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찌아 클래식의 번들 포타필터
꽤 오래전부터 아침마다 커피를 내려 마시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하곤 하는데, 요즘은 커피머신으로 에스프레소를 내리고, 끓는 물을 부어 아메리카노를 만들어 커피를 마시곤 합니다.
여러 커피 기구 중 꽂힌(?) 종목을 오래 사용하는 습관 덕분에 한동안 식탁 위 장식품 신세가 되었던 커피머신이지만 최근 다시 사용하면서 매일 아침과 오후 늦은 시간에 뜨겁고 정신이 번쩍 드는 커피를 만들어 주곤 합니다.
그리고 요즘은 가찌아 클래식으로 뽑아 내는 에스프레소의 상태를 초창기처럼 뽑아내기 위해 이런저런 시도를 해보고 있는데, 기억의 왜곡인지 모르겠지만 초창기의 에스프레소는 점도가 더 진득하고 크레마도 풍부했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아무래도 당시에는 홈로스팅으로 직접 볶은, 신선한 원두였던 반면 현재는 시판 원두를 사용하는, 원두의 차이가 가장 큰 것 같은데, 추운 겨울 홈로스팅은 여러모로 어려운터라 당분간은 시판 원두로 조건을 바꿔가며 에스프레소를 뽑아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최근 새 포타필터를 하나 구입했습니다.
5만원대 후반의 이 포타필터는 원목 손잡이의 질감이 꽤 근사하지만, 무엇보다 바텀리스 포타필터라는 점이 가장 큰 차이점입니다.
바텀리스 포타필터가 무엇인지 언급하기 전, 일단 가찌아 클래식에 기본 제공되는 포타필터는 에스프레소가 흘러나오는 주둥이(스파웃)가 두 갈래인 제품입니다.
포타필터에는 필터바스켓을 올려 사용합니다.
필터바스켓은 커피 가루를 담는, 작은 구멍이 뚫린 금속제 바스켓으로 커피머신이 센 압력으로 뿜어낸 뜨거운 물은 커피가루와 필터바스켓을 통과하고
필터바스켓을 빠져나간 커피는 포타필터 바닥의 구멍으로 흘러내려가
스파웃을 통해 바깥으로 나오게 됩니다.
바텀리스 포타필터
이번에 구입한 바텀리스 포타필터는, 말그대로 포타필터의 바닥(바텀)이 없어 필터바스켓이 그대로 드러나 보이는 포타필터입니다.
커피 CF에서 포타필터 아래쪽으로 찐득한 에스프레소가 한줄기로 쭉 떨어지는 장면을 자주 볼 수 있는데, 이 때 사용하는 것이 바텀리스 포타필터입니다.
바닥 있는 포타필터를 공업사로 가져가 바텀리스 형태로 가공하거나, 드릴과 톱으로 바닥을 직접 잘라 사용하는 경우도 있는데, 저는 시판 중인 바텀리스 포타필터를 구입했습니다.
제가 구입한 제품은 손잡이가 월넛 원목 재질로, 나무 특유의 따뜻한 감촉이 꽤 근사합니다.
사실 가찌아에서 출시한, 정품 바텀리스 포타필터가 있었지만 검은색 플라스틱 손잡이 보다는 원목 손잡이에 끌려 호환품을 구매했습니다.
원목 손잡이는 아무래도 따뜻하고 고급스러운 나무 질감이 가장 큰 장점이겠고, 실제 제품 역시 무척 고급스럽습니다.
반면 원형 나사로 고정되는 방식이다보니 포타필터 탈착시 힘을 세게 주면 손잡이가 돌아가는 단점이 있는데, 나사 고정부에 테프론 테이프를 몇 바퀴 감아둘까 합니다.
이 포타필터에는 필터바스켓도 포함되어 있었는데, 가찌아 클래식의 2인용 필터바스켓(왼쪽)에 비해 높고 넓습니다.
가찌아 클래식 2인용 포타필터에 18g의 커피가루를 꽉 채우곤 하는데, 새 필터바스켓은 21~22g은 넉넉히 들어갈 들 싶습니다.
새로 구입한 스테인레스 식기류는, 종류를 막론하고 식용유 묻힌 키친타올로 닦아내곤 하는데 이 필터바스켓도 연마제로 짐작되는 검뎅이 묻어 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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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용유로 닦아낸 뒤 물로 깨끗이 닦았고, 묵은 커피를 두어 번 내려 세척을 완료했습니다.
