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은 꽃게의 계절, 꽃게찜과 꽃게탕에 도전!
캠핑 갈 날짜를 잡게 되면, 그때부터 마눌님은 검색 삼매경에 빠집니다.
일단 어떤 캠핑장으로 캠핑을 갈 것인지 정하는게 가장 먼저 해야할 일이죠.
몇 군데 후보 캠핑장을 정해놓고 그 캠핑장에 대한 평판을 두루두루 살핀 후 캠핑장을 정하고, 해당 캠핑장의 명당 자리를 검색한 후, 예약을 하게 됩니다.
저희는 평일에 캠핑을 다니는터라 캠핑장 예약은 거의 대부분 큰 어려움이 없는 편이고, 오히려 마눌님의 변심에 의해 캠핑장을 다른 곳으로 바꾸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캠핑장 예약과 입금을 마치고 나면, 이제 캠핑장에서 먹을 메뉴를 결정하게 됩니다.
마눌님께서는 얼마전부터 요즘 꽃게가 출하되기 시작했다며 이번 캠핑에서는 꽃게찜과 꽃게탕을 먹자고 합니다.
몸통이 마눌님 손바닥정도되는 사이즈의 꽃게
꽃게는 캠핑을 떠나는 날 오전에 마트에 가서 구입했습니다.
한창 꽃게철이라 마트에 가보니 톱밥 상자에 넣은, 살아 꿈틀거리는 꽃게를 사려는 사람들이 줄 서 있었지만, 마눌님은 손질하기 쉬운 포장된 꽃게를 구입했습니다.
살아있는 꽃게를 사와서 양념 게장을 무치기도 하는 마눌님이지만, 캠핑장에서 살아있는 꽃게를 손질하는건 좀 무리일 듯 합니다.
게다가 이번에는 아이스박스에 넣어왔다가 캠핑 둘째날 아침에 먹을 것이라 죽은 꽃게도 괜찮을듯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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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스박스에 넣어두었던 꽃게는 게딱지만 떼어낸 뒤 깨끗이 씻었습니다.
몸통이 마눌님 손바닥 정도 되는 꽃게 다섯 마리 중 세 마리는 꽃게찜을 위해 찌기로 했습니다.
코펠에 물을 2cm 높이로 붓고 찜기를 올린 뒤, 꽃게 세 마리를 채워 넣었습니다.
불을 켜고 25분 정도 꽃게를 쪘습니다.
물이 끓기 시작하자 김이 많이 새어나오는 듯 싶어 주전자에 물을 채워 올려두었습니다.
뭐, 이를테면 압력솥 흉내를 내는 것이라고 할까요?
코펠에서 꽃게찜이 김을 내는 동안 마눌님은 꽃게탕의 양념을 준비합니다.
일단 된장 두 큰술에
고추장 한 큰술, 고춧가루 두 큰술, 다진 마늘 한 큰술 반을 넣습니다.
그리고 국간장 두 큰술을 넣어 잘 섞어줍니다.
참고로 모든 양념은 집에서 준비해온 것으로 마트에서 구입한, 4개 2000원짜리 양념통 세트를 다시 밀폐용기에 담아오곤 합니다.
캠핑용품점에는 직물 가방에 예쁘게 담은 양념통 세트를 팔기도 하지만 가격이 만만치 않은데다 자칫 간장 등이 샐 수 있겠다 싶더군요.
그런면에서 마눌님이 사용중인, 사각 밀폐용기에 담은 양념통 세트는 무척 저렴하고 실용적입니다ㅎㅎ
꽃게탕 양념을 준비하는 동안 꽃게찜이 완성되었습니다.
불그스름한 꽃게 다리의 색깔이나 풍겨오는 꽃게의 향이 꽤 그럴듯 합니다.
이제 꽃게찜 시식을 위해 집게로 잡고 가위로 갈라봅니다.
어라, 그런데 꽃게살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느낌입니다.
쫄깃한 꽃게살 대신 좀 흐물한 느낌이라, 아침부터 먹기에 부담스럽습니다.
그나마 다리살은 쫄깃한 느낌이라 알뜰하게 발라먹었는데, 몸통살은 흐물한 느낌이 역력합니다.
역시 부탄가스를 쓰는 코베아 구이바다의 화력, 그로고 압력이 낮은 코펠이 문제였을까요?
세 마리는 꽃게찜으로, 두 마리는 꽃게탕으로 먹으려던 계획을 급 변경하여 쪄낸 꽃게 두 마리로 꽃게탕을 끓이기로 합니다.
쪄낸 꽃게로 꽃게 탕이라니, 좀 웃기지만 그래도 살이 무른 꽃게찜을 먹는 것보다는 꽃게탕 국물로 내는게 나을 듯 싶습니다.
캠핑장이니 시도하는 임기응변입니다.
코펠에 물을 채우고 통으로 썰은 무우를 넣고 불을 올립니다.
미리 준비했던 꽃게탕 양념을 풀고
한 번 쪄냈던 꽃게를 해체하여 국물에 투하합니다.
스테인레스 그릇에 담긴 양파는, 전날 저녁 훈제오리 구이와 함께 먹기 위해 채썰어 두었던 양파입니다.
마눌님의 캠핑요리 레시피에서 가끔 나오는 장면이지만, 남은 식재료들을 알뜰하게 사용하는 것 역시 캠핑요리의 또 다른 재미라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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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은 식재료를 알뜰히 쓰는게 캠핑요리의 묘미!
제가 해물탕에서 가장 좋아하는 부위인 명태 고니(내장)도 넣고
청양고추와 대파를 썰어 넣어줍니다.
꽃게탕 국물이 팔팔 끓을 때, 조미료를 넣었습니다.
요즘 MSG에 대한 찬성과 반대의 의견이 분분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약간의 조미료는 음식의 맛을 돋운다는 쪽이라 크게 개의치 않습니다.
이제 코펠 뚜껑을 닫고 좀 더 팔팔 끓여줍니다.
이제 완성된 꽃게탕을 그릇에 옮겨담고 맛있게 먹는 일만 남았습니다!
고니를 좋아하는 제 그릇에는 특히 고니를 듬뿍 옮겨담았습니다!
실패한 꽃게찜으로 만든 꽃게탕의 맛은 어떨까요?
짐작했던대로 꽃게찜일때 탱글한 맛이 덜하던 꽃게살은 꽃게탕이 되어도 크게 다르지 않아 꽃게살의 탱글함은 느끼기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꽃게탕의 백미는 역시 국물이죠.
제가 좋아하는 고니와 함께 시원하고 얼큰한 꽃게탕 국물을 후루룩 들이키니 전날의 숙취가 말끔히 사라지는군요!
자신있게 도전했던 꽃게찜이 실패로 끝나게 된데는 저와 마눌님의 의견이 달랐습니다.
저는 화력이 약하고 솥의 압력이 낮아 꽃게가 충분히 익지 않았다는 쪽이고, 마눌님은 생각보다 꽃게의 상태가 좋지 않았다는 의견을 내놓는군요.
생각해보니 꽃게찜은 입이 깔깔한 아침보다는 조금이라도 더 싱싱했던 지난 저녁때 술안주삼아 쪄먹었으면 다른 결과가 나왔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조리 기구의 실패든, 식재료의 신선함이 모자랐든, 실패한 꽃게찜으로 만든 꽃게탕의 시원한 국물맛으로 본전은 찾은 느낌입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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