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진천 농다리 반나절 여행기. 흥미진진했던 미지의 농다리 등산로 탐방기

아무 생각없이 길을 나선 충북 진천 농다리

며칠 동안 흐린 뒤 모처럼 화창한 평일 오전, 마눌님께서 잠깐 어딜 다녀오자고 합니다.

 

마눌님의 '잠깐 어디 다녀오자'는 말은 편도 50km 남짓한 '짧은 나들이'를 다녀오자는 뜻이고, 어디로 다녀올지는 이미 다 정한 상태에서 하시는 말씀이므로 조용히 따라나서야 합니다.

 

평소 캠핑 후기를 적을 때도 '캠핑장 선정은 마눌님 담당입니다'라고 하지만 워낙 마눌님께서 여행지 검색 및 선정을 전담하다시피 하니 제 의견은 점점 줄고 마눌님께 의지하게 되는군요.

 

어쨌든, 차에 올라타고 네비게이션의 검색창을 띄운뒤, 목적지가 어딘지 묻자 '농다리'라고 하는군요.

농다리? 롱다리? 저는 처음 들어보는 곳인데, 마눌님은 여길 처음 들어봤다는 저를 신기하게 쳐다봅니다.

 

제가 사는 동탄에서 농다리까지는 대략 75km, 티맵의 안내에 따라 봉담동탄고속도로-경부고속도로-평택제천고속도로를 1시간 조금 넘게 달려 도착했습니다.

농다리 진천농교 충북 진천

 

농사짓는 마을 분위기의 진천 농다리입구에는 '농다리 전시관'이 있었지만, 오늘 얘기의 주제는 다른 것이므로 패스하고 300여 미터 떨어진 농다리 주차장으로 진입합니다.

주차장 건너편 산에는 인공폭포가 보이는데, 물을 틀어놓지는 않았군요.

모처럼 해가 쨍쨍한 날씨라 시원한 물줄기가 쏟아져 내리는 모습을 봤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농다리 인공폭포

 

 

농다리, 농다리하길래 도대체 뭘까 싶었는데, 길이 95m 남짓한 꽤 큰 규모의 돌다리였습니다.

농다리 주차장에 세워진 안내문에 따르면 고려초 '임장군'이 지었다는 돌다리라고 하는데, 돌을 교각처럼 쌓은 뒤 그 위에 상판을 올리는 식으로 만든 돌다리입니다.

농다리 진천농교 충북 진천

 

고려초에 세워진 다리의 돌들이 꽤 정교하게 맞물려 있고, 교각 사이로 물이 흐르는 형태가 꽤 신기합니다.

농다리 진천농교 충북 진천

(주의깊게 봐야 했던) 농다리 안내도

얼마전 케이블TV에서 인기리에 방영된 여행프로그램 '꽃보다청춘'에서 마추픽추의 구조물을 이루고 있는, 정교하게 쌓인 돌을 꽤 신기하게 바라보았기에 농다리를 이루고 있는 돌들의 쌓인 형태가 꽤 흥미롭긴 했습니다.

하지만 그런 흥미도 잠시, 설마 이 돌다리를 보러 75km를 달려오자고 한 것은 아니겠지? 라고 물어보자, 마눌님은 진천 농다리에 오면 '하늘다리'를 봐야한다고 합니다.

 

오랫만에 쨍한 날씨, 햇볕이 꽤 따가왔고 입구에 서 있는 '농다리 수변탐방로' 안내도를 꼼꼼히 읽지 않고 지나갑니다.

농다리 수변탐방로 안내도 진천농교 충북 진천

 

실은 '꼼꼼히 읽지 않고'라기 보다는 뭐가 있냐?는 식으로 무심코 지나쳤습니다.

그러면 안되는데 말이죠...

농다리 안내도

진천 농다리에서의 일정(?)이 끝나고 되돌아본 것이지만, 농다리 산책은 갈림길, 선택의 연속입니다.

빨간 화살표, 파란 화살표 두 갈래길에서 저희가 선택한 길은 빨간 화살표 길입니다.

 

산책 초반, 나무 데크로 된 언덕길을 찬찬히 따라 올라갑니다.

농다리 데크길

 

나무 데크길은 끝나고, 목책이 서 있는 길이 나타나면서 경사가 좀 더 가파르게 느껴지기 시작합니다.

