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만한 컴퓨터, 여러 보안(?) 프로그램
주말에 지인으로 부터 컴퓨터가 너무 많이 느려졌으니 원격으로 좀 살펴봐 달라는 부탁을 받았습니다.
가끔 컴퓨터에 문제가 생겼을 때 원격 접속하는 모습을 몇 번인가 보여줬더니 이제는 대뜸 원격 프로그램부터 얘기하곤 하는데, 다른 업무는 저도 도움을 자주 받곤 하는터라 가벼운 마음으로 살펴봤습니다.
'컴퓨터가 느려졌다'고 할 때 가장 먼저 살펴보는 항목들은 컴퓨터 시작 프로그램들입니다.
컴퓨터가 부팅될 때 함께 실행되는 프로그램들 중 상당수가 당장은 쓸 일이 없는 프로그램인 경우가 많고 이런 프로그램들만 자동 실행되지 않도록 설정을 바꿔주면 속도 향상에 많은 도움이 됩니다.
지인의 컴퓨터는 은행 및 세무 관련 업무 용으로 사용하는터라, 은행의 보안 관련 프로그램들이 많이 깔려 있었고, 안랩 세이프 트랜젝션과 같은 프로그램은 인터넷 뱅킹 여부와 관계없이 상시 실행 중이었습니다.
안랩 세이프 트랜잭션이라는 프로그램은, 키보드 보안과 방화벽, 유해 사이트 차단 등의 기능을 동시에 하는 '통합' 보안 프로그램이라고 합니다.
과거 nPortect류의 키보드 보안 프로그램들이 컴퓨터에 중복 설치되면서 컴퓨터 상태를 엉망으로 만들곤 했는데, 이 안랩 세이프 트랜젝션 역시 실행에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것을 보면, 만만치 않은 상대인 듯 싶습니다.
사실 지인의 컴퓨터에는 믿을 만한 백신 프로그램이 설치된 상태라, 굳이 이렇게 무거운 프로그램이 떠 있을 필요는 없을 듯 싶고, 특히 인터넷 뱅킹을 사용하지 않을 때도 상시 실행되어 있을 필요는 없을 듯 싶습니다.
인터넷 뱅킹을 사용할 때만 안랩 세이프 트랜잭션이 실행되는 옵션은 없는지, 찾아봤습니다.
안랩 세이프 트랜잭션 아이콘에서 마우스 오른쪽 버튼을 클릭해 [환경 설정] 항목을 클릭하고
[시작 유형] 항목을 보니 [자동 시작 안함(보호 사이트 종료 시 자동 종료)]라는 옵션이 있었습니다.
이 옵션의 내용을 보니 인터넷 뱅킹이 실행 중에만 안랩 트랜잭션이 실행되는 방식인 듯 싶네요.
[시작 유형] 항목의 옵션을 바꾸자 [시작 유형을 변경하시겠습니까?] 라는 대화상자가 뜨고 [시작 유형 변경에 동의함] 항목을 체크해야 계속 진행이 가능합니다.
[대화상자 말미에 [보호 사이트 접속 시에 사용자가 직접 시작하거나 재설치가 필요할 수 있습니다]라는 문구가 왠지 께름직했지만, 일단 그대로 진행했습니다.
그렇게 안랩 세이프 트랜잭션의 옵션 변경 뒤 컴퓨터를 재부팅하고 인터넷 뱅킹에 접속하자, [secure]라는 팝업이 뜨면서 보안 프로그램이 로딩되는가 싶었는데
바탕화면 오른쪽 알림창에 뜨던 안랩 세이프 트랜잭션의 아이콘은 표시되지 않았습니다.
그대로 공인인증서 로그인을 진행한 뒤 조회 메뉴로 들어가자, [보안프로그램 변경에 따른 설치 안내]가 뜨면서, 보안 프로그램 설치 안내 링크가 떴습니다.
일련의 결과를 보니, 안랩 세이프 트랜잭션의 실행 옵션을 [자동 시작 안함]으로 설정할 경우, 프로그램이 설치되어 있지만 설치되지 않은 것으로 인지하며, 결국 인터넷 뱅킹 접속 과정에서 사용자가 수동으로 실행하는 방식입니다.
