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달재 자연휴양림캠핑장 가는 길, 어느새 황금들녁
마지막 캠핑을 떠난 것이 8월 20일 경, 9월 들어 캠핑을 떠나지 못한 저희는 캠핑 떠날 기회만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었습니다.
캠핑장 섭외 담당인 마눌님께서는 여기저기 알아본 뒤 이름도 친숙한 '박달재 자연휴양림캠핑장'으로 정했습니다.
충북 제천에 있는 박달재 자연휴양림캠핑장은 저희가 살고 있는 동탄신도시에서 대략 100km 조금 넘는 거리, 1박2일 캠핑으로 의례 다니던 거리라 큰 부담이 없었습니다.
네비가 알려주는 대로 경부->영동->중부 고속도로를 갈아타며 달리다 감곡 IC에서 나와 국도를 달리다보니 어느새 한적한 시골길 분위기가 물씬 풍깁니다.
벌써 추수철이 다 되었나 싶을 정도로 길옆 논에는 벼가 누렇게 익어가고 있네요!
박달재 자연휴양림캠핑장을 2km 남짓 남겨놓았을까, 길 옆 나무에 울긋불긋한 것들이 달려 있는 것을 보고 잠시 차를 세웠습니다.
뭔가 했더니 사과농장이네요. 빨간 사과가 주렁주렁 달린게 정말 탐스러워 보였습니다.
발길을 멈출 수 밖에 없었던 붉은 사과
나무에 달려있는 사과를 보는 것도 흔한 일이 아니었지만, 오후의 낮은 햇볕을 한껏 쬐고 있는 빨간 사과가 어찌나 예쁜지 저와 마눌님은 마냥 감탄사만 연발했습니다.
정말 빨갛게 잘 익은 사과!!
마침 아주머니와 할머니 두분이 사과를 열심히 따고 계셨습니다.
사과가 너무 맛나게 보여 좀 파시라 했더니, 가격이 비싸다 싸다 하도 말들을 해서 지나가는 사람들한테는 안판다고 하네요 ㅡㅡ;;
묻자마자 대뜸 이런 말이 나오는 것을 보면 그간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꽤 시달렸나보다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사과 너무 잘 익었다고 웃으며 말 거는 사람한테 돌아온 대답치고는 너무 퉁명스러워 그냥 돌아나왔습니다. 췟!!!
지나가는 사람들한테는 안판다고...ㅡㅡ;;
사과농장에서 다시 차를 타러 돌아가는 길에 왠 호박 덩굴이 늙은 호박이며 파란 호박을 주렁주렁 매달고 있습니다.
길 옆에 버려진(?) 경운기를 감싸고 호박을 주렁주렁 매단 덩쿨을 보니 사과농장에서 다소 민망해진 기분이 싹 풀리더군요.
도로가에 버려진 경운기에는 호박 덩굴에 호박이 주렁주렁 @,.@;;
자전거 물레방아가 멋진 박달재 자연휴양림 관리소
얼마간 길을 따라가자 박달재 자연휴양림 관리소가 나옵니다.
관리소 정원 연못에는 쌩뚱맞은 자전거가 올라가 있기에 처음엔 뭔가 했는데, 자전거 바퀴가 물레방아로 만들어져 있더군요. 나름 재미있고 신선한 조형물이었습니다 ㅎㅎ
뭐 이런 식으로, 물이 바퀴위로 흘러가 바퀴가 뱅글뱅글 돌아가는 그런 식입니다!
제가 자전거 물레방아를 신기하게 구경하고 있는 동안 마눌님은 관리소로 가서 자리 배정을 받습니다.
박달재 자연휴양림캠핑장의 이용료는 데크 이용시 하루 5000원, 데크 아닌 곳은 하루 2000원입니다. 참 저렴하죠?
대신 전기를 사용할 수 없고, 예약제가 아닌 선착순이라 주말 등의 성수기에는 경쟁이 꽤 치열할 것으로 보입니다.
