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찌꺼기 발효 비료, 기운 잃은 커피나무의 구원투수가 될까?

폭풍 성장 후유증? 기력이 떨어진 커피나무 1호와 2호

요즘 저희 집에서 키우고 있는 커피나무는 부쩍 커진 화분에 걸맞는, 부쩍 커진 덩치를 뽐내며 거실 한쪽을 당당히 차지하고 있습니다.

 

아직 냉해를 걱정할 정도의 날씨는 아니라서 밤에만 거실 안쪽에 들여 놓고 아침이 되면 거실과 베란다 문을 활짝 열어 햇볕을 쬐고 환기를 시키곤 합니다.

 

사람 못지 않게 식물에게도 환기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식물을 키우면서 알게 되었고, 요즘에는 습도계에 적절한 습도가 표시될 때까지 베란다 창문을 열어 충분히 환기를 시켜주려고 노력하는 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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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나무 커피묘목 coffee tree

 

불과 한달 전만해도 커피나무 1호와 2호의 키가 가장 크고 잎이 많았는데, 최근에는 커피나무 3호부터 6호의 키가 쑥쑥 크고 있습니다.

커피나무 1호와 2호의 폭풍 성장때에 비하면 새로나는 잎의 수는 적지만 기존에 달려 있던 잎이 부쩍 부쩍 커지면서 잎의 면적이 커지고 나무의 키도 쑥쑥 자라고 있습니다.

커피나무 커피묘목 coffee tree

 

하지만 커피나무의 성장이 순풍에 돛 단 듯, 순조로운 것만은 아닙니다.

바로 커피나무 1호와 2호의 상태가 정상이 아니기 때문인데요,

지난 7월말의 분갈이 후 키도 쑥쑥 자라고 곁가지로 계속 내밀면서 폭풍성장을 계속해왔던 커피나무 1호와 2호의 잎들이 아래로 축 처져 있습니다.

커피나무 커피묘목 coffee tree커피나무 1호와 2호의 상태가 좋지 않다

 

잎이 축처진 커피나무 2호, 잎이 처졌다기 보다는, 잎으로 가지를 덮으려 하는 듯 보이기도 합니다.

잎을 만져보면 마치 차렷자세를 취하는 듯 한 느낌도 듭니다.

커피나무 커피묘목 coffee tree잎이 축 늘어진 커피나무 1호와 2호

 

곁가지와 새 잎을 쑥쑥 올리던 커피나무 1호 역시, 잎들이 축 처진 상태입니다.

커피나무 커피묘목 coffee tree

 

커피나무 1호의 늘어진 잎 중 일부는 짙은 녹색이던 잎맥이 연녹색으로 슬쩍 바뀐 느낌까지 납니다.

커피나무 커피묘목 coffee tree잎의 색깔도 조금 빠진 듯한 느낌

 

커피나무 1호의 곁가지 끝에 새로 난 잎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녹색의 잎에 연한 반점 같은 것이 보입니다.

커피나무 커피묘목 coffee tree

 

처음에는 응애와 같은 병충해가 발생한 것이 아닌가 싶어 자세히 들여다 봤지만 병충해는 아니었고 새 잎 곳곳에 점점히 색이 빠진 듯한 모양입니다.

커피나무 커피묘목 coffee tree


커피나무 3호~6호는 잎이 처지는 증상 없이 쑥쑥 잘 크고 있습니다.

키와 잎이 자라는 속도를 보면 마치 올 여름 폭풍 성장을 하던 커피나무 1호 2호를 보는듯 합니다.

커피나무 커피묘목 coffee tree비실대는 커피나무 1,2호와 달리 잘 자라고 있는 커피나무 3~6호

 

커피나무 1호와 2호, 예전 사진을 보니 더 극명한 차이

분갈이 후 승승장구하며 키와 곁가지, 잎을 쑥쑥 뻗어올렸던 커피나무 1호와 2호였기에, 이렇게 축 늘어진 잎이 여간 신경쓰이는 게 아닙니다.

블로그 포스팅을 위해 찍어 놓았던 커피나무 1호와 2호의 예전 사진을 보면 그 차이가 더욱 극명합니다.

