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판은 멀끔한 편백나무 가구
지난 해 5월, 천안으로 이사오면서 그동안 사용하던 장롱을 버리고 마석가구단지에서 새 가구를 구입했습니다.
마눌님께서는 소위 '메이커'라 불리는 깔끔한 브랜드 가구를 구입하길 원했지만, 목공 DIY를 시작하면서 MDF와 PB, 집성목 등 재료의 차이를 알게되면서 기성품에 비해 비싼 편백나무 가구를 구입했습니다.
2016/04/20 - 오랫만에 마석가구단지 방문, 저렴한 메이커 가구 물리치고 원목가구 구입하다
마석가구단지의 모 원목가구전문점에서 구입한 10자짜리 편백나무 가구는 겉모습은 참 멋드러진 제품이었습니다.
집들이에 오셨던 부모님부터 그동안 저희 집에 방문한 친구들도 옷방을 차지하고 있는 편백나무 가구를 보면 멋지다며 감탄사를 내곤 했습니다.
그리고 얼마 전, 지인으로부터 저희 집 편백나무 장롱을 마석가구단지 어디서 샀는지 알려달라는 전화를 받았습니다.
저는 질문을 듣는 즉시 브랜드 가구를 권했고, 마석가구단지의 편백나무 가구를 비추천했습니다.
집에 들어온 날, 편백나무 장롱 안팎의 나무가루
편백나무 장롱이 집에 들어오던 날 오전, 마침 제 원목 책상의 재료들도 화물로 도착했습니다.
제 원목책상은 인터넷 목공소에서 재단된 조립 전 재료들이다보니, 표면에서 나무가루가 좀 묻어 나왔습니다.
편백나무 장롱 역시 별도의 칠을 하지 않은 나무였기에, 어느정도 나무가루가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물을 꽉 짠 수건으로 나무표면을 쓱 문질러 봤습니다.
그랬더니 장롱 안팎에서 어마어마한 양의 나무가루가 묻어나왔습니다.
이불이나 옷을 거는 장롱 위쪽 부분은 물론이었고, 서랍 안쪽에서는 그야말로 나무가루가 뭉텅이째 묻어나왔습니다.
상황이 이렇게 되고 보니, 편백나무 장롱을 방에 배치하기 전에 장롱 겉면을 물걸레를 이용해 급히 닦아야 했습니다.
마석가구단지의 원목가구점에서 직접 배달을 나온 직원은, 물걸레를 들고 급히 장롱 겉면을 닦는 저를 괜히 유난이라는 표정으로 바라봤습니다.
하지만 장롱을 방에다 배치해버리면 벽에 붙는 옆면, 뒷면은 이제 손 댈 수 없다는 것을 알기에 아랑곳 없이 닦아냈습니다.
그렇게 편백나무 장롱 안팎을 나름 꼼꼼히 닦았고, 특히 장롱 안쪽은 직원이 떠난 뒤에도 다시 한 번 꼼꼼히 닦았습니다.
나무가루를 꼼꼼히 닦았다고 생각하고 서랍에 옷을 넣었는데, 며칠 뒤 서랍을 열자 맨 위쪽에 넣었던 옷에 나무가루가 묻어나오더군요.
편백나무 장롱을 만든 뒤, 공장에서 에어브러시라도 한 번 불어주었더라면 이 정도로 나무가루가 쏟아져 나오지는 않을텐데 하는 생각과 함께, 한 번 배치해버리고 나면 닦을 수도 없는 가구인만큼 나무가루정도는 대충이라도 털고 배달해 주어야 하는게 아닌가 싶더군요.
편백나무 장롱을 구입한 마석가구단지 원목가구점에 전화를 걸어 항의했더니, 배달 당일에 비가와서 비닐포장을 두 번씩 꼼꼼하게 했다는 둥 엉뚱한 소리만 하다가, 결국 마지못해 '미안합니다'라는 대답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볼 수록 보이는, 성의 없는 가구 상태
그렇게 편백나무 장롱의 나무가루 사태(?)가 잊혀질 즈음, 장롱문을 열었다가 갤러리 문짝 안쪽에서 타카자국들을 발견했습니다.
타카는 손쉽게 나무를 결합할 수 있는 재료이긴 하지만, 타카를 쏜 자국이 남게 되므로 최대한 눈에 띄지 않는 자리에 쏘는 것이 일반적인데 장롱문을 열면 타카 자국들이 숭숭 뚫려 있습니다.
그리고 서랍을 열어 꺼내보니 안쪽에는 어마어마한 수의 타카자국들이 보였습니다.
25만원 짜리 원목책상에 포함된 서랍도 이렇게 짜맞춤 식으로 제작되는데, 200만원이 넘는 장롱 서랍, 더 무거운 것들을 담아야하는 장롱 서랍의 조립 상태가 이 모양이었습니다.
뭐 장롱 서랍을 장롱에서 완전히 빼기 전에는 보이지 않는, 서랍 뒤쪽은 재단 중 깨진 부분을 목공 퍼티를 대충 발라 때워놨더군요.
취미로 목공을 즐기는 저도 목공퍼티를 바르거나 목심을 채운 뒤에는 사포질을 통해 단차를 최소한으로 줄이곤 하는데, 나사 자리에 목심을 대충 잘라 끼워 놓은 자국도 보였고
갤러리 문 중 한 곳에서만 타카 자국이 보이질 않아 뭐지? 싶었는데, 타카로 갤러리 문 고정하는 것을 잊어버린 것이더군요ㅎㅎ
어이가 없다기 보다, 타카자국을 내지 않고 내가 직접 고정할 수 있게 되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메이커 가구가 아닌, 원목가구를 주문 제작한 이유는 좀 비싸도 더 좋은 재료, 더 정성들인 가구를 들여놓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멀리 마석가구단지까지 가서 원목가구 전문점에 진열된 가구들을 살펴보면서 100점은 아니라도 95점, 98점 쯤 되는 좋은 가구를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겠구나
싶었는데, 대충대충 만든 흔적이 곳곳에 보여 후하게 줘도 75점을 줄까 싶습니다.
업체에 전화를 할까말까 망설이다가, 전화를 했더니 업체 사장은 '좋은 재료 쓴 원목가구를 싼 값에 사갔으면서, 시간이 한참 지나서는 엉뚱한 소리를 한다'며 펄쩍 뛰더군요ㅎㅎ
이제는 편백나무 장롱을 구입한지 시간이 꽤 지나 분노가 가라앉았고, 타카자국 등 거슬리는 부분은 제가 직접 보수 작업을 하며 어지간히 정이 들었고, 마눌님께서는 이런 세세한(?) 사항들은 모른 채 만족하며 사용중입니다.
하지만 지인이 마석가구단지에서 원목가구를 구입할 생각을 하고 있기에 잊고 있었던 씁슬한 기억이 떠올랐고, 브랜드 기성품 가구를 구입할 것을 신신당부했습니다.
이사오면서 구입한 이케아 가구나 두닷 소파 등은 참 만족하고 사용중인데, 가장 큰 덩어리(?)였던 편백나무 장롱에서 헛다리를 짚었고, '고집부리지 말고 아내 말을 잘 듣자'는 교훈을 다시 한 번 얻을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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