농다리 등산로

 

짧은 시간이지만 꽤 가파른 길을 올라왔더니 목책 옆으로 벤치가 나타납니다.

내려다보는 전경이 좋은 곳에 자리잡은 벤치지만 쨍한 햇볕때문에 앉고 싶은 생각은 들지 않습니다.

앞서거니 뒷서거니 올라가면서 '여길 올라가면 뭐가 나오는건데?' 물어보자, 마눌님은 '나도 처음 오는 곳'이라고만 말합니다.

농다리 등산로

 

위에 뭐가 있을까 계속 올라오다보니 꽤 높이까지 올라왔습니다.

벤치 너머로 중부고속도로가 뻥 뚫려 있고 차들이 달리는 소음이 꽤 크게 들립니다.

농다리 전경 중부고속도로

 

오 드디어 정상에 농암정이 보입니다.

사실 저 현판에 써 있는 글씨가 '농암정'이란 것도 나중에 안내도를 보고 알았습니다ㅡㅡㅋ

농암정 농다리

 

농암정에 올라가니 바람이 꽤 시원하게 불고 고속도로 반대편으로 초평저수지의 전경이 펼쳐집니다.

너무 쨍한 날씨, 저수지의 물이 녹색인 것이 아쉽지만 그래도 눈 아래 펼쳐지는 전경이 탁 트인 느낌입니다.

농암정 전경 초평저수지

농암정에서 두 번째 갈림길

농암정에서 두 번째 갈림길을 만났고, 저희는 또 빨간색 방향으로 정했습니다.

농다리 갈림길 안내도

 

(농암정 안내도를 봤다면 그렇게 하지 않았을테지만), 실제 농암정의 두 갈래 길은 모두 숲속으로 들어가는 똑같이 생긴 길이었을 뿐입니다.

오르락 내리락 꽤 우거진 숲길을 그렇게 걸어갑니다.

농다리 등산로 하이킹

 

숲 길을 벗어나 좀 넓어진 길이다 싶었는데 좀 더 가다보니 가운데 풀이 가득 난 길로 바뀝니다.

길 가운데 우거진 풀을 보아하니, 사람의 발길이 뜸한 길이겠다 싶은 생각이 들더군요.

이 길은 아니다 싶어 뒤로 돌아갔는데 뒤 쪽 멀찌감치 서 있던 이정표는 저희가 향하던 방향이 하늘다리가 맞다고 가리키더군요.

농다리 등산로 하이킹

 

허리까지 무성하게 자란 풀을 보면 사람이 거의 다니지 않는 길이 분명한데 이정표는 이쪽을 가리키고 있는게 뭔가 이상했습니다.

옛날 서부 영화처럼, 이정표의 방향이 돌아가버린게 아닐까 싶어 이정표를 잡고 흔들봤더니 그런 것은 아니었습니다.

거참...길 분위기는 분명 아닌데, 이정표는 이쪽이라하니...이상하다...하면서도 계속 걸어갑니다.

농다리 등산로 하이킹

 

그래도 길가에 핀 코스모스가 참 예쁘긴 하더군요.

코스모스 농다리

 

자갈이 깔려 있던 길이 그나마 뚝 끊기고 다시 꽤 가파른 산길로 접어들 즈음, 또 다시 이정표가 나타났습니다.

(빌어먹을) 이정표는 정말 이 길이 맞는지 궁금증의 한계에 다다를때 즈음에 하나씩 나타나는데...

농다리 이정표얼마나 더 올라가야 하늘다리가 나옴??

 

꽤 가파른 오르막길과 내리막길이 반복됩니다.

농다리 등산로 하이킹

 

(거짓말 조금 보태) 줄을 잡지 않으면 오르내리기 힘들 정도로 가파른 길도 자주 나옵니다.

농다리 등산로 하이킹

 

그렇게 1시간 쯤 산 속의 길을 걸었을까, 저 멀리 시야가 트이고, 다리가 보이는군요.

저것이 진천의 하늘다리인가 봅니다.

농다리 하늘다리 구름다리

 

오르락 내리락 하던 가파른 길은 하늘다리가 보이는 지점에서 방점을 찍습니다.

사진보다 훨씬 가파른, 60도는 됨직한 철제 계단을 어그적 자세로 걸어내려갑니다.