 

지난 7울말, 대형 도자기 화분으로 옮긴 직후의 커피나무 1호와 2호입니다.

지금보다 키가 작고 곁가지도 거의 없는 상태이지만, 잎은 고개를 빳빳히 들고 싱싱한 모습입니다.

2013/07/26 - 도자기 화분에 심은 커피나무 분갈이, 쉽게 하는 방법!

커피나무 커피묘목 coffee tree2013년 7월 26일, 분갈이 직후의 커피나무 1호와 2호

 

베란다에 놓아둔 커피나무 화분에 너무 강한 빛이 내리쬐는 것을 막기 위해 차양막을 설치했던 8월 중순의 커피나무 1호와 2호입니다.

7월말에 비해 마디 하나가 더 자랐지만 잎은 여전히 싱싱한 느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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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나무 커피묘목 coffee tree2013년 8월말, 여전히 싱싱한 잎을 자랑하던 커피나무 1호와 2호

 

그럼, 곁가지가 나고 잎이 많이 달리면서 기운이 떨어진 것일까싶어 불과 한달 전인 10월 9일에 찍은 사진을 찾아봤더니, 곁가지에 난 잎들이 지금처럼 축 처진 모습은 아니군요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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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나무 커피묘목 coffee tree2013년 10월 초, 곁가지에 잎이 많이 달렸지만 잎이 축처지진 않았던 상태

커피나무 1호와 2호의 시들함, 영양 부족이 원인일까?

커피나무 1호와 2호, 잎은 처졌지만 그렇다고 성장이 아예 멈춘 것은 아닙니다.

예전 폭풍성장때보단 더디지만, 그래도 꾸준히 새 잎과 곁가지가 올라오고 있습니다.

커피나무 커피묘목 coffee tree잎은 늘어졌지만 여전히 새 잎과 곁가지는 올라오고 있다

 

줄기 아래쪽의 목질화 역시 꾸준히 진행되어 이제 줄기의 절반 가량이 갈색 빛의 나무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이런 모습을 보면, 현재 커피나무 1호와 2호의 상태가 걱정할 단계는 아니지 않나 싶은 생각이 들다가도, 불과 한달전에 찍었던 사진과 비교해보면 잎이 축 늘어진 것이 뭔가 이상신호를 보내고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역시 식물을 본격적으로 키운지 얼마되지 않다보니, 증상을 보고 상태를 파악할 정도의 안목이 되질 않는게 가장 답답합니다.

커피나무 커피묘목 coffee tree커피나무 줄기의 목질화도 여전히 진행되는 중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이 분갈이 할 때 흙에 분변토만 조금 섞어주었을 뿐, 폭풍 성장을 하는 과정에서 흙에 따로 웃거름을 주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폭풍 성장을 통해 흙의 양분을 빨아들였고, 영양부족을 호소하는 것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었는데요, 나무를 태우고 남은 재가 흙의 칼륨을 보충하는데 좋다는 얘기를 듣고, 얼마전 다녀온 펜션에서 불을 피우고 남은 재를 가져왔습니다.

커피나무 커피묘목 coffee tree 비료 나뭇재 칼륨칼륨 공급에 좋다는 나뭇재

 

나뭇재는 비닐 봉투에 담아왔고, 비닐봉투 한 곳에 살짝 칼집을 내어 흩뿌려주니 화분에만 깔끔하게 뿌릴 수 있었습니다.

커피나무 커피묘목 coffee tree 비료 나뭇재 칼륨가정에서는 비닐봉지에 넣어 뿌리는게 깨끗하다

 

네번째 수확을 하고 다시 자라고 있는 부추 화분을 비롯, 파키라, 킹벤자민 등 여러 화분에 나뭇재를 뿌려두었습니다.

부추 텃밭 비료 나뭇재 칼륨부추, 파키라, 킹벤자민 등의 화분에 나뭇재 투입 완료

 

하지만 나뭇재는 흙을 알칼리 성분으로 바꾼다는 군요.

커피나무는 블루베리 등과 같이 약산성의 흙에서 잘 자란다는 것을 알고 있던터라, 나뭇재를 뿌리는 것은 좋지 않다 싶어 멈추었습니다.

