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롱기 ECP33.21 커피머신 한 달반 사용 후기. 저렴한 가격, 쓸만한 입문형 커피머신

커피생활 5년만에 구입한 드롱기 커피머신

직접 로스팅한 커피 원두로 핸드드립 커피를 내려 아침을 시작한지 벌써 5~6년이 훌쩍 지났습니다.

 

그동안 커피와 관련된 장비들도 꾸준히 늘어났지만 대부분 자잘한 장비들이었고, 통돌이 커피 로스터를 직접 만들어 쓰기도 하면서 적은 비용으로 재미있고(?) 즐거운 커피 생활을 즐겨왔습니다.

 

그렇게 핸드드립 커피만 즐겨왔는데 지난 해 가을, 광명 이케아 내부 식당의 에스프레소 머신이 내놓은 에스프레소에서, 핸드드립 커피와는 또 다른 쌉쌀하면서 고소한 커피 맛에 눈뜨게 되었습니다.

 

이케아 식당의 느끼한 음식들과 함께 먹어 그런 탓도 있겠지만 에스프레소의 고소한 맛이 무척 근사했고, 그 날 이케아 에스프레소를 4잔쯤 마셨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에스프레소의 세계(?)에 눈뜨게 되었고 커피머신 몇 가지를 살펴보던 중, 코스트코에서 드롱기 커피머신 ECP 33.21을 14만9천원에 세일하기에 냉큼 구입했습니다.

드롱기 ECP33.21

사실 코스트코를 갈 때마다 드롱기 ECP33.21 머신을 슬쩍 슬쩍 살펴봤고, 저가형(입문형) 커피머신으로는 쓸만하다는 평가를 받는 제품이더군요.

 

드롱기의 커피머신들은 해외직구도 많은 편인데, 해외판매 제품들은 220볼트 50Hz 제품이라 국내 환경(220볼트 60Hz)에서는 커피 추출 압력이 약하다는 얘기가 많습니다.

실제 220볼트 50Hz 압력 펌프를 220볼트 60Hz 제품으로 직접 교체하는 사용자들도 꽤 많더군요.

드롱기 연락처

코스트코에서 판매중인 드롱기 ECP33.21의 사양표에는 220볼트 60Hz라고 떡하니 적혀 있는데, 실제로는 50Hz 펌프가 들어 있단 얘기도 봤지만 기계를 분해하기 전에는 확인할 길이 없으므로 넘어갑니다.

 

드롱기 ECP33.21의 박스를 열면 맨 위에 한글/영문 설명서가 보입니다.

미리 말해두자면, 번역된 한글 설명서는 결정적인 오류가 있으니, 함께 있는 영문 번역을 읽는게 여러모로 혼란을 줄일 수 있습니다.

드롱기 ECP33.21 매뉴얼

 

각종 내용물이 스티로폼 완충재 곳곳에 촘촘히 박혀 있습니다.

드롱기 ECP33.21 내용물

 

스티로폼 완충재와 비닐 포장을 모두 제거하면 드롱기 ECP33.21 본체와 포타필터(필터홀더), 플라스틱 커피스푼 겸용 탬퍼가 나옵니다.

드롱기 ECP33.21 내용물

 

손잡이는 플라스틱, 헤드 부분은 금속으로 된 포타필터는 보기보다 꽤 묵직합니다.

포타필터에 끼우는 필터는 1인용/2인용/파드용 필터 3가지가 제공되는데, 저는 구입후부터 계속 2인용 필터만 사용하고 있습니다.

드롱기 ECP33.21 포타필터

 

사용하지 않는 필터는 이렇게 물통 뚜껑 안쪽 홀더에 걸어 보관하면 됩니다.

드롱기 ECP33.21 필터 보관통

 

강한 압력으로 증기가 밀려 나오는 보일러 토출구에 포타필터를 돌려 끼우고 커피를 추출하는 방식입니다.

드롱기 ECP33.21 토출구

 

드롱기 ECP33.21의 플라스틱 물통은 본체와 쉽게 분리되어 청소하기 편합니다.

