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저기 마음대로 뻗어버린 거대 파키라 나무의 가지들
저희 집에서 몇 년째 기르고 있는 파키라 나무는 중심의 나무 키만 1m 20cm를 넘는 꽤 큰 녀석입니다.
1m20cm의 파키라 나무는 거의 1년 내내 가지 사이사이에서 새 파키라 잎을 뻗어내느라 여념이 없습니다.
지난해 봄, 파키라 화분의 흙관리, 물관리를 잘못하여 두 그루의 파키라 나무 중 한 그루의 뿌리가 썩어버리는 위기를 맞기도 했지만 화분의 흙 전체를 바꿔주는 분갈이 후에는 다시 기력을 회복했고 새 파키라 잎들이 무성하게 자라올랐습니다.
파키라 가지 사이에서 쬐그만 파키라 잎이 새로 올라올 때는 귀여운 느낌마저 드는데, 올라온 파키라 새 잎은 어느새 쑥쑥 자라 넓직해집니다.
그런데 기력을 회복한 파키라 나무의 잎들이 지나치게 무성해졌습니다.
파키라 가지 사이사이로 파키라 새 줄기가 올라오다보니 파키라 잎과 잎이 겹치는 건 보통입니다.
파키라 가지가 중구난방, 마구잡이로 올라온 것은 둘째치고 파키라 잎들이 빽빽하게 겹쳐 있는 걸 보면서 늘 신경이 쓰였습니다.
파키라 나무의 가지치기가 필요하다 싶은 생각은 했지만, 지금까지 나무를 키우면서 가지치기를 해본적이 없는터라, 어떻게 해야할지 엄두가 나질 않더군요.
인터넷에서 파키라나무 가지치기와 같은 키워드로 검색해봐도 딱히 이거다 싶은 방법은 찾을 수 없었습니다.
아, 빽빽한 가지를 모조리 짧게 잘라, 파키라 잎은 하나도 없이 파키라 나무 기둥만 서 있는 화분 사진을 본 기억은 있지만, 멀쩡하게 자라고 있는 파키라 가지를 그렇게 잘라도 되는 걸까 싶은 생각이 들더군요.
무엇보다 가지치기를 한 이후의 소식은 찾을 수 없었기에 믿고 따라하기가 꺼려짔습니다.
결국 파키라 가지치기는 차일피일 미루고 있었고 점점 올라오는 파키라 잎과 가지의 무게때문에 굵은 가지가 축 늘어진 느낌이 나면 이렇게 옷걸이 철사를 펴고 구부려 받침대를 만들어주는게 고작이었습니다.
무거워진 파키라 가지의 철사 받침대 보강 작업 중 발생한 사고
4월이 거의다 지나던 어느날 저녁, 치고받듯 겹쳐져 무성하기만한 파키라 나무의 가지들을 보면서 아, 진짜 파키라 나무 가지치기를 해야하는데...하는 생각만(!) 들더군요.
하지만 역시나 멀쩡한(?) 파키라 가지에 손을 대는게 망설여져 무게때문에 축 늘어진 파키라 가지에 옷걸이 철사로 지지대를 세우다가 그만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꽤 굵직한 파키라 가지를 뚝! 부러뜨려 먹은 것입니다ㅠㅠ
어이쿠! 하는 마음에 급히 가위를 가져다 길게 두 갈래로 갈라진 파키라 가지를 잘라내는 응급처치만 했습니다.
사고 발생 시각 : 2014년 4월 23일
잘려진 파키라 가지를 그냥 둬도 될까? 싶은 생각이 들었지만 워낙 파키라 가지가 무성했던 터라 이 기회(?)에 하나 잘라냈구나 싶은 생각하고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열흘이 조금 넘은 5월초, 잘려진 파키라 가지쪽에 이상이 발생하지 않았나? 싶어 들여다 봤습니다.
다행히 잘려진 파키라 가지 단면은 특별한 문제없이 잘 마른 듯 보였는데, 어라? 그 바로 아래 초록색의 둥글둥글한 뭔가가 보입니다.
2014년 5월 5일
초록색의 동글동글한 것은 워낙 작았기에 처음에는 진딧물이라도 생긴건가 싶어 파키라 가지를 자세히 들여다 봤습니다.
그랬더니 어라? 올라오고 있는 것은 초록색 잎이더군요.
갈색의 단면은 새로 올라오던 파키라 줄기를 똑끊어 잘라낸 후 생긴 껍질이었고, 이 갈색 껍질은 수 년동안 아무런 변화없이 파키라 가지에 그냥 남아 있었는데, 이 갈색의 딱정이를 뚫고 녹색의 파키라 잎이 올라오기 시작한 것입니다!
한동안 커피나무에 밀려 관심밖에 있었던 거대 파키라 나무에 대한 관찰이 시작됐습니다.
잘려진 가지 바로 아래쪽에서 새로 돋아난 파키라의 새 잎은 역시 쑥쑥 올라오더군요.
발견한지 열흘이 지난 5월15일, 동그랗고 작던 파키라 새 잎이 꽤 뾰족하고 길어졌습니다.
2014년 5월 15일
또 다시 열흘 남짓 지난 5월 24일, 파키라 새 잎은 완연하게 길어졌습니다.
그 뿐 아니라 줄기 바로 옆에서 새로운 줄기가 올라오고 있었습니다.