박달재 자연휴양림의 홈페이지는 깔끔하게 꾸며져 있지만, 캠핑장 이용객을 위한 정보는 이용 요금 정도만 안내되어 있을 뿐, 휴양림 통나무집 이용객을 위한 정보가 대부분이라 살짝 아쉽습니다.
때문에 궁금한 점이 있다면 박달재 자연휴양림 관리소(043-652-0910, 641-6521~4)로 전화를 해서 직접 문의하는게 좋을 듯 합니다.
박달재 자연휴양림 홈페이지에서 얻을 수 있는 캠핑장 정보는 요금과 위치가 전부
좁은 산길을 타고 가다보면, 나타나는 1, 2 야영장
저희는 데크 이용을 위해 5000원과 함께 20리터 쓰레기봉투 값 300원을 지불하고 야영장으로 진입했습니다.
관리소 직원의 말에 따르면 먼저 나타나는 1야영장보다는 좀 더 올라가면 있는 2 야영장이 더 나을것이라고 하는군요.
일단 1, 2 야영장이 어떤 분위기일지, 길을 따라 올라가기로 합니다.
진입로는 잘 닦여 있지만 차 1대가 다닐 정도의 너비입니다.
저희는 가는 길에 다른 차를 만나지 않았지만, 초보운전자라면 진입에 살짝 애를 먹을 수도 있겠다 싶은 생각이 드네요.
길을 따라 쭉 가다보니 오른쪽에 제 1야영장이 보입니다.
생각보다 데크가 꽤 크고 간격도 넓은 편이네요. 다만 야영장 바로 위로 도로가 지나고 있어 큰 차들이 쌩쌩 달리는 소리가 만만치 않아 보입니다.
여기보다는 제 2 야영장이 좋을 꺼란 추천을 받았으니 제 1 야영장은 따로 내려가지 않고 그냥 패스합니다.
넓직한 데크 간격이 맘에 들지만 자동차 소리가 위협적이다
길을 따라 좀 더 올라오다보니 자그마한 인공 계곡이 보입니다.
지금은 물이 빠져 그닥 볼품없지만 여름에 물이 많을때는 꽤 시원한 물놀이를 즐길 수 있을 것 같단 생각이 드네요.
사실 박달재 자연휴양림 관리소 바로 근처에 이런 큰 무료 수영장이 운영되고 있더군요.
물론 지금은 운영하지 않는 시기지만 규모가 꽤 큰 것이 물놀이하기엔 정말 좋을 듯 합니다.
하긴 제 1 야영장은 이런 수영장이 가까이 있으니 한여름, 아이들이 있는 가족이라면 도로를 달리는 자동차 소음 쯤은 쿨하게 무시하고 제 1야영장으로 자리잡는 것도 좋을 듯 합니다.
소나무가 좋은, 박달재 자연휴양림 제 2야영장 도착!
길을 좀 더 올라가다보니 박달재옛길이란 나름 넓은 주차장과 화장실, 그리고 박달재 옛길이란 이정표가 붙은 제 2야영장에 도착하게 되었습니다.
일단 저희 눈에 들어온 곳은 이렇게 짧은 나무다리를 건너는 보이는 데크들이었습니다.
제 2 야영장, 훨씬 조용하고 아늑한 느낌
데크는 여기 보이는 정사각형 데크외에도 데크 두 개를 붙인 대형 데크도 있습니다.
역시 평일 캠핑이라 자리는 넉넉했기에 저희는 대형 데크를 선택했습니다.
이곳 박달재 자연휴양림캠핑장은 선착순이라 명당자리란게 큰 의미는 없지만 1 야영장은 도로의 자동차소리가 시끄러워 2 야영장이 더 낫겠다 싶더군요.
2 야영장 중에서도 띄엄띄엄 있는 넓은 데크들이, 더할나위없이 좋은 명당자리가 아닐까 합니다.
마눌님께서는 저희 데크 맞은 편에 있는 이 소나무를 너무 좋아하더군요.