드롱기 ECP33.21 물통

 

드롱기 ECP33.21의 트레이는 2단으로 분리되어 작은 에스프레소 잔 뿐 아니라 큼직한 잔도 바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드롱기 ECP33.21 분리형 트레이

드롱기 ECP33.21을 처음 설치하고 물탱크에 물을 채운 뒤, 매뉴얼에 적힌대로 세척 과정을 거쳤습니다.

세척 과정은 단지 커피가루를 채우지 않고 맹물만 2~3차례 내리는 정도로 간단했지만, 역시 한글 매뉴얼의 오탈자로 인해 작동법을 확인하기 위해 좀 헤매기도 했습니다.

드롱기 ECP33.21로 아메리카노, 카푸치노 만들기

드롱기 ECP33.21을 크리스마스 즈음에 구입했으니 저희 집에 들여 놓은지 벌써 한 달 반 쯤 되었네요.

그동안 드롱기 ECP33.21로 커피를 내리는 것에도 꽤 익숙해졌습니다.

 

일단 포터필터에 2잔짜리 필터를 끼우고 커피가루를 채웁니다.

커피가루는 핸드드립때보다는 월등히 가늘게 분쇄해야 하는데, 바라짜 엔코 그라인더 기준으로 8~9정도로 설정하고 분쇄했습니다.

2013/02/07 - 전동 커피 그라인더, 바라짜 엔코(Baratza Encore)를 영입하다!

드롱기 커피분쇄도

처음에는 커피가루를 포터필터에 채울 때 드롱기 박스에 포함되어 있던 플라스틱 스푼을 이용해 봤는데, 커피가루를 많이 흘리게 되어 불편하더군요.

 

커피전문점에서야 흘러내리는 커피가루쯤 신경쓰지 않겠지만, 탁자에 흘린 커피가루를 청소하는 것도 꽤 성가신 일이라 커피 담는 일이 꽤 조심스러웠고 몇 번의 시행착오 끝에 분쇄된 커피가루를 젓가락으로 긁어 담는 방식을 애용하고 있습니다ㅎㅎ

 

포타필터에 커피가루를 담은 뒤, 플라스틱 탬퍼로 꾹 눌러 줍니다.

플라스틱 템퍼는 여러모로 저렴해 보여 50mm 우드탬퍼를 하나 사야지 했는데 여전히 이 저렴한 탬퍼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드롱기 포터필터 사이즈

 

몇 번의 실험(?)을 통해 포타필터 높이 정도로 채웠던 커피가루가 3mm 정도 들어가도록 눌러줄 때 에스프레소 추출이 가장 잘되는 것을 경험했고, 이제는 적당량을 담아 적당한(?) 힘으로 눌러주곤 합니다.

드롱기 포타필터

 

포타필터를 결합시키고, 전원 버튼을 누르면 2~3분 정도 예열 후 OK 램프에 불이 들어옵니다.

그리고 레버를 에스프레소 추출 모드로 돌립니다.

드롱기 ECP33.21 사용법

 

에스프레소가 추출됩니다.

사실 에스프레소를 뽑기 전, 빈 포타필터를 끼우고 맹물만 추출하여 포타필터 예열과정을 거치는게 좋다고 하지만, 바쁜 아침시간에 예열 과정까지 거치는게 번거로와 후다닥 커피가루를 채워 에스프레소를 뽑는 과정을 두 번 반복하곤 합니다.

 

추출한 에스프레소를 큰 컵에 옮겨 담고

드롱기 에스프레소

 

에스프레소양과 같은 양의 뜨거운 물을 부어주면

드롱기 아메리카노

 

거품이 보글보글 살아 있는 맛있는 아메리카노가 됩니다.

드롱기 아메리카노

 

가끔 드롱기 ECP33.21 머신의 스팀기를 이용하여 진득한 우유거품을 만들고 카푸치노로 마시기도 합니다.

 

먼저 에스프레소 한 잔을 내린 뒤, 전면 레버를 카푸치노 모드로 설정하고 OK 램프에 불이 들어올 때까지 기다립니다.

OK 램프에 불이 들어오면 카푸치노 노즐에 우유를 담은 저그(스텐 그릇)를 살짝 담그면서 옆면 스팀레버를 돌려주면 뜨거운 스팀이 우유에 뿜어져 나옵니다.

