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년만의 커피나무 분갈이
2012년에 커피콩을 심어 싹을 틔우고 땡볕을 가려주고 금이야 옥이야 키웠던 여섯 그루의 커피나무는 이제 두 그루가 남았습니다.
정남향이던 동탄의 아파트에서는 낮시간 내내 햇볕이 잘 들어 커피나무의 생육이 참 좋았는데, 3년전 이사 온 천안의 아파트는 동남향이다보니 오전 몇 시간만 짧게 해가 들었다가 쏙 사라져 버립니다.
햇볕 비치는 시간이 절반 이하로 줄었고, 또 한 그루의 커피나무는 초겨울 베란다에서 냉해를 입어 시름시름한 상황에서 고양이 뚜기의 커피나무 흔들기 신공에 버티지 못하고 또 사라졌습니다.
이제 저희 집에 남은 커피나무는 두 그루, 이 녀석들은 어떻게든 튼튼한 모습을 지키기 위해 다시 관심을 쏟는 중입니다.
커피나무 분갈이를 한 지도 2~3년이 되었습니다.
한 그루는 2년차, 또 다른 한 그루는 3년차가 된터라 올 봄에는 분갈이(흙갈이)를 해주리라 마음 먹고 있던차에 코스트코에서 40리터 포장의 상토를 판매 중이었고, 1봉에 8990원에 덥썩 사왔습니다.
기존에 사용했던 상토와 크게 달라보이지 않는 제품이었지만, 분변토(지렁이 똥이 섞인 흙)가 다량 혼합되어 있다거나, 멸균 처리되었다는 등의 내용이 눈에 띕니다.
무엇보다도 코스트코에서는 텃밭, 화분 관련 용품들을 봄철에 한시적으로 판매하는터라, 이 상토 역시 유통기간이 짧은데 대한 신뢰감도 있었습니다.
커피나무 분갈이 흙 준비
처음에는 상토 40리터 2봉을 사왔다가, 아무래도 모자랄 것 같아 40리터 1봉을 더 사왔습니다.
거실 바닥에 캠핑용 방수포를 넓게 깔고 상토 봉투를 넓게 개봉했습니다.
상토는 그냥 사용해도 무방하지만, 저는 웃거름으로 사용하던 하이포넥스 고형 비료를 밑거름으로 섞어주었습니다.
하이포넥스 고형비료 설명서에는 흙 40리터에 비료 40g을 섞으라고 되어 있었는데, 저는 60g 정도 골고루 섞었습니다.
흙을 화분 깊이의 1/3 정도 채웠는데, 코스트코 화분이 워낙 크다보니 상토가 쑥쑥 줄어드는게 보입니다.
2017/05/09 - 코스트코 대형화분 사용 후기. 품질, 디자인, 가격이 만족스러운 대형 플라스틱 화분
도자기 화분에 굳은 커피나무 빼내기
이미 제 블로그 포스팅을 통해 대형 화분의 분갈이 과정을 여러 번 살펴본 바 있지만, 오랫만의 분갈이인 만큼 또 한 번 그 과정을 살펴보겠습니다.
이 도자기 화분은 분갈이 한 지 2년 6개월 정도 되었고, 전반적으로 흙이 굳어진 상태입니다.
분갈이는 화분의 흙이 충분히 건조된 상태에서 진행하는게 좋습니다.
물을 많이 머금은 상태의 흙은 무거워져서 화분에서 빼내는 과정에서 뿌리가 찢어지는 등의 상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커피나무에 1주일 간격으로 물을 주곤 했는데, 이번에는 거의 열흘 정도 물을 주지 않은 상태에서 분갈이를 시작했습니다.
제 분갈이의 시작은 화분 주변을 손바닥으로 탕탕 쳐서 화분과 흙을 분리하는 것 부터 시작합니다.
물론 오랫동안 딱딱하게 자리잡은 화분 흙이 단번에 화분에서 분리될 리는 없고, 화분 주변을 돌려가며 고르게 힘주어 쳐내야 합니다.
커피나무 가지가 옆으로 많이 뻗은 상태라 스툴 위에 화분을 올려 눕힌 상태에서 계속 손바닥으로 쳐내며 조금씩 화분과 커피나무를 분리합니다.
물론 대부분의 도자기 화분들은 화분과 흙이 쉽게 분리되지 않습니다.
화분 주변을 손바닥으로 퉁퉁 치기도 하고, 위쪽으로 손을 넣어 조금씩 흙을 긁어내다보면
드디어 화분에서 커피나무가 분리됩니다.
짐작했던대로 커피나무의 잔뿌리는 2년 반동안 화분을 꽉 채우며 자랐습니다.
이전 분갈이 당시 화분의 빈 공간이 꽤 넉넉했는데, 이제는 잔뿌리가 꽉 차있었고, 아래쪽에는 화분 구멍을 막는 플라스틱을 붙잡고 있습니다.