쬐그만 해송은 많이 봐 왔지만, 이렇게 오래되어 큰 소나무를 볼 수 있는 캠핑장은 흔치 않다며, 캠핑하는 내내 저 소나무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소나무를 비롯, 큰 나무들이 멋진 박달재 자연휴양림캠핑장
이렇게 긴 데크는 자리가 넉넉한게 장점이지만 헥사타프의 길이를 훌쩍 넘어버려 비라도 내리면 살짝 불편한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날은 비가 올 기미는 전혀 없었기에 뚝딱뚝딱 헥사타프를 설치했습니다.
요즘은 헥사타프에 늘 4개의 보조폴대를 이용하곤 하는데요, 이 알루미늄 보조 폴대는 쓸수록 지르길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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헥사타프를 다 치고 돔쉘터 텐트를 칠 차례, 갑자기 걸려온 전화 통화가 길어져 잠깐 한눈을 파는 사이 마눌님께서 뚝딱뚝딱 돔쉘터 텐트 조립을 완료했습니다.
사실 저희가 쓰고 있는 돔쉘터는 2갈래의 폴대만 끼우면 완성되는 무척 간단한 백패킹용 돔쉘터지만 그래도 마눌님 혼자서 뚝딱뚝딱 치는 걸 보니 무척 새롭습니다.
집을 짓고 살림살이를 놓다보니 산속에는 벌써 어둠이 내려오는데요, 이곳 박달재 자연휴양림캠핑장은 전기를 쓸 수 없지만, 군데군데 가로등 시설이 되어 있네요.
덕분에 칠흑같은 어둠속에써 작은 랜턴과 장작불로 밤을 지새웠던 독립기념관 캠핑장과 달리 기분 좋은 밤을 맞을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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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를 쓸 수 없지만 조용하고 아늑하다
가로등 빛에 의지해서 찍어본 사진, 박달재 자연휴양림캠핑장에서는 따로 랜턴을 켜지 않아도 키가 훌쩍한 가로등 덕분에 이렇게 기분 좋은 저녁을 즐길 수 있습니다.
가로등 불빛이 있어 분위기가 더 좋은 저녁
다음날 아침, 상쾌한 산공기를 마시며 여유있는 아침을 먹고, 커피 한잔을 내려 마셨습니다.
역시 야외에서는 스텐 그릇에 젓가락을 걸치고 하는 핸드드립 커피가 가장 운치있는 모닝커피입니다.
숲이 좋은 박달재, 울고 넘는 박달재
이제 밥도 든든히 먹었겠다, 마눌님은 옆에서 산책(!)을 언제 나갈꺼냐고 성화입니다.
주변은 분명 깨나 가파른 산길이 즐비한 곳인데 말이 좋아 산책이지 등산하는 것과 다를 바 없는데 말이죠.
버티기를 한동안, 결국 터덜터덜 따라나섰습니다. 저~ 아래 가로등 옆에 노란색 타프가 저희 타프, 대략 40~50m 정도 걸어왔는데 이렇게 급경사의 산책로(?)입니다.
뻥을 좀 보태 60도쯤 되는 경사로라고 할까요 ㅎㅎ
'산책'이 아니라 '등산'
길이 가파르고 콘크리트로 포장되어, 자동차도 함께 다닐 수 있는 산책로인게 아쉽지만, 그래도 키가 큰 나무들과 우거진 숲이 있어 좋습니다.
저 멀리, 얼핏 봐도 키가 엄청나게 큰 전나무가 보이네요.
가까이 다가가보니 이건 카메라에 다 들어오지도 않을 만큼 키가 큰 나무입니다.
산책로라 하기엔 너무 가파른게 흠이지만,
산책로 중간중간 이렇게 쉬었다 갈 수 있는 장소도 있습니다.
박달재 자연휴양림 홈페이지 앨범에서는 이곳을 누드 산림욕장이라고 하는데, 사람이나 차들이 지나다니는 길에서 그리 떨어지지 않은터라, 차마 누드로 산림욕을 즐길 생각은 들지 않더군요 ㅎㅎ
산행인지, 산책인지 모를 1시간 남짓 박달재를 휘휘 걸어 돌아오니 어느덧 오후 늦은 시간이 되었네요. 맘 같아서는 좀 더 유유자적하고 싶었지만 내일은 또 생업으로 돌아가야하기에 아쉬운 마음으로 짐을 정리하고 일어섰습니다.
