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8년산, 32배속 CD롬 드라이브
문득 책상 위에 놓고 쓸 CD플레이어가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미 침실과 거실에 CD플레이어가 있지만 책상까지 옮겨다 놓고 들을 수 있는 것은 아니었고, 음악 CD를 재생하기 위해 자리를 옮기지 않고 바로 사용할 수 있는 간편한 CD플레이어면 괜찮겠다 싶었습니다.
처음에는 인터넷에서 CD플레이어를 구입하기 위해 검색해봤는데, 역시 CD플레이어도 끝물(?)이라 그런지 여러모로 저렴한 제품들 위주로 시장이 형성되어 있었고, 좀 괜찮다 싶으면 100만원쯤 훌쩍 넘는 고급 오디오기기들이더군요.
어차피 주구장창 음악CD를 틀 것도 아니고, 가끔 내킬 때 부담없이 사용할 수 있는 CD플레이어를 찾다가, 결국 잡동사니들을 모아둔 박스에서 98년9월 제조된 32배속 LG CD롬 드라이브를 꺼내왔습니다.
요즘에는 볼 수 없는 음악CD 재생 버튼
요즘 ODD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음악CD재생 버튼이 있는데다, 들어보면 꽤 묵직한 게 그야말로 옛날 CD롬 드라이브였습니다.
이 오래된 CD롬 드라이브는 잔뜩 더러워진 상태였지만, 크리너를 이용해 닦아주니 적당히 깨끗한 모습을 회복했습니다.
20년 가까이 된 CD롬 드라이브라 일단 제대로 작동하는지 확인하는게 먼저였습니다.
테스트를 위해 안 쓰는 파워서플라이를 가져다가 전원 케이블만 연결한 뒤
파워서플라이의 메인보드 커넥터의 4번과 6번 핀을 쇼트(핀셋이나 클립 등으로 연결)시켜 파워서플라이의 전원을 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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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D롬 드라이브에 전원 LED가 켜졌고, 음악 CD를 하나 넣고 재생 버튼을 누르자, 음악CD는 쌩쌩하게 제대로 작동했습니다.
제조된 지 20년이 다되가는 제품이라 당장은 작동하지만 금새 뻗는 것은 아닐까 싶었는데, 테스트를 핑계로 반나절 남짓 음악CD를 돌려도 멀쩡히 잘 돌아가더군요.
CD롬 드라이브, 어댑터로 작동할 수 있게 개조
CD롬 드라이브가 여전히 잘 작동하는 것은 다행인데, 간편하게 음악을 듣기 위해 파워서플라이에 전원 커넥터들을 주렁주렁 꺼내놓고 있는 것은 전혀 아니다 싶었습니다.
CD롬 드라이브는 파워서플라이에서 5볼트와 12볼트 전원을 동시에 공급받아 구동하는 방식입니다.
둘 중 한 가지 전원만 공급해도 작동하도록 한다면, 흔한 전원 어댑터로 사용할 수 있겠다 싶었습니다.
역시 인터넷 검색을 해봤더니 관련 자료들이 꽤 많이 있었는데, 컴퓨터용 CD롬 드라이브를 차량용 CD플레이어로 사용하기 위해 개조하는 내용으로, 대부분 2000년대 초 중반에 작성된 자료들이었습니다.
CD롬 드라이브 개조와 관련된 자료에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것은 7805 정전압 레귤레이터였습니다.
7805 레귤레이터의 역할은 5~18볼트의 전원을 공급받아 5볼트로 출력합니다.
즉 12볼트 전원을 공급하면 5볼트로 낮춰 출력하는 부품이며, 작동 중 열이 많이 나므로 방열판을 함께 사용하라는 얘기들이 많았습니다.
7805 레귤레이터는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부품이라고 하는데, 저는 예전에 썼던 잘만 팬컨트롤러 안에서 KA7805 레귤레이터를 찾아 사용했습니다.
뭐, 인터넷을 통해 구입하면 개당 300원~500원 정도인데, 일단 찾아보자 싶었더니 서너개 정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CD롬 드라이브 분해
7805 레귤레이터를 CD롬 드라이브 전원 입력부에 달면 되는데, 이를 위해 CD롬 드라이브를 분해했습니다.
일단 CD롬 드라이브를 뒤집어 바닥의 나사 4개를 풀었습니다.
