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세화국수동네 고기국수와 비빔국수. 3달 만의 제주도 여행에서 맛본 음식

앞당긴 결혼기념일 제주여행

해마다 4월 결혼기념일 즈음하여 여행을 다녀왔는데, 올 4월에는 여러가지 일이 겹쳐 여행일정을 잡기 어려워졌고, 덕분에 한 달 남짓 앞당겨 제주도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이번 결혼기념일 여행은 벚꽃이 활짝 피는 늦봄쯤 다녀오리라 생각했는데, 또 다시 살짝 이른 봄에 다녀오게 되었네요.

 

제주도는 이미 몇 번 다녀온데다, 새해일출 여행도 다녀온 곳이지만 푸른 바다와 푸른 하늘, 세찬 바람과 까만 돌들이 제주도만의 운치를 느낄 수있었던 여행이었습니다.

 

첫째날 늦은 오후 제주도에 도착해 가벼운 산책 겸 산행(?)을 즐겼고 둘째날은 마눌님께서 꼼꼼하게 짜놓은 일정에 따라 이른 아침부터 함덕해변 산책을 즐겼습니다.

함덕해변함덕해변에서 맞은 이틑날 아침

제주도 둘째날은 김녕에서 오전 시간을 보냈고, 성산 일출봉으로 이동하는 도중 배가 고파 마눌님께 '먹을만한, 맛난 것'이 뭐가 있는지 검색해 볼 것을 부탁했습니다.

 

이동하는 차 안에서 마눌님은 뚝딱뚝딱 검색을 했고, 마침 자동차로 이동하는 길에 있던 '세화국수동네'라는 국수집을 찾아냈습니다.

제주도 세화국수동네

2016년 1월 제주 여행 당시 가시아방의 돔베국수는 꽤 괜찮은 맛이었는데, 세화국수동네 역시 고기국수와 비빔국수 등의 메뉴가 올라와 있더군요.

 

세화국수동네는 한가한 분위기의 골목에 자리잡고 있었고, 가게쪽 도로에는 차를 댈만한 곳이 보이지 않아 차를 몰고 조금 더 올라가 봤습니다.

제주도 세화리

 

세화국수동네에서 200~300m 정도 떨어진 곳에 무료 공영주차장이 눈에 띄었고, 주차장 구석에 딱 한 자리가 남아 있어 차를 대고 다시 세화국수동네로 걸어왔습니다.

제주도 세화리 세화국수동네

 

오전 11시가 좀 넘은, 비교적 이른 시간에 걸었던 거리는 무척이나 한적하고 조용한 동네였습니다.

겉보기와 달리 아기자기한 세화국수동네

세화국수동네의 문이 닫혀 있었기에 아직 영업시간이 아닌가? 싶어 살짝 들여다보니 안쪽에 불이켜져 있더군요.

문을 열고 들어가보니 할머니 한 분이 뭔가 부지런히 정리 중이었고, 국수를 먹으러 왔다고 말씀드린 후 자리에 앉았습니다.

 

문이 닫혀 있던 가게 겉에서 보던 것과 달리, 가게 안쪽은 꽤 아기자기하게 꾸며져 있었으며 조리실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분위기는 왠지 이자까야 같은 느낌도 들었습니다.

세화국수동네아드님이 꾸며주셨다는 멋진 인테리어

 

세화국수동네의 메뉴 중에는 과메기와 가오리무침, 돼지와 홍어 등 술과 어울릴법한 메뉴도 많았는데, 저희는 고기국수와 비빔국수를 주문했습니다.

세화국수동네 메뉴

 

세화국수동네는 주인장 할머니 혼자 운영하고 계신 듯 보였고, 국수 두 그릇을 주문하자마자 곧바로 부엌 안쪽에서 조리를 시작했습니다.

