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가 털뿜뿜하는 계절
제 고양이도 다른 고양이들과 마찬가지로 봄이 되니 털뿜뿜을 시전하게 되었고, 덕분에 하루 한 두번은 꼭 빗질을 해주곤 합니다.
다행히 제 고양이는 무릎에 앉혀 놓고 빗질을 할 때면 눈을 지그시 감고 목을 길게 빼거나, 한 쪽 빗질을 다 할 때 쯤이면 몸을 다른쪽으로 돌리며 눕기도 하는 등 빗질을 무척 즐기는 편입니다.
빗질을 할 때마다 브러시에 털이 꽤 많이 모였다 싶은데, 빗질 후에도 열심히 그루밍을 합니다.
그리고 가끔은 스크레처 용도로 사용 중인 가죽 스툴이나 캣타워 스크래처에 몸을 기대고 비비기도 하는데, 그루밍과 몸단장을 좋아하는 뚜기가 즐길만한 뭔가가 없을까 찾아보니 퍼펙트 아치(Purrfect Arch)라는 셀프 브러시가 눈에 띄더군요.
퍼펙트 아치는 국내에도 꽤 오래전부터 판매가 되었던 것 같은데, 처음에는 2만원 정도에 팔리다가 요즘은 배송비 포함 1만원 정도에 판매되고 있었습니다.
넙적한 판에 브러시를 아치모양으로 고정시켜 놓은 간단한 구조로 판매용 영상에서는 고양이가 아치를 통과하면서 등과 옆구리를 셀프 그루밍을 즐기곤 하는데, 구매 후기를 보니 고양이가 잘 쓰지 않는다는 얘기들이 많더군요.
배송비 포함 1만원 정도면 부담없겠다 싶어 하나 사려다가, 문득 아이디어가 떠올라 직접 만들어보기로 했습니다.
밤솔로 고양이 셀프 브러시 만들기
일단 아치 형태로 구부리려면 꽤 긴 브러시가 필요한데, 플라스틱 솔이 달린 브러시 중에 긴 제품이 딱히 눈에 띄지 않더군요.
저렴하면서 적당한 뭔가가 없을까 하다가, 밤솔, 혹은 야자솔이라고 불리는 솔이 눈에 띄었습니다.
대나무 막대기를 끼워 청소용 브러시로 사용하는 용도인데, 1개당 1천원 정도로 저렴해 10개를 주문했습니다.
넉넉히 사서 바닥 청소용, 혹은 싱크대 청소용 막솔로 쓰면 되겠다 싶었고, 만들어 놓은 셀프브러시를 고양이가 잘 쓰지 않아도 청소솔로 다시 쓰면 되겠다 싶었습니다.
밤솔은 생각보다 꽤 큼직했고, 철사에 솔을 꼬아 반으로 접어 놓은 형태입니다.
밤솔은 야자 열매를 감싸고 있는 섬유질로 만들었다고 하며, 야자솔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기도 하는데 제가 산 것은 변기 청소솔로 익숙한 형태지만 예쁜 나무 손잡이가 달린 주방용 밤솔도 흔히 팔리는 듯 싶습니다.
철사로 접힌 매듭을 펜치를 이용해 풀었고
접혀 있던 밤솔을 펴자 길쭉은 원형 솔이 되었습니다.
밤솔에 묶여 있던 마끈은 밤솔을 펴면 쉽게 제거되는데, 마끈을 떼어도 브러시가 빠지거나 하진 않으니 마음놓고 제거합니다.
갈색의 길쭉한 브러시에 고양이 뚜기가 나름 호기심을 보이는군요.
천연 섬유질이라지만, 고양이의 솔로 사용할 것이니 물로 한번 헹궈주었는데 갈색의 물이 좀 빠지더군요.
욕조에 찬물을 받아 헹구기만 하려다가, 소독을 위해 끓는 물에 5분 정도 삶아냈습니다.
처음에는 무슨 염색을 한 건가? 싶었는데 가끔 과음을 했을 때 마눌님이 내주는 헛개나무 끓인 물도 이 정도 색깔이니, 그냥 야자 섬유에서 빠지는 물로 보입니다.
