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상해진 커피나무, 꺽꽂이
저희 집 커피나무 3그루는 키가 천장에 닿고 너비는 거실창을 다 가릴 정도로 덩치 큰 녀석들입니다.
하지만 유독 빈약하고 잎이 말라 떨어지면서 키가 자라지 못한 커피나무도 있습니다.
벌써 1년 남짓 비실비실한 모습을 보여 지난 8월에는 아예 뽑아버릴까 했다가, 무성한 잔뿌리를 보고 화분의 흙만 갈아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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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흙으로 갈아준지 두 달 남짓, 기력을 회복하길 진심으로 바랬지만 안타깝게도 이 녀석은 기력을 회복하지 못하고 그래도 꽤 무성했던 커피나무 잎은 천천히, 그리도 더 많이 말라 떨어져가고 있습니다.
뼈대만 앙상하게 남은 커피나무ㅠㅠ
안쪽의 잎부터 바깥쪽의 잎으로, 그리고 아래서 위로 점차 말라가는 커피나무 잎을 보니 더 이상 안되겠다 싶더군요.
아직 녹색잎이 남아 있는 커피나무 가지들은 꺽꽂이하고, 큰 가지는 정리하기로 했습니다.
꺽꽂이 흙은 이미 식물을 한 번 심어 사용했던 배양토를 다시 사용했습니다.
사용했던 배양토에 몇 년전 만든 커피 찌꺼기 발효 비료를 섞어 둔지 두어달 정도 되었고, 표면이 바싹 말라보였던 흙을 뒤집어보니 속은 적당한 수분을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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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재활용 수거함에 버려져 있던, 꽤 큼직한 사각형 철제화분을 주워 와 흙을 옮겨 담았습니다.
사각형 철제화분에 흙을 준비한 뒤, 커피나무 가지를 준비했습니다.
일단 까맣게 말라 버린 가지는 전부 잘라버렸고
녹색 잎을 유지하고 있는 가지들을 10cm 남짓한 길이로 잘랐습니다.
커피나무 가지들을 꺽꽂이하기 위해 잘라내다보니, 아래쪽 잎들은 완연히 말라 있는 것이 보입니다.
흙을 갈았으니 나아지지 않을까? 하면서 기다렸는데, 막상 잘라내면서 보니 빠른 결단을 내리지 못한 것이 후회됩니다.
앙상한 커피나무였지만 그래도 녹색 잎이 남아 있는 가지들을 꽤 많이 잘라냈습니다.
꺽꽂이는 뿌리가 없는 상태로 흙에 꽂아두는 것인만큼, 너무 큰 잎을 달고 있으면 증산 작용으로 인해 쉽게 말라버릴 수 있습니다.
때문에 큰 잎은 절반 정도만 남기고 과감하게 잘라주었습니다.
아래쪽 가지 중에 유일하게(!) 시들지 않고 남아 있는 가지입니다.
역시 녹색의 가지만 잘라낼까 싶었는데, 본 가지의 마디쪽에서 녹색 잎이 작게 올라오려는 듯한 분위기(?)가 보여서, 본가지 쪽으로 잘라냈습니다.
가장 기대를 걸고 있는 커피나무 끝부분의 가지인데, 아무래도 이 상태로 꺽꽂이를 하기에는 잎이 너무 많이 달려 있어 무리일 듯 싶네요.
결국 맨 아래쪽에 붙어 있던 가지들도 잘라낸 뒤, 꺽꽂이하기로 했습니다.
사각형의 높은 화분에 흙을 절반 남짓 채운 뒤, 잘라낸 커피나무 가지들을 꾹 눌러 꽂았습니다.
꺽꽂이한 커피나무 잎과 흙에 분무기를 이용해 물을 충분히 뿌려주었습니다.
그리고, 사각형의 화분에 넓은 비닐 뚜껑을 덮어주었습니다.
꺽꽂이는 시간(인내심), 그리고 온도, 습도와의 싸움이며 특히 습도를 높게 유지해 잎이 마르지 않도록 하는게 관건입니다.
이렇게 높이가 있는 화분에 흙을 절반 정도 채우고 비닐 뚜껑을 덮어두니 간간히 물을 뿌려주고 관리하기가 편합니다.
커피나무 하단에서 잘라낸 가지는, 음료수 잔에 흙을 채워 따로 담았습니다.
이 녀석만 별도로 꺽꽂이 한 이유는 단지 사각형 화분에 공간이 부족했기 때문이며, 역시 습도 유지를 위해 겉에 사각형 박스를 씌워두기로 했습니다.
사실 커피나무 꺽꽂이는 지난 해 도전해 봤지만, 아쉽게도 뿌리를 내리는데는 실패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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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키라나 킹벤자민과 같은 식물들은 물꽃이나 꺽꽂이로 쉽게 뿌리를 내렸기에 만만하게(?) 봤는데, 커피나무는 유난히 꺽꽂이 번식이 어려운 식물이라고 하더군요.
싱싱할 때 시도해도 성공하기가 쉽지 않은데, 비실비실한 상태에서 꺽꽂이하다보니 실패를 반복하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일단 시작했으니 꾸준히 살펴보며 결과를 지켜보려고 합니다.
어쨌든 이제 저희 집 커피나무는 3그루의 큰 녀석들만 남아 있는 것으로 정리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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