2013년 9월 9일~10일, 충북 제천 박달재 자연휴양림캠핑장
울고넘는 박달재를 몸소 겪으며 산책을 하면서 숲의 좋은 기운을 잘 받고 가는 기분, 참 상쾌했습니다.
마눌님께서는 이곳 박달재 자연휴양림캠핑장을 참 고즈넉하고 좋은 캠핑장이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 조금 불편하지만 고즈넉한 분위기에서 숲 향기를 맡고 싶다면, 이곳 박달재 자연휴양림을 추천합니다!
박달재 자연휴양림캠핑장에서 빼놓으면 섭섭한 시설들
1박 2일의 짧은 일정으로 다녀왔지만 꽤 좋은 캠핑장을 알게 된 것 같아 얘기가 무척이나 길어졌습니다.
어차피 길어진 만큼, 좀 더 얘기를 할까 합니다.
이곳 박달재 자연휴양림캠핑장에서 빼놓으면 섭섭한 시설이 바로 화장실입니다. 밖에서 봐도 참 깨끗하죠?
사람이 안으로 들어가면 불이켜지며 천장에서 캐논 변주곡이 흘러나옵니다.
여러 캠핑장을 다녀봤지만 이렇게 깨끗하고 쾌적한 화장실(!)은 처음이었습니다ㅎㅎ 왠만하면 화장실 안의 사진을 찍진 않을텐데, 이 곳은 그럴만한 곳이었습니다!
화장실 한켠에는 별도 칸막이가 된 샤워시설도 마련되어 있는데, 비록 온수는 나오지 않지만, 캠핑장 이용료 5000원에 이런 사치까지 누릴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만족이었습니다.
둥근 지붕이 멋진 개수대 역시 깨끗하게 관리되고 있었고, 개수대 앞에는 노란색 전구불이 밤새 들어와 있었는데, 이게 신기하게 벌레들이 모이지 않는 불이더군요.
덕분에 다른 캠핑장 개수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날벌레들의 사체를 거의 볼 수 없었습니다.
날벌레들이 꼬이지 않는 노란 전구가 매력적인 개수대
분리수거함도 잘 정리되어 있었습니다.
다만, 캠핑장내에서 화로를 이용한 모닥불을 피울 수 있게한 반면, 화로재를 수거할 수 있는 시설은 전혀 볼 수 없는게 아쉬웠습니다.
이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여러 곳의 데크에 화로 재를 그대로 버리고 간 장면도 있었는데요, 일단 재를 수거하는 시설은 갖추었으면 합니다.
화로재 수거함이 없는게 아쉽다
함께 쓰는 캠핑장 시설, 이런 짓 좀 하지맙시다!
박달재 자연휴양림캠핑장의 데크 옆면에는 타프나 텐트의 스트링을 고정할 수 있어 무척 편하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데크에서 헥사타프를 치고있는 도중에 발끝에 뭐가 툭 걸려 휘청했습니다. 뭔가 봤더니 누군가 데크 바닥에 박아 놓은 못이었습니다.
그나마 신발을 신은 발끝에 걸려서 망정이지 사람이 다치거나, 혹은 텐트나 방수포 등의 장비가 찢어지거나 했을 것 같습니다.
데크 옆에 스트링을 걸도록 시설이 다 되어 있는데, 굳이 데크에 못질을 하는 의도가 무엇인지, 못질을 하고 썼으면 떠나기전에 못을 다 뽑아놓을 것이지 대충 휘어 놓고 떠난 개념없는 누군가를 잘근잘근 씹으며 데크에 박혀 있던 못 여러개를 뽑아냈습니다.
이러지 말자!
아무리 깨끗하게 잘 꾸며 놓아도 빌려쓰는 이용객들이 나만 편하면 된다는 식으로 막 쓰게되면, 망가지는 것도 순식간입니다.
박달재 자연휴양림캠핑장의 좋은 시설, 저렴하게 잘 썼으면 지나간 자국이 남지 않도록 깨끗하게 마무리하고 가는 정도의 성의는 보여야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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