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만에 마석가구단지 방문, 저렴한 메이커 가구 물리치고 원목가구 구입하다

6년만에 찾은 마석가구공단

며칠 전 TV를 보다가 홈쇼핑 채널에서 판매하는 슬라이딩 붙박이장을 하나 구입했습니다.

 

5월 이사갈 집에 새 장롱을 들일 예정이었고 적당한 가격에 쓸만한 가구를 살펴보고 있던 중, 홈쇼핑 특유의 가격 조건이 꽤 괜찮은 슬라이딩 붙박이장을 발견하고 바로 주문한 것이었습니다.

 

대기업 제품인데다 가격도 저렴했고 사은품도 준다니 조건이 좋다 싶었지만 실물을 못보고 구입하는게 좀 찜찜했던 터라 다음 날 마눌님과 함께 마석가구공단로 출발했습니다.

 

소파나 TV 장 등의 다른 가구들도 살펴볼 겸 다른 업체의 장롱들도 살펴보기 위해서였는데요, 덕분에 홈쇼핑 호스트가 방송에서 강조했던, 일단 주문해 놓고 다른 제품들과 비교해보고 설치를 결정해도 된다는 말을 몸소 실천하게 되었네요.

마석가구공단

마석가구공단는 결혼 전 침대와 화장대 등의 가구를 구입하기 위해 찾았고 6년만에 다시 왔는데, 얼핏 봐서는 그때와 거의 달라진게 없는 듯 보입니다ㅎㅎ

 

마눌님께서는 리바트, 한샘, 보루네오 등 익히 알려진 가구업체 몇 군데만 둘러보기로 계획을 세웠습니다.

이미 홈쇼핑에서 슬라이딩 붙박이장을 가주문한 상태였지만, 실제 슬라이딩 붙박이 장들을 보니 디자인이나 마감이 딱히 맘에 들지 않는지, 일반 장롱들 위주로 살펴보더군요.

마석가구공단 장롱

 

마눌님은 특히 갤러리장들을 눈여겨 살펴보더군요.

갤러리장은 장롱 문의 제작 공정이 일반 문에 비해 복잡하고 손이 많이 가는 만큼, 일반 문이 달린 장롱에 비해 가격이 꽤 비싼 편이었습니다.

마석가구공단 갤러리장

 

몇 군데의 가구점들을 돌아다니면서 맘에 드는 장롱 몇 가지를 점찍어두었고 사진으로 남겨두었는데, 여러 군데의 가구점을 부지런히 돌아다녀야 하는 만큼, 어떤 가구점에서 찍은 사진인지 쉽게 알 수 있도록 제품 라벨도 크게 찍어두었습니다.

에몬스가구

 

장롱을 구입하는데 있어 주인공(?)은 마눌님이었기에 저는 뒤에 따라다니면서 약간의 의견을 제시하는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이사 후 제가 사용할 두어가지 가구들을 직접 만들 계획이고, 특히 책상들의 디자인을 열심히 살펴봤습니다.

파이프 테이블

 

A자형 다리를 두 개 달아 놓은 책상은 꽤 튼튼하면서도 색다른 디자인이다 싶었는데, 마눌님은 실용적이지 않아보인다고 하는군요.

A자 다리 테이블

 

무엇보다 넓직한 크기의 책상을 눈여겨 보고 있던터라, 꽤 마음에 들었던 디자인입니다.

마석가구공단 책상

 

집성목으로 만든 책상은 너비가 좀 아쉬웠지만 끝쪽 칸막이가 달려 있어 꽤 안정감있어 보였습니다.

집성목 책상

 

이케아에서 봤던 것과 비슷한 형태의 TV장 겸 수납장  역시 눈길이 가는 디자인이었습니다.

한샘 거실장

넓은 마석가구공단, 돌아볼 때 주의할 점

마석가구공단는 엄청나게 넓은데다 많은 가구업체들이 밀집해 있어 방문할 가구 메이커 몇 군데를 미리 점찍고 동선을 미리 정한 뒤 돌아보는 것이 좋습니다.

저희는 6~7군데 남짓한 업체를 정하고 돌아보는데도 4시간이 넘게 걸렸는데요, 그나마 차도 없이 걸어다녔던 6년 전보다는 훨씬 시간을 단축하여 돌아볼 수 있었습니다.

마석가구공단 종합안내도

 

마석가구공단안의 주요 도로는 아스팔트 포장이 되어 있지만 도로 상태가 썩 좋은 편이 아닙니다.

평지와 경사로, 과속방지턱이 반복적으로 나타나고 트럭들도 많이 다니는 좁은 길, 평일인데도 길 옆에 주차된 차들을 아슬아슬하게 피해 다녀야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마석가구공단 가구거리

실제 제 차 바로 앞으로 가던 트럭이 길옆에 주차되어 있던 트럭의 적재함 모서리를 긁고 그냥 가는 광경을 목격하기도 했습니다.

 

게다가 여기저기 흩어진 가구점을 찾다가 길을 잘못 들면 어느새 스산한 느낌이 드는 비포장 도로를 만나게 되는데요, 두 어번 비포장 도로를 만난 뒤에는 꼭 네비게이션을 이용해 다음 가구점 까지의 길을 찾곤 했습니다.

질문을 하니 썰렁해진 분위기

나무 재료들을 이용해 간단한 목공 DIY를 하다보니 나무에 대한 약간의 지식을 갖게 되었고, (되도록 참견하지 않으려 했지만) 마눌님이 마음에 들어하는 장롱들을 좀 더 살펴보게 되었습니다.

 

익히 알려진 메이커 제품들이고, 장롱문이 닫힌 상태에서는 디자인이 꽤 깔끔해 보였지만 문을 열고 속을 들여다보니 나름 차이점들이 눈에 띄었습니다.