세화국수동네 부엌

처음 세화국수동네 문을 열고 들어섰을 때는, 주인장 할머니의 인상이 꽤 날카롭게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몇 마디 얘기를 주고받다보니, 할머니의 귀가 잘 들리지 않아 그런 것이란 걸 알 수 있었는데요, 가게 곳곳에 '할머니 귀가 많이 어두우시니 양해 해달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습니다.

세화국수동네

저는 부엌을 등지고 앉아 있다보니 안쪽에서 조리하시는 모습을 제대로 못봤는데, 맞은편에 앉아있던 마눌님께서는 할머니께서 국수를 삶고, 육수솥에서 육수를 옮겨 담아 야채와 양념을 준비하는 모습을 무척 색다르게 지켜볼 수 있다고 하는군요.

무겁지 않은 육수의 고기국수

주문받자마자 소면을 삶고 준비해 둔 육수를 냄비에 옮긴 뒤 양파와 돔베고기를 넣어 끓이고, 파와 고추가루, 후추와 깨를 얹은 고기국수가 도착했습니다.

세화국수동네 고기국수

 

양은 그릇에 담긴 국수를 먹어보는게 정말 오랫만입니다ㅎㅎ

양은 그릇은 보기보다 무척 뜨거웠는데, 뜨거운 물에 삶고 찬물에 헹군 면을 다시 뜨거운 육수에 토렴하는게 인상적이었다는, 마눌님의 귀뜸이 있었습니다.

세화국수동네 고기국수

 

2016년 1월에 먹었던 가시아방의 고기국수는 두꺼운 면발에 뽀얀 돼지뼈 육수였던 반면, 이 곳 세화국수마을의 고기국수는 맑은 국물에 기름기가 동동 떠 있어, 왠지 잔치국수의 느낌이 강합니다. 

세화국수동네 고기국수

 

면과 양념을 잘 섞은 뒤 국수와 숙주를 한 젓가락 크게 떠서 먹어봤는데, 소면과 맑은 국물의 느낌은 '라멘'이 떠올랐던 기존의 고기국수와는 확실히 다릅니다.

세화국수동네 고기국수

 

얇지만 큼직하게 저며져 넉넉히 담긴 돔베고기와 함께 국수를 후루룩 흡입했습니다.

세화국수동네 고기국수

국물은 맑고 깔끔했지만, 좀 짜고 후추향이 강해서 나중에는 정수기에서 뜨거운 물을 받아다 슬쩍 섞어 먹었습니다ㅎㅎ

 

마눌님이 시킨 비빔국수는 역시 소면에 여러가지 야채와 삶은 계란이 얹혀 나왔습니다.

세화국수동네 비빔국수

 

양념이 되어 있지 않은 상태로 나와서 테이블위에 있는 양념을 각자 식성에 맞게 비벼먹는 방식입니다.

세화국수동네 비빔국수

 

늦은 아침겸 점심이라 무척 배가 고팠고, 저는 무료 추가되는 소면 사리까지 추가하여 깨끗이 비웠습니다.

고기국수의 간이 살짝 세다보니 김치에는 손을 안댔지만 새콤달콤한 양파절임과 함께 맛있게 한 그릇 비웠습니다.

세화국수동네 비빔국수

한 그릇에 5000원씩 내고 먹은 세화국수마을의 고기국수와 비빔국수는 '맛집'이라 할 만큼 특별하거나 화려한 맛보다는, 집에서 맛볼 수 있는 느낌의 소박한 느낌입니다.

 

혹시라도 라멘 스타일의 진한 돼지뼈 육수맛의 돔베고기 국수를 기대하는 분은 세화국수마을보다는 가시아방 등의 국수집을 먼저 찾아볼 것을 권하고 싶습니다.

 

세화국수마을의 국수맛에 대한 평가는 고기국수 별4개, 비빔국수 별3개반 정도(5개 만점), 아주 특별한 맛은 아니지만 주문과 함께 부엌에서 조리하시는 주인장 할머니의 푸근함이 먹는 내내 편안한 느낌이었습니다.

 

본 리뷰는 블로거라 티내지 않고,
직접 돈 내고 사먹은 뒤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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