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연시, 두 번째 제주도 여행
2016년 아침을 제주도 여행과 함께 시작했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1년이 훌쩍 지났고, 저희는 2017년 새해도 제주도에서 맞이했습니다.
지난 해 성산일출봉의 소원 엽서에 내년에는 부모님과 함께 왔으면 좋겠다던 마눌님의 소원대로 이번에는 장인, 장모님과 이모님까지 5명이 함께 제주도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제주도 일출 여행을 다녀오기로 결정한 두어달 전부터 마눌님은 제주도에서의 일정을 짜기에 여념이 없었고, 12월에 접어들어서는 매일 저녁 여행지와 숙소를 고심하며 여행 계획을 짜더군요.
그렇게 손꼽아(?) 기다리던 12월 30일이 되었고, 제주도로 향하는 비행기를 탑승했습니다.
지난해 제주도 여행 보름 전에 렌터카 예약을 알아봤다가, 연말연시 보름전에는 원하는 차종을 고를 수 없다는 경험을 했기에 올해는 한 달 전에 렌터카 검색을 하고 수월하게 예약을 마쳤습니다.
여행 인원이 5명, 덕분에 그간 몰아보고 싶었던 SM6를 렌트했는데 보기 드문 빨간색 SM6가 준비되어 있었습니다.
마눌님이 예약한 숙소는 오픈한지 몇 달 안되었다는 블루앤씨 펜션입니다.
맑고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서 있는 더 파란 펜션 건물, 그리고 펜션 근처에서 쉴새없이 돌고 있는 거대한 풍력발전기가 인상적인 곳이었습니다.
마눌님이 신경써서 검색하고 예약했다는 30평짜리 펜션인데, 그동안 많은 펜션을 다녀봤지만 엄지손가락을 두 번쯤 세워줘도 부족함이 없을 정도로 넓고 깨끗한 시설이었습니다.
특히 저희가 머물렀던 방은 따뜻한 볕이 잘 드는 남향이라, 테이블에 앉아 커피 한 잔 마시며 창밖으로 보이는 파란하늘과 풍력발전기를 구경하는 것만으로 시간이 잘 가더군요.
마눌님과 단 둘이 왔다면 전망좋은 펜션에서 늦은 오후 볕을 쬐며 여유를 즐겼겠지만, 부모님들을 모시고 이른 저녁 식사를 즐기며 제주도 여행 첫 날을 마무리했습니다.
제주도 여행 둘째 날이자 2016년의 마지막 날은 산굼부리를 다녀오는 것으로 일과를 시작했습니다.
산굼부리를 뒤덮고 있는 넓은 억새밭과 멀리 보이는 한라산, 그리고 탁트인 파란 하늘에서 제주도 특유의 풍광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검은 흙이 뒤덮인 산굼부리 화구보다는 넓게 펼쳐진 억새밭이 더 인상적인 곳이었습니다.
2016년의 마지막 일몰을 구경하러 포인트(?)로 이동하던 중 예상보다 해가 빨리지는 상황이 발생했고, 급한대로 한적한 해안도로에 차를 세우고 지는 해를 구경했습니다.
사진을 찍으려 보니 유난히 전봇대가 많은 게 눈에 띄었지만, 이렇게 줄줄이 이어진 전봇대를 눈여겨 본 것도 참 오랫만이다 싶은 생각으로 사진에 담았습니다.
짧은 일몰을 구경하고, 다시 식당으로 이동해 흑돼지 삼겹살로 2016년 마지막 날 저녁을 즐겼습니다.
저녁 식사를 마친 뒤, 숙소로 돌아와 잠시 쉬다가 성산일출봉으로 향했습니다.
바로 2016년 제주도 여행의 하이라이트인 성산일출축제를 즐기기 위함이었는데요, 성산일출봉으로 들어서는 길은 지난 해보다 더 밀렸고 결국 새해 카운트다운 몇 초를 남기고 아슬아슬하게 행사장에 도착했습니다.
도착하자마자 캠프파이어와 불꽃놀이가 시작되었고, 덕분에 올해도 새해를 여는 불꽃놀이는 스마트폰으로 촬영했습니다.
8~9분 남짓 화려한 불꽃놀이가 끝나고 희망찬 2017년을 기원하는 강강수월래가 우렁차게 퍼져나갑니다.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성산일출봉의 12월31일은 겨울이라고 믿기지 않을 정도의 '포근한 날씨'였습니다.
덕분에 한층 가벼운 몸과 마음으로 타들어가는 장작불을 구경했습니다.
성산일출축제에서 2017년 새해를 맞이하고 숙소에서 짧게 눈을 붙인 뒤, 2017년의 첫 일출을 구경하기 위해 지난해 찾았던 광치기 해변을 다시 찾았습니다.
올해는 전국에서 맑은 하늘에 해돋이를 볼 수 있을꺼라던 일기예보가 야속하게도, 수평선 너머에는 구름이 짙게 깔려 있었습니다.
시간이 조금 지나면서 높은 하늘의 구름은 걷혔지만, 수평선 너머의 구름은 여전히 짙은 벽을 치고 있었습니다.
그러거나 말거나, 사람들은 각자 소원을 적은 풍등을 띄워 하늘에 속속 날렸고
수평선과 맞닿은 오메가 일출은 올해도 만날 수 없었지만, 어쨌든 구름너머 빼꼼히 보이는 새해 첫 해는 반가웠습니다.
구름 위로 해가 솟아올랐고, 어제밤 불꽃놀이때 보다는 짧았지만 그래도 희망찬 새해를 기원하는 사람들의 함성이 해안을 울렸습니다.
구름위로 머리를 내밀 때까지는 조바심 날 정도로 빼꼼히 보이던 해가 일단 구름을 벗어나자 하늘로 휙휙 날아오르더군요.
2016년 첫 아침식사는 맛나식당에서 갈치조림과 고등어조림을 먹었지만, 2017년 첫 아침식사는 장모님이 끓인 진한 떡국이었습니다.
저희는 1월1일에 다시 돌아오는 일정이었지만, 부모님들은 절물자연휴양림 숲속의집에 하루 더 계시도록 예약을 해두었습니다.
공항으로 가기 전 잠시 들러본 절물자연휴양림은, 예약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라는 말을 실감할 수 있을 정도로 울창하면서도 깔끔한 숲길이 인상적인 곳이었습니다.
절물자연휴양림에서 잠시 산책을 즐기고 제주공항에 거의 도착하기 직전, 이번 제주 여행이 끝나가는 아쉬움에 급선회하여 찾아본 용두암입니다.
분명 제 기억 속에는 해변가에서 바라보는 낮은 뷰의 용두암 그림이 남아 있는데, 실제로는 높은 곳에서 멀찍이 내려다보는 그림이라 잠시 갸우뚱하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2박3일의 새해맞이 제주도 여행은 훌쩍 지나갔습니다.
역시나 너무 빨리 끝난 여행의 아쉬움과 더불어 2년 연속 제주도에서 새해를 맞다보니 벌써 1년이 흘렀다 하는 아쉬움이 함께 한 여행이었는데요, 탁 트인 하늘과 바다를 눈에, 가슴에 담고 왔으니 2017년 한해도 더 힘차게 뛰어볼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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