제 커피나무 분갈이의 목적은 2년 반동안 양분을 커피나무에 제공하고 푸석해진 흙을 갈아주는데 있습니다.
하지만 커피나무의 잔뿌리가 워낙 촘촘해서 안쪽의 흙까지 빼내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일단 되는대로, 잔뿌리 옆 부분을 툭툭 치면서 흙을 털어냅니다.
그리고 잔뿌리 아래쪽도 손으로 툭툭 쳐 기존 흙을 적당히 떨궈냅니다.
잔뿌리 옆부분 보다는 잔뿌리 아래쪽에서 털어내는 흙의 양이 훨씬 많습니다.
이제 적당히 흙을 털어낸 커피나무를 새 화분에 자리잡아 봅니다.
화분에 1/3 정도 흙을 깔아두었지만 잔뿌리 흙이 불규칙하게 제거된 상태이므로 뿌리의 빈 공간에 맞춰 새 흙을 쌓아줍니다.
그렇게 커피나무를 새 화분에 올려 놓은 상태로, 주변의 빈 공간에 흙을 채워 줍니다.
물론 이때도 흙을 털어내 빈 공간은 더 꼼꼼하게 채워주어야 합니다.
아울러 이 단계에서 나무가 화분의 중심에 자리잡았는지, 나무가 기울어지지 않았는지 꼼꼼히 살피며 흙을 채워주어야 합니다.
저는 흙을 조금 채운 상태에서 몇 걸음 떨어져 중심과 수직을 살핀 뒤 기울어진 방향에 흙을 더 채워주면서 수평을 잡았습니다.
그렇게 수평이 잡혔다면, 상토를 봉지째 부어 흙을 채웁니다.
분갈이에서 또 하나의 중요한 작업이라면, 흙을 채운 뒤 화분 주변을 쳐서 화분 속 빈 공간에 흙이 채워지도록 하는 것입니다.
커피나무와 같이 잔뿌리가 많은 식물의 경우 이 단계에서 흙이 쑥쑥 꺼져 들어가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화분 주변을 쳐서 흙을 채우는 작업은, 흙이 더 이상 꺼지지 않는다 싶을 때까지 꼼꼼하게 진행합니다.
또 다른 커피나무와 킹벤자민 분갈이
그렇게 한 그루의 커피나무 분갈이를 완료한 뒤, 또 다른 커피나무의 분갈이를 진행했습니다.
이 커피나무는 1년 6개월 전 분갈이를 한 녀석으로, 흙을 바꾸기는 좀 이르다 싶기도 하지만 한꺼번에 진행했습니다.
역시 플라스틱 화분에 분갈이한 덕분에 앞서 도자기 화분보다 훨씬 쉽게 분리가 되었는데
다만 도자기 화분의 커피나무보다 잔뿌리의 발육 상태나 뭉친 정도가 훨씬 약했습니다.
아마도 지난 번 분갈이에서 흙이 좀 부족하여 조금 적게 덮어준 영향이 있는 듯 싶습니다.
이렇게 후루룩 쏟아지는 경우, 잔뿌리가 한꺼번에 찢겨 나갈 수도 있어 흙을 밖으로 조금씩 퍼내면서 화분에서 빼냈고, 앞서와 같은 방법으로 새로운 흙으로 채워주었습니다.
그리고 킹벤자민 화분도 2년 6개월만에 분갈이를 했습니다.
2년 6개월 동안 겉흙이 많이 푸석하고 킹벤자민의 발육도 썩 좋은 것은 아니라, 새로운 기분으로 흙을 바꿔주기로 했습니다.
킹벤자민 화분도 플라스틱이라 흙과 화분의 분리는 매우 쉬웠습니다.
다만 킹벤자민은 3~4주만에 한 번 물을 주었고 덕분에 겉흙은 바싹 말라 있었는데 화분에서 들어내고 보니 아래쪽 흙은 촉촉한 상태였습니다.
그리고 킹벤자민은 커피나무와 달리 잔뿌리가 거의 없고 줄기같은 느낌입니다.
저희와 함께 지낸지 10년째 되는 녀석이다보니 뿌리의 길이도 상당합니다.
커피나무 분갈이와 같은 방법으로 흙을 1/3정도 채우고 킹벤자민을 화분에 넣은 뒤 흙을 채워주었습니다.
역시 뿌리 사이사이에 흙이 스며들도록 화분 둘레를 쳐주는 것은 물론, 위쪽 흙을 쇠젓가락으로 슬쩍슬쩍 찔러 뿌리속 빈 공간에 흙이 채워지도록 했습니다.
이렇게 2시간 정도 걸려 커피나무 2그루와 킹벤자민의 분갈이를 완료했습니다.
대형 화분 3개는 상토 40리터 3봉지가 거의 딱 맞아 떨어지는군요.
대부분의 상토는 습기를 충분히 머금고 있는터라, 물은 분갈이 후 1주일 정도 지나 주기로 했고 봄이 오기 전에 분갈이를 완료하겠다는 목표를 완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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