바텀리스 포타필터와 커피머신 숙련도
커피머신을 처음 사용하는 사람이 바텀리스 포타필터에 관심을 갖게 되는 계기는, 아무래도 바스켓 필터 바닥에서 점점이 솟아오르다 한줄기로 쭉 모이며 쏟아지는 커피를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다는 점 때문일텐데, 저는 그런 시각적인 효과 이외에 커피머신에 대한 숙련도를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이 더 크게 작용했습니다.
바닥이 막힌 포타필터의 경우, 필터 바스켓에서 엉망진창으로 추출되더라도 포타필터 바닥이 막고 있으며 스파웃을 통해 흘러나올 때는 그럴 듯 하게 추출되는 듯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바닥이 뚫려 있는 바텀리스 포타필터를 이용하면, 커피 추출이 제대로 되는지 눈으로 바로 확인할 수 있어 커피 분쇄도나 양, 추출 시간 등을 조절해 가며 여러 시도를 해 볼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그동안 여러가지 시도를 하면서 나름의 노하우를 쌓았다고 생각했기에, 포타필터를 바텀리스로 바꾸더라도 깔끔하게 추출할 수 있을 것이라 나름(!) 자신하고, 바텀리스 포타필터에 딸려온 새 필터바스켓에 커피가루를 22g 담았습니다.
가찌아 클래식의 번들 포타필터도 플라스틱 손잡이지만 묵직하고 든든하여 꽤 만족스럽게 사용 중인데, 원목 손잡이의 느낌은 확실히 한 단계 다른 따뜻함이 느껴집니다.
오랫동안 사용하던 포타필터 대신 새 바텀리스 포타필터는 낯설면서 대단히 신선한 느낌과 기대가 됩니다.
원목 손잡이의 만족스러운 감촉도 잠시, 추출을 시작하자 커피는 필터바스켓 바닥 군데군데 뭉쳐나왔고, 한 쪽에서는 커피가 가늘고 강하게 뿜어지는, 일명 물총 현상까지 겹쳤습니다.
커피 CF처럼 필터바스켓 전체에서 고르게 방울방울 솟아오르는 모습을 기대했지만 첫 추출은 그야말로 엉망진창이네요.
추출 막바지에 이르자 커피가 중앙으로 모였지만, 물총 현상도 더 심해져 받쳐놓은 커피잔 바깥으로 커피가 줄줄 흐르기까지 합니다.
이렇게 필터바스켓 일부로만 추출되거나 물총 현상이 발생하는 것은 커피가루 전체로 고르게 추출되지 않고 약하게 다져진 쪽으로 물이 새면서 발생하는, 전형적인 채널링 증상이라고 합니다.
다만 저는 익숙치 않은 새 필터바스켓, 커피 담는 양이 문제다 싶었고, 익숙하게 써왔던 필터바스켓으로 바꿔 끼운 뒤, 평소처럼 커피가루를 18g 채워 담았습니다.
예열과 물빼기를 완료하고 커피 추출을 시작하자, 이번에는 필터바스켓 전체에서 제법 고르게 커피가 방울방울 솟아오르며 한 줄기로 모이는 모습이 보입니다.
하지만 커피 추출이 진행되면서 추출되는 커피가 한 쪽으로 몰리고 유량이 늘어난다 싶더니 다시 몇 줄기의 물총 증상이 발생하는군요.
그나마 익숙하게 쓰던 필터바스켓에서 '비교적' 안정된 추출이 되었지만, 깔끔하게 딱 떨어지는 상태가 되려면 또 다시 연습이 필요해 보입니다.
그간 제 커피머신에 맞는 레시피를 위해 커피양과 분쇄도를 조절하고 스팀 스위치를 켜서 압력을 조금 더 높이는 등 여러 실험을 통해 제법 괜찮게 뽑아낸다 생각했지만 바텀리스 포타필터를 통해 확인해 보니, 아직 갈 길이 멀어보입니다.
커피머신에 대한 숙련도는 바텀리스 포타필터로 확인해 봐야한다는 얘기가 무슨 뜻인지 확실히 알 수 있었고, 개인적으로는 바텀리스 포타필터로 깔끔한 에스프레소를 뽑아야겠다는, 새로운 도전과제에 의지가 솟아납니다ㅎㅎ
본 리뷰는 아내의 지원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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