썩어가는 파키라 나무, 작은 희망을 건 2차 수술기

밑둥이 썩은 파키라 나무, 살릴 수 있을까?

흙관리를 잘못하여 2그루의 파키라 나무 중 한 그루의 뿌리쪽 밑둥이 썩어들어가며 잎이 말라죽어가던 것을 발견하고 썩은 부분을 최대한 도려낸 후 화분을 옮기고 흙을 갈아준 지 며칠 지나지 않았습니다.

 

무성하던 파키라 나무의 잎이 앙상해질때까지 뭐가 문제인지 인지하지 못하고 썩어가게 방치했다는게 계속 마음이 아프네요.

 

상태가 심각한 파키라 나무의 굵은 가지들은 모두 잘라내어 물병으로 긴급 대피를 시켰는데, 이 역시 상태가 썩 좋지 않습니다.

누렇게 떴던 잎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하나씩 떨어졌고, 잎이 떨어진 가지 역시 힘없이 툭 떨어지는군요.

아직 녹색을 띠고 있는 잎은 그대로 남아 있어 희망을 걸고 있지만, 역시나 기운없이 축 늘어진 듯한 모습이 시간이 지나면서 시들어버리지 않을까 염려가 됩니다.

체관부, 나무껍질, 환상 박피

상태가 워낙 좋지 않았던 파키라 나무, 혹시나 하는 마음에 썩은 껍질을 벗겨내고 깨끗한 흙에 옮겨 심은 후 블로그에 포스팅을 올린 다음날, 많은 분들이 댓글을 달아주셨습니다.

그중에서 익명의 댓글이 눈길을 끌었는데요, 나무 껍데기 바로 아래쪽, 영양분 수송을 담당하는 체관부가 다 썩은 것으로 보이며, 이 상태에서는 영양분 전달이 되지 않아 안타깝지만 서서히 말라 죽는 상황이라는 댓글이었습니다.

 

언젠가 TV에서 나무를 고사시킬 목적으로 나무 밑둥쪽 껍질을 벗겨내면 아름드리 나무도 얼마못가 말라 죽는다는 보도를 본적이 있었습니다.

저는 썩은 부위를 도려낼 목적으로 껍질을 벗겼지만 생각해보니 나무를 고사시킬 때 벗겨낸 것과 전혀 다를바가 없는 상황이었네요.

 

이 상태로는 서서히 말라죽는 수밖에 없는 안타까운 상황, 마지막 희망을 걸고 2차 수술에 들어가기로 했습니다.

일단 파키라 나무를 화분에서 빼냈습니다.

 

한 손으로 들고 있기 힘들 정도로 거대하고 무거운 뿌리가 더욱 안타깝게 느껴지네요. 기분탓인지 뿌리쪽이 더 새까매진 느낌입니다.

 

썩은 부위를 다 벗겨낸다고 했지만, 껍질 아래쪽을 자세히 살펴보니 썩은 부위가 더 남아 있었습니다.

마지막 희망을 건 파키라 꺾꽂이 작업

어차피 그대로 두면 말라죽을 수 밖에 없는 상황, 떼어낸 파키라 잎을 물에 담가뒀더니 뿌리가 났던 경험도 있었고, 작은 희망을 걸어보기로 했습니다.

2012/06/15 - 마음은 벌써 거목 - 파키라 뿌리 내리기

껍질이 온전한 위쪽을 톱으로 잘랐습니다. 목질이 연한 파키라 나무는 톱을 대자마자 쓱쓱 잘려나갔고, 10cm를 넘는 굵기의 파키라 나무를 잘라내는데 20초도 채 걸리지 않았습니다.

 

잘라낸 단면을 보면, 비교적 깨끗한 편입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이런저런 자료들을 찾아보니 나무 껍질쪽(외곽)의 체관부로는 양분이 이동하는 통로이며, 물은 그 안쪽을 통해서 수송된다고 하는군요.

 

잘라낸 나무는 물에 담가두었습니다. 꺾꽂이를 할때처럼 잘라낸 면에서 뿌리가 나지 않을까, 하는 마지막 희망을 걸고 말이죠.

댓글로 조언해주신 분의 말에 따르면, 굵은 줄기는 발근률이 떨어지고, 나무의 상태마저 좋지 않아 성공할 확률을 낮다고 하지만, 캠프 파이어 장작으로 태워버리기에는 너무 많은 시간을 함께 한 파키라 나무이다보니 그래도 한번 해보자는 마음으로 물에 담갔습니다.

 

길쭉한 파키라 나무를 담가둘만한 그릇이 없어 세수대야에 담갔는데, 이렇게 담가두니 나무 한쪽면이 바닥에 맞닿아 있게 되는군요.

작은것도 민감하게 신경이 쓰이는터라 나무 밑둥에 각목을 감아 파키라 나무가 바닥면에 닿지 않게 해두었습니다.

부질없는 짓일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작은 희망을 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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