워낙 가파른 계단이라 양발이 저절로 어그적한 자세가 되더군요 ㅎㅎ

농다리 등산로

 

그렇게 1시간 남짓 산길을 헤멘 끝에 하늘다리(구름다리)가 나타납니다.

90m 남짓한 길이의 하늘다리는 평소같으면 꽤 볼만하다 싶었을텐데, 길이 맞는지 확신이 없는 상태로 1시간을 걷다보니 그닥 감흥도 생기지 않더군요.

농다리 하늘다리 구름다리

 

역시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저희는 갈래길마다 가장 길고 험한 길(파란색)만 따라 간 것이더군요.

몇 번의 갈림길에서, 하늘다리를 보고 말겠다는 일념으로 내리막길 대신 능선 길을 따르다보니 가장 먼 길을 돌아간 것이었습니다.

농다리 갈림길 안내도

사실 오르락내리락하는 1.7km의 산길, 50분 남짓한 산행이라고 생각하면 그리 고된 것은 아니었지만, 이 길이 맞는지 확신이 없는 상태에서 선택을 하면서 가야하는게 힘들었습니다.

그나마, 마지막의 갈림길에서 임도(빨간색 화살표)로 잠시 들어갔다가 되돌아 나온게 천만 다행이었습니다ㅎㅎ

편한 데크길을 놔두고 산 속을 헤메었네

하늘다리에서 반대쪽으로 되돌아보니, 초평저수지 둘레로 1.1km의 데크길이 있더군요.

결국 몇 번의 갈림길에서 엉뚱한 선택을 한 덕에 편한 데크길을 놔두고 산 속으로 들어가 생고생(?)을 한 셈이었습니다.

마눌님은 처음부터 데크길로 왔으면 분명히 제가 지루하다고 했을 것이라고 합니다.

특히 거친 산 속 하이킹(?)을 한 뒤에 편안한 데크길을 걸으니 데크길의 고마움이 느껴지지 않느냐고 하네요 ㅎㅎ

초평저수지 데크길

 

볕이 쨍쨍했지만 우거진 나무 그늘 아래의 1.1km의 데크길을 그야말로 날아가듯 주파했습니다ㅎㅎ

데크길의 끝(하늘다리로 가는 방향에서는 시작지점)에는 자그마한 선착장인듯한 구조물에서 낚시 삼매경에 빠진 사람도 있더군요.

초평저수지 데크길

 

사실 진천 농다리는 꽤 큰 주차장이 마련되어 있었고, 평일인데도 버스를 타고 온 단체 관광객이 간간히 눈에 띄었습니다.

기약없는 산 속을 걸을 때는 도대체 사람들은 어디로 간건가 싶었는데, 초평저수지의 데크길을 따라 가는 길을 보고 있노라니, 원래 단체로 올만한 곳이었구나...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농다리 산책로

 

험난한 여정을 겪은 덕분인지, 평온한 주변 경관이 더 쏙쏙 눈에 들어옵니다.

농다리 산책로

 

평일인데도 농다리를 건너는 사람들의 수가 꽤 많았고, 주차장에도 버스나 승용차가 들락날락 거리더군요 ㅎㅎ

진천 농다리

 

관광객들은 파란색으로 표시한, 초평저수지의 데크길을 걷는 코스가 '원래의' 농다리 코스였던 것이죠ㅎㅎ

농다리 갈림길 안내도

 

마눌님의 꿈보다 좋은 해몽 처럼, 뜻하지 않은 농다리 산길 하이킹을 한 것도 나름 의미 있는 일이었는데, 저희가 올라갔을 때는 꺼져있던 농암정의 인공폭포가 시원하게 흘러내리고 있더군요 ㅎㅎㅎ

농다리 인공폭포끝까지 ㅡㅡ+++

마눌님과 함께 다녀온 반나절 짜리 진천 농다리 여행은, 주변 약도를 숙지하지 않은 덕에 예상치 못했던 흥미진진한 하이킹이 되었습니다.

산행을 좋아하는 분이라면 저희가 헤메었던(?) 50분 남짓한 등산 코스를 따라가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 싶습니다.

다만 중간중간 꽤 가파르고 험한 길이 도사리고 있는 만큼, 노약자와 동행한다면 절대(!) 평탄한 데크길 산책을 즐길 것을 권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앞으로 어딜 가든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주변 약도부터 숙지해야겠다는 의지를 다진, 쨍하게 맑은 오후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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