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만의, 한가로운 봄나들이
해마다 봄이면 벚꽃 구경 겸 가벼운 여행을 다니곤 했는데, 최근 2년은 코로나와 새로운 일을 준비하느라 늘 다니는 출퇴근길 차속에서만 벚꽃 구경을 해야 했습니다.
그렇게 봄의 벚꽃 구경을 제대로 해 본 게 언제인지, 블로그의 여행일지를 검색해야 기억날 정도가 되었는데 얼마 전 결혼기념일 겸 오랫만에 1박2일의 짧은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이번 봄 여행 목적지는 충남 태안으로, 원래는 좀 더 남쪽을 다녀올까 했는데 남쪽은 이미 벚꽃이 훌쩍 지나가 버렸다는 얘기가 있어 여행 며칠 전에 태안으로 목적지를 바꾸게 되었습니다.
대전에서 12시쯤 출발해 두어시간을 달린 뒤 가장 먼저 차를 세운 곳은 서산 동부전통시장입니다.
아침을 먹지 않고 출발해 꽤 출출한데다 숙소에서 먹을 고기와 회를 살겸 시장으로 들어왔는데, 평일인데도 사람들이 꽤 많았습니다.
뭘 먹을지 고민하다가 '맛있게 먹는날'이라는 해물요리점에서 낙지볶음을 먹기로 했습니다.
당일 싯가로 매겨진 낙지와 쭈꾸미 등의 메뉴를 고르면 양념가격 15000원이 추가되며 생물을 바로 조리해주는, 꽤 유명한 집이었는데, 개인적으로는 기대가 너무 컸던지 맛이 그냥저냥한 느낌, 그래도 시장을 반찬삼아 든든하게 배를 채웠습니다.
숨은 벚꽃 명소, 가재산 벚꽃길
서산 동부전통시장에서 식사를 마치고, 회와 고기 등을 조금 산 뒤 가재산 벚꽃길로 네비를 찍고 달렸습니다.
태안의 지인이 잘 알려지지 않은 벚꽃 명소라며 추천한 곳입니다.
1~2차선 정도 너비의 좁은 도로가 벚꽃 터널로 이루어져 있었고, 잘 알려지지 않은 벚꽃 명소라는 얘기처럼 한적한 분위기에서 벚꽃 구경을 즐길 수 있었습니다.
1~2차선 도로를 따라 산을 올라가는 길로만 이어져, 차를 세울만한 곳도 없겠다 싶었는데 정상쪽에 가까이 오니 차 몇 대를 세울만한 공간이 나타나 차를 세우고 벚꽃 구경을 즐겼습니다.
여느 관광지처럼 넓은 진입로가 아닌, 시골의 몇 집이 모여 있는 좁은 진입로를 들어설 때만 해도 네비가 제대로 안내해 주고 있는게 맞나 싶었지만 곧 좁고 진한 벚꽃 터널을 만날 수 있게 됩니다.
가재산 벚꽃길은 산책로 보다는 드라이브 코스에 가까운 길이긴 했지만 의아할 정도로 사람이 적었던 터라, 벚꽃 구경과 벚꽃 사진을 마음껏 찍을 수 있었습니다.
넓은 갯벌과 서해안 일몰
그렇게 천천히 가재산 벚꽃길 구경을 마친 뒤 예약한 숙소로 들어가기 전, 근처 청포대 해수욕장을 들렀습니다.
늦은 오후, 멀리까지 물이 빠진 넓은 바닷가는 그냥 바라보고 있는 것만으로 편안하고 따뜻한 느낌입니다.
그렇게 숙소에 들기 전 바닷가를 구경하다가 숙소로 들어와 짐을 풀고 잠시 휴식을 취한 뒤
또 다시 청포대 해수욕장으로 걸어나왔습니다.
오후 6시가 좀 넘은 서해안 바닷가는 역시 물이 멀리까지 빠져 쉽게 걸어들어갈 수 있었는데, 물빠진 모래 사이로 손톱만한 게들이 부지런히 걸어다니고 있는터라 발을 조심스럽게 디뎌야 했습니다ㅎㅎ
그렇게 황금빛 일몰을 오랫만에 구경했는데 저희는 연말연시에 일몰을 구경할 때가 많았던 터라, 따뜻한 4월의 황금빛 일몰은 또 색다른 느낌이었습니다.
그렇게 숙소로 돌아와 시장에서 사온 회와 고기에 맥주를 즐기며 맛있는 저녁 식사를 즐겼습니다.
