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진에서 오랫만에 외식, 대게집
공교롭게도 저희 집 식구들, 아버지와 누나, 제 생일이 5월말~6월에 몰려 있어 6월 아버지의 생신 즈음에 가족들이 모이곤 합니다.
하지만 올해는 누님들이 스케줄을 맞추기가 어려워 저와 마눌님만 주문진 본가로 내려오게 되었습니다.
평소같으면 주문진 수산시장에서 횟감이나 문어, 게 등을 사서 집에서 먹곤 했지만, 오늘은 간만에 외식을 하기로 했고 마눌님은 대게집을 가자고 합니다.
주문진으로 오는 동안 조수석에서 이미 인터넷 검색을 열심히 했고, 주문진 수산시장에 있는 대게나라로 목적지를 정했더군요.
대게나라 앞에 부모님과 마눌님을 내려 놓고 맞은 편 주차장에 차를 대고 왔습니다.
가게 앞 수조에는 대게, 홍게, 킹크랩 등이 잔뜩 들어가 있었고, 손님이 직접 대게를 고르고 무게를 달아 가격을 확인한다고 합니다.
제가 주차를 하고 오는 동안 마눌님께서 이미 대게 3마리, 3.2kg을 골랐고, 사진을 찍어 놓았네요ㅎㅎ
대게 가격은 시세에 따라 달라진다는데, 오늘은 kg당 6만원이었습니다.
평일 오후라 그런지 꽤 넓은 가게 안은 한산한 편이었습니다.
뒤늦게 가게에 들어오니 저희 자리에는 반찬들이 막 차려지고 있었습니다.
회와 물회, 말린 문어 무침, 오징어젓갈, 오징어순대와 등 나름 가짓수가 많은 반찬들이 상을 채웠습니다.
대게나라의 반찬 가짓수도 괜찮았고 각각의 맛도 나쁘진 않았는데, 미리 만들어둔 반찬들이라 그런지 신선한 느낌은 적었습니다.
그래도 밖에서 대게를 찌는 동안 심심한 입으로 하나씩 둘씩 계속 집어 먹게 되더군요.
아버지와 마눌님은 회를, 어머니는 물회와 오징어 순대, 단호박을 맛나게 드셨습니다.
그렇게 차려진 반찬들을 하나둘 해치우는(?) 동안 대게는 다 쪄졌고, 밖에서 먹기 좋게 손질한 상태로 상에 배달되었습니다.
대게 다리는 껍질 중간이 잘라져 있어 한 손으로 잡고 껍질을 빼내면 살이 쏙 빠져나오는데, 오랫만에 맛보는 대게살이 참 달달하더군요ㅎㅎ
긴 다리는 옆으로 잘라져 있어 포크처럼 생긴 공구(?)로 쓱 긁어 떠먹으면 되는데, 역시 탱글탱글하고 달달한 게살 맛이 참 좋았습니다.
대게의 압권이라면 볼록한 집게발의 살입니다.
분명 무난한 배경(?)으로 집게발 속의 두툼한 살을 찍어 놓았지 싶었는데, 사진이 없어서 마눌님의 카카오스토리용으로 찍어 놓은 사진을 뽑아 씁니다ㅎㅎ
신선함이 아쉬웠던 반찬들에 비해 수조에서 건져내 바로 삶아낸 대게는 싱싱했고, 탱글한 맛이 좋았습니다.
꽃게를 먹을 때는 게딱지를 통째로 씹어 입속에서 살을 발라 먹었지만, 대게는 역시나 게살 바르는 도구로 싹싹 긁어내면서 깨끗하게 발라먹었습니다.
그렇게 접시에 수북하던 대게가 어느정도 사라질 무렵 밥을 비벼달라고 요청했고, 잠시 후 게딱지에 밥과 참기름, 김가루, 날치알 등으로 비빈 밥이 도착했습니다.
달달한 게살은 맛이 좋지만 포만감이 적었다면, 게딱지에 비빈 밥은 약간 비릿하면서도 향긋, 고소한 냄새와 더불어 숟가락에 크게 떠서 먹는 포만감을 즐길 수 있었고, 제 취향에는 이 게딱지에 비빈 밥이 제일 잘 맞았습니다ㅎㅎ
어른 4명이 3kg이면 좀 부족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먼저 나온 반찬으로 미리 배를 채웠고, 마지막에 밥까지 먹다보니 무척이나 배가 불렀고, 게가 조금(!) 남았네요.
이 녀석들은 포장해서 집으로 들고 왔습니다ㅎㅎ
대게나라에서 kg당 6만원인 대게 3.2kg과 소주, 맥주 한 병씩 먹었고(운전을 해야하는 저는 물만ㅠㅠ) 계산대로 향하는데, 주문진 대게나라 홈페이지에서 예약했으니 5% 할인된다고 마눌님께서 귀뜸을 하는군요.
그렇게 주문진에 와서 오랫만에 외식을 즐겼고, 부모님이나 저희들도 꽤 만족스러웠습니다.
평소처럼 주문진 수산시장에서 사서 집에서 먹었다면 가격부담은 좀 덜했겠지만, 상을 준비하고 치우고, 반찬을 준비하는 등등의 수고를 하지 않고 가족 모두 편하게 앉아 즐거운 식사를 할 수 있었기에 만족스러웠습니다.
본 메뉴인 대게가 싱싱하고 탱글하니 맛이 좋았기에 꽤 만족스러웠던 식사였는데, 그래서인지 대게 이전에 나온 반찬들이 좀 더 싱싱했더라면(!) 좋았겠다 아쉬움이 더 남습니다.
직접 돈 내고 사먹은 뒤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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