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의 생일 축하를 위해 찾은 주문진 부모님 댁
얼마전 주문진 부모님댁을 다녀왔습니다.
지난 5월 주문진으로 이사하던 날 다녀온 뒤로 두 번째 방문이었습니다.
이사짐도 왠만큼 정리되었고 제 양력 생일과 아버지의 음력 생신이 딱 하루 차이였던 터라 겸사겸사 생신/생일 축하를 겸해서 1박2일의 일정으로 다녀왔습니다.
부모님이 이사를 한 주문진의 아파트는 바닷가 바로 근처에 있는 아파트로 이름에도 '해변'이 들어가 있습니다.
4~5층만 되어도 주문진 바다가 바로 내려다 보인다는데 부모님 집은 2층이라 비록 바다는 보이지 않지만 창문 바로 앞쪽으로 꽤 큼직한 나무들이보이는 전경도 괜찮은 편입니다.
짐도 왠만큼 정리가 되었고 이제 집안 곳곳에 소소한 것들을 손보는 단계입니다.
주문진으로 내려가기 며칠 전 전화로 식탁위 할로겐 램프가 어둡다는 얘기에 아예 전구 소켓을 일반 전구용으로 바꿨습니다.
그리고 밝고 전기 소비가 적은 LED 전구를 달아 드렸습니다.
2014/06/12 - 할로겐 등기구를 LED 전구로 교체하는 방법. 전기먹는 하마 할로겐 전구를 LED로 교체
사실 아버지가 전기관련 일을 하셨기에 이런 작업은 원래 아버지 담당이지만 블로그 포스팅을 위해 급 효자코스프레를 하는 중입니다 ㅎㅎ
주문진 소돌 아들바위 방파제에서 생애 첫 낚시
점심시간 무렵에 주문진에 도착하여 점심을 먹고 LED 전구 설치를 마치고 나니 오후 5시 정도가 되었습니다.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노라니 마눌님께서 아버지께 낚시를 가보고 싶다고 합니다.
아버지는 오래전부터 낚시를 즐겨왔지만 저는 아직까지 낚시를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었고 마눌님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낚시를 한 번도 해 본적도 없었고 그다지 흥미도 없었는데, 마눌님께서는 계속 재촉을 했고 결국 끌려(?) 나왔습니다.
부모님 집에서 대략 5분 거리에 소돌 아들바위 공원이 있고, 등대가 있는 방파재 아래쪽 길로 따라가니 이미 몇 명이 낚시를 하고 있더군요.
낚시대 두 개와 낚시통 등 간단한 준비물로 낚시를 준비중입니다.
방파재 바로 옆에서 무슨 낚시가 될까 싶었는데 의외로 아버지의 낚시에는 물고기가 걸려 올라옵니다.
올라오는 물고기는 그리 큰 편은 아니고 손바닥 정도 되는 사이즈의 물고기들이네요.
옆에서 구경만 하고 있던 마눌님은 물고기가 한두마리 올라오자 본인도 낚시를 해보겠다고 합니다.
미끼를 끼울줄도, 낚시를 던질줄도 모르는터라 시아버지가 모든 준비를 해주고 낚시대만 넘겨받은 상황입니다.
말하자면 차려진 밥상에 숟가락만 얹은 셈이라고 할까요?ㅎㅎ
저는 여전히 낚시에 큰 흥미가 없었고 그냥 주문진 바다 풍경이 맘에 들어 여기저기 사진만 찍어댔습니다.
이 날은 해가 쨍쨍 내려쬐지도 않고 바람이 많이 불지도 않는, 낚시하기는 좋은 날씨라고 하더군요.
방파제 바위 틈새로 조그마한 게들이 눈에 띄더군요.
어릴적에는 손으로 덥썩덥썩 잡았던 것 같은데, 나이가 들고보니 물릴까봐 겁이나 그냥 사진만 찍어댔습니다.
어? 하는 소리와 함께 마눌님의 낚시찌가 물속으로 딸려들어갔습니다.
휙~ 잡아당기고 보니 마눌님의 낚시대에는 해초가 걸려 올라왔네요.
마눌님의 첫 낚시 수확물입니다.
마눌님의 첫 수확물
해초가 걸려올라온 마눌님의 낚시대를 넘겨받아 제가 낚시를 시작했습니다.
저도 낚시를 처음 해보는터라 낚시 미끼를 걸줄도 모르고 낚시줄을 던질줄도 몰랐는데, 두어 번 해보니 요령을 알겠더군요.
뭔가 낚아올릴꺼란 기대는 하지 않았는데, 눈 먼 고기가 낚시에 걸려 올라오더군요.
이곳 아들 바위 방파제에서 걸려 올라오는 물고기들은 대부분 손바닥 남짓한 크기입니다.
낚시하는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손맛'까지 느끼진 못했지만 그래도 뭔가 낚시대에 물고기들이 종종 걸려올라오니 재미있더군요.