그나마 안랩 세이프 트랜잭션을 실행하지 않더라도 인터넷 뱅킹의 조회 및 이체 등의 업무는 정상적으로 작동합니다.
컴퓨터를 사용할 줄만 알지 능숙하게 설정할 줄 모르는 지인에게, 인터넷 뱅킹에 접속할 때마다 안랩 세이프 트랜잭션을 수동 실행하라는 얘기는 현실성이 떨어지는 터라, 실행옵션을 원래대로 돌려야겠다 싶었습니다.
안랩 세이프 트랜잭션 삭제
그렇게 지인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컴퓨터가 느려진 원인 중 하나가 인터넷 뱅킹 보안 프로그램인데, 아쉽게도 인터넷 뱅킹 실행시에만 이 보안 프로그램이 실행되는 자동 옵션은 없다, 그렇다고 인터넷 뱅킹을 쓸 때마다 매번 보안 프로그램을 미리 실행하는 것도 할 짓(?)이 아닌 것 같으니, 느려도 그냥 쓰는게 좋을 것 같다고 조언했습니다.
그렇게 이 프로그램에 대한 이런저런 얘기를 하는 도중, 홈택스나 타 인터넷 뱅킹 사용 중 가끔 키보드가 먹통이 되거나, 입력한 것과 전혀 다른 글자들이 입력되는 경우가 있다고 하는군요.
키보드 암호화 프로그램들이 실행되면서 이런 증상을 종종 경험했기에, 이 보안(?) 프로그램들이 원인일 수 있다고 했더니, 컴퓨터로 인터넷 뱅킹을 사용하지 않겠다면서, 문제의 프로그램을 삭제해 달라고 합니다.
덕분에 안랩 세이프 트랜잭션을 삭제하기 위해 윈도우 설정 - 앱 항목으로 들어갔습니다.
설치된 앱 중에서 Ahnlab Safe Transaction을 클릭한 뒤 [제거] 버튼을 차례로 클릭했습니다.
안랩 세이프 트랜잭션 제거 프로그램이 실행되고 [다음] 버튼을 클릭했는데
프로그램 제거를 위해 화면에 표시된 보안 문자를 입력하라고 하는군요.
자동으로 삭제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보안 절차라고 하지만, 굳이 프로그램 제거 메뉴까지 들어와 삭제를 하려는 데 이런 메시지를 띄우는 게 왠지 많이 불편합니다.
어쨌든 제거를 위한 보안 문자를 입력하고 제거를 완료했습니다.
지인은 어지간히 스트레스를 받았는지, 인터넷 뱅킹 대신 스마트폰 뱅킹을 사용하겠다고 합니다.
그리고 저는 호기심에 안랩 세이프 트랜잭션이 없는 상태에서도 인터넷 뱅킹 사용이 가능한지 확인해 봤습니다.
그 결과, 인증서 암호 입력과 같은 일부 단계에서 키보드를 사용할 수 없고, 화면에 뜨는 보안 키보드를 강제로 써야하지만 정상적인 사용은 가능했습니다.
국세청 홈택스 서비스의 경우, 로그인 단계에서 PC용 보안 프로그램 이용 여부를 사용자가 선택할 수 있도록 되어 있습니다.
물론 이 과정에서 방화벽이나 키보드 보안 프로그램을 설치하지 않을 경우, 공인인증서를 통한 로그인이 불가능하지만 대안으로 브라우저 인증서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인터넷 뱅킹, 혹은 쇼핑몰 몇 군데를 사용하려다 보면 컴퓨터에 십수 개가 넘는 보안(!) 프로그램들이 사용자의 컴퓨터를 누더기로 만들곤 했고, 최근에는 액티브X 대신 exe 파일 형태의 통합 플러그인으로 바뀌었지만 사용자에게 불편을 주는 본질은 바뀌지 않은 상황인 듯 싶습니다.
컴퓨터에 이런저런 군더더기들을 설치하기 싫어 인터넷 쇼핑을 할 때도 검색은 PC로, 결제는 스마트폰의 장바구니에서 진행하는 꼼수(?)를 사용하는데, 해외 쇼핑몰처럼 군더더기없는 논스톱 진행은 언제쯤 가능할지,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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