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리가 썩은 거대 파키라의 마지막 희망
지난 겨울, 물관리를 잘못하여 거대 파키라 나무 두 그루 중 하나를 보내버리고 말았습니다.
뿌리를 낼 수 있을까 싶어 달려 있던 잔 가지들을 모두 잘라 물에 담가 두었는데, 단 하나의 줄기를 제외한 모든 파키라 줄기가 전멸하는 아픔을 겪었습니다.
물병 속에서 두 달을 버텨낸 파키라 가지
다행히 딱 하나 남은 파키라 줄기는 물병속에서 나름 튼실한 뿌리가 나왔고 파키라 잔뿌리가 어느정도 많아 졌다고 판단했습니다.
물꽂이 한지 두달, 제법 잔뿌리도 많이 난 파키라 가지
지난 6월초, 물속에서 뿌리가 자란 파키라 가지를 화분에 옮겨 심었습니다.
당시에도 물에 담가둔 상태에서 연 녹색의 예쁜 새 잎이 올라와 무척 기뻤던 기억이 납니다.
거대한 파키라 나무 뿌리를 썩혀 죽인 후 식물에 꽤나 의기소침했었는데, 이렇게 새로운 잎이 올라오는 것을 보니 무척 대견하더군요.
잔뿌리와 새 잎이 올라온 파키라 가지를 흙에 심다 - 6월 5일
꺽꽂이로 뿌리내린 파키라, 흙에 심은지 한 달
화분에 옮겨 심은지 한 달 조금 더 되는 시간이 지났습니다.
그간 나름 신경써서 살피곤 했습니다.
특히 흙으로 옮겨 심은 직후에는 아침의 햇볕이 너무 따갑지 않을까 싶어 계란판으로 햇볕 가리개를 세워주었던 기억이 나네요.
흙에 옮겨심은지 대략 1주일 되던 날
다행히 한 달 조금 넘는 시간동안 파키라 줄기는 잘 살아 남았고 줄기에서 튼튼한 새 잎을 쑥쑥 뽑아올리고 있습니다.
흙에 옮길 당시 여리여리한 연녹색이던 잎은 어느새 짙은 녹색으로 변했고, 그 위로 굵직한 새 줄기와 잎이 불쑥 위로 자라 있습니다.
흙에 옮겨 심은지 45일, 새 줄기와 잎이 솟아 올랐고
살짝 고개를 돌려보니 어랏, 큰 잎 사이로 쬐그만 뭔가가 또 보이는군요.
오호라~ 또 새로운 잎이 올라오고 있습니다!
흙에 옮겨 심은지 한달 반 남짓한 시간동안 줄기의 교차점에서 새로운 줄기 두 개가 쑥쑥 자란 셈입니다.
게다가 자세히 들여다보니, 새로 올라오는 줄기 옆에 또 쬐그만 몽우리가 올라오고 있습니다.
연약하게만 보이던 파키라 줄기가 이렇게 쑥쑥 새 잎을 올리고 자라는 모습을 보니 무척 대견하게까지 느껴지네요.
작은 새 줄기가 또 올라고오고 있다!
지난해 꺽꽂이로 번식 시도했던 파키라, 결국 실패
사실 파키라 가지를 물꽂이 하여 뿌리를 내리고 옮겨 심은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작년에도 가지 치기를 위해 잘라낸 파키라 잎을 물병에 담가 두었더니 뿌리가 났고, 이 뿌리난 파키라를 화분에 옮겨 심은 적이 있습니다.
2012/06/15 - 마음은 벌써 거목 - 파키라 뿌리 내리기
지난해 6월 옮겨 심은 파키라 가지
눈으로 보기에도 꽤 튼실한 뿌리가 나와 이정도면 잘 크겠다 싶어 화분에 옮겨 심었는데, 예상과 달리 잎이나 줄기는 성장을 거의 않더군요.
이런 상태로 해를 넘기고 봄이 될때까지도 (죽기않고 살아남았지만) 줄기는 거의 자라지 않았고, 결국 잎이 하나 둘 떨어지더니 죽고 말았습니다.
흙에 뿌리를 내리지 못한 것인가 싶어 죽은 후 흙을 파봤더니, 예상외로 흙 속에는 파키라 뿌리가 잔뜩 자라 있었습니다.
흙 속에서 쑥쑥 자란 뿌리와 달리 흙 밖의 줄기는 1년동안 전혀 자라지 못하고 있다가 죽고 만 것입니다.
파키라 꺽꽂이 번식의 포인트, 줄기 교차점 유무
지난 해와 올해 두 파키라 가지 모두 똑같이 물꽂이하여 뿌리를 내렸습니다.
뿌리가 난 형태만 본다면, 지난 해 물꽂이한 파키라 가지의 뿌리도 꽤 튼실한 뿌리가 났는데, 왜 흙 속의 뿌리만 자라고 줄기는 더 이상 자라지 못한 것일까요?
뿌리는 꽤 튼실했었는데...
반면, 올해 물꽂이로 뿌리를 내린 파키라 줄기는 어떻게 불과 한 달 만에 두 개가 넘는 줄기가 새로나는 폭풍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것인지, 같은 나무에서 떼어냈고 둘다 물꽂이로 뿌리를 내렸고, 같은 흙에 심었는데, 흙에 심은 이후의 결과는 차이가 너무 큽니다.
두 파키라 가지의 차이가 무엇일까? 곰곰히 생각해보니, 어느 지점에서 잘랐고 어느 지점에서 뿌리가 내렸나 하는 점이었습니다.
더 정확히 말하면, 바로 줄기의 교차점이었습니다.
올해의 파키라 줄기는 줄기 교차점 아래쪽 가지를 잘라 물꽂이로 뿌리를 내렸습니다.
이 후 줄기가 새로 나는 부분 역시, 바로 이 파키라 줄기의 교차점입니다.
계속 '교차점'이라고 언급하고 있는 파키라 줄기의 저 부분은 파키라 줄기의 '생장점'이 아닌가 싶네요.
새 줄기가 계속 솟아나고 있는 파키라의 생장점!
반면 지난 해 파키라 줄기는 가지치기를 한다며 줄기 교차점을 남기지 않고 바로 끊어냈습니다.
줄기 끝에서 뿌리는 제법 튼튼하게 나왔지만 흙에 옮겨 심으니 위쪽 줄기는 더 이상 자라지도. 그렇다고 새 줄기가 나오지도 않고 1년간 근근히 버티기만 하다가 결국 죽고 말았습니다.
지난해 파키라는 생장점(교차점) 위로 잘라 뿌리가 난 상태였다
사실 인터넷에 '파키라 번식'이라고 입력해보면 지난해 제가 했던 것과 같은 방법으로 뿌리를 내리고 흙에 심는 얘기들이 올라와 있는데요, 그렇게 심은 파키라의 이후 소식은 거의 찾아볼 수 없더군요. 아마도 파키라 줄기의 교차점, 즉 생장점을 남기지 않고 잘라버려 이후 줄기가 성장하지 못한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식물은 그냥 대~충 흙에 심고 대~충 물만 주면 되는 줄 알았는데 파키라, 킹벤자민, 커피나무까지 베란다에서 꽤 여러가지 식물을 기르게 되면서 식물을 키우는데도 지식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끼고 있습니다.
몰랐던 것을 하나씩 깨닫고, 공부하고, 자라는 것을 지켜보는 재미, 나름 쏠쏠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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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식물 키우기/킹벤자민과 파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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