모 가구업체의 장롱은 디자인이 꽤 괜찮았지만 가구 뒷판이 두 장으로 갈라져 있고, 여기저기 깔끔하지 못한 내부 마감이 보였습니다.

장롱 내부 확인

장롱 뒷판을 보강하는 가로 지지대가 1개만 있는 제품도 있는 반면 2~3개의 지지대가 붙은 제품들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장롱 벽면을 두드려보니 텅 빈 있는 소리가 나는 제품이 있는 반면, 그렇지 않은 제품도 있는 등 메이커에 따라 코어 합판 상태의 차이도 느껴졌습니다.

 

가구점에 따라 매장직원들의 안내 스타일도 제각각이었습니다.

 

가구 내부에 붙어 있는 소재 표시에는 문짝 재료가 MDF라 표기되어 있는데, 타사 제품에 비해 나무가 좋아 가격이 좀 비싸다는 얘기를 반복하더군요.

재질이 뭔지 물었더니 'MDF인데요, MDF가 절대 나쁜 재료는 아닙니다'라는 대답을 듣기도 했습니다.

 

MDF의 M자도 꺼내지 않았지만 MDF가 나쁘지 않다는 얘기가 추가되면서 분위기가 썰렁해졌고 대단히 적극적으로 설명하던 매장직원은 말수가 현격이 줄어들더군요.

충분히 할 수 있을 정도의 질문이었음에도 어색한 분위기가 되어버렸고 이후 다른 매장에서는 조용히 눈으로만 확인했을 뿐 매장직원에게 따로 질문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MDF와 파티클 보드, 친환경 자재등급

말나온 김에, 가구 재료로 널리 쓰이는 목재, MDF와 파티클 보드에 대해 살짝 알아보겠습니다.

 

가구 붙은 스티커를 살펴보면 가구에 어떤 재료가 사용되어 있는지 알 수 있는데, 이 가구는 바디에 PB(파티클 보드), 도어에 18T(두께 18mm) MDF가 쓰였다고 적혀 있습니다.

CPR이나 LPM은 파티클보드나 MDF의 마감 방법을 표기한 것으로, 이 가구의 주 재료는 파티클보드와 MDF입니다.

장롱 마감소재 MDF PB

 

MDF는 목재를 가루로 만든 뒤 열과 접착제를 이용해 성형한 재료이고, PB는 MDF보다 좀 더 굵은 입자로 갈아 열과 접착제를 이용해 성형한 재료입니다.

MDF PB

 

MDF와 PB 모두 접착제를 이용해 성형한 재료이다보니, 포름알데히드가 배출되는 문제가 있습니다.

포름알데이드 배출 기준은 E2, E1, E0, SE0 등으로 나뉘는데, E0, SE0 등급으로 올라갈 수록 포름알데이드가 덜 배출되는 재료라는 뜻입니다.

E1 E0 포름알데히드 친환경자재등급

 

국내 기준으로는 E1 등급 이상이면 실내 가구로 사용할 수 있지만 유럽, 미국, 일본 등의 규제 기준은 이보다 더 높습니다.

목재의 친환경 자재 등급에 대해 검색해보면 많은 자료들이 나오니, 여기서 더 이상 언급하진 않겠습니다.

E1 E0 포름알데히드 친환경자재등급

하지만 들러본 가구 매장들 모두 '친환경 자재'를 사용한다는 포스터가 붙어 있었는데, E0 등급의 재료를 쓰면서 친환경 자재를 사용한다고 하는 업체가 있는 반면 E1 재료를 쓰는 업체도 똑같이 친환경을 강조하고 있더군요.

 

'친환경 자재를 사용한다'는 큼직한 글씨만 볼 것이 아니라 어떤 등급의 자재를 사용하는지도 꼼꼼히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고심끝에 편백나무 가구 구입

이후 몇몇 매장을 둘러보던 마눌님께서는 디자인과 내부 구성이 마음에 드는 몇몇 제품에 큰 관심을 보였습니다

하지만, 재료와 마감 상태를 비교해보니 홈쇼핑에서 구입한 제품보다 하등 나을 것이 없음에도 가격은 40~50만원씩 비쌌기에 제가 말리는 상황이 반복되었습니다.

 

그러다 어느 원목 가구점에 들르게 되었고, 메이커 가구와는 사못 다른 스타일에 적잖이 끌리더군요.

레드파인 집성목가구 원목가구

 

자작나무, 레드파인, 편백나무 등등 다양한 종류의 집성목으로 만들어진 가구들은 MDF나 PB로 만들어진 가구들보다 꽤 비쌌습니다.

편백나무 장롱

재단한 집성목을 주문해 자잘한 목공 DIY를 해봤던 저는 값을 더 지불하더라도 원목가구(집성목가구)로 사자고 했지만 마눌님께서는 예산을 초과하는 비싼 가격에 난색을 표시했습니다.

 

저는 집성목과 MDF, PB 등의 재료의 차이를 보는 쪽이었고, 마눌님께서는 깔끔하게 떨어지는 디자인과 메이커, 그리고 저렴한 가격을 보는 쪽이었기에 의견을 좁히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편백나무 장롱

결국 홈쇼핑으로 주문했던 슬라이딩 붙박이장을 그대로 쓰기로 하고 돌아오던 길에 극적인 타결(!)을 이루어 결국 처음 예산보다 100여만원을 초과한 10자짜리 편백나무 장롱으로 구입하게 되었습니다.

 

조금 무리했다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오랫동안 쓸 가구를 좀 더 마음에 드는 제품으로 구입했기에 만족스러웠는데요, 새 집으로 이사를 하고 편백나무 장롱이 들어오면 관련된 얘기를 간단하게나마 해볼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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