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수욕을 즐긴 뒤 먹었던 보말칼국수
제주도 휴가 이틀 째, 아침일찍부터 논짓물 해변에서 수영을 즐긴 뒤 출출한 배를 채우기 위해 중문 수두리 보말칼국수로 향했습니다.
사실 저는 그리 배가 고프지 않았지만, 마눌님께서는 민물과 바닷물을 오가며 수영을 한참 즐긴데다 오후에는 또 다시 표선 해수욕장에서 해수욕을 즐기겠다며 수영에 강한 의지를 보였기에, 뭐라도 든든히 먹어야 할 타이밍이었습니다.
'수두리 보말칼국수'라는 낯선 이름의 가게 역시 마눌님께서 검색해서 찾아왔는데, 제주도에서 꽤 유명한 맛집이라는 것을 증명하듯 가게 앞에 사람들이 줄을 서 있었습니다.
가게 앞까지 10여명 남짓한 인원이 줄을 섰다가 식사를 마친 손님이 나오면 들어가는 식으로, 저희 차례가 거의 가까와서야 사진 한 장 남길 수 있었네요.
중문 수두리 보말칼국수는 중문동 사거리 근처, 천제연로 길가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제주도의 대부분이 그러하듯 이 곳 역시 차량이 다니는 길에 차를 세우면 주차단속 차량의 카메라에 찍히게 됩니다.
저희는 수두리 보말칼국수에서 직선 거리로 약 100m 정도 떨어진 길 건너편, 중문 농협주차장에 차를 대고 다시 걸어올라왔는데, 가게 앞에서 순서를 기다리는 동안 주차단속 차량이 3~4번이나 지나갈 정도로 주차단속이 심하니 특히 주의할 것을 권합니다.
다시 수두리 보말칼국수 가게 앞으로 돌아와, 가게 앞에 붙은 대기순번에 전화번호 뒷자리와 인원수를 적었습니다.
가게 앞에서 순서를 기다리는 사람이 10여명 가량 되었는데, 다행히 회전이 빠른 덕분인지 15분 남짓 기다려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수두리 보말칼국수는 8시에 문을 열고 오후 4시면 문을 닫는다고 하며 첫째 셋째 수요일이 휴무라고 합니다.
가게안에는 테이블이 8개 정도 있었고, 대부분 톳보말칼국수와 보말죽을 주문해 먹는 분위기였습니다.
톳보말칼국수가 9천원, 보말죽이 9천원이네요.
흔한 칼국수와 죽 기준으로 생각하면 좀 비싼 것 같고, 제주도에서만 먹을 수 있는 음식이라 생각하면 적당한 듯한 가격입니다.
담백한 톳보말칼국수와 보말죽
주문한지 얼마되지 않아 녹색의 비주얼이 인상적인 톳보말칼국수와 보말죽이 나왔습니다.
톳을 넣어 반죽했다는, 메밀면 보다 좀 옅은 색의 면과 녹색빛을 띤 육수는 색깔에서 오는 강렬한 인상과 달리 순한 참기름향이 도는군요.
국물 맛을 보고 빻은 청양고추를 넣으라는 주인장의 권고에 따라 국물을 살짝 떠먹어보니, 역시 담백하면서 참기름 향이 감도는 순한 맛입니다.
저는 매콤한게 좋아 청양고추를 듬뿍 넣었고, 손칼국수 스타일의 면발은 꼬들한데 담백한 국물맛과 잘 어울려 후루룩 넘어갑니다.
칼국수 양이 살짝 적다 싶어 아쉬운 마음에 그릇 바닥을 훓어보니 보말이 건져올라오는군요.
특별한 맛은 없었지만 쫄깃하게 씹히는 식감이 괜찮았습니다.
그릇 바닥의 보말까지 긁어먹고 여전히 좀 아쉽다 싶었는데, 보리밥이 무료로 제공된다고 하여 한 그릇 받아 칼국수국물에 말아 먹었습니다.
보말죽 역시 톳보말칼국수 보다 좀 더 걸쭉하지만 담백한 맛은 비슷했습니다.
뭔가 걸리는 것 없이 술술 잘 넘어가면서 속에 부담되지 않고 편안한 느낌이다 싶은데, 마눌님께서 '왠지 건강해질 것 같은 맛'으로 정리해주시는군요.
개인적으로는 톳보말칼국수나 보말죽의 참기름이 너무 강해 바다맛/향을 가리는게 아쉬웠습니다.
참기름을 미리 뿌리지 말고, 먹는 사람이 알아서 첨가해 먹을 수 있었더라면 좋겠네요.
어쨌든 톳보말칼국수에 보리밥까지 말아 싹 비웠고, 마눌님의 보말죽까지 좀 뺏어 먹었습니다.
전반적으로 담백한 맛이라 반찬으로 나온 새콤한 무채무침이나 양파, 김치가 썩 잘 어울렸습니다.
중문 수두리 보말칼국수의 아침 오픈이 8시인데, 먹어보니 아침 빈 속을 채우는 음식으로 잘 어울린다 싶었습니다.
손에 가려진 전화번호는 064-739-1070
다만 개인적으로는 줄 선 모습을 보고 기대했던 것에 비해서는 좀 평범하단 생각도 들었습니다.
반면 마눌님께서는 무척 만족했다는 반응이었는데요, 전날 과음을 하여 속이 아프거나 할 때 한 번씩 먹었으면 좋겠다 싶은 음식이었습니다.
직접 돈 내고 사먹은 뒤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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