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란다 텃밭 부추 수확! 부추전을 먹기까지 좌충우돌 재배기
지난 6월 5일에 만든 베란다 텃밭, 작은 스티로폼 상자 3개에는 새로 산 부추씨를 심었고, 큰 스티로폼 상자 하나에는 3년쯤 묵혀뒀던 상추씨를 심었습니다.
6월이면 상추나 부추 모두 심기에는 많이 늦은 시기였지만, 분갈이용 흙을 주문하면서 부추씨를 함께 시키고보니, 늦거나 말거나 그냥 한번 심어보자는 오기로 심게 되었습니다.
처음엔 부추와 상추를 심었는데
스티로폼 화분을 만들고 땀흘려가며 부추와 상추를 심은 사람은 저였지만 마눌님은 마치 본인이 다 한 것 처럼 본인의 카카오스토리에 떡하니 사진을 찍어 올려 텃밭 도둑 논란이 일기도 했습니다.
부추는 대략 닷새만에 쬐그만 싹이 올라오더군요.
이 사진은 싹이 올라온 후 열흘 정도, 그러니까 심은지 2주 정도 지난 시기였는데요, 처음에 허리가 구부러진 채로 싹이 터서 어떻게 바뀌려나 했더니 시간이 지나면서 허리를 펴고 하늘을 쳐다보네요.
부추가 허리를 펴는 과정에서는 저렇게 접혀있던 자국이 선명한데, 시간이 더 지나면 구부러진 자리가 사라집니다.
꾸부정한 허리가 제대로 펴질까?
기초 공사부터 잘못됐던 부추 화분
베란다 텃밭에 심은 부추는 생각보다 더디게, 하지만 꾸준히 자라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이때가 심은지 한달을 조금 넘긴 상황이었는데요, 예상치 못했던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어느날부터 집에 조그만 날파리같은 것이 날아다니기에 도대체 어디서 나왔나 했는데, 범인은 바로 부추 화분이었습니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부추 화분의 바닥쪽, 배수구멍을 막기 위해 깔았던 마른 귤껍질에 곰팡이가 피면서 벌레들이 꼬였던 것인데요,
재활용, 아무거나 하는게 아니다!
처음 부추 화분을 만들때, 배수구멍을 막을 양파망이 부족해 버리려던 마른 귤껍질을 별 생각없이 깔았는데, 이게 사단을 일으켰네요.
화분 물구멍을 잘못 막은 예
쬐그만 날벌레들은 곰팡이 핀 마른 귤껍질이 무척 맘에 들었는지 떠날줄을 몰랐고, 벌레들과 함께 살 수 없다는 생각에 과감한 결단을 내렸습니다.
바로 부추를 모조리 옮겨 심기로 한것입니다. 다행스럽게도 부추 뿌리는 나름 튼실하게 자라있었고, 흙째 쏙쏙 퍼내는 식으로 별 무리없이 뽑아낼 수 있었습니다.
옮겨심는 스티로폼 화분은, 맨 처음 상추를 심었던 큰 화분입니다.
3년이나 묵은 씨앗이지만 그래도 조금은 싹이 트지 않을까 기대했던 것과 달리 단 하나의 싹도 트지 않고 전멸상태였는데, 덕분에 부추를 옮겨 심을 화분으로 사용하게 되었네요.
손가락으로 흙을 쑥 눌러 구멍을 만들고 그 안에 부추 뿌리를 넣은 후 흙을 채워주는 식으로 옮겨 심었는데, 이것도 나름 고된 일이더군요. 새삼 농부들의 수고를 생각해보게 되었다는...
작은 스티로폼 화분 3개는 이렇게 큰 스티로폼 화분 하나와 꼬맹이 화분으로 변신했습니다.
상추가 전멸한게 전화위복?
베란다 텃밭 부추 수확, 부추전으로 변신!
부추를 옮겨 심은지 닷새 정도의 시간이 지났고, 뿌리채 옮겨 심어도 별 탈없을 정도로 생명력이 강하다는 얘기대로 나름 싱싱하게 기운을 회복했습니다.
사실 부추씨를 처음 심을 때는 김장을 담글 때의, 굵은 부추를 상상했는데 인터넷을 뒤져보니 그런 굵은 부추는 4월에 심어 9월~11월에 수확할 때까지 길러야하는 것이라네요. 이제 심은지 한 달이 조금 넘은 부추다보니 당연히 꼬꼬마 부추일 수 밖에 없는데요,
부추는 어린 싹도 향이 좋다는 말을 어디선가 들은 마눌님,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더니 드디어 가위를 들고 나섰습니다.
아직 수확하기엔 한참 이른 꼬꼬마 부추를 모조리 수확했습니다.
펼쳐놓으니 양이 많아 보이지만, 실제로는 한주먹 거리밖에 안되는 양입니다 ㅎㅎ
꼬꼬마 부추 새싹을 무쳐먹을까, 부추전을 할까 몇 번 고민을 하던 마눌님은 결국 부추전으로 결정을 했습니다.
솔잎보다 조금 더 굵은 꼬꼬마 부추라 밀가루 반죽에 함께 넣는 대신 부추를 위에 뿌리고 있습니다 ㅎㅎ
화전을 부치듯, 정성스러운 손놀림ㅡㅡㅋ
버섯과 양파가 더 많은 부추전이 완성되었습니다. 그래도 부추를 위에 뿌렸더니 나름 비주얼은 그럴싸하네요 ㅎㅎ
그럴싸한 비주얼의 부추전!
부추 새싹으로 만든 부추전, 꼬꼬마 부추라 그런지, 생각처럼 부추향이 강하진 않습니다.
게다가 양도 적은터라 맛을 음미할 틈도 없이 그냥 꿀떡꿀떡 접시를 비워버렸네요 ㅎㅎ
맛은 어떨까요? 제가 한번 먹어보겠습니다.
다년생 작물인 부추, 이젠 제대로 길러보자!
부추는 여러해 살이 작물이라고 합니다.
잘라내고 웃거름을 주면 더욱 생기있게 자란다고 하는군요.
여러가지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성급한 새싹 부추를 먹었지만, 이제는 제대로 된 굵은 부추로 키워볼까 합니다.
다만, 마눌님의 가위를 잘 막을 수 있을지...의문이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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