드롱기 카푸치노 사용법

사실 이 과정에서, 드롱기 한글 설명서의 완벽한 오역 때문에 꽤 고생을 했습니다.

 

한글 설명서에는 우유거품을 만들 때도 전면 레버를 에스프레소 추출 방향으로 설정하라고 적혀 있었고, 뜨거운 스팀이 나오는 기계를 처음 다루는 입장에서는 설명서만 믿고 따라 했는데, 우유거품을 데우기도 전에 스팀이 멈춰버리더군요.

 

뭐가 문제인지 몰라 우유거품을 만들때마다 신경이 쓰였는데, 결국 영문 설명서를 읽어보니 한글 설명서가 잘못 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어쨌든 드롱기 ECP33.21로 우유거품을 만들 때는 전면 레버를 카푸치노 방향(반 시계 방향)으로 돌린 다는 것을 알게 된 뒤로 우유거품도 편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드롱기 우유거품 스팀

 

에스프레소 더블샷과 부피가 꽤 늘어난 우유거품을 준비한 뒤

드롱기 카푸치노

 

넉넉한 머그잔에 에스프레소를 붓고

드롱기 에스프레소

 

우유거품을 부어주면

드롱기 카푸치노

 

멋은 없지만 맛은 있는 카푸치노 한 잔이 완성됩니다.

보다시피, 예쁜 라떼아트 같은 건 1~2년쯤 뒤에 그릴 수 있지 싶습니다ㅎㅎ

드롱기 카푸치노

핸드드립과 커피머신

한 달 반 남짓 사용한 드롱기 ECP33.21의 커피 맛은 꽤 만족하고 있습니다.

주로 뜨거운 물을 섞어 아메리카노로 마시곤 하는데, 특유의 산미가 느껴지는 핸드드립과 달리 더 고소한 커피 맛을 즐길 수 있습니다.

 

다만 커피머신을 이용해 아메리카노를 만드는 과정은 핸드드립보다 더 번거롭고 시간도 많이 걸립니다.

 

핸드드립은 물을 끓이고, 분쇄한 커피를 필터에 담아 물을 부어 내리기만 하면 되지만, 포타필터에 커피를 담고 누른 뒤 예열되기를 기다렸다가 에스프레소를 추출하는 커피머신은 핸드드립보다 2배 이상 시간이 걸립니다.

핸드드립 커피머신

원두 분쇄부터 커피추출까지 전자동으로 진행되는 머신이라면, 커피내리는 과정이 훨씬 간편하고 시간도 덜 걸리겠지만 하루 2~3회 사용하는 정도라 이런 수동머신이 더 적당하지 싶습니다.

 

반면 커피머신은 핸드드립보다 훨씬 적은 양의 커피가루로 커피를 내릴 수 있습니다.

 

커피 그라인더에 넣던 원두의 양으로 따져보면 대략 절반 정도의 원두를 사용하는 듯 싶고, 평소 800g의 생두를 3주 간격으로 로스팅했는데 커피머신을 사용한 뒤 로스팅 주기가 부쩍 길어졌습니다.

핸드드립 커피머신

한 달 반 남짓 사용한 드롱기 ECP 33.21 커피머신은 꽤 만족스럽습니다.

 

사실 입문형 머신은 상업용 머신에 비해 이런저런 점이 부족하고, 한 방에 고성능 머신으로 가는게 좋다는 얘기에도 귀가 솔깃했지만 저렴한 축에 속하는 커피머신을 사용해보고 부족한 점을 직접 느낀 뒤, 상위 제품으로 가는 것도 나쁘지 않다 싶었는데, 아직은 큰 불편 없이(불편해도 불편한 줄 모르고) 만족스럽게 사용중입니다.

 

드롱기 보급형 커피머신에 관한 정보들을 검색하다보니 포타필터의 '뻥크레마'에 대한 얘기와 바텀리스 포타필터 개조에 대한 얘기들을 많이 봤고, 조만간 포타필터 개조작업을 해보려고 합니다.

 

본 리뷰는 아내의 지원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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