그라인더

 

다만 이번 칼날과 기어 교환 작업은 앞서 진행했던 것보다 좀 더 분해/조립해야 하는데, 바라짜 쇼핑몰의 각 부품 상세 페이지에서 부품 교체 방법을 담은 PDF 파일이나 동영상을 확인할 수 있으며, 저는 이 PDF 파일을 인쇄해 보면서 교체했습니다.

Cone-Burr-Replacement-v1.2.pdf
2.84MB

 

교체에 필요한 공구는 플라이어, 일자/십자 드라이버, 9mm 렌치 등이 필요하며 저는 9mm 렌치 대신 몽키 스패너를 이용했습니다.

바라짜 엔코 수리 공구

 

바라짜 엔코 그라인더의 분해 작업은 호퍼를 제거하는 것으로 시작되며, 호퍼를 반시계 방향으로 끝까지 돌린 뒤 위로 들어올려 제거합니다.

바라짜 엔코 호퍼 분리

 

호퍼 제거 후 실리콘 개스킷과 링버를 들어올려 제거합니다.

바라짜 엔코 개스킷 링버 제거

 

그라인더 앞쪽의 커피통과 옆의 전원 스위치를 제거하고 일자 드라이버로 하단 귀퉁이 두 곳, 양쪽 면의 네 곳을 들어올려 겉 껍데기를 바닥 뭉치와 분리합니다.

바라짜 엔코 케이스 분리

겉 케이스 양쪽 면 하단에 살짝 튀어나온 자국이 보이며, 이 곳에 일자 드라이버를 살짝 밀어넣으며 들어올리면 걸림쇠가 풀립니다.

 

겉 케이스의 양쪽 걸림쇠를 풀면 위로 빼서 본체와 분리할 수 있습니다.

바라짜 엔코 분해

 

겉 케이스 분리 후 안전 스위치를 위로 들어올려 분리합니다.

바라짜 엔코 그라인더 안전 스위치

 

흰색 플라스틱 하우징을 고정하고 있는 나사 3개를 분리합니다.

바라짜 엔코 기어박스 분리

 

3개 중 2개는 육각 너트가 물려있으니 잃어버리지 않도록 주의합니다.

바라짜 엔코 수리

 

기어박스 하우징을 고정하는 나사 3개를 풀면 모터까지 통째로 들어올릴 수 있으며, 모터와 기판을 연결하는 커넥터를 분리합니다.

바라짜 엔코 모터 기어 박스

바라짜 엔코 메인 기어 분리

이제 기어박스 하우징과 모터를 분리해야 하는데, 하우징을 뒤집고 은색 나사 4개를 풀면 됩니다.

바라짜 엔코 모터 분리

 

나사를 풀어도 모터와 플라스틱 기어가 물려 있어 한 번에 쑥 빠지지 않으니 조금씩 힘을 주어 조심스럽게 분리합니다.

바라짜 엔코 기어박스 내부

 

이제 플라스틱 메인 기어의 육각 너트를 풀어줍니다.

저는 크게 힘주지 않고 풀 수 있었는데, 잘 풀리지 않으면 노출된 기어를 손으로 잡고 돌려 제거합니다.

바라짜 엔코 기어 고정 너트

 

육각 너트와 안쪽의 별 와셔까지 제거한 뒤 금속 축을 아래로 툭툭 두드려 축과 플라스틱 기어를 분리합니다.

사진과 같이 하우징을 뒤집어 받친 상태로 위에서 축을 몇 번 두드리면 플라스틱 기어와 축이 분리됩니다.

바라짜 엔코 기어축 분리

 

플라스틱 기어와 축이 분리되면 반대쪽으로 콘버와 축이 빠지는데, 화살표로 표시한 와셔 부품들 위치를 잘 기억해 둡니다.

바라짜 엔코 콘 버 축

 

가끔 바라짜 엔코의 상부 부품만 분리해 청소하고, 아주 가끔 케이스를 열고 내부까지 청소하며 사용했지만 또 오랫만에 분해하다보니 그라인더 곳곳에서 커피가루가 많이 나옵니다.

청소솔과 진공청소기를 이용해 떨어지는 커피가루들을 깨끗이 흡입하며 분해/조립을 진행합니다.

바라짜 엔코 칼날 분리

2012년 9월산 메인 기어 상태

바라짜 엔코의 메인기어는 플라스틱 부품으로, 몇 년전 분해했을 때도 내부에 마모된 가루가 제법 보였습니다.

거의 9년 쯤 사용한 것 치고는 상태가 양호한 편이지만 신품 기어와 비교하면 세월의 흔적이 도드라집니다.

바라짜 엔코 플라스틱 기어 마모

분리한 플라스틱 기어 옆면에는 2012년 9월이라는 제조 일자가 찍혀 있었고, 신품 기어에는 2020년 10월이 찍혀 있네요.

 

특히 메인 기어는 모터축과 맞물리는 면 중간이 오목하게 마모되었고, 일부 이빨이 깨진 상태였습니다.

바라짜 엔코 플라스틱 기어 파손

콘 버와 축 분리/교체

새 플라스틱 기어를 축에 끼우기 전, 축에 고정되어 있는 콘 버도 교체해야 합니다.

먼저 분쇄한 커피가루를 밖으로 배출하는 패들 휠을 들어올려 제거하는데, 이때도 끼워져 있는 와셔의 갯수를 잘 기억해 둡니다.

바라짜 엔코 와셔 위치

 

콘 버와 축을 분리하려면 콘 버를 꽉 잡고 축에 9mm 렌치를 걸어 시계 방향으로 돌려 분리합니다.