낚시 바늘에 새우 미끼를 끼우고 낚시줄을 던지는 것까지는 하겠는데, 낚아올린 물고기를 맨손으로 잡는다거나 낚시 바늘을 빼는 것은 차마(!) 못하겠더군요.
낚시 바늘에 물고기가 걸려 올라올 때마다 낚시줄을 들고 가서 낚시 바늘을 빼달라고 했습니다 ㅎㅎ
아들바위 방파제에서 잡은 물고기로 장만한 회와 매운탕
주문진 소돌 아들바위 방파제 밑에서 두 시간 남짓 낚시를 했고 나름 풍성한(?) 수확물을 들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한마리 한마리 낚을 때마다 물고기 이름을 듣긴 했는데, 지금 보니 뭐가뭔지 하나도 모르겠네요 ㅎㅎ
잡아온 물고기들은 아버지가 바로 손질했고 회와 매운탕이 있는 풍성한 저녁상이 차려졌습니다.
손질하지 않은 물고기들을 볼때는 저걸로 회가 나오려나 싶었는데, 손질되어 나온 회는 꽤 찰져보이더군요.
뼈째 먹는 '세꼬시'였는데 그닥 회를 즐기지 않는 저도 고소한 맛에 많이 먹었습니다.
마눌님 왈, 본인은 물고기 손질을 할 줄 모르는터라 물고기를 잡아줘도 이렇게 먹지 못할 것 같다더군요.
살을 발라내고 남은 뼈로만 끓이는 횟집 매운탕과 달리 이날의 매운탕은 내장만 발라내고 통째로 끓여서 그런지 시원하면서, 고소하고 달달한 맛이 일품이었습니다!
주문진 부모님 댁 이틀째, 대규모 화분 분갈이
주문진에서 둘째 날은 아버지의 생신이라 마눌님께서 끓인 미역국으로 맛있는 아침식사를 했습니다.
식사를 마친 뒤, 부모님 댁의 화분 분갈이를 시작했습니다.
평소 저희 집에서 기르고 있는 커피나무나 파키라, 킹벤자민 등의 분갈이를 해왔고, 처가집의 화분들도 직접 분갈이를 해왔는데 본가의 화분은 아직까지 한 번도 분갈이를 한적이 없었네요.
작은 화분들 위주였지만 꽤 숫자가 많았기에 평소 사용하던 혼합토 50리터와 바크를 준비해 왔고, 거실 바닥에 자리를 깔고 분갈이를 시작했습니다.
이미 분갈이는 익숙한 작업이었기에 스스럼없이 척척 시작했고, 옆에서 보조하던 마눌님께서는 '분갈이 전문가의 포스'가 풍긴다며 우스개 소리를 합니다.
2014/06/06 - 작은 도자기 화분의 파키라 분갈이 방법. 식물과 화분 중 하나를 선택하라!
그런데, 부모님 댁의 화분은 수가 워낙 많았고 많은 수의 분갈이를 하는 것은 생각처럼 만만치 않더군요.
20개 가까운 화분의 분갈이를 하다보니 네 시간 남짓한 시간이 훌쩍 흘렀고 몸도 꽤 고됐습니다.
옆에서 보조를 하던 마눌님이 슬쩍 사라졌고 분갈이 막판에는 어머니께서 보조를 했는데, 나중에 마눌님 얘기를 들어보니 끝까지 옆에 있다가는 내일 못일어날 것 같아 자리를 피했다고 합니다 ㅎㅎ
주문진으로 이사한 부모님. 만족스러운 생활
서울의 작은 빌라에서 주문진의 넓직한 아파트로 옮긴지 한 달 남짓, 부모님은 만족스럽다고 하십니다.
애초부터 서울의 집을 처분하고 주문진 이사를 주장했던 아버지는 주문진의 맑은 공기와 낚시 등 여가 거리를 마음껏 즐길 수 있는데 만족하고 있습니다.
도시 생활에 익숙한 어머니는 인적이 드문 시골에서 살게 되는게 아닌가 걱정 아닌 걱정을 했지만 새로 이사간 주문진은 그정도로 한적한 동네도 아닌터라 이미 이웃 사람들, 교회 사람들과 교류하며 주문진에 적응중이시라는군요.
평창 동계 올림픽 유치이후로 주문진 주변의 집값도 꽤 많이 올랐다지만 서울의 집값에 비하면 여전히 저렴한 느낌입니다.
콘크리트 건물만 주변에 빽빽한, 서울의 작은 빌라를 처분하여 주문진에 30평이 넘는 넓직한 아파트를 마련할 수 있었고 남은 비용은 생활비로 사용할 수 있으니 서로가 윈윈할 수 있는 좋은 선택이었다 싶습니다.
뭐 저를 비롯한 형제들 역시 바닷가 근처에 별장을 마련한 기분이라고 할까요?
할아버지와 유독 친한 중학교 1학년 조카 녀석은 이미 혼자 버스를 타고 주문진으로 오기도 했다니, 앞으로는 바다 볼 기회가 훨씬 많아질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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