밤솔을 잠깐 삶은 뒤 꺼내어 하루 정도 잘 말렸더니, 삼줄로 눌렸던 자국이 말끔히 사라져 완전한 원통형 솔이 되는 부수적인 효과도 있었습니다ㅎㅎ
나무 판자와 천으로 셀프 브러시 받침대 만들기
밤솔을 고정할 받침대는, 목공 DIY에 사용하고 남은 27*23cm 짜리 자투리 판자를 이용하기로 했습니다.
처음에는 쉽게 구할 수 있는 골판지 박스를 적당한 크기로 자르고 글루건으로 두세겹 겹쳐 쓰면 되겠다 싶었는데 마침 적당한 크기의 판자가 있었네요.
이렇게 원통형 밤솔을 아치 형태로 고정하면 되는데, 두 개를 이어붙여 사용합니다.
밤솔의 한 쪽 철사는 이렇게 둥근 고리로 되어 있었고, 플라이어 등을 이용해 한 쪽 고리를 접은 뒤 다른 고리에 끼워 돌려 고정했습니다.
그리고 반대쪽 철사는 길게 펴주었습니다.
밤솔 두 개를 이어 붙인 모양은 대충 이렇습니다.
이제 나무 판자 양쪽에 구멍을 뚫고
펼친 철사를 나무 판자에 관통시켰습니다.
밤솔 셀프 브러시의 모양의 완성된 모양은 이렇습니다.
목재를 그대로 노출시키는 것도 그리 나쁘진 않지만, 좀 푹신한 느낌을 주기 위해 버리려던 누빔천을 가져왔고
글루건을 이용해 나무판자에 누빔천을 단단히 고정했습니다.
앞서 끼웠던 밤솔을 제거한 뒤 누빔천을 붙였고, 다시 밤솔을 끼운 뒤 철사를 구부려 나무판자에 단단히 고정했습니다.
그리고 다시 누빔천을 글루건으로 단단히 고정하는 것으로 작업을 마무리했습니다.
사실 굳이 두께가 있는 누빔천을 나무판자에 덧 씌운 것은 나무판자 바닥에 노출된 철사로 인해 판자가 건들거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인데, 만들어 놓고 나니 흔들림없이 꽤 든든합니다.
그리고 이 누빔천은 지난 해 여름에 캣타워 리폼을 할 때 바닥 천으로 사용하고 남은 것이라, 캣타워에 함께 놓으니 묘하게 깔맞춤이 되는군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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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고양이 셀프 브러시는 완성이 되었는데, 밤솔 두 개를 연결한 중심 철사가 살짝 드러나는게 영 마음에 안들었습니다.
어떻게 할까 하다가 꼬아서 연결한 철사를 잘라버리고 글루건을 발라 고정했습니다.
밤솔의 촘촘한 섬유질 덕분에 글루건이 무척 단단하게 붙었고, 가운데 철사가 드러나보이던 것 보다는 보기가 좋습니다.
이렇게 완성된 고양이 셀프 브러시를 놔두고 어떻게 쓰는지 살펴봤는데, 밤솔 단품(?)만 있을 때는 호기심을 보이더니 완성품은 바닥의 누빔 천만 자꾸 건드립니다.
시판되는 퍼펙트 아치 역시 고양이가 호기심을 갖도록 하기 위해 캣닙 가루를 제공한다기에, 저도 셀프 브러시의 누빔천과 밤솔 위에 캣닙을 뿌려봤습니다.
아깽이 시절 박스 스크래처에 딸려온 캣닙 가루에는 시큰둥한 반응만 보였는데, 오랫만에 뿌려준 캣닙에는 무척 격한 반응을 보이는군요.
그렇게 캣닙가루를 뿌려주면서 살살 유도해보니, 이제는 셀프 브러시의 밤솔 바깥쪽에서 몸을 문지르거나 가끔 낮은 포복으로 셀프 브러시를 통과하며 문지르기도 합니다.
고양이 뚜기의 늘씬한 몸에 비해 밤솔 아치가 좀 낮다 싶은 생각도 드는데, 덩치가 큰 고양이라면 밤솔 세 개 정도 잇는게 좋을 것 같습니다.
저는 당분간 뚜기의 셀프 브러시 사용을 지켜보다가 필요한 경우 두 밤솔 사이에 하나를 더 이어붙여줄 생각인데, 셀프 브러시를 잘 쓰는 고양이들은 좀 작다 싶은 브러시도 잘 통과하기도 하니, 추가 작업은 좀 더 천천히 해 볼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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