저희가 머물렀던 숙소는 SNS 핫플레이스라는데 개인적으로는 그냥 쏘쏘했던터라 따로 소개하지는 않습니다ㅎㅎ
다음 날 오전, 숙소를 나서는데 쨍하게 맑았던 전 날과 달리 구름이 많이 끼었고 살짝 비도 흩뿌리는 날씨였습니다.
태안 시내쪽으로 나오는 길에 몽산포가 보여 예전 몽산포오토캠핑장의 추억을 살릴겸 중간에 몽산포쪽으로 경로를 틀었습니다.
몽산포해수욕장으로 들어가는 진입로에는 역시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어있었습니다.
원래 태안, 서산에 벚나무가 이렇게 많았나 싶을 정도로 중간중간 벚꽃길이 많았습니다.
그리고 8년만에 진입한 몽산포오토캠핑장 입구는 예전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 깨끗하게 정리된 길로 바뀌어 있었습니다.
정말 오랫만에 온터라 많이 바뀌었을 것이라고 예상하기는 했지만, 사설 캠핑장들도 꽤 많이 있는 듯 싶었고 아무튼 머리속에 남아 있던 기억과는 많은 부분이 달라져 있었습니다.
2014.06.26 - 태안 몽산포오토캠핑장 이용후기. 소나무 숲과 서해 바다를 함께 즐기는 몽산포캠핑장
진입로 곳곳에 생긴 캠핑장 진입로들은 내 머리속 기억과 전혀 매치되지 않았지만, 몽산포 해변과 캠핑장 안쪽으로 소나무 숲을 보니 살짝 예전 느낌도 납니다ㅎㅎ
수덕사, 해미읍성
몽산포를 나와 태안 시내에서 간단한 아침겸 점심 식사를 마친 뒤, 수덕사로 향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사찰에 입장료를 내면서 관람하는 것을 딱히 좋아하진 않지만, 마눌님이 정한 코스에 따라 들어왔는데 역시 잘 정돈된 깨끗한 길 주변으로 벚꽃이 만발했고 이미 연두색과 초록색의 나무들은 한껏 물이 올라 있었습니다.
평일임에도 따뜻한 봄날을 즐기러 나온 사람들이 꽤 많았지만, 고즈넉한 분위기의 경내를 편안한 마음으로 천천히 둘러보았습니다.
두 시간 남짓 문수사를 천천히 둘러본 뒤 다시 차를 달려 해미읍성으로 왔습니다.
그간 서산, 태안 쪽으로 꽤 많은 여행을 다녔지만 해미읍성은 스쳐 지나기만 했었는데 도착해보니 생각보다 규모가 꽤 컸습니다.
그리고 해미읍성 바깥의 넓은 무료 주차장의 먼 구석에 차를 대야 할 정도로, 맑은 봄날씨를 즐기러온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해미읍성 안쪽으로 들어서니 전시된 시설이며 건물들, 잘 닦여진 길에 잔디 마당까지 왠지 현대적이라 문화재라는 느낌보다는 잘 꾸며진 공원같은 느낌이지만 넓고 낮게 펼쳐진 광경에 눈은 시원했습니다
해미읍성 안쪽에 제기며 투호 놀이가 준비되어 있었고, 화살을 주워다 병에 열심히 던져 봤는데 이게 생각만큼 쉽지는 않았습니다.
해미읍성으로 오는 길에도 벚꽃이 만발해 있었는데, 해미읍성 안에도 거대한 벚나무가 포토존 역할을 하고 있었고, 덕분에 셀카 대신 다른 사람들이 찍어 준 사진을 남길 수 있었습니다ㅎㅎ
한 시간 남짓 해미읍성을 천천히 둘러본 뒤, 해미읍성 건너편 호떡집을 찾아봤습니다.
해미읍성 안의 인파로 미루어 짐작해 볼때 줄서서 기다려야 하겠다 싶었는데, 왠일인지 호떡집 앞은 의외로 사람이 적더군요.
골목식당 해미읍성 편 최후의 승자는 해미호떡집이라는 얘기를 얼핏 들었던터라, 먹을 복이 있나보다 좋아했던 것도 잠시, 대기장소는 길건너 상가 한켠에 마련되어 있었고 50명은 될 법한 대기인원이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ㅎㅎ
여행 첫날이라면 순서를 기다려 호떡 맛을 봤겠지만 여행의 마지막 코스이다보니 호떡맛은 다음에 보기로 하고, 그렇게 짧은 1박2일의 태안서산 벚꽃 여행을 마무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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