파키라 가지 끝에서 새로 올라오는 잎은 줄기 하나일 경우가 대부분인데, 사고로 뚝 잘린 파키라 가지 끝에서는 두 개 이상의 파키라 새 줄기가 동시다발적으로 올라오는군요!
파키라의 새 줄기와 잎이 자라는 속도가 붙었습니다.
이때가 5월29일입니다.
5월 31일, 이제는 파키라 잎의 모양새가 하루하루 달라지는 느낌입니다.
며칠 전인 6월11일. 이제 새로 올라온 파키라 잎들도 어지간히 덩치가 커졌습니다.
부러진 파키라 가지 하나에서 두 개의 파키라 줄기가 올라왔으며, 두 줄기 사이에는 이미 새로운 줄기가 올라오는 중입니다.
사고를 통해 알게 된 파키라 가지치기의 포인트
그간 무성한 정도를 넘어, 파키라 잎들끼리 전쟁을 하듯 빽빽하게 겹쳐버린 파키라 나무를 보면서 어찌할바를 몰랐습니다.
일단 저희 집 파키라나무는 잎과 줄기가 너무 빽빽하게, 그리고 중구난방으로 뻗어나가는 것이 문제입니다.
특히 파키라 가지 끝에서 계속 새 잎과 줄기가 뻗어올라오다보니 기존의 파키라 가지가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계속 늘어지는 것이 문제입니다.
가지치기를 해야하는데, 어찌하면 되는지 요령을 알지 못했던 것인데요, 파키라 가지 하나를 꺾어버리는 사고를 통해 파키라 나무 가지치기 요령을 알게 되었습니다.
파키라 나무의 잎이 지나치게 무성하여 가지치기를 하고자 한다면 파키라 가지를 약 10cm 남짓 남기고 과감하게 잘라내면 됩니다.
물론, 잘라낸 파키라 가지 아래쪽에서 새 잎과 줄기가 돋아나야 합니다.
그 자리는 바로 과거 파키라 줄기가 올라왔던 자리인데요, 이런 생장점을 남겨둔 상태로 잘라야겠죠?
잘라낸 파키라 줄기의 번식 - 휘묻이가 해결책?
잘려나가고 남은 파키라 가지에서는 새 잎과 줄기가 쑥쑥 올라오는 중입니다.
그럼 파키라 나무에서 갑자기 떨어져 나온, 잘려진 파키라 가지는 어떨까요?
처음에는 잘려나간 파키라 가지를 가위로 넓게 끊어내고 물병에 담가두었습니다.
이렇게 입구가 좁은 맥주병에 꽂아두었다가 얼마뒤 넓은 물병으로 옮기고 물을 하루에 한 번 갈아주었습니다.
그런데 물에 꽂아 놓은지 거의 두달이 흘렀지만 새로운 뿌리는 나오지 않고 줄기 끝은 변색되고 쪼글쪼글해졌습니다.
아마도 이 파키라 가지는 새 뿌리를 내는데 실패한 듯 싶습니다.
사실 지난 해 거대 파키라의 뿌리가 썪는 대참사가 발생했을 때 물꽂이를 통해 파키라 줄기의 뿌리가 내렸습니다.
이렇게 물꽂이로 뿌리를 내린 파키라 가지는 흙에 옮겨 심어 이제는 꽤 튼실한 파키라 나무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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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물꽂이로 뿌리가 나오는 경험을 했기에 이번에 잘려나간 파키라 가지도 물꽂이에 도전했던 것인데, 결과는 좋지 않군요.
같은 주기로 물을 갈아주는데, 어떨땐 별 기대도 않았던 줄기에서 뿌리가 나오는 반면, 이번에는 왜 파키라 가지의 물꽂이가 실패한 것일까?
곰곰히 생각을 해보니 파키라 줄기의 두께(연령)에 따라 차이가 있었습니다.
지난 해 파키라 나무 대참사가 발생했을 때 꽤 여러 개의 파키라 줄기 물꽂이를 시도했습니다.
굵은 가지 쪽에 좀 더 욕심을 내서 굵직한 파키라 가지들 위주로 잘랐는데, 굵은 파키라 가지의 물꽃이는 모조리 실패했습니다.
굵은 파키라 가지라 함은, 둘레가 대략 1cm 남짓 될 정도의 파키라 가지를 말하는데요, 이 정도의 파키라 가지 물꽂이는 모두 실패했습니다.
파키라의 물꽂이는 이보다 더 가느다란, 좀 더 어린 줄기 일때 발근률이 확실히 높았습니다.
파키라 가지의 물꽃이에 도전한 가지 숫자는 많았지만 딱 하나의, 어린 파키라 가지만 뿌리가 났고 번식에 성공했습니다.
이렇게 몇 차례 경험을 하고 나니 제법 굵은 파키라 가지인 경우 물꽂이로는 뿌리를 내리기 어려운 듯 싶습니다.
아무래도 잘라낼 파키라 가지까지 번식시키려면 휘묻이(줄기 중간의 껍질을 잘라내고 물이끼로 감싸 뿌리를 내리는 방법) 방법에 도전해봐야겠습니다.
휘묻이는 줄기가 나무에 붙어 있는 상태로 시도해야하기에 처음 의도했던 파키라 나무의 가지치기는 예정보다 좀 더 미뤄지게 되겠지만, 원래의 파키라나무와 잘려나가는 파키라 가지 모두 살리고 싶은 저에게는 꽤 흥미진진한 숙제가 된 셈입니다.
조만간 파키라 가지의 휘묻이에 도전, 포스팅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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