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난 친구가 남긴 화분, 새 잎을 피워 올리다

새로운 화분을 소개합니다.

그동안 제 블로그에서 커피나무, 파키라, 킹벤자민 등의 식물들이 여러번 등장했는데, 오늘은 한 번도 소개하지 않은 녀석을 보여드릴까 합니다.

진한 초록색과 연두색, 붉은색과 갈색의 윤기나는 잎이 인상적인 식물입니다. 

화분 화초 식물

 

겨우내 잎도 좀 떨어지고 비실한 모습이라 눈에 많이 밟혔는데, 어느새 줄기 끝에서 새 잎이 나오고 있군요.

화분 화초 식물

 

붉은색 잎의 줄기에서도 쬐그만 새 잎이 올라오고 있습니다.

처음 잎의 색이 붉게 변했을 때는 뭔가 탈이난게 아닌가 걱정을 했는데, 얼마지나니 다시 녹색으로 돌아오기도 하고, 다시 갈색 느낌으로 변하기도 하는, 변화 무쌍한 녀석입니다.

화분 화초 식물  

 

이 녀석이 저희 집에 온 것은 2011년 10월 즈음입니다.

강원도에 있는 친구 집에 마눌님과 함께 놀러갔다가 마눌님이 탐을 내자 친구가 선물로 선뜻 건네더군요.

그때는 이렇게 예쁜 와인잔에 담겨 있었고, 색이 고운 모래들로 차있었습니다.

화분 화초 식물

 

집에 온지 6개월 정도 지나, 투명한 와인잔 벽을 통해 자라난 뿌리들이 속속 보여 전시회에서 명함을 담아두었던, 잔 모양의 대형 유리병으로 옮겨주었습니다.

화분 화초 식물

 

앞서 바꿔준 흙이 그다지 좋은 흙이 아니었는지 좀 비실거리는 것 같아 얼마 후 완전히 새로운 흙으로 바꿔주었습니다.

사진에 싹 난 양파가 함께 있는 걸 보니 작년 12월 사진이군요. 2012/12/27 - 버리기만 했던 싹난 양파, 몰랐던 비밀

화분 화초 식물

 

그러다 올 봄에 저 유리병 화분의 모서리를 실수로 깨뜨렸고, 식물이나 사람이 다칠까 싶어 싹난 양파를 걷어내고 비어있던 화분에 옮겨 심었습니다.

분갈이를 너무 자주했다 싶은데도 여전히 반질반질한데다 새로운 잎을 쑥쑥 올리는게 참 대견합니다. 

화분 화초 식물

 

이 화분을 볼때마다 맘이 더 짠해지는 건, 이 화분을 건네준 친구를 이제는 만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십 몇년 전 직장 동료로 만났던 친구, 저보다 다섯살이나 많은 누나였지만 친구처럼 지냈고 마눌님은 이 친구를 언니언니 하면서 무척이나 잘 따랐는데, 훌쩍 떠나버린지 벌써 1년이 넘었네요. 

화분 화초 식물 흙바람만 잔뜩 불던 안반데기

 

제 블로그 레이아웃은 이 친구가 잡아준 것입니다.

블로그 성격도 많이 바뀐데다 4년이나 쓰다보니 좀 다른 것으로 바꾸고 싶을 때도 있지만, 이 친구가 만들어준 것이라 바꾸질 못하고 있습니다.

 

이 친구는 생두를 사서 로스팅 하는 법, 핸드드립 하는 방법을 알려주었고, 더치 커피도 이 친구를 통해 알게 되었네요.

언젠가 팔자에 없던 오토캐드란 걸 급하게 익혀야 했을 때도, 이 친구로부터 배웠습니다. 참 재주가 많은 친구였고 많은 걸 알려준 친구입니다. 

그런데, 이 녀석 이름이 뭐라고 했지? 다시 좀 알려주시게나!

어이, 친구! 잘 지내고 있지? 여름이 되면서 자네가 준 이 녀석은 또 새 잎을 올리고 있다네!

요즘도 종종 마눌님과 함께 강릉을 가곤하지만 자네가 있을 때 만큼 재미있진 않더라구.

우리하고 멀리 떨어져 있어 심심할 것 같은데, 그래도 가끔 자네 얘기를 하니 너무 심심해말게나. 

건강하게 잘 크는 이 녀석을 보면서 또 한번 자네 생각을 해보네 그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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