그리고 하이포넥스와 같은 속효성 비료라도 구입할까 하다가, 지난 여름 커피찌꺼기와 EM 용액을 섞어 만든 커피가루 거름을 이용하기로 했습니다.

2013/08/05 - EM 활성액으로 만든 EM 쌀뜨물 발효액과 커피가루 거름, 왠지 뿌듯해

 

커피나무 커피묘목 coffee tree 커피찌꺼기 거름 발효 EM용액

 

더위가 한창이던 지난 8월, 넘쳐나는 커피 가루를 거름으로 쓰기 위해 EM 용액을 부어 반죽해 두었고, 중간 중간 봉투를 열어 하얗게 핀 곰팡이가 잘 섞이도록 뒤적거리고 다시 밀봉해두기를 반복했고, 이제 만든지 3달이 지났네요.

커피나무 커피묘목 coffee tree 커피찌꺼기 거름 발효 EM용액

 

다시 커피찌꺼기 거름의 봉투를 열었더니 훨씬 많은 양의 흰 곰팡이가 보입니다.

냄새는 어릴적 메주를 띄울 때 맡을 수 있었던, 약간 쿰쿰한 냄새가 나는데, 무언가가 썩으면서 나는 악취와는 확연히 다른 느낌입니다.

커피나무 커피묘목 coffee tree 커피찌꺼기 거름 발효 EM용액EM 용액과 섞어둔지 3달, 메주 띄우는 냄새와 함께 잘 발효된 커피찌꺼기

 

커피찌꺼기 거름의 흰 곰팡이가 잘 섞이도록 다시 뒤적뒤적한 후 커피찌꺼기 거름을 커피나무 화분 주변에 골고루 뿌렸습니다.

커피나무 커피묘목 coffee tree 커피찌꺼기 거름 발효 EM용액

 

뿌려둔 커피찌꺼기 거름은 윗 흙과 살짝 섞어주었습니다.

인터넷을 찾아본 커피찌꺼기 거름의 장점이라면

  • 커피찌꺼기 거름은 질소, 인산, 칼륨, 무기질, 소량의 지방 등 식물의 성장에 필요한 영양성분이 풍부
  • 커피찌꺼기 거름은 산성[각주:1]을 띠고 있어 약산성의 흙에서 잘 자라는 커피나무의 성장에 유리
  • 원두커피로 내린 후[각주:2] 커피찌꺼기에 남아 있는 약간의 카페인은 흙속의 병충해 방지에 도움을 준다

정도입니다. 이 얘기들만 보면 발효시킨 커피찌꺼기 거름은 커피나무에게는 안성마춤의 거름이 되겠네요.

커피나무 커피묘목 coffee tree 커피찌꺼기 거름 발효 EM용액커피나무 화분 주변에 뿌리고 흙과 섞어주었다

기운 잃은 커피나무에 정확한 진단을 내린 것일까?

커피나무에 커피찌꺼기를 발효시킨 거름을 주었고, 지금은 결과를 기다리는 중입니다.

짐작대로 폭풍성장으로 인한 영양 부족이 원인이었다면, 커피나무 1호와 2호는 다시 기운을 차리겠죠?

 

하지만 식물이 잘 자라려면 물과 햇볕, 환기, 영양 등 여러가지 조건이 맞아 떨어져야 한다고 하는데, 식물을 키운 경험이 적다보니 증상을 보고 원인을 파악하는게 역부족, 과연 정확한 진단을 내린 것일까 하는 염려가 남습니다.

마치 배가 아프다는 사람에게 두통약을 처방한 것은 아닌지...이럴 때는 사람처럼 어디가 아프다, 뭐가 부족하다는 얘기를 식물이 할 수 있는 통역기 같은게 있었으면 좋겠다 싶은 뻘생각까지 하게 됩니다.

 

  1. 알칼리성 흙에서 잘 자라는 식물에게 다량의 커피찌꺼기 거름을 주는 것은 좋지 않다 [본문으로]
  2. 커피를 내리지 않은 상태의 커피가루에 함유된 다량의 카페인은 식물에 독이 되므로 커피를 내린 찌꺼기를 사용해야 한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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