거의 10년만에 CD롬 드라이브를 분해하다보니, 순서도 잊어버렸네요.
대부분의 CD롬 드라이브는 전면 베젤(플라스틱 덮개)를 풀어두어야 분리하기 쉽고, 이를 위해 CD롬 드라이브의 문을 열어두어야 합니다.
전원이 연결된 상태라면 EJECT 버튼을 눌러 문을 열면 되지만, 이미 전원을 차단한 상태라 클립을 이용해 강제 배출구를 꾹 찔러 문을 열었습니다.
CD롬 드라이브의 문이 풀리면 CD롬 드라이브 앞쪽 4면에 있는 플라스틱 베젤의 걸쇠를 눌러 풀어줍니다.
플라스틱 베젤을 빼내고 바닥쪽 나사 4개를 풀면 분해되는 방식은, 대부분의 ODD에 공통으로 적용되는 방식입니다.
32배속 CD롬 드라이브 상단에 볼베어링이 들어 있는게, 그야말로 고색창연한 모습입니다.
CD롬 드라이브를 뒤집어보니 큼직한 컨트롤러 기판이 눈에 띕니다.
메인 컨트롤러 칩에 써멀구리스가 발라져 있고, 철제 케이스를 이용해 열을 배출하는 방식도 특이합니다.
CD롬 드라이브에 7805 레귤레이터 장착
옛날 CD롬 드라이브의 기판은 요즘(?) 것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큼직하다는 정도만 보일 뿐, 전자에 문외한인 저는 더 이상 기판을 들여다봐도 알 수 있는게 없기에 바로 7805 레귤레이터 장착에 들어갔습니다.
먼저 7805 레귤레이터의 다리 3개에 전선을 납땜하고 열수축 튜브를 씌워 합선되지 않도록 준비했습니다.
7805 레귤레이터의 왼쪽부터 입력, 그라운드, 출력이라는 점을 머리속에 담아두었습니다.
그리고 CD롬 드라이브의 전원부 기판에 7805 레귤레이터의 세 접점을 납땜했습니다.
7805 레귤레이터의 입력은 CD롬 드라이브의 12볼트 단자, 출력은 5볼트 단자, 그리고 5볼트와 인접한 GND 단자에 GND선을 연결했습니다.
이제 파워서플라이에서 전원 커넥터를 하나 자른 뒤, 5볼트쪽 전원선 2개는 잘라내고 남아 있는 12볼트 전원선에 어댑터잭을 연결했습니다.
어댑터 잭은 여전히 잘 쓰고 있는, 캠핑용 전원공급장치를 만들 때 쓰고 남은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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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열판을 CD롬 드라이브 몸체에 고정하는 작업까지 마친 뒤, 12볼트 2A 어댑터를 전원잭을 연결하여 CD롬 드라이브가 정상 작동하면 작업은 성공입니다.
전원 어댑터를 콘센트에 꽂자 CD롬 드라이브의 LED에 불이 깜빡깜빡하면서 CD롬 드라이브가 구동되고 음악 CD 역시 아무 문제없이 정상 재생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듣던대로, 7805 레귤레이터는 작동 중 열이 많이 났지만 방열판을 CD롬 드라이브 뒷면에 고정시키는 등 나름 열배출에 신경쓴 결과 음악 CD 몇 장을 재생하는 동안 아무 문제없었습니다.
간단한 DIY 작업이지만 의도했던대로 작동한다는 것과 오래된 CD롬 드라이브가 제대로 작동한다는 것이 반가워 CD 몇 장을 스트레이트로 감상했습니다.
그렇게 파워서플라이를 없애고 전원 어댑터를 이용해 좀 더 날씬한 모습이 되긴 했지만, 회색 철판이 그대로 드러난 CD롬 드라이브를 그대로 책상위에 놓고 쓰는 궁상(?)을 떨고 싶지 않아 그럴듯한 외관 보강 작업을 하기로 했습니다.
사실 이 작업을 처음 구상할 때부터 나무로 외관을 보강하는 작업이 주된 목적(?)이었는데, 이제 막 시작 단계이고 몇 가지 아이디어 추가 여부를 결정하지 못한 단계라 결과물이 나오려면 시간이 좀 걸릴 것 같은데요, 작업이 완료되면 블로그를 통해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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