일반적인 나사 푸는 방향의 반대로 돌려야 하는 점에 주의하며, 저는 몽키스패너를 이용했습니다.

바라짜 엔코 콘 버 축 분리

 

축과 콘 버를 분리한 뒤 새 콘버를 축에 결합합니다.

교체 설명서에 따르면 콘 버와 축은 모터가 회전하면서 잠기는 방식이라, 렌치 대신 손으로 돌려 고정하라고 적혀 있습니다.

바라짜 엔코 칼날 교체

 

축과 새 콘 버 결합 후 패들 휠을 결합하는데, 홈과 돌기를 맞춰 끼우고 축에 와셔도 끼워 놓습니다.

바라짜 엔코 패들 휠 부착

축에 새 기어 장착

기어박스에 콘 버를 장착하기 전, 안쪽의 커피 찌꺼기들을 솔로 깨끗이 제거했습니다.

바라짜 엔코 청소

 

콘 버를 결합한 축을 기어박스 밖에서 안쪽으로 밀어 넣고 기어박스 안쪽의 와셔를 끼운 뒤

바라짜 엔코 기어박스 와셔

 

메인 기어를 축에 끼워주면 되는데, 기어의 육각홈을 축에 꽉 눌러 끼워야 합니다.

아무래도 신품 기어라 매우 빡빡하게 들어가는데, 반대쪽에서 축을 위로 밀어올리면서 기어 양쪽을 꾹꾹 눌러 축과 기어를 결합합니다.

바라짜 엔코 메인 기어 장착

이 때 기어의 육각홈에 금속축의 육각면이 끝까지 올라오도록, 꽉 눌러끼워주어야 합니다.

 

메인 기어를 결합합 뒤 별 와셔와 육각 너트를 꽉 조여줍니다.

바라짜 엔코 메인기어 너트

 

분리했던 모터를 기어박스에 나사로 고정한 뒤, 모터 뭉치를 원래대로 고정해 줍니다.

이때 나사 고정부의 고무 부품의 위치를 잘 잡아 고정합니다.

바라짜 엔코 분해 조립

 

분리했던 커넥터와 안전 스위치를 다시 장착하고 케이스를 위에서 끼워 잠근 뒤, 링 버 홀더를 장착합니다.

링 버는 빨간색으로 칠해진 부분을 5시 방향으로 장착해야 합니다.

바라짜 엔코 링 버 방향

유지보수, 플라스틱 부품 위주로

그렇게 9년 남짓 사용한 바라짜 엔코의 칼날과 메인 기어 교체 작업이 완료되었습니다.

교체 후 전원을 넣고 작동시키자, 먼저 회전 소음에 상당한 차이가 느껴졌습니다.

 

교체 전에는 작동시 회전 소음이 중저음이었다면 교체 후에는 좀 더 빠른, 고속회전 느낌의 소음인데, 아무래도 마모된 플라스틱 기어와 신품 기어의 맞물린 정도에 따른 차이로 생각됩니다.

바라짜 엔코 커피 그라인더

 

최근 가찌아 클래식으로 에스프레소를 내릴 때에 엔코 그라인더의 단계를 가장 미세한 단계로 설정하곤 했는데, 교체한 칼날에서는 6~7단계에서 비슷한 수준의 분쇄도가 나왔습니다.

바라짜 엔코 그라인더 분쇄도
교체 전 1단계, 교체 후 6단계 분쇄도

다만 칼날을 교체하기 전보다 분쇄 속도가 느려졌으며 5단계 이하의 분쇄도는 커피가루가 나오질 않아 사용하기 어려운 수준이었습니다.

 

아무래도 위아래 칼날을 모두 교체한 만큼, 5단계 이하의 미세 분쇄도를 사용하려면 분쇄도 세부 조정이 필요할 듯 싶은데 당분간은 분쇄도 조정을 하지 않고 그대로 사용해 볼까 합니다.

 

아울러 링 버나 콘 버의 두 금속 칼날은 접사로 당겨봐도 딱히 차이를 느끼기 어려울 정도, 9년 남짓 사용한 칼날이란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금속 날 상태는 양호했습니다.

바라짜 엔코 링 버 수명

어쨌든 9년을 거의 매일 사용한 그라인더의 칼날이라 일단 심리적인 만족감이 컸고, 플라스틱 재질의 메인 기어는 교체가 답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다만 바라짜 엔코 쇼핑몰에서 부품을 고르면서 플라스틱 부품은 메인 기어만 교체하면 되겠다 싶었는데 막상 분해해서 상태를 보니 메인 기어뿐 아니라 기어 박스, 모터 마운팅 플레이트, 패들 휠 등 플라스틱 재질의 주요 부품들을 모두 교체하는 게 좋을 뻔 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바라짜 엔코 부품 구입

메인 기어를 제외한 나머지 플라스틱 부품들의 상태는 당장 교체가 필요한 정도는 아닌 만큼, 또 몇 년 잘 쓰다가 바라짜 쇼핑몰에서 또 다른 부품을 직구할 일이 있을 때, GB 2.0 리빌드 킷과 기어박스 하우징을 구입해 교체해 볼 생각입니다.

 

오래 된 커피 그라인더 부속을 구매/교체해 보니 작업의 난이도는 적당했고, 부품과 함께 배송된 Don't Dump it, Fix It! 스티커처럼 매우 뿌듯했습니다.

Don't Dump it, Fix it
버리지 말고 수리하세욧!

 

본 리뷰는 아내의 지원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이 글을 공유하기

댓글 :: 질문 댓글은 공개글로 달아주세요. 특별한 이유없는 비밀 댓글에는 답변하지 않습니다

Designed by JB FAC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